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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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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13일 15시 11분 등록
<나에게 쓰는 편지 - 이미 와있는 2003년 >


승완아, 2003년이 엿새 앞으로 다가왔어. 너의 삶에서 2003년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2003년 12월 25일 너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해.

"2003년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

너는 이 질문을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에게서 배웠지. 드러커의 책을 읽다보면, 나이는 젊음과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어. 특히, 아흔이 넘어서도 그렇게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다니, 놀랍지 않니? 피터 드러커는 가장 훌륭한 지식근로자(Knowledge Worker)의 역할 모델일거야. 자신이 주장한 개념을 스스로 철저하게 실천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전문가에게 어렵지만 가장 가치 있는 임무일거야. 피터 드러커는 그런 사람이니 아무리 존경과 찬사를 받아도 모자람이 없을 것 같아.

너에게 드러커 이야기를 조금 더 해줄께.

드러커는 첫 논문을 1929년에 출판했어. 당시 그의 나이 20살이지. 그 논문은 향후 미국과 세계의 경제 전망에 관한 것이었어. 드러커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는 견실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며, 미국의 주식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썼지. 논리와 구성 면에서 논문은 높은 점수를 받았어. 하지만 논문을 발표한지 불과 한 달 후, 경제공황이라는 태풍이 미국과 세계 경제를 집어 삼켰어. 오늘날 최고의 미래학자이자 석학으로 칭송받는 피터 드러커의 첫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거야. 아무리 훌륭한 전문가라고 처음부터 탁월한 것은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드러커에게 "당신의 책 중 스스로 가장 좋은 책이라 생각되는 책은 무엇입니까?"라고 묻고 했어. 수십 권의 베스트셀러를 가진 그에게는 당연한 질문이지. 그런데 그는 매번 똑같은 대답을 했어. "다음 책!" 역시 드러커다운 대답이란 생각이 들지 않니?

얼마 전에 드러커 저서의 단골 역자인 대구대학교 이재규 교수가 드러커를 만나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했어. "몇몇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고, 또 그것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지요.", 이게 드러커의 대답이야. 역시 드러커다운 대답이지.

현대 경영의 아버지라는 칭송을 받고 있지만, 미국인들이 보기에 드러커는 참 독특한 사람이라고 해. 왜냐면 그는 미국을 이끄는 이른바 '파워엘리트층'이 아니기 때문이야. 미국인도 아니고 첫 직장을 미국에서 시작하지도 않았고 더욱이 미국 명문학교에서 교육 받지도 않았거든. 미국의 경영학자 중 극히 소수이겠지만, 어떤 학자들은 변방 출신의 드러커가 현대 경영과 미국식 경영의 대부분을 정립했다 점에서 모욕감과 열등감을 느낀데.

승완아, 너는 2003년 드러커가 될거야. 그래서 두 가지 일을 해낼 거야.

너는 첫 책을 준비하고 있지? 우리나라에서 20대에 책을 낸다는 건 드문 일이야. 하지만 드러커보다는 8살이 늦었어. 아마 드러커의 첫 논문이 그랬듯이 너의 책도 어설프고 부족할꺼야. 그러나 늘 다음 책을 기대하는 드러커의 마음으로 첫 책을 출간하길 바래.

두 번째로 너는 대한민국 기업을 위한 조직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할거야. 현재, 경영은 이론과 실제 모두에서 조각나있어. 그래서 제각각 노는 이론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대부분의 경영자는 깨진 창문을 통해 현실을 바라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특히 오랜 시간 미국식 경영에만 의존해 온 국내 기업들의 경우는 조각난 경영의 폐해뿐만 아니라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론이라는 이중고에 시음하고 있어. 이제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경영모델이 필요해. 이론과 현실 모두에서 그래. 너는 그 일을 시작하는 거야.

2003년 12월 25일이 오면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묻고 자신 있게 대답하렴.

"2003년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

"몇몇 사람들과 조직들로 하여금 원하는 곳을 발견하고 그 곳으로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

2003년은 이미 와있어. 그것은 너의 머리 속에 있어. 너는 느낄 수 있어. 미래를 예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야. 그리고 창조된 미래는 이미 네 속에 있어.


2002년 12월 25일
내가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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