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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2일 23시 09분 등록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잘 쓸 수 있는 글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전자 보다 쉽다. 

몇년전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다. 변경연에서 쓴 글을 보고 연락주셨다. 책을 써보자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아직, 나는 책 쓸 실력은 못되는가 보다. 어떤분은 지금까지 써온 글만으로 책으로 엮을 수 있지않냐고 하신다. 출판사분들은, 기존의 글을 엮기보다는 다시 쓰기를 원하셨다. 내가 저명한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쓴 글만으로도 누군가 대신 편집해줄 것이다. 하지만, 난 빅뱅이나 안철수가 아니다. 내가  다 써야한다. 

변경연에 매일 글을 쓰는 것은 습작에 해당한다. 2007년부터 써온것 같은데, 양으로 치자면 꽤되리라. 우리의 성과물은 책출판이기는 하지만, 돈을 벌고 싶다고 모두 벌 수 없듯이, 책을 내겠다고, 출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가 있고, 그 때란 내 실력이 책을 출간할 정도가 될때다. 글쓰기에 있어서 내 실력은, 문장력은 아니다. 그 보다는, 전문지식과 경험이 어느정도 쌓였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난 문장가가 될 마음이 없다. 글은 수단일뿐,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삶이며, 삶에서 어떤 성취를 했는가? 그 성과를 글로 적을 뿐이다. 책을 쓸 때가 아니라는 것은, 아직 경험과 지식이 모자르다는 이야기다. 어떤이는, 그래도 당신은 할 말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자기소개서를 쓸때, 인사 담당은 좀더 구체적으로 써줄 것을 요구한다. 머리를 짜서 구체적으로 쓸려고 하니까, 써지긴 써지더라. 그런데, 재미없었다. 

습작을 하며, 얻은 것은 나란 사람이 누구인지, 좀더 구체적으로 알게되었다는 사실이다. 구본형 선생님의 키워드는 '변화'이고, 언젠가 요한형과 병곤형의 키워드는 각각 '성장'과 '소통'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들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세상을 해석한다. 글을 쓰면, 잘 써지는 소재가 있고, 그렇지 못한 소재가 있다. 억지로 글을 쓰면 나도 쓰기 싫고, 타인들도 읽기 싫어한다. 그렇다면, 그 글은 나의 소재가 아니다. 예를 들면, 경제와 정치, 종교에 대해서 글을 쓰라고 하면, 난 한줄도 못쓴다. 쓴다고 하면, 헛소리다.디자인과 자영업, 현장, 외식업, 자기경영, 글쓰기, 마켓팅, IT등에 대해서 글을 쓰라고 하면, 끄적끄적 써내려갈 수 있다. 나의 키워드는 후자의 카테고리에 있다. 또, 글을 쓰다보면 애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삼천포로 빠진다. 유심히 보아야할 것은 자주 빠지는 삼천포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 삼천포는 보물창고인데, 본인의 소질은 물론이고 기질과 세계관까지도 드러난다. 예를 들면 지난 해 내가 쓴 글들을 보면, '앞으로 세상은 더 팍팍하게 변하니까, 더 열심히 살자'는 결론으로 끝난다. 시작은 달라도, 결론은 얼추 이렇게 끝난다. 이 점이 내 세계관이고, 앞으로 난 이렇게 살것 같다. 

키워드를 좀더 좁혀나가자. 버크만 검사, 스트롱검사, 적성검사의 결과를 참고할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예술과 기획쪽에 강점이 많이 나왔다. 그렇다면,디자인에 포커싱한다. 디자인에 포커싱한다는 것은, 디자인 전반에 대한 흐름을 꽤뚫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관련 잡지를 매월 구독해야하고, 전시나 특별한 무언가가 있으면 쫓아가서 배운다. 

문제는, 디자인이란 카테고리도 방대하다는 점이다. 디자인이라고 하면, 산업 디자인, 정보디자인, UI디자인, 영상디자인, 그래픽 디자인....너무 많다. 그래픽 디자인 중에서도 포스터 디자인, 포장 디자인, 북 디자인, CD라벨 디자인, 브로셔 디자인등이 있다. 우리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이 작은 카테고리의 카테고리 중에서 하나다. 범위가 좁아지면, 활동반경은 줄어들지만, 추상적인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바뀐다. 디자인 보다는, 그래픽 디자인이 그래픽 디자인 보다는, 브로셔나 명함 디자인이 좀더 구체적이다. 범위가 좁으면 좁을수록, 경력을 콘트롤하기 쉽고, 타인도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분명하게 안다. 이것을 편의상, 경력 마켓팅이라고 하자. 

인사 담당자들이 이력서에서 유심히 보는 것도, 경력의 '일관성'이다. 경력이 밤하늘의 별처럼 흩뿌려져 있으면, 게다가 그 경력 조차 1년 못채운 것 투성이라면, 이력서를 벌레 취급한다.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현업에서 첫단추를 잘 끼우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과장 정도 되면, 자신의 경력을 진지하게 고민한다.(물론, 더 생각이 없어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떻게 나의 전문성을 살릴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이다. 이게 안보이면, 생활은 활기를 잃는다. 

'일은 작업의 다발'이라는 점에 주목하자. 직장을 다닌다고 하면, 몇개의 업무가 있을 것이며, 그 업무중에는 내가 싫어한느 것도 있고, 좋아하는 것도 있으리라. 또, 일은 중성이다. 일 자체는 여여하다. 그 일을 받아들이는 내가 좋은 일, 싫은 일을 만들뿐이다. 일에 나의 색깔을 입히는 것이, 천직이자 경력 마켓팅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601 비상'이라는 아는 사람만 아는 디자인 회사가 있다. 대체로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은 우뇌형인간이다. 숫자에 약하다. 601비상의 박금준 대표는, 자신은 숫자에 약하지만, 그래도 회사는 돌아간다고 한다. 그에게 회상경영이란, 숫자를 가지고 머리를 굴리는 것이 아니다. 좋은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회사 경영이다. 나는 음식점과 화장품점을 한다. 일 자체로만 보면, 매력적이지 않다. 특히 음식점에서 술까지 팔면, 피곤하다. 화장품점도 직원들 다루기가 어렵다. 좋은 일도 있다. 디자인과 마켓팅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애플의 스티븐잡스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서, 애플을 살렸다. 그에게는 약점이 있는데, 바로 '관리'다. 차기 CEO인 팀쿡은 스티븐잡스가 혁신적 상품개발에 몰두할때, 회사경영이 잘 돌아가게끔 관리했다. 다시 말하지만, 인간은 모든 분야에서 뛰어날 수 없다. 하나만 잘해서, 그것이 성과를 올렸다면 그 작업에만 자기 인생을 건다. 삼천포에 자주 빠지는 것은 바람직하다.자주 빠지는 삼천포에 내 키워드가 있다. 시간이 걸리리라. 

사람마다 경력이 다르지만, 일반적인 특징이 있다. 우리는 바로 핵심으로 들어갈 수 없다. 바로 추상을 이야기할 수 없다. 바로 저쪽으로 갈 수 없다. 변경에서 핵심으로, 구체에서 추상으로, 여기에서 저기로 가는 것이 순리이다. 지금 업에서 흥미가 있는 작업에 몰두한다. 프리젠테이션이 될수도 있고, 보고서 작성이 될수도 있고, 영업이 될수도 있다. 그 작업을 더 잘하고자 애쓴다. 직장과 직업은 중요하지 않다. 너무나 변수가 많다. 키워드를 선택하고, 집요하게 물고늘어진다. 저절로 형성되는 경력은 없다. 내가 단단히 붙잡지 않으면, 깊어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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