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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4일 17시 05분 등록
노키아의 성공이 우리에게 말하는 강점경영, IBM, 2004, 11월

핀란드에 누르미(Nurmi)라는 노인이 있었다. 젊어서 가게를 하나 운영하다 거덜내고 미국으로 건너가 돈을 조금 번 것으로 알려진 평범한 노인이었다. 죽을 때 마땅한 상속자가 없던 이 노인은 헬싱키에 있는 집 한 채와 남은 돈 약간 그리고 노키아 주식 760주를 자신의 작은 고향 푸키리아(Pukkilia)에 기증했다. 그의 유언은 간단했다. ‘노키아 주식은 절대 팔지 말고, 배당금으로는 노인들의 복리를 위해 쓰라는 것’이 전부였다. 그는 1962년에 죽었다

그가 죽은 후, 37년이 지난 후, 아주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1999년 12월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푸키리아 마을 전체가 돈벼락을 맞은 것이다. 4천만 달러가 느닷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누르미 노인이 죽던 해, 다 해 보았자 겨우 19 달러에 불과하던 노키아 주식이 2억 2500만 FIM( 약 3,860만 달러) 가 되어 버린 것이다. 비결은 노키아 주식 760주가 37년 동안 증자에 따라 22만 8천주로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놀라운 것은 단순히 주식의 수량이 늘어서가 아니라 노키아 주식 한 주당 가격이 1992년에서 1999년까지 7년 사이에 약 300 배 가량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 동화 같은 이야기는 이제 노키아의 신화를 전해주는 유명한 에피소드가 되었다.

1992 년 노키아의 요르마 올릴라는 노키아의 사장이 되었다. 그리고 1999년 회장으로 승진했다. 바로 이 기간 동안 노키아는 신화를 만들었고, 노키아 주식을 가진 투자가들을 매우 행복하게 해 주었다. 1999년 노키아는 유럽 최고의 회사이며 다국적 기업인 영국의 BP-Amoco를 제치고 유럽에서 기업 가치가 가장 큰 회사로 등극했다. 인구가 겨우 500 만에 지나지 않고, 오랜 동안 스웨덴의 지배를 받아온 작은 나라가 만들어 낸 쾌거였다.

노키아가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 그들은 주요 부분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핀란드의 재래기업인 노키아는 고무, 제지, 케이블등 30개 가량의 부분을 가지고 있던 문어발식 잡화상이었다. 그들은 그들의 현실을 알았다. 인구 500만의 작은 나라가 자기들밖에는 사용하지 않는 언어를 쓰면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소수의 일에 집중하여 그 일을 남들 보다 잘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들은 텔레커뮤니케이션에 집중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 뒤에는 올릴라라는 경영자의 리더십이 존재했다. 그는 자기를 치켜 세우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는 기술의 트랜드를 읽을 줄 아는 감각을 가진 부지런한 사람이다. 그는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전 세계 6만명에 달하는 노키아 직원 중에서 2천명 이상이 연구 및 개발 부서에서 일한다. 노키아 리서치 센터는 기업경쟁력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연구 인력의 30%는 가장 까다롭지만 기회가 많은 모바일 인터넷에 매달려 있다. 매출액의 8% 까지 연구비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중 60%는 핀란드 국내에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노키아는 핀란드의 사적 개발활동의 1/3을 담당하고 있다.

올릴라는 생산라인의 직원들의 이야기로부터 정보를 추려낼 줄 알았으며, 과감한 개혁과 근본적 치료가 노키아를 살려 낼 것이라는 것을 직원들에게 설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계로 나갔다. 북유럽의 작은 공간을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를 썼다. 모토롤라는 핀란드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노키아는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 전역에서 가장 가지고 싶은 제품이 되어가고 있었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은 노키아 신화의 또 다른 성공 이유였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공의 핵심은 기술과 디자인의 결합에 있었다. 그들은 휴대전화가 패션상품이라는 것을 누구 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노키아를 세계적인 상표로 만들었다. 가장 노키아다운 슬로건 ‘ connecting people'이라는 비전은 세계인들의 마음 속에 각인 되었다.

그러나 노키아의 성공 요인을 더듬으면서 내 마음 속에 각인 된 것은 좀 더 다른 관점이었다.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주요 부문에 집중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고, 기술과 디자인을 결합하고, 연구에 투자하여 세계적 상표로 만들어 냄으로써 기업가치를 높혀간 노키아의 성공 속에서 나는 매우 이상한 그러나 아주 고무적인 원인 하나를 더 찾아내었다.

