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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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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20일 07시 59분 등록
2. 변화는 여행이 아니다-1 고백... 나의 이야기


그대는 이제 내가 공익이라는 것을 알 것이고 조금 눈치가 있다면 나이도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눈치가 빠르다면 내가 공원에서 복무했다는 것도 알아챘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처음에 약속한 대로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해보겠다. 그대의 이야기와 비교해 보길 바란다. 아마 유사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1998년 1월 중순, 4주 간의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나라는 ‘IMF 시기’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집도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불행을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불행의 원인은 오랜 시간 쌓여온 집만의 문제였고 시기적으로는 우연히 IMF와 비슷하게 시작됐다.

이제까지 나는 가난은 고사하고 경제적으로 부족함을 느껴보지 못했다.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자식 세 명을 대학공부까지 별 부담 없이 시킬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상황은 순식간에 반전됐다. 군복무를 시작한지 8개월이 지날 무렵 집의 사정은 극도로 안좋아졌다.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바로 이때‘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게 된 것이다. 속으로 ‘왜 하필 지금인가! 조그만 일찍 발견했다면 좋은 환경에서 시작할 수 있을텐데...’하고 수 없이 가슴을 쳤다.

나는‘경영컨설턴트’가 되고 싶었다. 그것도 최고가 되고 싶었다. ‘최고의 경영컨설턴트’라는 목표는 다른 높은 목표들이 그렇듯이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이 필요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알았기 때문에 비전을 세우고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준비했다. 그러나 돈이 없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돈조차 없는 날도 적지 않았다. 나는 절박했다. 초라한 과거와 무너지는 현실 속에 있었지만 미래는 내 손에 달려있었다. 그래서 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익은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저녁에 조금씩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다. 많지 않은 돈이었지만 모으고 쪼개서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하는데 투자했다. 하루에 신문 두개를 정독했다.(이전에는 시간이 남아돌지 않는 이상 신문을 본적이 없다.) 처음에는 신문 두 개를 보는데 5시간이 넘게 걸렸다. 특히 경제신문은 그냥 읽는 것조차 괴로웠다. 기초가 약했던 탓이다. 무슨 신문으로 공부를 하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당시에 신문읽기는 나에게 가장 저렴하면서도 매일할 수 있는 공부였다.

돈이 생기면 무조건 책을 샀다. 다행히 내가 복무했던 곳은 비교적 한가한 곳이어서 하루에 몇 시간을 빼고는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2주일에 3번 정도 당직을 섰는데, 그 시간도 좋은 기회였다. 컴퓨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고(당시에 컴맹이었고 컴퓨터도 없었다) 저녁을 해결해주었으니까. 어쨌든 공원에서는 신문과 책을 읽었다. 그리고 열흘에 한번씩은 ‘교보문고’에 갔다. 교보에서는 마음껏 책을 고르고 볼 수 있었다. 교보문고에 가는 습관을 들인지 얼마 안되서 우연히 ‘구본형’의 책을 발견했다. 일주일만에 ‘익숙한 것과의 결별’과 ‘낯선 곳에서의 아침’을 모두 읽었다. 당시 내 독서능력은 형편없었다. 하지만 다른 책은 몰라도 이 두 권은 깊이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다. 비로소 나는 내가 변화 속에 있음을 실감하게 됐다. 이때가 1999년 3월 이었다.

군복무기간인 28개월 동안 이제껏 읽었던 책 전체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책 살 돈이 없을 때는 좋았던 책을 반복해서 읽었다. 그렇게 지내는 동안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집 사정은 조금도 좋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어려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솔직히 나 하나만 겪는다면 충분히 해볼 만 했다. 어려움은 큰 동기부여였고 내가 이제껏 몰랐던 많은 부분을 가르쳐 주었다. 처음에는 스스로 집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은 개인적인 발전과는 무관하게 내게 큰 상처를 남겼다.

1999년 겨울이 됐을 때 ‘변화 1주년’을 맞았다. 이제는 경제신문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고 처음에는 어려웠던 경영학 서적들도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1년 간 읽은 책이 70권 정도였다. 공익으로 보낸 시간은 거의 비슷했다. 그때처럼 공부해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즐거웠다. 힘들 때도 있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준비’라는 생각에 견딜 수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의 위력을 몸으로 느낀 시기였다.

2000년 4월 ‘소집해제’ 됐다. 2년 만에 많은 것이 변했다. 집도 가게도 전에 있던 것이 아니었다. 소집해제하기 얼마 전부터 어머니께서는 늙고 작은 몸으로 허름한 식당을 시작하셨다. 나는 어머니를 도와야 했다. 낮과 저녁에는 어머니 가게를 돕고, 그 사이 시간에 신문을 읽고 컴퓨터를 혼자 배웠다. 저녁이후에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읽은 것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가 2000년 6월까지 ‘나의 이야기’이다. 그 당시에도 내가 선택한 ‘하고 싶은 일’이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꿈을 꾸었고 그것에 갖고 있는 모든 것을 걸었다. 무엇보다 젊었다. 내게는 이점이 중요했다. 평생하고 싶은 것을 찾았다는 점, 그것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대는 내 이야기가 혹시 가슴에 와 닿는가? 그러길 바라는 것은 내 욕심일 것이다. 그대는 나와 다르니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껍데기 말고 알맹이에서는 공통분모가 있지 않던가? 그대도 그대만의 뭔가를 찾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 때문에 고심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이제는 뭔가를 찾아내 변화의 출발점에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 진보와 도약의 징검다리를 놓으면서 함께 길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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