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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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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19일 03시 04분 등록

' 이제껏 많은 업적을 이룬 사람이라도,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만큼 스스로를 그렇게 재능 있는 사람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 운이 좋았거나 좋은 환경 덕택에 성공했을 뿐이지 절대 강점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대한 나의 발견,강점 혁명, p191)

나의 직업을 가장 빨리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단어는 헤드헌터다. 별로 좋은 어원에서 온 것도 아니어서 사내에서는 컨설턴트로 명명하지만, 일반 구직자들과 상담하다 보면 '아, 헤드헌터시군요'라고들 한다.

내 업무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채용을 의뢰 받아서 적합한 후보자를 찾아내어 추천하는 것이다. 이 일을 하기 전까지 나는 헤드헌터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었고, 또 헤드헌터한테 전화를 받아본 적도 없었다. 지금의 회사에서 첫 보직은 홈페이지 관리와 온라인광고(기업들의 채용공고) 담당이었다.
4개월 후 부서이동 제의를 받고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첫번째 이유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상사가 그 부서에 있었고, 두번째 이유는 첫 보직이 정말 한가로웠기 때문이다. 점심 시간 전에 내 맡은 일은 거의 80% 이상 끝낼 수 있었고, 오후 시간은 그야말로 뭘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막막할 정도였다. 6시 땡하면 칼퇴근해도 아무 지장이 없는 그런 자리였다.
부서 이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의뢰고객사에 계약서를 들고 방문상담을 나갔다. 정장을 입을 일이 별로 없었기에 최대한 단정한 차림으로 나갔지만 무더위에 좀 지쳐서 고객사의 인사차장 앞에 앉았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차장님은 전라도 사투리가 심해서 말을 한번에 알아듣기 힘들 정도였다. 거기다 무조건 수수료를 깎으라는 엄포에 한 20분은 계속 기싸움(!)을 해야했다. 어찌됐건 계약서에 사인을 받고 나오는 길에 내게 하시는 말씀이 '초보시죠?'였다. 뒷통수가 어찌나 화끈거리는지 회사로 돌아와 내 자리에 앉아서야 내가 뭘 잘못했는지 생각을 하기 시작했지만, 알 수 없었다.
뭐든 하긴 해야겠고, 일단 분위기를 바꿨다. 거의 허리까지 오던 긴 웨이브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없는 돈에 검정 정장을 샀다. 방문상담이 있는 날은 립스틱만 바르던 얼굴에 정성껏 화장을 하고, 반짝이는 이어링도 했다.

의뢰 건수가 늘어가고, 방문 횟수가 더해지면서 나는 많이 변했다. 이전 부서에 있을 때는 얌전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자신있어 보인다, 노련해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회사의 브랜드 파워가 주는 후광도 있지만, 이제 고객사 방문시 대등하거나, 내가 주도하는 편이다. 회사의 임원진에게서 칭찬도 듣고, 신입들과 팀원들에게 업무교육도 한다. 현재의 내 직업이 좋다.

지금의 일에 이르기까지 나는 여러가지 일을 해 봤다. 대학졸업 후 첫직장은 전공인 의상디자인과 관련된 무역회사였다. 주로 일본 쪽에서 의류 오더를 받아 제조, 수출하는 회사였는데, 나는 바비어 상담 및 샘플제작, 오더진행을 맡았었다. 영어가 싫어서 일어 공부를 계속 했는데, 취업 시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두번째 직장은 부모님이 하시던 의류도매상이었다. 4학년 졸업학기에 갑작스럽게 암으로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가게를 맡아서 어머니가 하던 일을 내가 맡게 되었다. 밤엔 가게에서 장사하고, 아침엔 원단가게, 공장.. 피곤했었다. IMF 이후 여유자금이 없던 가게는 무척 위태위태했다. 그 와중에 난 대학 시절 꿈꿔왔던 선교사의 길로 과감하게 턴을 했다. 가족들에겐 미안했지만, 나름대로 무척 절박한 맘이었다. 파트타임 훈련에서 풀타임 스텝으로 거의 5년간을 선교단체에서 일했다. 무보수였지만 행복했고 이 길이 틀림없이 나의 길이라고 믿었기에 자부심도 있었다. 하지만 가정의 경제적인 문제로 단체를 나왔고 결국 다시 회사를 들어가기엔 너무 많은 나이에, 특별히 가진 기술도 없고, 많은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절친한 지인 한분이 지금의 회사에서 사람을 뽑는다고 알려주셨고, 인터뷰를 거쳐 입사했다.
당시 정규직으로 내가 채용된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사람에게서 구하라' 강연회에 참석하기 전까지, '나의 그릇을 알라'는 구 본형 선생님의 말씀을 듣기 전까지, 먼지가 쌓여있던 '그대,스스로를 고용하라'와그외의 선생님의 책을 다시 펼치기 전까지 난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거라고 아니 앞날은 생각도 안 해 본 것이 사실이다. 운이 좋아서 어찌 하다 보니 좋은 직장을 들어왔고, 눈치는 좀 있어서 업무에도 빨리 적응한게 아닌가, 살아온 나이가 있으니 젊은 친구들보다야 회사의 담당자들과 구직자들을 상대하기 쉬웠던게지 라고 생각했다.

