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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6일 08시 52분 등록

따뜻한 봄날이다. 당신은 회사에서 절친한 동기와 점심을 막 먹고, 남은 시간 동안 근처 공원을 산책한다. 여기저기 초록 새싹이 돋아나고 나비는 춘삼월을 희롱하고 있다. 좋은 시절이다.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가? 산책로 50미터 전방의 숲에서 동물원을 탈출한 호랑이가 웅크리고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새끼를 잃고 방황하던 호랑이는 사나흘 전에 동물원 담장을 훌쩍 뛰어 넘어 탈출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럼 사나흘은 족히 굶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를 노려보는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당신과 당신의 동료는 순간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그러나 곧 당신의 동료가 정신을 차리고 민첩한 동작으로 구두 끈을 고쳐 메고 있다. 당신이 절망적인 음성으로 말한다. ..동기야, 구두 끈 고쳐 메고 뛴들 호랑이보다 빨리 뛸 수는 없어. 고개를 숙이고 구두 끈을 메던 동기가 중얼거린다. 아니, 호랑이보다 빨리 뛸 필요 없어. 나는 너 보다만 빨리 뛰면 돼! 그 말이 떨어지자 마자, 그렇게 절친했던 당신의 동료는 반대 방향으로 냅다 뛰기 시작한다. 그러자 이내 먹이가 달아나는 것을 본 호랑이는 득달같이 자리를 박차고 올라 무시무시한 속도로 뛰어 오기 시작한다. 당신은 굶주린 호랑이와 당신을 버리고 달아난 동기 사이에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다행히 당신이 올림픽은 아니라도 전국 체전에서 메달권 안에 드는 육상 선수 출신이라면 곧바로 뛰어 동기를 추월하면 된다. 동기에게는 미안하지만 호랑이가 동기를 잡아 먹는 동안 당신은 안전한 곳으로 도망갈 수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달리기 실력이 고만고만할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동기의 뒤를 쫓아 뛰기 시작한다. 동기보다 더 잘 뛰려고 시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결과는 뻔하다. 당신은 앞서 출발한 동기를 추월할 수 없을 것이고, 당신 혼자 호랑이에게 잡히거나 아니면 둘 다 호랑이에게 잡힐 수도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동기와 다르게 하는 것이다. 물론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불확실성도 크고, 그렇기에 어떤 장애가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또 어떤 희망과 가능성이 있는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동기와 똑같은 방향으로 달린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는 것이다. 당신이 달리기는 못해도 팔 힘이 세다면 옆에 나무나 다른 구조물이 있는 경우 그것들을 이용하여 당신의 생태적 틈새에서 안전하게 생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지만 미국처럼 넓은 나라에서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운전자들이 환각을 경험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한다. 탁 트인 공간에 놓인 한 줄기 고속도로를 따라 몇 시간 이상 가다 보면 넓은 6차선의 도로가 제1차선으로 좁아지면서 그다지 멀지 않은 전방에 하나의 점으로 모이는 환각현상이다. 이렇게 되면 운전자의 시야가 급격히 좁아져 주변의 사물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졸음운전과는 또 다른 현상이지만 이 역시 사고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현상이다.

기업도 개인도 이런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경쟁의 압박이 심하면 심할수록 시야가 더욱 좁아진다. 다양한 방법이 존재함에도 오직 눈 앞에 보이는 방법, 남들이 좋다고 하는 방법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바로 그런 상황이 아닐까. 그럴 때는 마치 선잠을 자다가 가위에 눌린 것과 같은 느낌이다. 의식은 돌아왔는데 육체는 통제가 되지 않는다. 깨어나야 한다. 깨어나서 보다 높은 관점에서 넓게, 멀리 보고 경쟁자와 다른 수많은 방법들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오늘도 주문처럼 이 말을 외워보라. 나는 무리와 다르게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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