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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4일 21시 30분 등록
합정에 가다. 이곳은 아기자기한 카페도 많고, 예술 관련 교육기관이 몇개 있다. 일러스트 스튜디오에 가기 위해서였는데, 지하철에서 나와서 보니, 얼마전 입학 설명회에 갔던, '힐쓰' 근처다. 그림 배울려고 간 곳인데, 또 그곳이 예전에 그림 배울려고 갔던 장소와 같다. 무슨 암시같기도하고, 몇주전 받은 입학원서가 생각났다. 내일부터 원서와 포트폴리오 접수를 한다. 

'작가의 길은 험합니다. 자기 안에 무언가 나올려고 하는 것을 느낄거에요. 그래도 참고 참아보세요' 

기껏 입학설명회 열어놓고, 참아보라니. 장사꾼의 감각으로 볼때, 이해가 안간다.  '힐쓰'는 교육학원도 아니고, 학교도 아니며, 그림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다. 얼마전 '달려라 토토'라는 그림책이 해외 그림책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조은영'이라는 작가는 힐쓰 출신이다. 그녀도 기획의도에 밝혔지만, 그냥 마음가는 대로 그리고 싶은대로 그렸다고 한다. 자기 맘대로 그렸는데도, 해외에서 큰상을 수상하고 높은 평가를 받다. 

내가 꿈꾸던 것이 이런것 아닌가? 본래 인간은 놀기 좋아하고, 춤추기 좋아한다. 살다보니, 놀 일도 없고, 춤 출일도 없기에 막상 멍석을 깔아주면 아무것도 못한다. 그러니까, 제대로 놀려고 해도, 힘이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워낙 안놀고 재미없게 살다보니, 발동 걸리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림을 그려야 하는가? 사업하면서 이게 가능한가?라는 번민 때문에 오래 고민하다. 어떤 이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신은 자영업자니까, 시간을 마음대 쓸수있다.' 그 말은 맞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시간이 자유로운 대신, 정신적으로 사업에 매여있다. 오히려 직장인은 시간은 없어도, 퇴근하면 정신을 오프off할 수 있다. 회사나 직무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자영업자 보다는 덜하다.

힐쓰 설립자분은, '참고 참아보라'고 했는데, 사실 나는 많이 참았다. 닭한마리를 팔면서도 전혀 안어울리게 그림을 그렸고, 올해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보다 전문적으로 그림을 시작했을 것이다. 내가 과연 작가로서 나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변에는 여러 근거가 있다. 나는 '강릉김씨'다. 이 성은 참 희귀하다. 살아오면서 나와 같은 씨를 딱2명 만났다. 한번은 고등학교때이고, 또 한번은 신입사원 연수회에서였다. 보통 김씨라고 하면 김해 김씨다. 안타깝지만, 내가 만난 강릉김씨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역사속에서도 강릉 김씨를 만날수 있었다. 

허난설헌과 허균은 허엽의 두번째 아내에게서 태어났다. 그 두번째 아내는 강릉김씨다. 생육신의 한명인 김시습 또한 강릉김씨다. 내 동생도 글을 쓰고, 나도 글을 쓴다.(사실 내가 더 열심히 쓰는 것 같다.) 내 안에는 문인으로서, 글과 그림, 글씨에 대한 DNA가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남들보다 많다. 이런 나의 DNA와 지금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과의 불일치성은 괴롭다. 매출이 안오르면, 사장으로서의 권위가 떨어지고 인간적으로도 상처 받는다. 돈 벌기 위해서 이 일을 하지만, 모든지 돈으로만 평가하는 시스템은 지겹다. 나도 그렇게 물들어가는 모습에 씁쓸하다. 매출이 오르면 반갑게 대하다가도, 떨어지면 아는 척도 안하는 것이다. 어쩜 이런 유치하고 코미디 같은 행동을 나잇살 먹어서 천역덕스럽게 할까? 차라리 애들이 어른이다. 

그렇다고, 사업에 집중한다고 매출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뭐 뾰족한 방법과 콘텐츠가 있어야 손님이 올것 아닌가? 앞으로는 어떤 물건을 파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어떤 생각을 가지고 파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글을 쓰면서 이태리 요리점을 운영하는 사장님처럼 그의 남다른 생각과 철학이 마켓팅 방법이 된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사업을 하면서 여러 시도를 다양하게 해보는 것은 바람직하다. 어떻게 보면, 고민할 것도 없는데 올 한해 꼬박 이런 고민으로 보냈다. 

뜬금없이 내 안에 여성성이 더 많으니, 여자가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나답게 어울리게 살아보겠다는 것인데, 참 어렵다. 암묵적으로 '너답게 살지말아, 모두 하기 싫은 일 하면서 불행하게 사니까'라는 분위기가 있다.'아무도 너의 행복을 막지 않아'라고 하면서도, 정작 이쁜 말한마디 해주는 사람은 없다. 자신은 빠지면서, 상대가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으로 빠지게끔 내버려두는 것은 악 이다.  
 
머리만 복잡해지네. 난 내일 힐쓰에 원서를 넣는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한다. 사업이 망하건 말건, 좃나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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