주말동안 '위대한 나의 발견,강점 혁명'과 '코리아니티'를 읽었다.
'나'라는 사람에게 굉장한 호기심이 구름덩이 커지듯이 몽실몽실 생겼다. 내 과거와 현재를 잘 풀어서, 지금 내가 재밌어하고 좋아하는 이 일이 내게 할만한 적합하고, 합당한 일인 것을 증명하고 싶다. 아.. 두려움의 시커먼 구름도 함께 있다. 꽤 오랜 세월 나의 어떠함보다는 하나님과 타인의 어떠함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와서일까. '나'를 들여다보고, 과거를 들여다보면서 실패로 결론이 난다면, 내가 가진 재능과 기술은 정말 하찮은 것이 아닐까, 라는 두려움이 나를 정직하지 못하게 한다. 아무래도 내 변화경영 첫 장애물은 '진정한 자아에 대한 두려움'인 것 같다. 잘 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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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로
2007.03.19 08:02:22 *.152.82.31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자주 읽었으면 좋겠군요.
근데, 연재란 시작하면 끝날때까지 계속해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궁금해지잖아요?
독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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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2007.03.19 09:40:33 *.133.120.2
저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최근에 이직 저도 헤드헌터분들을 많이 만났었는데, 쉬운 일 같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저 자신도 사실 황당한 경우도 당했었구요.. 그래두 사람과 사람을 인연맺게 해 주는 일이니까 보람이 클 거 같아요. 앞으로 헤드헌팅 일 하시면서 겪은 일들도 올려주시면 많은 구직자 또는 이직자들에게 도움이 될거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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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3.20 14:54:12 *.140.145.63
사무엘님을 꼭 한번 뵙고 싶군요. 저는 강점찾기 프로그램을
제가 새롭게 시작한 일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시간 괜찮으실 때 연락 한번 주세요..^^ 019-218-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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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2007.03.21 01:04:56 *.234.26.40
자로님: 인터넷 상에서 이렇게 글을 길게 써보긴 이 곳이 처음입니다. 취미관련 카페도 아니고, 나를 오픈하는 글을 쓰는게 쉽진 않았는데,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여정을 멈추지 말고 계속 가라는 격려의 뜻으로 생각해도 좋겠지요? 자로님의 단식 연재 글, 저도 출력해서 봤었습니다. 조만간 시작하려고요~
Alice : 황당한 경우를 당하셨다니.. 하긴 헤드헌팅이 기업체에서 서비스 수수료를 받다 보니, 구직자에게 소홀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또 구직자 분들이 그냥 연결이나 해주지 뭘 시시콜콜 물어보나.. 할 때도 있고요. 그래도 말씀하신 것처럼 좋은 인연이 되고, 또 좋은 분들 만나서 일 이야기뿐 아니라, 사는 이야기 하다 보면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기찬님: 어떤 일을 하시는 분이신지 궁금합니다. 핸드폰 번호까지 알려주시니, 연락 꼭 드려야겠는데요. 참, 위의 책의 코드를 넣고 검사를 하려고 했더니 안 되더군요. 헬프 메일은 보냈는데 아직 소식이 없고.. 급한 성격에 기다리느라 ;; 힘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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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찬
2007.03.21 02:06:25 *.140.145.63
혹시 설문조사중에 중단하셨다가 다시 시작하신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그럴 경우에 문제가 되더군요. 만약 그렇다면 출판사측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할 공산이 클겁니다. 그 문제가 아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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