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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10일 23시 55분 등록
내 글은 내 성격만큼이나 무뚝뚝하다. 독서 이력을 보면, 경제서가 대부분이다. 피터드러커, 제러미 러프킨, 요즘은 필립 코틀러를 읽고, 읽어왔다. 경제서를 읽는 이유는, '삶이 팍팍해질 것이므로 더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기본적인 세계관을 가다듬기 위함이고, 내 세계관이 갑갑한 이유는, 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리라. 내 글을 읽으면 어둡고 갑갑하다.

많이 힘을 뺄려고 하는데, 근본적으로 문체를 바꿀려면, 인풋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경제서는 그만 읽고, (어차피 읽지 않아도 읽히는 것이기도 하니까.)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지知의 거장, 타치바나 타카시는 어느때부터 문학책을 읽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관심사는 과학, 철학, 우주같은 팩트에 기반한다. 문학은 팩트가 아니다. 허구를 읽기에는, 시간이 아깝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이 말은 들은, 소설가 장정일은 대놓고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장정일스럽게 논리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했다. 그 또한 30이 넘으면 소설 나부랭이는 읽지말아야 한다. 고 이야기했다. 

일반인라면, 30넘어서도 소설 나부랭이를 읽어서는 안되기전에, 읽을 시간이 없다. 하지만, 글을 쓰고 작가를 지향하는 사람은 소설을 읽어야 한다. 소설가 김영하는 '소설가는 장편을 써야 한다'라고 말했고, 이 이야기를 들은 소설가 정이현도 열심히 장편만을 쓴다. 장편이라고 하면, 단행본 3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일 것이다. 소설가가 장편을 써야하는 이유는 보통 사람은 단행본 300페이지의 분량의 서사를 할 시간과 전문성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소설가에게는 척박한 문화환경에서 그들이 자신을 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물리적인 시간의 양이다. 

'7년의 밤'이라는 소설 눈독들인다.(김진명 '고구려'와 함께 오늘 구입하다.) 알고보니 소설가 정유정, 이분은 7년의 밤이 데뷰작이 아니다. 그 전에도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다. '그래24'에 인터뷰가 실렸다. 그녀의 작법을 보면, 소설 '향수'를 쓴 파스트라쥬스킨트의 것과 닮았다. 이야기를 쓰기 전에 지도부터 그린다. 초고를 쓴 다음 뒤에서 다시 쓰고, 앞에서 다시 쓰고를 반복하는 지리멸렬한 수정작업을 한다. 보통 나처럼 장사하면서 작가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소설을 읽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서사와 글쓰기 태도를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소설가의 글쓰기야말로 글쓰기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어렵지 않으며, 술술 읽히기 위해 고치고 또 고친다. 

다시 나의 글쓰기로 돌아오자. 년초에 구본형 선생님은, '너는 짧은 글을 많이 쓰는 전략을 택하라'라고 말씀하셨다. 연구원들이 한명이라도 책이 나왔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말씀하셧을 것이다. 직장인이 책을 출판하는 길은, '준비하시고 쏘세요' 방식이 맞다. 대체로 책을 출판하는 사람은 평상시에 글을 써온 사람이다. 왜냐면, 출판사에서는 기존의 글을 편집하기 보다는 아예 처음부터 다시 쓸 것을요구한다. 소설가의 글쓰기가 장검을 만드는 것에 비유한다면, 직장인의 글쓰기는 청포도처럼 알알이 박혀있는 모습이다. 단편적인 이야기를 속사포처럼 써내려가기 위해서는 평상시 글쓰기 훈련이 필요하다. 작가가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그가 특별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글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준비하시고, 쏘세요'라고 하는데, 쏘지 못하면 낭패다. 

요즘 책들은 멀티미디어화되어 간다. 아이패드나 이북이 아니더라도, 종이책 조차 사진이며, 그림이며 동영상까지 잔뜩 들어간다.(QR코드를 넣는 추세다.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유투브로 연결한다.) 물론 텍스트가 기본이 되어야 하지만, 책을 구성하는 요소가 다양해졌다. 그렇다면, 자신의 표현 욕구와 기술에 따라 다양하게 콘텐츠를 채워갈 수 있다. 글은 기본이지만, 나는 소설가가 아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인가? 글을 쓰고 싶은 것인가?'

정유정 작가 인터뷰 마지막에 이야기했다. 전업작가도 작가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려운데, 생업을 따로 가지고 있으면서 작가로 입신할 수있을까? 작가를 목적으로 하기에는 경쟁이 치열하고, 물리적인 시간도 모자르다. 생각없이 글을 쓰자. 나는 돈벌이때문에, 글 쓰는 시간이 아까웠던 적이 있다. 글을 끊었더니, 오히려 생활이 엉망이 되었다. 글쓰기는 내 영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안그래도 몸을 혹사시키는데, 글쓰기 조차 하지 않으면, 나는 나를 망친다.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인가? 글을 쓰고 싶은 것인가?'

나는 글을 쓰고 싶다. 글은 평생 쓸것이다. 그러다가 작가가 되고 싶다. 아니면 말고. 
IP *.48.10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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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1.10.11 09:25:59 *.30.254.21
니 글,,무뚝뚝한데..매력적이다.
무뚝뚝해서 매력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네 글의 메시지와 단검같은 글이 잘 어울려
니가 그래서 고정팬이 많잖니...ㅎㅎ

글을 쓰다가 작가되 되고 싶다..아님 말고..ㅎㅎㅎ
그럼..그럼...공감. 동의..

지난 주 일요일..머리가 터질 듯하던 저녁..
기타를 잡고 새로운 노래를 한 곡 만들면서
30분정도 논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3시간이 지났더라...
작곡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글쓰기보다는 쉬운 것 같이 느껴지지만
글쓰기 노력이 없었으면,
노래하고 작곡하는 것이 지금처럼 재미있지는 않았을 거야..

나의 천복은 무엇일까?
노래? 작곡? 세상에 표현하기?
하고싶은 것을 노래와 작곡으로 세상에 표현하기 일까?

p.s  시간될 때, 매우 야한 소설한번 써봐라.
        너가 쓰면 어떻게 읽혀질지 무쟈게 궁금하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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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1.10.11 11:18:01 *.111.206.9
안녕하세요. 안그래도 안부 전화 드릴려고 했는데요.
형 목소리 들으면, 사람에 대한 희망이 생기지요. 

가을이라 그런지, 로보캅 같은 저도 약간 센티멘탈해졌어요.
변경연 형님들 뵙고 싶네요.

이렇게라도 매일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
제가 야한 소설 쓰면, 포르노 될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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