그것은 텔레커뮤니케이션이라는 노키아의 산업 분야가 매우 핀란드적이라는 사실이다. 핀란드는 국토의 70 %가 삼림이다. 그리고 전 국토의 10% 정도 되는 호수와 늪지가 그 숲 속에 자리잡고 있다. 숲은 그들의 영혼이 쉬는 교회이고 호수는 반짝이는 휴식처였다. 핀란드인들은 화려한 호텔 대신 15평 남짓한 소박하고 불편한 여름 별장 케사모키에서 숲과 호수 속의 자연을 즐기며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다. 인구밀도가 낮은 핀란드 사람들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애를 써왔다. 이들에게 ‘거리’(distance)는 늘 극복해야할 대상이었다.

한편 별로 말이 없고, 웅얼거리 듯한 목소리, 무뚝뚝한 사람들이 바로 전형적인 핀란드 인이다. 버스를 타고 같이 여러 시간을 여행을 해도 옆자리의 사람들과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거리’는 또한 자신들의 삶의 독립성을 지켜주는 훌륭한 울타리이의 역할을 해 주기도 했다. 그들은 개인을 격리시키는 숲과 호수 속에서 서로를 연결하려는 노력을 해왔고, 동시에 그들은 자연의 고요함 속에서 휴식을 즐기고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고 했다. 무선 통신은 이런 핀란드 인에게 사람과 사람을 잇는 그리고 동시에 사람으로부터 적절하게 격리되게 하는 가장 적합한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었다. 휴대전화처럼 핀란드인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상품은 없었던 것이다.

그런가하면 핀란드인은 바다의 방랑자며 약탈자였던 바이킹들의 후예였다. 역사가인 나디아 밀루텐코(Nadia Milutenko)에 따르면 ‘돌아가 묻혀야할 조국이 없는 사람들’이 바로 바이킹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새로운 유목 시대에 살고 있다. 즉 이동 정보 사회 (mobile information society)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자크 아탈리의 표현을 빌면 휴대전화기는 가장 대표적인 유목물품 중의 하나다. 이동과 방랑의 민족인 핀의 후예이자 바이킹의 후손인 핀란드인들에게 휴대전화기는 매우 익숙한 개념이었고 필요였다. 따라서 그들은 이미 이 분야에 상당한 축적된 정서적이며 기술적인 바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노키아의 신화는 바로 이런 점에서 가장 핀란드적인 성공이라 불릴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텔레커뮤니케이션은 핀란드의 정체성에 가장 적합한 비즈니스 분야였다는 것이다. 그들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가장 그들다운 곳에서 그들다운 방법으로 성공한 것이다. 요르마 올릴라 역시 이점을 십분 활용했다. 그들은 다른 나라의 경영 방식을 도입해 오는 대신 가장 핀란드적인 정신과 기질을 강점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직설적이고 솔직한 태도, 평등과 독립은 가장 핀란드적인 덕목인데, 이것은 또한 노키아의 덕목이기도 하다. 그들에게서 가장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발뒷꿈치를 부딪히며 차려 자세를 취하는 행동’이다. 이점이 바로 독일인 경영자들은 절대로 이해 못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독일인에게는 최악의 항명으로 보이는 사건 조차 핀란드인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노키아의 경영진의 한사람인 안시 반요키는 이것을 이렇게 표현한다. “ 기업의 위계질서는 실용적이지 못하다. 힘든 상황이 닥칠 경우 권위적인 구조에 눌려 창의성과 자유로운 표현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핀란드인들은 끈기를 가지고 집중해 가는 일에 익숙한 대단한 개인주의자들이지만, 항상 팀의 성공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믿을 수 있는 개인주의자들이다. 결국 노키아는 가장 그들다운 사업 분야에서, 가장 그들다운 문화적인 유산으로 무장된 사람들과 더불어, 가장 그들다운 경영 방식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강점 경영이라 부른다. 바로 자신의 정체성에서부터 가공할 만한 힘을 얻어내는 경영 방식인 것이다. 한국 역시 텔레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이유는 이 분야가 한국적의 정체성하고도 일치하는 비즈니스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역시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이다. 산과 그 계곡에서 시작하는 강들은 우리를 서로 격리 시켰고, 작은 국토는 그래서 역사적으로 여러 지역과 문화로 나뉘어져있었다. 예를 들어 전라도와 경상도는 오늘날의 지역적 특성이라기 보다는 백제와 신라라는 전통적 문화의 상이성에서 오는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속에서 우리들을 서로 연결되고 싶었고, 이 공간적 폐쇄성을 극복하고 싶었다. 우리에게도 역시 이 공간적 격리를 잇는 거리의 극복이 중요했다.

