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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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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24일 13시 27분 등록

누군가의 참된 역할모델이 된다는 것

 

보통의 선생은 그저 말을 하고, 좋은 선생은 설명을 하고, 훌륭한 선생은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 위대한 스승은 영감을 준다. 스승을 가장 욕보이는 제자는 스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며, 스승을 가장 기쁘게 하는 제자는 스승을 뛰어넘어 스승의 이름을 빛내는 사람이다.

 

-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 -

 

리틀 강건우에게 강마에는 어떤 존재일까?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쌍건우 관계 연대기를 잠시 되돌아 보자. 강마에 입장에서는 기억조차 못하는(기억하기 싫은 기억일 수도 있고) 짧지만 인상적인 해프닝으로 그들은 처음 조우했다. 결과는? 음악적 성취는 어떨지 몰라도 클래식에 대한 혐오감을 만들어 낼 정도로 고약하고 오만하며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느낄 수 없는 인격파탄자라는 각인이다.

 

꽤 많은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강마에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비호감 왕싸가지다. 두루미가 없었다면 쌍건우의 관계는 첫번째 조우에서의 각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강마에의 치졸한 복수심으로 시작된 넬라 환타지아는 두 사람의 관계를 극적으로 바꾸어 놓는다. 음악이 이토록 위대할 수 있다는 것, 지휘가 빚어내는 천상의 세계의 황홀함을 처음으로 맛보게 해준 강마에의 마법에 리틀 강건우는 진심으로 강마에를 동경하게 되고 자신안에 숨겨져 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을 깨닫게 된다.

 

 

쌍건우의 관계가 또 한번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리틀 강건우가 안정된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현실적인 두려움으로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음악에 대한 꿈을 접으려 하는 상황에서 던진 강마에의 일갈이다. 이 시점에서 처음으로 강마에는 리틀 강건우에 대해 진정한 애정이 담긴 조언을 해줌으로써 그의 부지깽이이자 불쏘시개 역할을 자임하게 된다.

 

조금씩 서로에 대해 이해를 넓혀가던 이들이 진짜 스승과 제자사이로 발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생긴다. 이른바 정명환 파동이다. 이 사건을 통해 리틀 강건우는 강마에의 진심을 알게 되고 자신을 이끌어 줄 '좋은 선생'으로 그를 받아들이게 된다. 강마에 역시 정명환을 선택하는 것이 편하고 유리한 길임을 알면서도 자신을 스승으로 선택해 준 리틀 강건우를 공식적인 첫번째 제자로 기쁘게 받아 들인다.

 

그렇게 스승과 제자는 기회를 주고 기쁘게 배움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장점을 살려 수많은 장애물을 이겨내고 석란시향의 창립공연을 성공시킨다. 이 과정에서 강마에는 강력한 리더쉽을 보여주며 '훌륭한 선생'이 되고 리틀 강건우는 흔들리던 스승을 자기다운 통쾌한 조언으로 바로 세우며 스승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자기답게 홀로 선다는 것

 

시작은 제자에 대한 믿음이었다. 강마에가 자기 단원들을 살리기 위해 모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에게는 없는 리틀 강건우의 사람들을 따뜻하게 추스릴 줄 아는 능력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놀라운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제자의 음악적 역량 부족과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어려움은 자신이 메워줄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과 함께 말이다.

 

