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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23일 18시 34분 등록
무예를 익히듯 변화의 길을 가라. 2006년 6월, 한국방송공사

한 사람이 벽에 난 문을 열고 새로운 세계로 나가려고 한다. 손잡이를 잡고 문을 밀었다. 그러나 문은 열리지 않는다. 다시 한 번 밀어 보았다. 그래도 열리지 않는다. 그가 그동안 열었던 모든 문들은 다 밀어서 열었다. 그러나 이 문은 안으로 잡아당겨야 열린다. 밀어서 여는데 익숙한 사람은 이 문을 열수 없다. ‘밀어야 열린다’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이 문을 열수 없다.

장자는 ‘밀어야 열린다’는 무의식적인 생각을 ‘성심’(成心) 이라 불렀다. ‘이미 이루어진 마음’이라는 뜻이다. 이 성심을 가지고는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문을 열수 없다. 문을 열기 위해서는 성심을 비워내야 한다. 성심을 비워내는 것 , 이것을 ‘허심(虛心) 즉 비운마음이라 불렀다. 장자는 허심을 ’날개 없이 나는 법‘으로 비유했다. ’버림‘ 없이는 익숙한 세계에 나포되어 포획됨으로써 새로운 삶으로 거듭 날 수 없다. 따라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해체해야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다. 이 비움의 어려움 때문에 변화는 그 시작부터 수련의 의미로 상징된다.

생계형 월급쟁이로서의 직장인의 세계를 벗어나 전문인으로 전환하는 변화의 여정은 무사가 입산 수련하는 것과 같다. 변화의 여정은 크게 출발 - 입문 - 귀환 - 소멸의 과정을 겪게 된다.

출발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는 출발하는 것이다. 출발이 바로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을 열고나서는 것이다. 현재를 더 이상 체류할 수 없는 불만족스러운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 이것이 출발의 전제 조건이다. 익숙한 세계에 대하여 분노하고 그 공간에 머물러 있는 자신을 창조적으로 증오하지 못하면 이 공간을 깨고 나설 수 없다. 출발은 자신을 그동안 움직여온 생활의 패러다임을 단박에 깨뜨려야 이루어진다. ‘밀어야 열린다’는 인식을 무찌르지 않으면 문은 열리지 않는다. 문 앞에 서서 문을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 여기 있어야할 모든 이유들이 소매를 잡고, 문 밖의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우리는 수없이 주저앉는다. 일상을 구성하는 패턴과 그 패턴을 지속시키는 ‘성심’ 을 버려라. 그러면 문을 열고 나설 수 있다. 문을 나서지 않고 떠날 수 있는 여행은 없다.

입문

입문은 수련이다. 자신의 하루를 완전 개편하는 것이다. 시간표를 다시 짜고, 자신을 수련하기 위한 시간을 다량 투입해야 한다. 자신을 위하여 하루의 10%를 투입하라. 수련시간을 자신의 미래를 위한 R&D로 활용하라. 수련하는 사람이 명심해야할 원칙이 있다.

1) 수련을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한다. 그 수련의 영역은 지금 일하고 있는 분야거나 앞으로 하고 싶은 분야거나 잘 할 수 있는 분야여야 한다. 책읽기여도 좋고, 글쓰기여도 좋고, 자격증의 획득을 위한 공부여도 좋고, 세미나에 참석하거나 MBA 수업이어도 좋다. 그것이 무엇이든 수련이 최우선 순위가 되게 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2) 매일 수련하라. 하루가 무너지지 않게 하라. 하루가 무너지면 수련도 없다. 가장 두려운 사람은 열정을 가지고 매일 수련하는 사람이다. 어느 영역이든 관계없다. 매일 나아지는 사람만이 어제에 머물지 않는다.

3) 매일 같은 시간대에서 같은 양의 시간만큼 수련하라. 수련자체가 습관이 되어야 고통스럽지 않다. 새벽이어도 좋고, 자기 전이어도 좋고, 언제라도 좋다. 그러나 같은 시간에 수련하라. ‘같은 시간’의 수련은 운동처럼 건강한 중독을 만들어 내고, 수련은 자연스러운 습관이 된다. 좋은 습관을 하나 만들어 내는 것은 훌륭한 유산을 자신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귀환

입문하여 수련한 이유는 세상에 나와 익힌 것을 쓰기 위함이다. 자신을 위하여, 그리고 자신이 속한 조직과 사회를 위해 기여하게 되는 단계를 ‘귀환’이라 부른다. 마치 무예를 익혀 하산하는 것과 같다. 이제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성숙된 직업인이 된 단계라 할 수 있다. 이때 전문성은 현장 속에서 ‘실전무예’로 그 성숙을 향해 치달리게 된다. 자신의 분야에서 이름을 시장에 알리고, 스스로 가치를 창출해 가는 과정이다. 자신의 이름이 가지는 브랜드 파워를 즐기게 되는 것이며, 스스로 고용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시장에서의 고용가능성이 절정에 이른 단계라 할 수 있다.


소멸

소멸은 물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소멸은 단순히 사라져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변화와 관련하여 나는 변화를 원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장례식’을 치러야 한다고 설득한다. 과거의 자신을 파묻어 버리는 가상의 장례식을 치루며, 그 현장에서 질문해야한다. ‘나는 무엇을 하고 살 것이며, 어떻게 종말을 맞는 것이 가장 훌륭한 시나리오인지’ 그려 보는 것이다. 죽음은 홀연 이 삶이 이렇게 시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문득 생계형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것을 ‘참을 수 없는 현실’로 규정하게하고, 전문적 직업인으로 가는 길을 찾아 나서는 변화에 대한 열정이 작동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를 출발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소멸은 다른 출발로 이어지고, 우리는 변화의 한 사이클을 지날 때 마다 성숙해 지는 것이다. 은퇴 이후의 삶, 그것 역시 또 다른 인생의 출발이다.

신화학자인 조셉 캠벨은 출발-입문-귀환-소멸을 영웅적 삶의 궤적이라고 설명한다. 변화란 밥벌레로 사는 소시민적인 삶을 버리고 조금 다른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정보와 지식의 시대라는 시대적 물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동일한 삶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일과 삶을 스스로 기획해 가는 작은 영웅으로서의 삶을 받아들이고 그 궤적을 따라 일상을 개혁하는 것이다. 이것이 변화가 자신을 실현해 가는 궤적이다.
IP *.116.3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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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선장
2006.06.23 23:05:16 *.177.160.239
글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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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수
2006.06.29 16:48:03 *.233.85.248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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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경
2006.07.10 10:58:42 *.175.113.128
경지! 어쩌면 이렇게 폐부를 찌르는 글을 쓰실 수 있으실까?
참으로 나날이 발전하고 계신 것을 보면서^^ 어찌 그를 따르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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