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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0일 07시 16분 등록
안도타다오, 빛의 교회
[안도타다오, 빛의 교회]


오늘 새로온 알바는 24살인데, 실수를 합니다. 사장은 종업원의 뒷모습과 손놀림, 발걸음만 보고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압니다.  실수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잘할려고 하다가 하는 실수는 용서가 되지만, 생각없거나 성의가 없어서 하는 실수는 사장의 마음을 더 새가슴으로 만듭니다. 일을 진척시키는 것은 열심과 정성인데, 다른 말로 하면 스트레스와 긴장감입니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 건축가 안도타다오가 서울에 와서 강연했습니다. 어릴적 권투를 통해서 긴장하는 법을 배웠고,  늘 경계하며 긴장해 왔기 때문에 오늘날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젊은 건축가는 직장인 근성'이 생기면 그걸로 끝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직장인 근성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개인 브랜드를 높여서 영업력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20세 아가씨, 보아는 라스베거스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당차게 이야기합니다. 될성 싶은 나무는 세상에 보여줄 것을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비단 보아뿐만 아니라, 세상 자체가 무대가 되고, 개인은 배우가 되었습니다. 보여줄 것이 없으면, 무대에 오를 수 없듯이, 능력 없는 개인은 갈 곳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기대합니다. 자기를 깜짝 놀라게 해달라고.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지만, 기업들은 죽어라고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애씁니다. 기업은 무엇입니까? 점잖게 이야기하자면 업을 기획하는 곳이지만 , 오늘날 기업은 생존하고자 악을 쓰는 유기체입니다. 돈이 된다면, 자기 살도 자르고, 지옥에라도 달려갑니다. 그런 기업의 모습을 개인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는 물건 보다, 물건에서 얻을 수 있는 환상을 삽니다. 개인도 시장조사를 하고, 기획하며, 포장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기획자는 글쟁이이며 이야기꾼입니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여서는 안됩니다. 나와 타인을 위해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힘을 지녀야 합니다. 글이 힘을 가질려면 경험이 필요합니다. 일과 저술의 조화는 이상적입니다.  예전 쇼프로그램 작가의 북세미나에 간적이 있습니다. '화술'이 주제였는데,  신동엽 예를 듭니다. 신동엽은 술자리에서 사람들을 배꼽 빠지게 할 이야기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빼빼로 처럼 개별 포장하라고 덧붙였습니다. 사람들이 막연하게 꿈꾸거나 생각하는 것을 명료하게 찝는 것이 이야기꾼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명료하게 정리한다는 것은 수고와 시간이 들어갑니다. 남들이 일할 때도 일해야 하지만, 남들이 놀 때도 일을 정리해서 개별 포장하는 시간이 따로 필요합니다. 책을 무턱대고 읽을 것이 아니라, 텍스트와 텍스트, 텍스트와 일상, 일상과 일상간의 연결고리를 다듬습니다. 자연스럽게 연결될 때까지 보고 또 보고, 배치하고 재배치합니다.
 
가수, '비'는 하루 2시간 자는데, 남들이 잘 때, 연습하고 준비한다면 더 앞서가지 않겠느냐!라고 합니다. 만족지연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많은 성과를 올립니다. 안도타다오, 보아, 비를 보면 당장 놀고 싶고, 자고 싶고, 쉬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사람에게는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검열관이 있는데, 무의식에서 튀어나올려고 하는 욕망을 검열관이 감시합니다. 검열관이 작으면 방종하고, 크면 위축됩니다. 가끔 신은 저에게 엄격한 검열관을 주시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신이 저에게 바라시는 바가 큰가 보다라고도 제 멋대로 생각합니다. 신의 뜻을 저버리면 대가를 치룹니다. 불협화음에 분열되고, 자격지심에 시달립니다. 
 
제 희망은 저를 좋아하는 겁니다. 생활의 불협화음은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않을때 생겨납니다. 타협하고, 눈높이를 낮추는 방법이 있기도 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놓아버리는....그런데, 가진 것도 없고, 해놓은 것도 없고, 놓아버릴 것도 없는데, 비우라니요. 스스로 믿을 짓을 해놓은 것이 없는 이상, 자신감은 생기지 않습니다. 

나를 구원하는 것은 나입니다. 변하고 싶습니다. 이제 정면으로 보고자 합니다. 변화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법의 심화이며,  열정이자, 불편이고, 고통입니다. 나를 단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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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0 21:22:36 *.156.168.116
남보다 엄격한 검열관,
남보다 예민한 자아의식,
남에겐 관대하나 나에게 관대하지 못한 배려심 아닌 배려심,
좀처럼 자신을 어여삐 보아주지 못하는 소심함.
그러나
나를 구원해줄 무언가가 다가와주지 않음을 초조해 했었던 어제와 결별하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내가 나를 구원하여 스스로에게 만족하게 되는날이 아주 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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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8.09.20 22:18:37 *.252.102.194
안도다다오 기사를 오늘 읽고 오려두었더랬습니다. 그의 말 중에 인상적인 것은 '무슨 일이든 아침부터 밤까지 하면 길이 보인다'라는 것과 '져도 계속 싸우면 한번은 이길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학력위주의 사회와 싸웠다는 얘기였습니다. 오늘 '맑은'님 글을 통해 공감하는 얘기를 또 읽으니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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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08.09.21 01:34:28 *.129.207.121
'무슨 일이든 아침부터 밤까지' 좋은 말이네요. 혹시 안도타다오에 더 관심있으시면,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하여_디자인하우스'를 읽어보심이. 안도타다오 외에 일본 디자인 거장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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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연기
2008.09.30 10:36:50 *.142.20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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