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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6일 23시 57분 등록
A는 정년퇴직을 하고, 상권분석과 아이템 찾기에 열중이다. 그에게 자문을 구하면, (얼마전까지만 해도 회사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창업 전문가 버금가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 관심 분야는 편의점이다. 열심히 발품을 팔아서 마음에 드는 상권에서 잠복근무한다. 시간대별 유동인구를 분석하고, 성향과 나이를 계산한다. 일매출 얼마가 나올 것인지, 가닥이 잡히고 한달 얼마가 내 주머니에 떨어지는지 계산이 착착 나온다. 상권에 통달하고, 현 트렌드와 인기 있는 아이템에 정통하다. 정작 사업을 하고 있지 않는 모습은 의아하다. 퇴직금으로 받은 자본이 있기는 하나, 취업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친구중에 마켓팅학 박사를 받고, 대학교수가 된 녀석이 있다. 본업인 교직 이외에도 사기업에서 컨설팅 의뢰가 온다고 한다. 얼마전에는 장충동에 있는 유명 족발집에 컨설팅을 해주었다. 규모가 커지다보니, 공장을 세우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중이었다. 친구는 그들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대부분 뻔한 내용이었다. 고기를 정량화 시키기 위해서 진공 포장을 해야한다는 둥, 관리를 전산화해야한다는 둥의 이야기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문가가 말하면 다르게 들리는가 보다.

동부 그룹의 김준기회장은 3가지를 하지 않는다. 헤드헌터 쓰지 않고, 30대 임원을 뽑지 않고, 외부 컨설팅을 쓰지 않는다. 왜냐면, 문제의 본질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사장 본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자기 식당에 냄새가 나는지 사장은 모른다. 외부의 객관적인 입장과 평가가 필요한 것이다. 그럴듯하지만, 문제를 제거한다고 매출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사업자가 원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다. 털어서 먼지 나오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는가? 계속 보면 문제가 나오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외부 컨설팅은 문제를 발견하고, 제거해주는 사람이다. 새로운 수익원은 사장과 기존 직원들의 일이다.

전문가는 특정 작업을 할 프로세스에 익숙하고, 그 일을 할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들이라고 뾰족한 방법은 없다. 예전에 닭한마리를 시작할때, 요리학원에 문의했다. 닭한마리 육수를 맛있게 만들고 싶은데, 그 비법을 가르쳐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메뉴 한가지 비법을 가르쳐주는데, 50만원 달라고 한다.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위생교육을 하루 동안 받아야 한다. 교육장 주변에 명함 나누어주는 사람들 많다. 모두 비법전수 해주겠다는 사람이다. 자신의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요리에 있어서 비법은 딱히 없다. 정성을 들여서 좋은 재료로 만들면 그만이다.워낙 텔레비젼에서 맛집 난리치니까, 맛집에는 마약이라도 넣는 비법이 있는줄 안다. 그래서 자기 식당 직원을 파출부인냥 위장시켜서 하룻동안 주방을 보고오게도 시킨다. 그래보았자 얻어오는 것은 없다. 특별한게 없다. 요리책이나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내용이 더 구체적일 것이다. 혹은, 직접 물어봐도 가르쳐준다. 코카콜라 같은 대단한 비법이 아니다.

외부컨설팅을 초빙하고, 여기저기 자문을 구하는 심리의 기저에는 두려움이 있다. 되도록이면 실패하지 않을려고 하고, 실패를 통한 지출을 아끼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매출이라는 것이, 돈을 쓰지 않으면 오르지가 않는다. 마켓팅 비용이건, 현상품의 업그레이드건, 디자인 리뉴얼이건, 돈을 지출을 해야한다. 예를 들어, 기업은 정기적으로 CI를 바꾸고, 제품 포장도 당대의 트렌드에 맞게 리뉴얼한다.CI를 바꾸면 주가가 오른다. 은행 CI를 바꿀려면, 전국의 간판을 모두 동시다발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엄청난 일이다. 상품포장을 리뉴얼하면, 해당 상품의 매출이 오른다. 내용물을 바꾸지 않고, 단지 포장만 더이쁘게 만들어도 매출이 오른다. CI, 디자인 리뉴얼을 하면 매출이 오르지만,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사업은 매장이 오픈하고 난다음부터 시작이다. 정년퇴직을 하고, 안정성을 위해 프랜차이즈를 하는 사장님들은 이것을 간과한다. 어쩌면 오래된 수동성때문에, 일도 남이 밥상을 차려줄때까지 기다리는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말하는 수동성이란, 회사가 손님을 물어다줄때까지 기다리는 태도다. 문만 열어놓고, 아무런 액션이 없다면 절대 손님이 들어오지 않는다. 물건을 필요해서 사는 사람은 이제 없다. 즐겁거나, 만족하기 위해서 물건을 산다. 무엇을 해야 손님이 올지 예상하고, 실행하고, 이 반복이 사업이다. 상품과 아이템은 큰 의미가 없다. 자영업 10개중에 9개가 문닫는 이유는, 문만 열어놓고 아무런 기획도 없기 때문이고, 사장님들 대다수가 그 필요성 조차 알지 못한다. 그저 프랜차이즈 회사 설명회때 들은 수익율과 브랜드 파워만 믿는다.

자본을 투자해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간판을 새로 하는 것이 사업의 기본이라면, 오늘은 어떻게 팔아야 하나?라는 고민은 또 다른 사업이다. 매장, CI, 인테리어'라는 하드웨어가 있다면, 역시 마켓팅, 디자인, 판촉, 이벤트 같은 소프트웨어 사업은 매일 진행해야 한다. 오늘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질문 없이, 그저 습성대로 셔터문만 여다는다면 그 장사는 오래가지 않아 무너질 것이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또, 거창할 수도 없다. 오늘날 구글과 페이스북이 글로벌 기업이 된 것은, 그들이 실패를 장려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들에게 실패란, 우리가 알고 있는 실패와 다를 것이다. 그것은 경영에 필요한 부분이고, 마땅한 단어가 없다보니 그냥 실패라고 부를 뿐이다. 사업가 스스로는 실패를 장려할 일이다. 지출이 아깝다고 몸을 사린다면, 돈도 못벌고, 사업수완도 생기지 않는다.

되든, 안되는 빨리 실패하자. 속도가 빠르면 실패할 수 있다. 길을 잘못 들을 수는 있어도, 빠른 속도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빠른 속도와 실패는 젊음의 상징이다. 일찍 시작한 사람의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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