또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이동성이 강한 민족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에피소드하나를 소개해 보자. 한 한국인이 독일에서 차를 한 대 렌트해서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반납을 했단다. 차를 반납할 때 차를 점검하던 렌트카 직원이 대뜸 한국인이냐고 묻더라는 것이다.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어떻게 그렇게 금방 한국인인지 알게 되었는지 물어 보았다고 한다. 그 직원의 말이 걸작이었다. ‘그렇게 짧은 기간 중에 이렇게 많은 거리를 주행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한국사람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길만 보면 달린다. 빨리빨리의 나라는 길 위에서의 생활을 즐긴다. 길 위에서의 생활이 바로 유목적인 생활의 핵심이다. 휴대전화는 이동성을 즐기는 우리의 첫 번째 필수품이 될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또한 매우 부지런한 사람들이며 배움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다. 한국 교육의 문제성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한국의 교육열을 부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한 사람들이며 가장 교육열이 높은 민족이라 불러 손색이 없다. 이것이 우리의 강점이다.

우리가 핀란드인들과 다른 점은 우리가 그들보다 더 빠르다는 것이고 반대로 그들보다 더 권위주위적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과 우리의 성과의 차이라고 말한다고 주장하면 지나친 강변이 될까 ?

그러나 우리가 선천적인 민첩성에 기초하여 IT 와 통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술적 트랜드에 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고, 집중적으로 핵심기술의 개발과 획득에 투자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더 비권위주의적 경영을 추구해 갈 수 있다면 우리는 노키아를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이 강점에 기초한 경영이고, 약점이 강점을 상쇄하는 것을 차단하는 경영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어려운 시절이라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비즈니스 환경이 좋을 때도 있고 그 반대일 때도 있지만, 경영은 언제고 해야하는 일상이다. 어렵다고 움추려야할 때가 아니다. 만약 아직도 우리가 국가라는 울타리의 보호를 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 경기가 나쁠 때 투자를 줄이고 조용히 기회를 보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리즘이 장악한 세계화의 시대다. 한국의 내수 시장의 규모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경쟁해야하는 곳은 본질적으로 세계이고, 그곳이 바로 시장이 존재하는 곳이다.

한국의 내수 시장이 어렵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예측되지만 세계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징후는 어디에도 없다. 세계화의 특징은 동종의 게임에 참여하는 기업의 수가 많다는 것이고, 그들의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내수 경기에 갇혀서는 안된다. 움추리고 있는 동안 세계의 시장은 돌이킬 수 없이 잠식되며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박탈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실험하고 모색할 때다. 지금 한국의 CEO들에게 가장 긴급하게 요구되는 리더십의 덕목은 기업의 아이덴터티로 규정되는 강점을 바탕으로 세계적 브랜드를 가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이다. 리스크 없는 기회란 없다. 운이 좋은 때도 있지만 운이라는 것도 모색하고 실험하는 사람들의 것이지 가만히 있는 사람들의 몫은 아니다.

지금까지 그럭저럭 꾸려왔던 기업은 지금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강점을 규정하고, 가장 자기다운 비전을 새롭게 정립해야할 시기다. 지금까지 잘해왔던 기업은 자신의 강점과 비전에 집중적 투자와 새로운 모색을 하지 않으면 안될 시기다. 이것이 바로 그저그런 기업에서 좋은 기업으로,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발전하고 도약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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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씨앗
2004.12.14 19:24:57 *.190.243.174
누르미 노인처럼 꿈의 씨앗을 뿌려야할 터인데... 그곳이 비옥하던 비옥하지 않든 희망의 씨앗은 계속 뿌려야한다. 어쩌면 이것이 나의 전략일지도...? 늘 좋은 글 잘 읽고있습니다. 스승님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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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것
2004.12.14 19:36:21 *.190.243.174
나다운 것 이것을 생각만 해도 열정이 넘쳐요. 한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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