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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7일 14시 24분 등록
엔씨소프트, 네오위즈등 게임회사의 영업이익율은 40%다. 네이버의 이익율도 40%를 넘는다. 100원 팔면, 40원이 남는다. 훌륭한 장사다. 음식장사는 15%가 못된다. 화장품도 조금 높거나, 비슷하다. 아무리 경영을 잘꾸려 나간다고 해도, 20%를 넘지 못한다. 여기에 프랜차이즈를 통해서 사업을 한다면, 수익율은 더 줄어든다. 프랜차이즈는 15%~20% 수익율을 보장해준다고 광고한다. 장부를 보면, 얼추 맞는다. 하지만, 실제 내 주머니에 남은 돈을 보면 그렇지 않다. 여기에는 세금이 빠져있고, 여러가지 생각지도 못한 잡비가 매일 나간다. 수도가 고장 나서, 사람을 부르면 가볍게 10만원이 넘는다. 직원들 사기를 위해, 피자와 회식도 꾸준히 해야 한다. 직장다닐때는, 복사도, A4용지도 내 맘대로 썼다. 사장인 지금, 직원들이 과거 내가 했던 것처럼, 비품을 다루면 눈이 뒤집힌다.

'통큰 치킨' 사태를 보면서 가슴을 쳤던 이유도 여기 있다. 세상에 2800원짜리 닭을 13,000원에 판다고, 거품이라니!
몰라도 어쩜 저렇게 모를까? 그들 눈에는 닭값만 보이고, 인건비, 월세, 전기, 식용유, 포장비 등은 보이지 않나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남들이 못하는 것, 나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투자대비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다. 또, 한가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면 수익율이 높다. 화장품과 음식장사는 '실물'이 왔다갔다 한다. '실물'이 왔다갔다 하면, 운반비가 들어가고, 보관하는데 비용이 들어간다. 필연적으로 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반면, 게임이나, 정보검색등의 콘텐츠를 다루는 업은 운반비나 보관비가 제로에 가깝다.

이를 지식집약 산업이라고 하는데, 보험이나 여행업도 지식집약 산업이다.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 것도 그렇다. 지식집약 산업에 종사한다고 모두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실물 산업 보다 극히 일부나 선구자적인 기업가만이 큰 자산을 이루었다. 고도로 독창적이면서도, MUST HAVE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인도나 중국에는 유능하고 젊은 프로그래머들이 많다. 그러나, 그들은 구글이나 애플이 될 수는 없다. 피터드러커가 말한 '지식근로자'의 시대도 막을 내렸다. 단순한 코딩은 점점 프로그램화 되어가고 있다. 회계사 보다, ERP프로그램이 더 편하다. 이 사실을 모르면, 회계사를 쓸 뿐이다. 내년이 되면, 더빨라진 프로세서와, 정교해진 소프트웨어가 내 일을 가로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은 그 하청업체가 한국이었다. 재패니메이션은 사실 한국사람이 만들었다. 만화 하청업체는 어렵다. 하루종일 그림만 그려도, 1백만원 간신히 가지고 간다. 경력이 7년이 되어도, 월급만으로 생활하기는 어렵다. 그나마도 잘 안나온다. 반면, 미야자키 하야오는 높은 개런티를 받으며, 다음 작품에서 혁신할 재원을 충분히 얻는다.  

아무도 일감을 주지 않는 시대에서는, 주어진 일감만 하다가는 숟가락만 빨것이다. 지식은 지식이되, 스토리나 감성이 들어가서 한편의 영화처럼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 누구나 자기업이나 상품을 이야기로 만들어서, 홍보할 줄 알아야 한다. 오늘날의 사장은 계산기를 뚜들기기 보다, 메가폰을 잡은 영화감독에 가깝다. 실무에 있는 나는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손님이 와야 계산기 뚜들기고, 흥정할 것 아닌가? 손님은 내가 누군지 모르면, 먼저 오지 않는다.

말은 쉽다. 찰스 핸디가 말하는 '시그모이드 곡선'을 읽었을 때, '이거다!' 싶었다. 막상 생활에 적용하려고 하면, 어림도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일만으로도 바쁘기 때문이다. 내일을 준비하기는 커녕, 오늘 일이 빵꾸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래도 어쨌든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비전과 상상력이 아니라, 언제나 돈과 시간이다. 제약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꿈을 펼쳐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다.

나의 경우는, 사업체는 내가 만들고 관리하지만, 돈을 벌어주는 것은 직원들이다. 그들이 직접 손님을 상대하고, 손님에게서 수익을 올린다. 내가 모범을 보인다고 직원들 틈에 껴서, 판매를 하거나, 써빙을 본다면 튼실하고 빈틈 없는 사업체가 되겠지만, 미래는 없다.

직장인의 경우는, 업무를 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찾거나 교차점을 억지로 연결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업무 시간에는 업무만 하는 것이 옳다. 일찍 퇴근해서 고정적으로 사람을 만나거나, 공부를 하거나, 커뮤니티 활동을 한다. 이런 활동은 현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단지 보다 근원적인 욕망을 해소하면, 일상에 활기가 생길 것이며, 꾸준히 해나가보면 실마리가 보인다. 혹은 현업외에도 '믿을만한 것이 하나 더 있다'라는 사실은 로또 보다 든든하다.

음식점을 운영하지만, 음식점이 전부라면 내 인생은 절망적이다. 언젠가 3살짜리 아들이 나를 따라, 가족모임중, 써빙하는 흉내를 내더라. 화가 뱃속부터 나와서 소리쳤다. 경기 일으키다. 음식점을 딛고, 더 수익율이 높은 산업으로 도약하는 것. 내지는 음식점을 포함한 더 큰 산업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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