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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10일 02시 31분 등록
찰스핸디의 '비이성의 시대'를 읽고,  비로소 피터드러커가 말하는 '단절(discontinuity)'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단절은 '연속하지 않다'는 의미인데, 무엇이 계속 가다가 끊기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찰스핸디처럼, 나답게 '단절'을 설명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편집할 때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1 선형(linear)
2 비선형(non linear)

먼저 선형 편집은 원본테이프에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 마스터 테이프에 복사하는 방식이다. 필요한 부분을 찾아야 하기에 원본이 마모될 염려가 있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대신 작업 과정이 안정적이다. 비선형은 원본 영상을 컴퓨터로 옮긴다. 이 과정을 '캡쳐'라고 하는데, 일단 이 작업이 끝나면, 자신의 원하는 영상소스에 바로 접속할 수 있다. 테입을 앞뒤로 정신없이 돌릴 필요가 없기에 작업시간이 획기적으로 빨라진다. 그대신, 렌더링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고 컴퓨터 사양에 따라서 작업이 불안정할 수도 있다.

선형은 아날로그로서 미래를 예측할 때, 과거의 사례를 참조할 수 있었다. 선형의 시대에서, 미래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직선 위에 존재한다.  연공서열 시대에는 근무 년수가 늘어갈수록 물가상승을 고려한 급여가 착실히 나왔다. 근로자는 정년이 될때까지 자신의 평생급여를 계산할 수 있었다. 대출을 받아서, 집과 자동차를 사면 꿈이 이루어졌다. 20년간 대출금을 상환해 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매달 꼬박 꼬박 들어오는 월급으로 갚아나간다면, 문제가 없다. 기업간 경쟁은 없었고, 업종간 경계는 분명했고, 일자리는 확실했다.

비선형은 디지털로서 미래를 예측함에 더이상 과거가 의미 없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것은 '최초'가 될 것이다. 과거에는 지하철에서 텔레비젼을 보거나,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무선 인터넷과 관련 단말기는 새로운 시장이다. 전례없는 무수한 '최초'가 남발되는 것이 '단절의 시대'다. 과거와 단절되고,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은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기술혁신으로 진입장벽은 낮아졌고, 각 산업간의 경계는 무너지거나 흐려졌다. 밥그릇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이 내 몫을 감히 넘보지 못했기 때문인데, 지금은 자본만 있으면 전문가를 고용해서 해당 사업에 진입할 수 있다. 혹은 자본이 없더라도 관련 사업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있으면 가능하다.

이를테면, 1인출판사의 경우는 메이저급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독립해서 창업하는 경우가 많다. 출판업은 유통, 디자인, 기획, 편집까지 분화가 잘 되어있어서 혼자 기획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 경험이 없어도, 관련 교육을 이수하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물론 경력자에 비해 감은 떨어져도, 좋아하고 열정이 있다면 시작은 할 수 있다. 보통 동네 슈퍼마켓 사장의 꿈은 소박하다. 슈퍼마켓으로 떼돈을 벌려는 사업자는 없다. 기껏해야, 노후자금에 보탤 정도로 벌 생각이다. 쌩뚱맞게 대기업이 구멍가게 사업을 할 줄 누가 알았나? 나만의 밥그릇은 없다.

기업은 안정을 좋아한다. 변화가 많을수록, 안정에 대한 욕망은 더 커진다. 불안정한 느낌을 풍기면, 주주들은 클릭 한번으로 돈을 회수해간다. 시장의 수요가 예측할 수 없다면, 당연히 비용은 필요할 때만 지출하고 싶다. 비용중에서도 불황이건 호황이건 일정 금액을 지출해야만 하는 인건비는 큰 골치다. 물론, 어떤이는 사람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라고 말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77만원 세대, 청년실업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사람이 자산'이라는 말은 그저 좋은 말에 불과하다. 아니면,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해당될거다.

