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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18일 00시 10분 등록
스티브잡스 자서전에, '현실 왜곡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예를 들면, 아이폰 출시를 크리스마스까지 맞추라고 팀원들에게 이야기한다. 당연히 불가능한 일정이다. 잡스의 강점은 자신이 원할때까지, 상대를 갈구기다. 쪼고, 밀어붙이고, 때로는 격려하면 신기하게도 일정에 맞추어서 출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이패드의 경우도, 개발자를 쪼지 않았다면 기형적일 정도의 얇은 두께는 나올 수 없었다. 그 두께가 보통두께인가? 잡스는 제품의 두께가 얇으면 얇을수록 좋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런 믿음을 개발자에게 전달하면, 모두 불가능하다, 할수 없다. 왜 내가 그따위 일을 해야 하느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럴때면, 나는 사장이고, 그렇게 하고 싶고, 당신은 내가 원하는대로 해야한다 라고 쪼면, 개발자들은 마지못해 일을 했다. 애플의 혁신적인 상품은 모두 이런 식으로 나왔다. 쪼고, 갈구고, 윽박지르고. 

목표를 달성하면, 신비한 경험을 한다. 잡스 덕분에 자기 보다 더 높은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위대한 업적에 이름을 남기는 영광을 누리며, 잡스에 대한 충성은 더 높아진다. 

'현실 왜곡장'은 잡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곧잘 '현실 왜곡장'을 경험한다. 시험 볼때가 대표적인데, 중학교때 짝궁 녀석이 유난히 기억난다. 시험 당일날 그는 여느 공부 잘하는 친구처럼 '어제 공부 하나도 안했어'라는 말을 하며, 입을 약간 뾰로통하게 내밀었다. 그리고, 작은 요약 노트를 꺼내서 시험보기전까지 공부하려는 의도 같았다. 공부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니까, 정말 그의 말대로 공부를 하나도 안한것처럼 보였다. 시험까지 40분 남았는데, 그 요약 노트를 차분하지만 급하게 보더니, 결국 그 시험에서 90점 이상의 점수를 얻었다. 나도 공부를 안했는데, 으례 포기하고 손놓고 있었다. 물론 점수는 공부 안한대로 나왔다.  

군대 시절 이등병때도, 밥먹고 담배 피고, 이빨 닦고, 근무준비까지 20분도 안걸려서 끝낸다. 처음에는 어리버리하고, 느긋하다. 고참이 무섭게 쳐다봐도, 씨익 웃어버리는 아련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식판으로 찍히고, 전투화발로 채이면 분위기 파악을 한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일을 끝내야 보기에도 좋고, 자기 시간도 여유롭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일을 하는데는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군대에서의 시간은 설명하기가 어렵다. 이등병때는 그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일을 해내지만, 짬밥을 먹을수록 시간은 많은데, 하는 일은 없다. 

일본에서 가이드할때, 아침에 시간이 없다. 잠도 부족하고, 일어나자마자 버스 상황을 체크해야한다. 아침밥을 놓치면, 점심까지 놓쳐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손님들 점심을 챙겨드려야 하는데, 별의별 소리가 다 나온다. 김치가 없느냐, 뭐 이따위냐, 밥이 설익었다, 맛이 없다 등이다. 점심은 커녕, 아침도 못 먹은 상황에서 그 이야기를 할아버지뻘 되는 손님에게 들으면 눈물이 쏙 나온다. 때문에 아침을 먹어야 하는데, 내 아침식사 시간은 3분이었다. 그렇게라도 먹으면 심적으로 안정감이 생긴다. 당시 습관이 아직도 남아서, 매우 밥을 빨리 먹는다. 천천히 먹어도 6,7분이면 다 먹는다. 

직장생활에서는 재원도 시간도 모두 모자르다. 해야할 일은 많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해나가면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지식 노동자는 스스로 정한 목표에 따라 성장한다.'고 했다. 사람은 일을 하기 전에 계산하는 습관이 있다. 일에 적당한 시간을 안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객관적으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다. 일의 양 대비 시간을 과대 혹은 과소 평가한다. 하지만, 사람의 뇌와 능력은 스스로 정한 목표를 달성할려고 하는 성질이 있다. 조금 무리라고 해도, 높은 목표를 세우면 그에 맞는 방법이 나온다. 

자신을 다그치자. 아무도 나를 다그쳐주지 않고, 내 성장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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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전에 올리려고 했으나, 깜빡 졸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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