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나의

일상에서

  • 홍승완
  • 조회 수 335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5년 3월 3일 16시 40분 등록
세 번째 이야기. 찰스 티일(Charles Thiel), 최초의 정량 흡입기(Metered-dose Inhaler) 발명

“3M혁신은 인간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에 착안한다. 이는 경쟁의 기초를 바꿀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바꾸기도 한다.”


1954년 산타 바바라의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막 학사 학위를 받은 찰스 티일(Charles Thiel)은 라이커 연구소(현재 3M 의약사업부)에서 주니어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그가 담당한 업무는 약초에서 약을 추출해 내는 것이었다. 어느 날 십대 소녀가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것은 티일의 연구원으로서의 경력 코스를 완전히 바꿨다. 당시 라이커 연구소 사장의 13살 먹은 딸은 심한 천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이 아이는 다른 환자와 마찬가지로 흔히 쓰이던 용기를 써서 그날 그날치의 약을 복용했다. 그런데 그 용기는 유리로 된 분무기와 같은 것인데, 쉽게 자주 깨어졌다. 또 약을 매회분마다 분무기 안에 새로 집어넣어야 했기 때문에 불편하기도 했다. 이 아이는 마침내 어느 날 이렇게 질문했다. “아빠, 천식 약을 왜 헤어 스프레이처럼 스프레이 캔 안에 넣지 못하는 거예요?”

이것은 좋은 질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해 좋은 대답을 찾기는 정말 어려웠다. 매회분의 복용량을 정밀하게 배급할 수 있는 장치는 헤어 스프레이처럼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훨씬 더 복잡하고 신중한 기술적 과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추진제와 약의 정확한 조합을 결정해야 하고, 엄정한 정밀성을 기해 인체에 흡입되는 스프레이당 흡입량을 통제할 수 있어야 했다. 과제의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티일과 동료 화학자들은 문제 해결에 나섰다. 1956년 티일은 라이커의 개발 실장이었던 어빙 포러쉬와 공동 작업을 시작했다. 포러쉬는 흡입기의 원형(prototype)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듀폰에서 구입한 추진제, 약을 용해시키는 알콜, 구식의 아이스크림 냉각 장치, 압축 용기로 사용할 소다수 병과 병마개 등의 조잡한 자재를 이용한 것이었다. 이 포러쉬의 흡입기는 향수병으로 상용화되었는데, 이 향수병은 필립 메쉬버그가 발명하여 라이커 연구소가 매입한 분무량 조절 밸브를 마개로 달고 있었다. “진짜 창의성이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물건이나 프로세스를 결혼시키는 것이다.” 티일의 말이다. 이것은 티일이 포러쉬와 메쉬버그의 연구 결과를 갖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 과정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하지만 말이야 쉬워 보이지만 실행은 그리 쉽지 않다. 예를 들면, 티일은 코에 심한 자극을 주는 알콜을 물로 바꾸기 위해 무려 114회의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어떨 때는 면도용 크림처럼 거품이 밀려 나왔고, 얼음 알맹이로 쏟아져 나오기도 했고 심한 악취가 나서 실패한 적도 있었다(실험 대상은 티일 자신과 그의 동료 연구원들이었다).

찰스 티일과 그의 동료들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1956년 최초의 효율적인 정량 흡입기를 발명했다. 그것은 부서지기 쉬운 유리 분무기를 금속 약병으로 대체하고, 매회 투입량을 재충전해야 하는 불편함도 함께 제거한 걸작품이었다. 오늘날 이 정량 흡입기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고 그 판매액도 전세계적으로 연간 20억불을 상회한다.

정량 투입기의 개발은 한 어린 천식 환자의 어려움과 불평에서 시작됐지만, 30년이 흐른 어느 날 티일은 그 아이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부터 가장 깊은 감사의 말을 듣게 된다. 티일은 1995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강연 여행 도중에 그 사람을 만났다. 그는 티일에게 자신이 내과 의사이며, 일곱 살 때부터 천식을 심하게 앓아 왔고 거의 평생을 티일이 발명한 정량 흡입기에 의존해 왔다고 말했다.

“찰리, 당신의 그 발명품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살아 있지 못했을 겁니다.”

“그 말에 나는 잠시 망연해졌어요,” 뒤에 티일은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회상했다. “추상적으로 가끔 나는 내 발명이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얼마나 기여했을까 생각하곤 했죠. 그런데 한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는 말을 직접 그렇게 듣게 되니... 글쎄, 그런 식으로 고마움의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그걸 잊지 못하게 되었어요.”




● 참고 자료:
* 한국쓰리엠 홈페이지: http://www.3m.com/intl/kr/
IP *.86.9.224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6 [Human transition] 5. 상징과 의식 [2] 홍승완 2003.06.22 3384
275 나를 뽑으려고 하는 사람의 4가지 질문 [2] 신밧드의보험(푸른약속) 2007.07.12 3384
274 [Human transition] 7. 변화를 지속시키는 힘-2 홍승완 2003.06.30 3385
273 나다움이란? 박상배 2009.05.29 3385
272 <식염수양의 좌충우돌 서점일기> ‘그날이 오면’ 서... [7] 식염수 2007.11.22 3387
271 [Human transition] 6. 변화를 지속시키는 방법-2 홍승완 2003.06.22 3388
270 IDEO의 나이트라인 프로젝트 홍승완 2004.12.31 3389
269 나는 늘 나에게 제 1 의 연구 대상이다 [2] 구본형 2006.06.23 3394
268 콘텐트 단식 [1] 맑은 2008.04.06 3411
267 강점과 강점을 연결하다. file [6] 맑은 2008.10.31 3413
266 [이순신과 조선 수군] 준비하지 않은 자와 준비된 자의 ... [1] 홍승완 2005.07.08 3415
265 [行]단식일기 첫째날 [7] 귀한자식 2006.08.31 3421
264 [Human transition] 2. 변화는 여행이 아니다-3 [2] 홍승완 2003.05.25 3425
263 베토벤 바이러스, 인생의 멘토로 손색없다 [2] 이기찬 2008.11.01 3427
262 생소한 직업 '재능세공사' 사용후기 (2) 이기찬 2008.10.22 3435
261 아티스트웨이와 그 효과 [2] 맑은 2007.11.15 3436
260 지옥의 포도 단식(3) [1] 삐걱 줌마 2007.11.02 3441
259 [이순신과 조선 수군] 무능한 조정(朝廷) (하) [1] 홍승완 2005.07.31 3447
258 참나찾기 단식일기 ① - 시작배경과 상세계획 [9] 김지혜 2007.05.22 3450
257 사진을 통해 알게 된 것 [5] 신재동 2008.03.02 3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