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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5일 19시 45분 등록

4주 동안의 변화 ② - 열흘 째

처음 며칠이 참기 힘들어서 그렇지 그런대로 견딜 만 하였다. 그러나 갑자기 밀려드는 허기는 사람 미치게 만든다. 당뇨가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몸속의 당이 뚝 떨어지면서 단 것을 찾는 몸은 사람의 의지가 얼마나 나약한가를 여실히 증명해 주었다. 걸신이 든 모양 단 과일을 먹어줘야만 몸뚱아리는 만족한 듯 나를 풀어주었다. 그럴 때마다 나약해지곤 했다. 그래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이번에 포기하면 내 평생 다시는 건강한 몸을 되찾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주입시켰다. 고픈 배를 주려잡고 잠자리에 누울 때면 천장이 밥과 김치, 그리고 고기와 소주만 가득 그려졌다. 참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 걍 이불을 뒤집어쓰고 허벅지를 꼬집었다. 그러다 눈이 떠지면 아침이 찾아왔다. 그러기를 며칠 내 몸은 이렇게 마지못해 과일 식이요법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충남 벤처인 대회가 성황리에 마쳤다. 내가 생각해도 깔끔하게 화려하고 멋있게 진행되었고 많은 참석자들이 부러워하였다. 자화자찬이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지만 이번 행사는 충남지역에서 벤처협회의 위상을 당당히 자리잡게 하였다. 문제는 행사가 끝난 후의 자만이었다. 뒷풀이에서 과일을 많이 먹었는지 다음 날 몸무게가 다시 늘어났다. 깜짝 놀라 다시 확인해 봐도 저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이런! 며칠 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다니. 이렇게 허무할 데가······.

다시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만 했다. 적당한 핑계가 통하지 않음을 알고 나서는 제대로 할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서 올 해 초에 꾸었던 꿈을 다시 찾아보았다. 건강한 몸, 65kg의 날렵한 자로가 지금은 없었다. 내가 나에게 한 약속. 지키지 못할 꿈을 가지고 수많은 이들을 기만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부끄러울 수 없다. 다시 시작하자. 그러는 사이 식이요법을 시작한 지 벌써 1주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11월 결산을 한 마실은 개업이후 가장 성적이 좋았다.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만족할만한 결실을 이룬 것이다. 아직 기대한 만큼은 아니지만 올 해 마음먹었던 목표는 한 달 앞서 달성하였다. 벌써 9개월이 지났구나. 어제보다 나은 식당, 고객을 돕는 식당, 가격대비 최고의 만족도를 주는 식당, 차별적 원전을 만들고자 노력한 지난 시간들이 새삼 대견스럽다. 경사가 겹친 김에 이번 시도도 확실하게 매듭져야지.

금, 토 대학원 수업을 다녀오면서 몸이 많이 힘들다. 과일과 물만으로 때우면서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어렵긴 어렵다. 금요일은 좀 일찍 올라가 황학동 주방시장을 두 세 시간 돌아다녔다. 어느 골목에선가 곱창집이 한 스무 군데 쯤 있는데 침이 막 넘어간다. 옆에 아는 이가 있었다면 아무 생각 없이 소주 한 잔 했을 정도로 먹고 싶었다. 저녁 무렵에 선생님과 영훈, 재동이네 부부, 미영과 수다를 떨었다. 수업을 마치고는 재동이네로 가서 차와 과일을 먹고 하룻밤 신세를 졌다. 처음 재동이네한테 식이요법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렇지 않으면 선이씨가 아침밥을 해서 대령할 판이니 말이다.

일요일은 날이 무척 좋은가 보다. 경빈이가 결혼하는 날인데다 천안, 청주에서 결혼식이 있어 경빈이 결혼식은 가질 못했다. 미안하이. 집들이때는 꼭 참석하리다. 청주에 다녀온 후 목욕탕을 갔다. 몸무게를 쟀더니 69.5kg이다. 이런 이런 ^-^ 벌써 이렇게나 살이 빠져버렸네. 목표가 65kg이니 50%는 달성한 셈이다. 꿈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래로 얼마 만에 느끼는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긴 65kg는 제대한 이후 기억이 나지 않으니 20년 만에 젊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자. 조금만 더 힘내자.

벌써 식이요법을 시작한지 10일이 지났다. 가끔씩 허기가 드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로 배고픈 느낌이 없다. 밥과 고기와 술이 벌써 날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 설마, 그렇기야 하겠어. 어쨌던 목표의 50%는 달성하였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70kg 정도는 꿈 프로그램에서와 마라톤을 할 당시 빠져봤던 경험이 있어서 여기서 중단하면 다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는 것을 안다. 아침에 귀자와 전화통화 후에 숯을 조금 샀다. 인터넷을 뒤지는 시간보다 동네에서 알아서 구하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어당팔형님이 알켜준 책도 한달음에 달려가 가져왔다. 난 이렇게 빠르다. 이게 본모습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목표한 수치만큼 살이 빠지면 보식으로 전환하려고 한다. 보식은 야채를 중심으로 밥을 지금의 1/2 정도만 먹는 것이다. 당근 술과 고기는 12월 한 달 동안은 금지다. 적게 먹고 천천히 먹을 것. 4주 정도 지나고 조금씩 운동을 병행할 생각이다. 살이 빠지니 하루에도 몇 번씩 체중계에 올라가 본다. 혹시나 저울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목욕탕에도 다녀왔다. 빠지긴 빠졌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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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6.12.06 12:22:53 *.147.17.75
형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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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
2006.12.06 23:34:00 *.140.145.118
승완아.. 병곤이가 술 사준단다.. 금요일 저녁 어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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