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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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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6일 01시 16분 등록







욕실로 들어서는 마음가짐이 특별히 비장하다.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건으로 새해 첫 출근하는 첫 얼굴을 닦으리라! 그러면 새롭게 시작되는 일년도 파이팅하며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형형색색 나란한 수건들 앞에 서니 도대체 어떤 수건을 선택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분명히 30년 넘게 매일 아침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는데, 이 집으로 이사 오고 나서도 2년 동안 같은 수건을 반복해서 썼는데, 지금 저 수건들도 몇 번씩은 번갈아 내 얼굴을 닦았을 텐데. 한번도 그 느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보드라운 수건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좀 뽀득뽀득한 수건이 물기를 잘 흡수해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까끌거리는 바짝 마른 수건을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분홍색이라는 이유로 동네 연탄 구이집 오픈식 때 준 수건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한데. 오늘처럼 작정한 날엔 도대체 어떤 수건을 집어야 한단 말인가.

수건 따위(!)에 취향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해 보지 못했다. 좋아하는 와인, 좋아하는 노래, 좋아하는 음식을 물으면서도 어떤 수건을 좋아하는지 묻는 사람은 없었다. 자기 소개를 하는데 난데없이 좋아하는 수건 스타일을 말할 수도 없지 않은가. 게다가 수건은 항상 공짜로 받는 물건이다 보니 항상 내 취향과 상관 없이 랜덤하게 우리집에 배치 되었다. 내가 직접 산다면 색깔도 고르고 만져도 보면서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지도 모른다. 그냥 개업식에서 받아온 것을 엄마가 수건함에 배치해 준 순서대로 차곡차곡 썼고, 내 순서에 맨 윗자리에 놓인 것이 그 날의 내 수건이 되었다. 그러니 나는 한번도 이 고민을 해 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앞으로 일 년 동안은 우리집 수건을 잘 연구해 봐야겠다. 수십개의 수건을 돌아가면서 써 보고 그때 느낌이 어떤지 잘 기억해 뒀다가 내년 첫 날에는 자신있게 내 스타일의 수건에 예쁜 왕관 하나를 붙여줄 생각이다. 12월 30일쯤엔 아무도 그 수건을 못 쓰도록 내 옷장에 따로 담아 두었다가 첫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내 얼굴을 닦아야겠다. 무지 재밌을 것 같아 기대 된다.

‘내가 좋아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달기 위해서는 뭔가 세련되고 멋있는 부류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스파게티나 커피처럼 주문할 때 내 취향이 있으면 좀 있어 보이는 것이거나, 향수나 패션스타일처럼 나를 말해 줄 수 있는 것이거나, 와인처럼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억지로 준비해 놓는 정도의 멋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혹은 어떠한 대답을 하더라도 특별히 못나 보이지 않는 좋아하는 꽃이나 색깔 정도에만 취향을 갖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수건은 너무 개인적이기도 하고, 또 어쩌면 취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일상적인 선호도이기에 이런걸 취향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이라는 정도의 이름은 부담없이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살아가면서 아무도 묻지 않겠지만, 스스로를 기분 좋게 해 줄만한 사소한 취향을 많이 만들어 놔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수건’ 이라는 일상적인 취향을 찾는다면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먹는 것보다, 좋아하는 와인을 마시는 것보다, 좋아하는 색깔의 원피스를 사는 것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보다, 내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일은 훨씬 쉬워질 것 같다. 언제든 가벼운 세수만으로도 내 기분을 산뜻하게 단장해 줄 수 있을 테니까.

=====

우리는 자신의 성격과 기질에 지나치게 집착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중요한 능력은 다양한 삶의 방식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직 한 가지 삶의 방식에만 달라붙어 매달리는 것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지 사는 것이 아니다. 가장 훌륭한 영혼은 가장 많은 다양성과 유연성을 가진 영혼이다. <'몽테뉴의 숲에서 거닐다' 중에서>

-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꼭지로 새로운 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 사람들에게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


IP *.169.218.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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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희
2010.07.06 09:22:27 *.219.138.90
내가 좋아하는 수건, 내가 아끼는 수건,
저는 아끼는 수건이 있어요.
매년 남편의 회사에서 나오는 스포츠타올입니다.

100_3010.JPG

세련된 무언가가 아니어도 일상에서 작은 기쁨을 주는 것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그쵸?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말이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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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뵤
2010.07.07 13:33:37 *.194.220.133
역시! 앞서가는 감성의 태희언니. ^-^
이미 수건을 갖고 있다뉭~ ㅎ

언니의 활짝 웃는 모습. 보고 싶어요. ㅠㅠ
나에게 주는 선물 꾸러미 들고 찾아 갈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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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엽
2010.07.07 13:08:30 *.216.38.10
수건이 주는 여유.
세안 후의 청아함.
수건을 통한 일상의 발견.

역시 다뎀뵤!!
나에게 주는 선물, 이제 기쁜 마음으로 기대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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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뵤
2010.07.07 13:36:03 *.194.220.133
히히. 둘러보면 신나고 재밌는 일이 많아요.
(오빠만큼 ㅎ) 눈 똥그랗게 뜨고 많이 찾아 올께요! ^^
화이링화이링~~~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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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급
2010.07.09 05:31:13 *.108.5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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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2010.07.10 02:56:14 *.124.150.202
어찌어찌하다가.. 성석제 소설의 세계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요즈음..
문득 그대가 떠올랐다는..
우리, 조만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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