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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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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24일 19시 40분 등록


데이비드 호킨스의 "호모 스피리투스"를 읽다가 막혔다.

호킨스가 의식수준 0~1000까지 그 어떤 단계도 다른 단계에 상대적 우위를 점하지 않는다고 말한데서 말이다. 단계별 의식체계에 젖어있는 나로서는 당연히 의식수준이 높을수록 좋은 것일텐데 어째서일지 시원히 이해가 되지 않으며 차마 다음 페이지로 넘기지 못하고 책장만 만지작 거렸다.. 호킨스는 모든 단계는 의식의 진화를 이루는 과정, 과정으로서 그 나름 다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상대적 우열은 없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될 듯도 하면서도 어딘가, 무언가 좀 더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알제리가 낳은 세계적인 지성인 자크 아탈리의 소설 <깨어 있는 자들의 나라>.
미래의 물결"을 읽으며, 미국 미래학자들과는 관점의 폭이 다른 그의 지성 앞에 완전히 매혹되었는데, 그가 12세기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철학 소설을 썼다고 한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깨어 있는 자들의 나라

스페인.. 남유럽은 지금의 내가 가장 동경하는 곳이다. 유럽 중에서 동양 사상과 제일 혼합되어 서양의 동양이라 불리는 그 곳. 남유럽에서 시작한 북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지역은 아직 내가 가보지 못한 사상과 문화의 보물을 지닌 보물섬과도 같은 이국적 정취를 품어내고 있는 곳.

배경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이 가는데, 아탈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계승, 발전시킨 실존했던 두 철학자 이본 루시드 (회교 철학자로서, 라틴명 아베로에스)와 유대 철학자 마이모니데스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전개한다. 남유럽판 "장미의 이름"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2세기는 서구 사회에서보면 중세의 암흑시대이지만, 이슬람 시대의 관점으로 보면 황금시대를 구가한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회교, 유대교, 기독교가 서로를 인정하며 아무 투쟁없이 평온을 유지했던 서구 역사상 극히 드문 시대의 드문 지역. 그러나 결국 이 지역도 극단주의 회교도가 세력을 장악하면서 드디어 피바람나는 공포의 도시로 변하기 시작하는데..

아직 소설을 다 읽지 않은 관계로 북리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탈리의 소개로 성탄 이브에 만난 이본 루시드로 인해 호킨스의 말을 이해하게 되어 기록해놓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철학이 왜 필요할까..?
진리의 세계가 자명하다면, 곧장 그 길로 내달으면 되지, 왜 굳이 돌아가는 길인 철학을 터득해야 할까..?

호킨스의 의식레벨을 보면서 난 철학은 지름길이 아니라 돌아가는 길이라 여겼다.
수많은 철학자와 동급으로 이성의 극대화를 추구했던 과학자들이 의식수준 499에 걸려 넘어진 것을 보면서, 어째서 이들은 곧장 진리의 세계로 빠져들지 않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내 안에 드는 생각은 자연히 철학이 진리보다 낮은 단계라는 생각이었다..

절실한 회교도인 이본 루시드는 아리스토텔레서를 연구하고 가르친다는 이유로 회교도들 사이에서는 엄격한 교조주의를 타파한 재야인사로 삶의 말년인 70세에는 감금당하기 까지 한다. 그런가하면, 자칫 묻혀버릴뻔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귀중한 저서들을 번역하여 서구 르네상스의 기틀을 마련해준 보석같은 이 철학자를 서구 사회에선 짐짓 모른척 한다. 아랍인이라는 이유때문에 말이다.

엄격한 회교국가에서 외면당하고, 서구 사상이 뿌리를 전해준 서구 국가에선 배척당하면서까지 이본 루시드가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부여잡고 있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철저한 철학에의 탐구없는 종교는 자칫 교조주의의 망상으로 빠져, 인류를 불행히 할 수도 있다는 깨달음때문이었다.

소름이 끼쳤다.
진리로 나아감에 있어 어째서 철학을 즈려밝고 가야하는지 한 순간 눈 앞에 불이 번쩍! 하는 것 같았다.

그런면에서 근, 현대 역사는 아랍 세계 대비 서구 사상의 완전한 역전이다.
철학이 무너지고, 극단적인 교조주의만 남은 현대 아랍세계에 어떤 삶이 전개되고 있는지.. 철학과 함께 또 하나, 이성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과학을 발전시키며 드디어 현대 물리학에서 동양의 신비 사상으로까지 접근하고 있는 서구 사회에서 어떤 삶이 전개되고 있는지..

의식수준의 전 단계가 진리로 나아가는 인간 의식 세계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호킨스의 말이 비로소 철저히 내 안에 심어지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장막이 걷히면서 말이다..

문학에의 카잔차키스와 헤르만 헤세, 물리학의 카프라와 데이비드 봄, 신화학의 캠벨, 심리학의 융.. 끝없이 이어지는 달빛 스승들의 발자취가 이제 철학과 만나 더 아름다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아탈리라고 하는 매혹적인 한 인물의 붓 끝에서 말이다.

불현듯 스피노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체만물 모든 것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했던 스피노자 말이다.

내 사막여행의 끝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여행이 이번 한 생에서 끝날 수 없음만 알고 있을 뿐이다.

처음엔 그저 마음 속 별 하나를 따기 위해 시작한 사막 여행이었지만
이젠 사막의 신비 앞에 깊이 끌려들어가는 것 같다.. 깊고 깊은 사막의 모래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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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이슬람 창시자 무함메드 스토리라인을 빌어 남성 세계의 원형을 그린 프랑스 영화 "예언자" 영화리뷰:
http://blog.daum.net/alysa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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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11.01.04 06:23:32 *.160.33.89

아베로에스가 서구사회에서 거부되고 잊혀진 것은 아니야.  그는 중세 최고의 신학자였던 '토마스 아퀴나스의 승리'를 통해  그의 은인으로 역할을 하게 되니까.   서양의 중세는  철학적으로 신플라톤주의에 의해 이끌려 오다  아베로에스에의해 비로소 잊혀지고 거부된 아리스토텔레스가  서양으로 이입되고,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에서 빛나게 되니 ...
14세기에 화가 프란체스코 트라이니가 그린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승리'라는 그림을 보면, 아베로에스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함께 커다랗게 그려져 있지.  가장 바닥에 있지만 말이다.      이 그림은 피사의  성 카타리나 성당의 제단 뒤에 걸려 있다.   단테의 신곡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베로에스는   그 영혼은 훌륭하지만 그리스도를 몰랐기 때문에 천국에 못가고 '림보'에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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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11.01.04 07:29:08 *.12.196.228
사부님 감사합니다!
철학쪽으로 마니 부족합니다. 올해는 <서양철학사>를 길잡이 삼아 열심히 공부해보겠습니다! ^^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알고 있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이 이어지기 위해 철학자들 사이에 그토록 어려운 시기를 거쳐야 했는지는 잘 몰랐어요. 종교가 절대적으로 우월했던 중세 시대..  서구 문명의 근원을 품고 있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의 의미를 조금씩 더 깨달아가는 요즘, 어째서 사부님께서 신화를 맨 첫달에 두셨는지 조금 더 이해할 것 같습니다. 아는만큼 보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철학 공부 열씸하겠습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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