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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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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9일 10시 13분 등록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지금 밖의 기온이 무려 영하 5도다. 11월 중순인데도 불구하고 지금의 기온은 12월 중순에 해당된다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노래 중 ‘미쳤어~’ 하는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처럼 날씨도 미치고, 우리도 미쳐가는 건 아닌지... 사실 따지고 보면 미친다는 거, 그건 뭘까? 미쳤다는 건 뭘 말하는걸까? 단순히 생각해 본다면 정상의 범위를 벗어나면 다 미쳤다고 보는 것 아닌가?

  한가지 비유를 들어보자. 지난번 앞산에 아내와 효빈이를 데리고 산책갔을 때 썼던 비유인데 여기에 적용해보면 아주 재미있을 듯 싶다. 산기와 염기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산도를 측정할 때 PH라는 단위를 쓴다. PH의 단위는 1부터 14까지 있으며 7을 중성으로 두고 7보다 높으면 염기(알카리)성, 7보다 낮으면 산성으로 생각한다. 자, 그럼 앞에 이야기와 연관시켜서 7을 정상이라 본다면 7을 벗어나는 것은 미친게 되는 것이다. 물론 7에서 멀리 가면 갈수록 미친 정도가 심하다고 말해야 하겠지.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미쳤다는 건 그렇다치고 낮은 숫자로 가는 방향과 높은 숫자로 가는 방향의 기준은 무엇으로 둘 것인가? 글쎄... 생각해 볼만한 것인데... 남자와 여자? 왼쪽은 여자가 미친거.. 오른쪽은 남자가 미친거.. 너무 썰렁한가? 하긴 이 표에 대한 비유로는 너무 약하긴 하다. 그럼 다른 건 뭐 없을까?

  고차원과 저차원으로 나누는 건 어떨까? 음... 무슨 이야기냐 하면, 고차원은 너무 똑똑하고 전문적인 연구를 거듭하다 미친 경우... 한마디로 높은 수준의 미침. 반대는 저급한 수준의 미침. 이거 괜찮은데... 저급수준의 미침은 바보의 수준이라고 보면 되겠지. 아니면 사고로 인해 뇌를 다쳐 정상적으로 사고의 틀을 가져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하면 될 것이고. 그렇다면 이건 지식 또는 수준의 정도에 의한 구분이라고 해야 할까? 뭐 그럴 듯 하긴 하구먼... 자, 그럼 여기까지 2가지에 의한 구분이 나왔네. 하나는 성별에 의한 구분, 둘째는 지식 또는 수준의 정도에 의한 구분. 뭐 다른 건 없을까? 흐흐... 마치 퀴즈 놀이 하는거 같다. 그거 있지 않은가? 산토끼의 반대말을 말하는 IQ Test 문제. 죽은 토끼, 들토끼, 집토끼, 판토끼, 염기토끼, 바다토끼 등등. 어쨌든 생각의 범위를 다양하게 넓혀주는 실험은 상상력에 도움이 될뿐더러 더 중요한 건!! 바로 재밌다는 거. 사실 뭐 있겠어. 재미 있으니까 이렇게 쉽게 쓸 수 있는거고, 쓰면서 생각도 하는거지. 이거 하는데 누가 돈을 줘, 재밌다고 이야길 해 줘. 안그래? 그냥 나 혼자, ‘어 이런 생각도 하고, 기특한걸? 그리고 하다보니 재밌는걸?’ 하고 있는거지. 이게 혼자놀기의 한 방법인가? ㅋㅋ

  자자, 계속 진도 나가자. 내 주특기인 딴길로 새지말고. 근데 사실 말야. 첨에 글을 쓰려 할 때 미친거에 대해 쓰려고 한게 아니었거든. 결국 그 얘긴 지금 나는 처음부터 딴 길로 이미 새어버렸단 이야기지. 그럼 처음엔 뭘 쓰려 한거지? 이궁... 모르겠다. 이게 주객의 전도인가? 아니면 웩더독 현상인가? 어.. 그러고보니 점점 미쳐 가고 있는건가... 쩝...

