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나의

일상에서

  • 구본형
  • 조회 수 5987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4년 12월 4일 16시 59분 등록
리더십의 핵심은 힘이며, 지식 사회의 힘은 평생의 배움에서 온다
success story, 2004, 12 월, 컬럼 2

리더십의 핵심은 늘 잊혀져 왔다. 이 점이 바로 그 동안 리더십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늘 모호하고 불분명한 잡다한 미덕들의 결합으로 이해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리더십의 원천은 힘이다. 힘 없이는 리더가 될 수도 없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도 없다.

철학자 러셀 (Bertrand Russel )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했다.
“ 사회 과학의 기초 개념은 힘이다. 이것은 마치 물리학에서 에너지가 기초 개념인 것과 같다 (The fundermental concept in social science is power, in same sence in which energy is a fundermental concept in physics)"

힘없는 리더는 종이호랑이다. 그는 누구에게도 영향력을 미칠 수 없다. 힘은 리더십의 핵심에 있다. 리더십에서 사용하는 힘이란 생각 속의 의도를 현실로 데려오는 것이며 계속 머물게 하는 에너지다. 리더십의 핵심은 결국 그 힘이 어디서 오며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예를 들어 권위주의자들은 그 힘이 조직의 조직도로부터 온다고 믿는다. 실리주의자들은 실세가 누구인지 따진다. 유미주의자들은 그 힘이 아름다움에서부터 온다고 믿는다. 만일 전문성이 중요한 지식 사회에서 조직표의 위계의 힘을 빌어 영향력을 행사하려한다면 마치 돈이 없는 구좌에서 돈을 꺼내려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잘못된 리더십은 또한 이 힘을 잘못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 동안 많은 경영자들은 구성원들을 조직화하기보다는 통제하고, 표현하게 하기보다는 억제하도록 만들었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보다는 재갈과 고삐로 묶어두는 쪽을 선택했다. 그래서 힘은 가장 필요한 것이지만 가장 남용되는 것이기도 했다. 리더십이란 힘을 선용하는 것이다. 리더십은 리더와 추종자 사이의 힘의 상호 작용이다.

나는 힘의 가장 큰 물줄기 중의 하나는 바로 배움에 있다고 믿는다. ‘정보와 지식의 사회 속에 살고 있다’는 뜻은 정보와 지식이 사회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 에너지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정보와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날아오를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이 몰락하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지식사회의 메시지다. 리더의 힘과 권위는 이제 조직표와 위계질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배움에서 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열자’(列子)라는 책 속에 처절한 배움의 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비위(飛衛)라는 사람이 있었다. 천하의 명궁이었다. 기창(紀昌)이라는 사람이 그 명성을 듣고 찾아와 제자가 되기를 청했다.
비위가 그에게 말했다.
“먼저 눈을 깜박이지 않는 연습을 하게. 그런 뒤에야 활쏘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네”

기창은 돌아와 아내의 베틀아래 누워 눈을 베틀 끝에 댄 채 누워 있었다, 그러기를 2년을 했다. 마침내 그는 송곳이 떨어진다해도 눈을 깜박이지 않게 되었다. 비위에게 찾아가 이 이야기를 하자, 비위가 말했다.

“ 아직 멀었네. 다음에는 쳐다보는 훈련을 해야하네. 작은 것을 크게 볼 수 있어야 하고, 희미한 것이라도 뚜렷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네. ”

기창은 돌아와 머리털 끝에 이를 한 마리 잡아 매었다. 그리고 그것을 창문에 걸어 두고 남쪽을 향해 서서 바라 보았다. 열흘이 지나 작은 것이 점점 크게 보이기 시작하더니, 3년이 지나자 수레바퀴처럼 크게 보였다. 그런 뒤에 다른 것들을 보았더니 표적이 되는 것들은 모두 산이나 언덕처럼 크게 보였다. 기창이 비위를 찾아가 그 이야기를 하자 비위는 기뻐하며 가슴을 치며 좋아했다. 그리고 기창에게 활 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하여 제자는 스승의 기술을 다 터득하였다. 이제 세상에는 스승 비위를 빼고는 그를 당할 자가 없었다.

