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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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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20일 07시 57분 등록
1. 1998년 가을


1998년 늦은 봄이다. 나는 한 공원 벤치에 앉아있다. 누가 보면 매우 한가로워 보일 것이다. 몇 일째 이렇게 앉아 있다. 머리 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이다. 바로 나의 미래.

1997년 겨울, 군복무를 위해 훈련소에 입소했다. 그리고 지옥 같은 4주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래, 나는 ‘보충역’이다. 정확하게는 ‘공익근무요원’이며 28개월 동안 복무해야 한다. 예정대로 라면 2000년 5월이 시작되기 전에 ‘소집해제’할 것이다.(현역병은 ‘제대’하지만 공익은 ‘소집해제’ 당한다. 현역은 ‘탈영’이지만 공익은 ‘분실’이다.)

현역들은 훈련소에서 체념하는 법을 배운다. 나갈 시간이 너무 멀리 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체념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익의 세상에 대한 미련은 훈련소에서 더욱 강해진다. 다시 자신이 있던 곳으로 뛰어들 시간이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훈련 막바지에 이르면 공익의 미련과 의욕은 극에 달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훈련소에 있는 동안은 나가기만 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와 보니 한국은 외환위기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상태였고 이제 막 혹독한 ‘IMF’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만 ‘구제의 대상’이 아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 역시 우리나라처럼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앞으로 닥쳐올 그 재앙을 알았다면 좀 더 ‘절실’했을 텐데...

지금 내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 무척 애쓰고 있다. 하지만 어떤 뚜렷한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10년 후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하지?’ ‘어차피 28개월을 여기서 보내야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물음은 끊이지 않지만 답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한편으로 ‘이제 23살일 뿐이야. 나와 비슷한 고민 속에 빠져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거야. 그리고 아마 그들은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을거야. 그러니까 나는 괜찮아!’ 이렇게 위안도 해보지만 전혀 도움이 안된다. 나는 지금 괜찮지 않다. 그리고 이 상태라면 앞으로는 더욱 괜찮지 않을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쇠렌 키에르케고르(Sren Kierkegaard)는 이미 20대의 일기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온세계가 다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내가 ‘이것’만은 붙들고 놓을 수가 없다. 내기 ‘이것’을 위해서 살고, ‘이것’을 위해 죽겠다고 하는 나의 목표를 찾아야 한다.”

그래, 지금 나도 ‘이것’을 찾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대는 ‘이것’을 찾았는가? 잘 갖고 있는가? ‘이것’을 향해 잘 가고 있는가?


나는 아직 그 정도로 절실하지 않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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