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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29일 20시 04분 등록
세일이라 정신없이 바쁘다. 한명은 핸드크림을 소매 속에 넣었다. 우리 직원이 발견했고, 내가 사무실로 올라가자고 했다. 여중생은 따라오지 않았고, 그제서야 돈주고 사면 되지않냐고 말하다. 훔칠려고 했던 의도는 돈만 주면, 무마된다는 계산을 그 조그만한 머리로 하고있었다. 그녀의 친구는 후드티 앞 주머니에 손을 찔러놓은 상태로, '잘못했어요'라고 형식적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은근슬쩍 나가는데, 아무래도 친구가 자기를 해꼬지할 것이 두려웠던지, 다시 돌아오다. 후드티에 손을 넣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다. 직원이 아줌마답게 주머니를 뒤지자, 립스틱이 나왔다. 그녀는 다른 곳에서 예전에 산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예전에 산것인데, 개봉금지 스티커가 붙어있다. 

경찰에 전화하다. 경찰이 올때까지 기다렸다. 

'훔친것 걸리면, 열배 배상이야'
'지금 세일중이잖아요'

세일이니까, 세일된 가격으로 배상하겠다는 이야기다. 주둥이를 꼬매버리고 싶다. 개념이 없는 것인지, 터진입이라고 나불거리는 모습에 암담하다. 

경찰이 오다. 나는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훈방조치 하라고 했다. 중삐리 2명은 경찰서로 갔다. 2시간 뒤에 경찰이 다시 찾아왔다. 거짓말을 계속하는 통에 도저히 작업이 안된다는 이야기다. 부모에게는 연락이 안되고, 그나마 연락이 된 아이의 엄마는 '자기 딸이 아니니까 맘대로 하시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학교도 알 수 없고, 담임 선생도 모른다. 우리 나라 공권력이 2시간 동안 물건 훔친 여중생 2명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경찰도 열받았는지, 이런 경우에는 사건처리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나보고 서로 같이 가자고 한다. 그러자고 했다. 경찰서에는 그 중삐리가 있었는데, 한명은 조금 반성하는 눈치였고, 앞으로 벌어질 일에 약간은 겁을 먹은 듯했다. 나머지 한명은, 다리를 꼬고 앉아서, 자세를 취하기가 오히려 어려운 자세로 풀어져 앉아서 전화질을 해댔다. 그녀는 파출소에서 전화기로 수다 떠는 것이, 커피숖에서 잡지를 보며 수다 떠는 모습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진술서를 쓰다. 가까운 거리인데, 모셔다 드리겠다고 한다. 그녀들을 경찰서로 옮긴다고 동승하다. 전화기 중삐리는 계속해서 전화질을 했고, 나와 경찰 둘은 그 수다를 온전히 듣고만 있었다. 그녀는 경찰서 가는 것이, 학교 생활교육실에 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15세.
어쩔 수없이, 나도 내가싫어했던, 어른들의 눈빛으로 그녀들을 노려보다. 
'싹수가 노랗구나. 앞날이 뻔하다'라고 알아먹기 분명하게 보아주다. 
물론, 그녀들은 콧방귀도 안꼈다. 

장사하다보면, 
이런 경우가 많다 , 어른들의 영악함은 그러려니 한다. 원래 그런 인간들이니까 말이다. 아이들의 영악함은 짜증이 난다.

대기업 총수에게는 물렁한 대한민국 법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파는 것에는 엄하다. 만약,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면 몇백만원 벌금을 물어야 하고, 더 심각한 것은 2개월 영업정지에 들어간다. 영세업자에게 2개월 영업정지는 폐업이나 같다. 재고는 고스란히 버려야하고, 영업하지 않는다고 집세가 나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코묻은 돈 몇푼 벌자고, 미성년자에게 술을 파는 업자는 없다. 미성년자같은 아이들이 술을 달라고 하면, 신분증을 확인한다. 그 중에 신분증 없다고 하면, 내쫓는다. 법은 업자에게는 엄하지만, 미성년자에게는 훈방조치한다. 한 사업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았으면, 그들의 부모에게도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약점을 이용해서, 일단 술먹고, 안주 많이 시켜먹고 계산할 때 으름장을 놓는 아이들도 있다. 자기는 미성년자라는 것이다. 신고할테면 하라고....물론 팔고 싶어서 판것은 아니다. 그래도, 미성년자가 술을 마셨으면 처벌을 받는다. 

이런 일이 미아리에 있을 때 몇건 있었다. 부모들이 먹고 사느라 바빠서, 아이들을 방치한다. 교육은 집과 학교에서 할 일인데, 식당 사장과 경찰이 그들을 어르고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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