기창은 천하 제일이 되기 위하여 스승을 죽이기로 작정했다. 마침내 스승과 제자는 광활한 들판에 마주 섰다. 그리고 서로를 향하여 활을 쏘았다. 그러나 중도에서 화살을 더 나아가지 못했다. 두 사람이 쏜 화살은 중간에서 만나 서로 부딪혀 서로를 쪼개며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스승인 비위의 전통에 먼저 화살이 떨어지고, 기창에게는 한 대의 화살이 남아 있었다. 기창은 마지막 화살을 날려보냈다. 그러나 비위는 막대기를 들어 그것을 막아냈는데 한치의 어긋남도 없었다. 두 사람은 활을 내던지고 울며 서로 맞절을 했다. 그리고 부자의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 개인의 평생학습의 두 축을 이루는 하나의 방식을 상징적으로 잘 설명해준다. 바로 멘토링을 의미한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여러 명이 하나의 팀이 되어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가 있다. 한 팀 속에는 여러 가지 전문성이 섞여 있을 수 있고, 그 경력의 깊이도 다르다. 따라서 같이 작업하면서 다른 경력과 전문성이 서로 섞이고 보완하면서 성과와 연결되게 된다. 바로 이때가 현장에서 자신의 전문성과 경험을 넓혀가고 깊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자신이 기술적 영역을 넓혀갈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도와 준 선배는 좋은 멘토로서 역할을 수행한 셈이 된다. 바로 이 사람들이 기창에게 스승 비위의 역할을 해준 셈이다. 스승이기도 하고 파트너이기도 하고 경쟁자이기도 한 사람들, 이들로부터 배우는 것은 공적 교육이 미처 다루지 못한 ‘현장 속의 실제’를 가르쳐준다.

배우고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얻은 기량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문제 역시 매우 중요하다. 배움과 활용과 관련하여 그 정신적 자세에 대하여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장자’(莊子)의 달생(達生) 편에 실려있다.

안연(顔淵)이 어느 날 배를 타고 강을 건너게 되었다. 그 배의 사공이 배를 젓는데 그 몸놀림이 가히 신의 경지에 달하는 듯 보였다. 안자가 물었다.
“배 젓는 법을 배울 수 있겠는가 ?"
사공이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은 몇 번 저어보면 금방 배웁니다. 잠수에 능한 사람은 배 같은 것은 본적이 없더라도 금방 저을 수 있습니다. ”
안연은 그 이유가 납득되지 않아 사공에게 다시 물었으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안자는 후에 이 이야기를 스승인 공자에게 하며 그 이유를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 배를 저을 수 있는 이유는 물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배 젓는 일에만 전념하게 된다. 잠수를 할 수 있으면 배가 뒤집히더라도 결코 당황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에게는 못이 언덕과 같다. 배가 엎어져도 마치 수레가 뒤로 물러나는 것처럼 여길 뿐이다. 엎어져도 뒤로 물러나도 온갖 위험이 닥쳐도 그것들이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는다. 그러니 마음의 여유가 있는 것이다.

내기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기와장 하나를 걸고 내기를 하면 활을 쏘아 기가 막히게 맞히는 사람이 허리띠의 황금고리를 내기의 상품으로 걸면 마음이 어지러워 활을 잘 쏘지 못하게 된다. 기량은 동일하지만 내기 상품에 마음이 쏠리는 이유는 외물(外物)을 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대체로 외물을 중히 여기면 내심(內心)은 졸렬해 진다.“

