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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15일 22시 50분 등록
사시를 패스해서, 변호사로 취업하면 4백만원대 월급을 받는다. 액수를 떠나 자존심 문제이기도 한데, 신분상승의 통로였던 사법고시는 이미 매력을 잃었다. 월세는 커녕, 1년에 한번씩 내는 변호사 회비도 못내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가만히 있으면 사건이 들어오지 않아서 사무장이라고 불리우는, 브로커를 이용한다. 이들은 수수료로 30%를 떼간다. 전체 수입에서 월세, 인건비까지 빼면 실제로 남는 돈은 많지 않다. 그래도 가만히 앉아서 손가락 빨수만은 없다. 브로커가 물고오는 사건으로 연명해나간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물어다 주는 먹이만 처리하면, 변호사 본인의 영업력은 취약해진다. 수입구조 자체가 브로커에 의존하게 되면 이리저리 휘둘린다. 변호사의 영업력이란, 본인의 실력이다. 서비스나 제품의 기본적인 영업력은 제품력, 곧 '질'이다.브로커에 의존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자생의 힘으로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영업력과 제품력' 둘 다 중요하고, 무엇하나 소홀히 할 수는 없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동대문 운동장에는 포장마차가 3개 있다. 디자인공원 개발로 과거 동대문 운동장 앞의 포장마차는 모두 철수했다. 이곳에는 하루 6천여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온다. 이들이 가지고 다니는 관광잡지를 보면, 포장마차를 마치 한국의 명물인냥 소개한다. 포장마차가 비싸고 지저분하고, 맛없기는 하지만, 잡지에 실린 사진을 보면 그럴듯하다. 뜻하지 않게 몇개 안남은 포장마차는 특수를 맞았다. 나란히 포장마차 3개가 모여있는데, 각각 사장 3명이 나와서 호객을 한다. 호객을 하면, 호객하는대로 손님이 끌려간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아무리 메뉴가 좋고 다른 집과 차별점이 있어도, 당장 눈앞의 손님을 끌지 않으면 빼앗긴다는 점이다. 

창의적인 비지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 보다, 영업과 제품질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더 어렵다. 영업력만으로 일어선 회사는 영속적일 수 없다.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차이를 보면 분명하다. 전자는 영업맨들의 회사이고, 후자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의 회사다. 영업사원의 감언이설과 말빨에 넘어간다면 소비자는 두번 다시 그 제품을 구입하지 않을 것이다. 허나, 스티븐잡스도 타고난 마켓터이자 말빨맨이다. 참 미묘하고, 분명히 선을 긋기가 어렵다. 

내가 위의 포장마차 주인이라면 어떨까? 한결같이, 똑같은 메뉴로, 똑같은 차림으로 똑같은 방법(맛있어요. 이쪽이요. 많이 줄께...)으로 호객을 한다. 이 와중에 한 사람이 새로운 시도를 해서 먹혀들면, 다른 사람도 똑같이 따라한다. 내가 메뉴판을 바꿔서 손님을 끌면, 옆집도 바로 똑같이 따라한다. 내가 눈에 띄는 조명으로 바꾼다면, 옆집도 따라한다. 차별화하고자 시도하면, 금방 똑같아진다. 어떻게 경쟁업체를 따돌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경쟁업체가 도저히 범접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를 수 있을까? 

사업에 대한 개념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보통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사업한다. 이들에게는 고정관념이 있다. '수익성이 좋은 공장, 혹은 매장, 혹은 벌이, 거래처가 하나 있으면 먹고사는 문제가 없어야한다.'라고 생각한다. 사업체를 금을 낳은 황금거위 라고 생각한다. 사업체를 하나 만들면 뽑아먹을때까지 뽑아먹는다.는 생각으로 운영한다. 이런 고정관념은 전면적으로 수정을 해야하는데, 왜냐하면 지금은 경쟁업체가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내가 세븐일레븐이라면, 바로 옆에 패밀리마트와 GS25가 즐비한다. 내가 안동찜닭이라면 바로 옆에 봉추찜닭이 있고, 그 옆에 찜닭은 아니더라도 치킨매니아와 BBQ가 널려있다. 

사업의 개념이 바뀌었다.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사업은 없다.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적절하게 인테리어나 메뉴를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손님이 떨어진다. 사업의 주기는 길어야 3년이다. 과거에는 기초가 튼실한 사업체를 추구했다면, 지금은 빨리 무너뜨리고, 빨리 세우는 속도가 더 중요하다. 자신의 정체성을 깊이 탐구하기 보다는, 우선 많은 시도를 해보고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부를 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보다는, 일을 저질러놓고 공부를 한다.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것이 공부다. 사업이 공부다. 

경쟁업체를 이기기 위해서는, 기존의 영업은 그대로 유지한다. 그 외에 여러가지 시도를 '많이, 그리고 빠르게' 해본다. 돈을 벌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하기 위해서 사업한다는 것이 더 적절하다. 돈이 사업하는 동기가 아니어야 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의 사업하는 동기가 돈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도로 시작하면, 이미 첫단추부터 망한셈이다. 왜냐면, 동기가 똑같은면 포장이야 어떻든간에, 결국 똑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윤을 극대화할 의도라면, 이 역시 잘못된 시작이다. 오히려 이윤을 최소화할 용기가 필요하다. 남는 것은 돈이 아니라, 사업력이다. 크게 사업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라면, 돈은 금방 벌 수 있다. 

결론을 내자면, 기존의 영업, 이를테면 변호사에게는 브로커, 화장품 매장에서는 도우미, 음식점에서는 사장님들의 호객, 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것은 이것대로 나가고, 그 외에 +알파가 필요하다. 매일 새로운 시도를 해야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해간다. 그것이 사업이고, 어느 산업에나 일어나고 있는 '똑같아요 현상'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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