  미친 방향에 대한 구분은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미치다의 정의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자. 미치다라는 것의 사전적인 정의는 ‘정신에 이상이 생겨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되다.’이다. 결국 미치다의 기준은 상대적인 것이다. 보통사람과의 비교를 통해야만 미쳤다는 것을 판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다가 한가지 더 추가되어야 할 기준이 바로 ‘정신에 이상이 생겨’라는 것이다. 다시 정의를 해 보자면 먼저 정신에 문제가 있어야 하는 것이며 둘째로 그 문제로 인해 보통사람과 말과 행동에 있어 달라야 즉,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흠... 복잡한건가, 아님 간단한건가? 뭐 그렇게 복잡한거 같지는 않은데... 어쨌든 미쳤다는 기준은 결국 상대적이란 것인데, 그렇다면 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미쳤다고 판단은 누가 하는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정신병원의 의사들이 사람이 미침 여부를 판단한다고 알고 있다. 그들은 그렇다면 어떠한 기준으로 미친 사람을 정신병 환자로 분류하는 것일까? 궁금하지? 나도 궁금하다... 이건 나중에 찾아보거나 의사들한테 직접 물어보고.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과연 의사들이 어떻게 미친 사람을 구분하고 실제 잘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한 결과가 있다는 것이다. 로렌 슬레이터가 쓴 <스키너의 심리사자 열기>에 보면 정신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몰래 실험한 결과가 나와 있다. 아주 못된 실험이였지만 실험을 하는 대상자들에게는 아주 재미있는 ‘게임’ 같았겠지? 그 내용을 함 살펴보자.

 

1970년대 초반에 스탠퍼드대학의 법학과와 심리학과의 명예교수로 있던 데이비드 로젠한 박사는 정신과 의사들이 정신병 환자와 정상적인 일반 사람들을 얼마나 잘 구별하는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는 여덟 명의 사람을 모집하여 정신병 환자처럼 가장시킨 후 여러 곳의 정신 병원에 나누어 들여 보냈다. 그를 포함해서. 물론 사전에 정신병 환자처럼 보이기 위한 많은 훈련을 한 후 말이다. 그리고 정신 병동에 일단 들어가고 나면 정상인과 똑같이 행동했다. 그들의 목표는 그들이 정상인지 아닌지를 정신과 의사들이 제대로 알아볼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정신병동에 있는 사람들은 정신병이 있다는 가정 하에 판단을 할 것인지를 실험하는 것이었다.

로젠한 박사를 포함한 8명은 정신병에 대한 한달 간의 사전 훈련을 마친 후 동부와 서부의 각 지역으로 흩어져 정신 병원의 응급실로 찾아갔다. 물론 외모도 정신병자처럼 보이기 위해 D-데이 닷새전부터 샤워와 면도, 양치질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병원에 들어가 의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목소리가 들립니다. ‘쿵’ 소리를 내요.”라고.

어떤가? 일단 들어만 봐도 뭔가 정신병의 징후처럼 들리지 않는가? 그들은 그날로 그들의 목적대로 정신 병동에 입원하였고, ‘일반적인’ 정신병 환자처럼 정신 치료를 받았다. 그들 중 한사람에게 의사가 내린 평가는 다음과 같았다.

‘나이가 서른 아홉인 이 백인 남자는 친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랫동안 양가감정(兩價感情, 모순감정)을 느껴왔다고 밝혔다. 그의 감정은 늘 불안했다. 그는 자신에게 좋은 친구가 몇 명 있다고 말하지만 그 관계에 매우 자신 없어했다.’

 

이상한 일은 다른 환자들은 로젠한박사가 정상임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로젠한 박사 뿐만 아니라 전국의 정신 병원에 수용된 다른 가짜 환자들도 의사보다 정신병 환자들이 제정신인 사람을 더 잘 알아보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 젊은 남자는 휴게실에 있는 로젠한 박사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미치지 않았어요. 아마 기자 아니면 교수일 거예요.”

또 다른 환자는 “당신은 지금 병원을 조사하고 있군요.”라고 말했다.