이 이야기는 배우는 사람의 정신적 태도가 배움의 과정과 기량의 활용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도제방식과는 어쩌면 반대되는 접근법으로 생각된다. 예를들어 어떤 경우 여럿이 아니라 혼자 어떤 상황을 해결하도록 투입된 경우도 있다. 도와 줄 사람도 별로 없고, 어떻게 해야되는 지도 잘 모를 경우, 스스로 실수를 전제로 한 여러 가지 ‘기업가적 모색과 실험’을 시도 해볼 수 있다. 이 때 우리는 실험정신이라는 정신적 유연성을 잃어서는 안된다. 수영과 잠수의 능력이 배를 잘 저을 수 있도록 훌륭한 정신적 토양을 제공하듯이 실험과 모색을 즐기는 정신적 유연성이 배움의 성과를 극대화시킨다. 바로 이 자세가 리더로 하여금 단지 한 분야의 기술자를 넘어 배움의 범용성을 터득하도록 도와준다. 즉 기술을 넘어 자신을 믿는 자신감으로 확장되고,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뜻이다. 이윽고 배움의 본질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경영두뇌들이 모여있는 것으로 유명한 메킨지는 이 분야에서 가장 오래된 회사도 아니고 가장 큰 회사도 아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스스로 최정예의 리더들을 키워내는 것을 가장 중요한 조직의 특징으로 꼽는다. 톰 피터스 같은 경영관련 작가를 배출하기도 했고, IBM을 살려낸 루 거스너도 한때 이 회사에 다녔다. 그들은 멕킨지 안에서 근무하든 멕킨지를 떠나든, 들어올 때 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 떠나는 것을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조직이다. 이것이 메킨지의 힘이다. 어쩌면 멕킨지를 떠나 밖에서 경영자나 컨설턴트로 활약하는 사람들에 의해 멕킨지는 더 유명한 기업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떤 산업분야든 훌륭한 인재를 키워 낸다는 것은 그 조직이 사회에 기여하는 가장 크고 아름다운 일 중의 하나다. 그 훌륭한 인재가 그 조직을 위해 일하든 나와서 그 조직 밖에서 일하든 훌륭한 비즈니스 리더로서 사회에 참여하고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은 그 기업의 자랑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정신적 유연성이 사회가 하나의 인재를 키워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지금은 인재의 시대며 앞으로의 경쟁은 ‘인재 전쟁’의 시대로 묘사되어도 좋을 듯하다.

때로는 경험이 많은 선배 전문가로부터 배우고, 때때로 홀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 보는 이 두 가지 접근법이 상호 보완적으로 한 사람을 전문적인 비즈니스 리더로 만들어 가는 기본 방향인 것이다. 훌륭한 인재들은 배움에 있어 대개 이 두 가지의 접근법을 따른다. 이 두 가지 방법은 모두 개인적인 노력과 학습이라는 자기 책임의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훌륭한 실천성을 가지고 있다.

리더는 먼저 자신의 힘을 가져야한다.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높히고 매일 배움으로써 전문가의 자리를 유지한다는 것이 바로 이 힘의 원천이다. 경영자는 경영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다. 경영의 달인이 되는 것이 리더십의 원천이다. 학자는 학문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다. 학자의 힘은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의 깊이다. 그 깊이가 힘이다. 직업인의 힘 역시 자신의 분야에서의 전문가로서의 소견의 적절성에서 온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힘이다.

반대로 직원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 알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은 모두를 실망시키며, 학문의 깊이가 없는 학자는 좋은 스승이 될 수 없고, 업무의 속성을 알지 못하는 상관은 무능한 것이다. 그들은 긍정적인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 반대로 그들은 조직이 더 나은 길로 가지 못하도록 막는 장애물로 전락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좋은 리더는 스스로를 수련하는 궁사처럼 매일 자신을 수련해야하며, 물 위에서 배를 젓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연한 정신의 지적 탐험가여야 한다.
IP *.229.146.84

프로필 이미지
학이시습지행
2004.12.14 19:49:50 *.190.243.174
학이시습지행에서 좋은 가르침 받아갑니다. 어떠한 결과물이던지 내놓아야할 터인데 조바심이 먼저입니다. 최선을 다할 뿐...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행복이
2005.10.08 20:38:58 *.253.124.44
좋은 말씀에 마음에 한 줄 새겨갑니다..
고맙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