안정적으로 일을 수주받을 수 있었을 때, 직원은 가족이었다. 경력에 따른 그들의 노련함과 숙련도는 업주에게 이익을 주었다.  지금은 일감이 불안정하고, 불안하다. 게다가 작업 방식이 사람의 손이 필요하지 않다. 제조업은 사람이 프로세스 자체가 되었지만, 더 이상 생산라인에 사람은 필요없다. 생산라인을 제작하거나,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필요하다. 직원은 과거에는 가족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제와 같은 일을 열심히만 하는 이들을 보는 시선은, 점점 난감해진다. 쌍용차와 금호타이어는 단절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보여준다. 근로자는 임원 및 사장을 탓하지만, 임원과 사장도 시스템의 일부다. 변화의 물결은 이병철과 정주영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기업이 고용을 책임져주지 않는 이상, 정규직 직원도 자영업자다. 단지 4대보험과 연봉만으로 계약직 보다 우월감을 느낀다면 분위기 파악 못하는 거다. 정규직이라고, 백년 정규직인가? 100년을 살아야 하는데, 50이 되기 전에 나와야한다. 연금이 나머지 50년을 책임져줄 수 있을까? 우리 경력은 우리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 예전에도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 정도가 더 심하고 노골적이다. 나가라면 나가야 한다. 자영업자인 나도, 회사원인 당신도 자영업자다.

자영업자의 시대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쩌면, 인간은 생리적인 현상과 정서상태도 바꾸어야 할 정도로 변화해야할지 모른다. 일할 때 일하고, 놀 때 놀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회사원들은 퇴근하면, 놀지만 자영업자에게는 퇴근이 없다. 물론 놀지 않고, 공부하는 회사원도 있다. 이런 활동을 '자기개발'이라고 한다. 자기개발이 유행하다 보니, 관련산업이 흥하기 시작했는데, 흥하다 보니 경쟁업체가 많아졌다. 수많은 외국어, 컴퓨터 학원과 스피치, 리더십 강연들.....이들이 벌이는 마켓팅은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정된 매출에 마켓팅 비용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콘텐츠는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외국어와 컴퓨터 학원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마켓팅이다. 영업사원들이 불철주야 인터넷과 전화로 홍보를 하고, 걸려든 학생의 수업료에 상당 부분이 이들에게 인센티브로 지급된다. 반면, 콘텐츠의 주체인 강사는 어떠한가? 이들의 대우는 형편없다. 컴퓨터 OS 강사의 시간당 수업료는 1만원 안팎이다.  학원과 자기개발 강좌에 속은 직장인들은 결국 깨닫는다. 돈벌이, 즉 현업이 가장 훌륭한 자기개발임을.

자영업자는 24시간 일하는 사람이다. 24시간 일한다는 것은 24시간 서빙을 보거나, 설겆이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상황이 어떻게 변하는지 예의주시하고, 그에 적절한 대응과 준비를 한다는 의미다. 24시간 깨어있어야 한다. 쉼없이 무언가 만들고 발표해야 한다. 피터드러커는 지식사회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식근로자 개인이 효율성을 추구하며, 스마트하게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라는 말은 '알아서 잘'이다. 겉보기에 세련된 자영업자들, 이를테면 음반 프로듀서나 작가같은 사람을 보더라도, 그들이 만약 입신양명했다면 분명히 24시간 일할 것이다. 스타급 강사, 배우들의 스케쥴은 가히 살인적이다. 건초는 햇볓이 들때 말리라고, 젊은 시절 끝장내게 돈을 벌려는 이유는 시대를 잘 읽고 있기 때문이다. 젊음이야말로 희소가치다. 고령화 시대에 경쟁력은 젊음의 활기와 열정이다. 노인의 지혜는 조금만 필요하다. 그것도 지혜를 가진 노인이 많다면, 그 희소성은 더 떨어질 것이다.

'무수한 최초'가 남발하는 시대, 가던 길을 멈추고 방향을 트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편하지말자. 더 복잡하고 어려운 선택을 하자.  즐겁고 자연스런 변화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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