로젠한 박사는 병원에 수용되어 있는 동안 모든 지시에 따르고, 권리를 주장하고, 다른 환자들이 문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고, 법적 조언을 해주고, 탁구 시합을 하고, 많은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그것을 병원에서는 ‘글 쓰는 행위’라 명명하고는 로젠한 박사의 과대망상적 정신 분열 증상으로 보았다. 이 얼마나 답답하고 환장할 노릇인가!!!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입원할 때 만큼이나 아무런 근거없이 퇴원 조치를 받았다. 그 곳에서 로젠한 박사는 혹독한 것을 배웠다. 그는 보호 시설이라는 곳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곳인가를 배웠고, 정신 의학이라는 것이 또한 얼마나 병들어 있는 지를 배웠다. 그는 얼마나 많은 병원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진을 받고, 약물을 투여받으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수용되는지 궁금해서 무모한 실험에 도전한 것이며, 그 결과는 결코 좋아 보이지 못했다.

정신병이라는 딱지가 정신병을 낳은 것일까? 병 때문에 진단이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진단이 두뇌에 각인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두뇌가 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두뇌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다시 읽어봐도 꽤나 흥미진진하다. 미쳤다고 하는 것. 그건 정말 미친걸까? 정상인의 사고 범위를 벗어나 좀 더 신의 영역으로 사고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게 된 사람은 그렇다면 미쳤다고 해야할까? ‘신은 죽었다’라고 주장하며 인간의 주체 본능의 회복을 강력히 주장한 니체는 정신병으로 고생하기 전부터 미친 것이었을까? 그리고 실제로 정신병을 앓았다고 했는데, 그는 과연 진실로 정신병을 앓았던 것일까? 세상 사람들이 그를 정신병으로 몰은 것은 아니었을까?

 돼지고냥이(살짝미치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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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짝 미치면 세상이 즐겁다>란 이야기가 있다. 이 ‘살짝’이란 정도는 아마도 정상적인 범위를 초과하지 않는 수준이 될 것이다. 그래야만 미쳤다고 정신병으로 보내지 않을테니까. 그렇다면 ‘살짝 미치면’이란 표현은 맞는 표현인가? ‘미쳤다’란 기준이 이미 정상적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라고 본다면 결국 미치면 미친거지, ‘살짝 미쳤다’란 표현은 결국 틀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너무 말꼬리 잡기인가?

  나는 ‘살짝 미치면 세상이 즐겁다’란 표현을 ‘변화하라’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변화를 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모티베이션이 필요하다. 현실에 안주하고, 안정되기만을 바라며 그럭저럭 만족한 채 지속적인 생활을 원한다면 변화라는 것은 쓰레기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아니 쓰레기가 아니라 ‘공기’와도 같이 있는 지 없는 지 알고 싶지도 별로 중요하지도(맘 속으론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않은 것이다. “살짝 미치는 것! 그리고 변화하는 것!” 이란 세상의 삶의 법칙을 그대로 따르고 순종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른 시각으로, 관점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돌아보며 무언가를 향해 조금씩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생각을 조금 비틀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졌다. 처음에 ‘미친듯이’ 추워진 이야기를 꺼냈다가 결국 미친 것에 대한 이야기로 전개되었고, ‘살짝 미치라’란 어설픈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덕분에 ‘돼지 고냥이’라는 이쁜 캐릭터를 하나 얻었다. 요즘 자주 드는 생각이지만 사람은 아는 만큼 넓어지게 되어있다. 지식이란 담으면 담을 수록 그 한계가 넓어지는 것이며, 그로 인한 시각의 범위, 관점은 사방 팔방, 입체적으로 깊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요즘 한해가 너무 기쁘다. 스스로가 자라남을 느끼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행동의 실천이 ‘살짝 미친’ 것임을 이제는 알 수 있다. 얼마나 더 미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상의 범위 안에서 더 미쳐보고 싶다. 하하하하하하!!!!(침 줄줄... ㅋㅋ)

IP *.122.14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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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수
2008.11.19 13:12:09 *.77.135.159
변화란 미쳐가는 과정...
챠칸양이 드디어 미쳐가는 군요. 올 한해 멋진 변화가 있는 것 같군요.
제대로 미치면 무엇인가 될 것 같습니다.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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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11.21 23:38:42 *.220.176.147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실험에 대한 발표뒤에 한 게임이 재미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로젠한 박사가 보낸 가짜 환자 100명중에 91명을 골라냈다고 발표를 했는데 실제 로젠한 박사는 이번에는 한명도 보내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삼천포로 빠지는 것은 저만인줄 알았는데 동지를 만난 것 같이 반가운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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