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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2007년 10월 29일 17시 24분 등록
금욜 아침..
무섭게 내리던 비는 언제 왔었나 싶게 맑고 청명한 가을 아침이다.

거실에서 한데잠을 자고 있는데, 웅성거림과 재잘거림이 날 눈 뜨게 한다.
실눈을 뜨고 시계를 바라보니,6시 50분...

미지근한 물에 숯가루를 삼키고 아침예배에 참석한다.
여기 오는 모든 분들, 신자가 아니라도 이곳에 와선
이곳 율법을 따라야 한다.
나도 알고보면, 하나님의 자식으로 등록 돼 있는 몸..
예배가 낯설지만은 않다.

예배 후 목사님이 가져다준 썬키스트병의 레몬즙 한병..
'으악 난 이런 신맛이 세상에서 젤 싫은데...'
익히 알고 있던 정보지만, 막상 30분 간격으로 레몬즙을 3.5 L를
먹고 있으려니 지옥이 따로 없다.

오전 9시쯤.. 500ml짜리 레몬즙 한통을 주시며 산보를 하라하신다.
목사님 댁을 나와 굽어진 오솔길들을 한없이 걸었다.
가끔 개 짖는 소리만이 적막함을 달래주고,
먼저 홍시가 되어 제 몸을 이기지 못해 '툭' 하고 떨어지는 감 소리가
전부인 고요한 그 길...
가장 많은 생각을 한 시간이었다..명상의 길...

돌아 와선 예쁜 두딸의 엄마 효진씨와 수다쟁이 할머니의
한많은 지난 삶을 들어 드리며, 또 깨닫게 된다.
난 참 괜찮은 남편을 가졌어..

그날은 두 꼬마아가씨의 보식 첫날...
과일밥이었다. 모두 포도밥에 질려 있는 분들께 아이들의 신선한
과일밥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난 그 포도 마저도 감지덕지 일것 같은데...
인생의 모든 잣대는 처해진 상황을 인식하는데 있는것 같다.

6시가 넘어서 처음 해보는 관장..
레몬껍질을 갈아 희석시킨 물이 몸 속 깊이 파고 들어
여기저기를 씻겨 내주는 기분..
숯가루 물이 까맣게 나올때는 왠지 두려움마저 느꼈다.

8시 저녁예배가 끝나고, 우람한 처녀 지연씨가 남자 친구를 자기 방에
재우고, 나와 함께 자겠다며 거실로 왔다.
173cm키에 주눅이 들었다. 첫인상이 참 강했다.
꿈벗 14기라는데 변경연 사람들에 대해선 잘 몰랐다.

그녀가 자긴 자살을 꿈꾸다 여기까지 왔다는 얘길 시작으로
거의 3시간을 떠들다 잠들었나보다.
이곳에서 3주일 차..
많이 밝아진 모습이라는데....
내가 보기엔 본래 천성이 밝다 못해 호탕한 성격인것 같다.
이야기가 통한다는 느낌을 받은 날이다.

레몬즙의 진한 신맛이 하루를 물들였지만, 끝나고 나서의
상큼함이란.... 난 낼부터 포도를 먹을 수 있다.


IP *.233.240.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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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10.29 19:44:03 *.70.72.121
이거... 이거... 완죤히... KO시켜버리누만. 뻥! 하고 재트비행기로 날아오는 펀치 속수무책으로 맞는 기분...

히야... 기다림은 꿈만이 아니다. 사람의 몫만이 아니다. 가슴 속 깊이 샘물 길어올리듯 아, 더운 뭉클함... 죽기보다 더한, 죽을 수도 있는 ...

너는 내 안의 신, 이미 오래 전 몹쓸 병으로 뿌리 뻗었을 지 모를, 천형의 탯줄 같은 그리움... 내 목숨버려 아깝지 않을 그런 의미, 그런 존재, 그런 사명의 모든 것 이었다. 살아생전에 너로 인해 허물어지고 싶은 내 존재의 모든 것, 나를 버려 너를 살릴 수 있는, 내가 죽어 네가 될 수 있는... 아, 사람, 사람아...

사랑, 말로 하지 마라. 사랑, 노래 하지 마라. 내 혼신의 눈물 행여 짐작이나 한다면 이대로 침묵하라. 가라앉아라. 돌이 되어라. 여기 함께 묻히고 묻히도록 천길 만길 깊고 깊게 스며 들어라. 후련히 살고 홀연히 갈지니... 애련아, 미망아, 그리고 또 내 목숨 같은 그보다 더한 단 하나의 의미야, 길아, 그리고 그리고 또 영원한 자유야, 무덤 속 진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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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줌마
2007.10.30 06:47:22 *.233.240.153
써니 언니는 댓글도 시 같아요. 시인으로 등단 해 보심이 어떠 하실지... 넘 멋져요..
맘 다잡을려고 이곳에 글을 올려 보는데요. 식구들 밥 챙기며 참아야 하는 이 심정, 정말 죽음입니다. 허나, 한번 해 볼랍니다. 제 인생의 가장 진한 나와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격려 감사드려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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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7.10.30 07:34:17 *.209.94.58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정말 나경씨 표현대로, 부부의 일상을 입체적으로 만나는 맛이 쏠쏠하군요. 하하, 앞으로도 한 가지 이야기를 따로 또 같이 들여다보는,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도 실험해보면 좋겠어요.

계속해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는 첫 걸음이 되기를,
"제 몸을 이기지 못해 홍시가 되어 툭 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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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줌마
2007.10.30 07:48:42 *.233.240.153
한명석님께는 제가 진빚을 갚지 못해 항상 맘에 두고 있었습니다.
챙겨 주신책 정말 고맙습니다. 남편을 통해 얘기 많이 들었어요.
변경연엔 멋진 분들이 너무 많아 옆에서 지켜 보고만 있어도
뿌듯하답니다. 더 즐거운 삶이 되시길 빌어요.지난번 모임하고
와선 한명석님이 넘 좋아 보이신다고 들었거든요.

칼럼도 빼 놓지 않고 보고 있습니다.
아드님이 받으셨다는 그 선물이 꼭 한번 보고 싶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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