제자는 스승이 보여준 믿음을 다르게 해석한다. 스승의 그늘에서 벗어나 혼자의 힘으로 무언가 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스승의 믿음에 대한 보답을 하리라 마음 먹은 것이다. 이 지점에서 지금의 갈등이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두루미로 인한 감정적 앙금과 반발이 리틀 강건우의 독립의지를 더 재촉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기답게 홀로 딛고 있어서는 모습을 통해 스승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본질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과정에서 인식의 다름으로 발생하는 오해와 의견차이가 개입되면서 쌍건우의 관계는 의도치 않게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되기 시작한다. 제자가 섣부른 자존심으로 잘못된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강마에와 자신이 기대했던 것만큼 자신을 믿어주지 않고 여전히 스승의 그늘에서 움직여줄 것을 강요하는 스승에 대한 리틀 강건우의 반발심이 격하게 충돌하면서 이제까지 아름답게 쌓아오던 두 사람의 관계를 위험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오해가 무서운 것은 한번 시작된 이상 진실이 밝혀지기전까지는 더 큰 오해를 증폭시키는 속성 때문이다. 제자가 홀로설 수 있기 전까지는 후원과 채찍질을 아끼지 않으려는 스승의 진심은 홀로서고 싶은 제자의 의지를 꺽고 제자의 자기다움을 인정하지 않는 스승의 독단으로 비춰진다. 또한 스승의 가르침을 가슴에 품고 그 바탕하에 자기다움을 접목해서 의미있는 성장을 꾀하고 싶은 제자의 마음은 스승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자기다움에 대한 지나친 맹신에 빠져 섣부르고 위험한 도박과 반발로만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쌍건우의 관계라는 입장에서만 보면 두루미의 존재는 지금까지는 재앙에 가깝다. 비록 두루미의 사랑이 강마에의 또 다른 내면을 자극하고 보듬어 그를 좀 더 사람냄새 나는 존재로 만들어주고 있지만 그가 그토록 천착하며 구축해 온 자신만의 음악세계에는 원치 않는 혼돈을 가져다 주고 있듯이 자기를 뛰어넘을만한 잠재력을 가진 너무나 소중한 제자를 쓸데없는 감정의 동요없이 이끌어 주는데에도 방해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제까지의 강마에는 훌륭한 리더이자 스승으로서의 면모는 충분히 보여주었다. 그가 익숙치 않은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속에서 자신안에서만 완벽한 강마에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이들의 자기다움을 인정하고 살려줄 수 있는 현명한 해법을 찾아 위대한 스승으로서의 지휘를 보여주는 진정한 인생의 마에스트로로 거듭날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

 

두루미는 기대고 싶을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강마에가 섭섭하지만 사랑하는 이의 무심함을 질타하려는 리틀 강건우의 추궁에 서둘러 강마에를 변호한다. 더이상 부담주고 신경쓰게 해서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만은 멋진 모습으로만 남고 싶다고. 리틀 강건우는 아프게 그녀의 말을 듣지만 그녀를 이해할 수 있다. 바로 두루미를 향한 자신의 마음도 그러함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하이든은 자신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 김갑용의 따뜻한 손길을 잊을 수 없다. 처음으로 자신보다 더 자신을 사랑해주는 존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제 김갑용에게 자신이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녀는 치매 할아비가 온다 할지라도 김갑용의 기억속에서 자신이 지워지는걸 용납할 수 없다.

 

 

 

그랬던 그녀가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김갑용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주는 것이 사랑이다. 자신을 하이든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사랑하는 이가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할 때 필요한 모습으로 곁에 있어주는 것이 사랑임을 깨달은 것이다. 어리고 고집불통이고 연약한 하이든이지만 사랑은 그녀를 성숙하고 유연하며 강한 심지를 가진 현명한 어른으로 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박현권은 임신한 아내를 속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해고사실을 숨기며 무거운 짐을 스스로 짊어진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분노하기 보다는 그런 남편의 마음고생이 절절하게 느껴져 야윈 남편의 뺨을 어루만지며 가슴 아파한다. 두 사람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했을 뿐이다. 자신만의 생각으로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바라는대로 함께 하는 것이 사랑의 본질에 더 가까운 것임을 실감하게 된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자. 스승을 실망시키지 말고 제자를 아프게 하지 말며 사랑하는 이를 외롭게 하지 말자. 내 존재감에 대한 욕구보다 사랑하는 이가 필요로 할 때 필요한 모습으로 채워주는 존재가 되자. 자신의 아픔을 사랑하는 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숨기지 말고 믿고 의지해 보자. 사랑은 그치지 않는 샘물이며 함께 나눌수록 깊어지는 그윽하고 다정한 묘약이다. 사랑은 열정을 만들고 믿음을 튼실하게 하며 함께 만들어 가는 꿈의 기쁨을 더해준다. 음악과 사랑과 꿈이 있는 베토벤 바이러스가 그래서 난 좋다.

 

사족 하나. 쌍건우의 포커씬에서 흘러 나오던 정전자(도신)의 주제음악에 화들짝 놀람. 연출자의 귀여운 센스에 경의를 표함. 이런 장면으로 두 사람의 진심과 대결구도를 한방에 담아내는 홍자매의 솜씨에 다시한번 한아름의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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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2008.10.24 21:20:02 *.138.68.36
운치 있는 글 정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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