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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rep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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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23일 14시 13분 등록
황소개구리를 아십니까?
우리는 그저 생태계를 파괴하는 나쁜 외래종 정도로 알고 있지만 사실 황소개구리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많을 것입니다. 덩치도 크고, 힘도 세고, 생식력도 뛰어난 것은 그저 자신의 타고난 능력 뿐인데, 그것이 죄가 되어야 하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가 그런 항변을 한다면 또한 틀린 말은 아닌 싶습니다.
 
하지만 황소개구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의 존재가 기존 생태계를 파괴시킨다는 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뛰어난 역량으로 인해 다른 경쟁자들이 모두 죽게 되고 이로 인해 터전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지요. 그것은 궁극적으로 황소 개구리에게도 좋을 것이 없습니다.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나면 결국 자신도 굶주림에 시달려야 테니까요.
 
사람들 중에도 황소개구리 같은 존재가 있습니다.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어서 어디를 가던, 무슨 일을 맡던 완벽하게 해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다른 사람과 협력하지 못하고, 자신의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의 방향으로만 밀어 부치려 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자신의 방향이 객관적으로 봐도 옳습니다. 그래서 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어차피 옳은 방향을 찾느라 토의를 봤자 자신이 원래 제시한 방향으로 결론이 테니- 역량이 떨어지는 동료, 선배, 후배들 의견 무시하고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만 라고 밀어 부치는 사람들이죠.
 
대부분 그런 사람들은 역량이 뛰어난 관계로 동료나 심지어 선배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결국은 생태계를 메마르게 하는 황소 개구리입니다. 역량이 모자라는 것도 억울한데 게다가 무시까지 당하는 동료와 선후배들이 사람의 주변에서 자발적으로 일을 하려고 할까요?  노비를 부리던 시절에는 가능하겠지만 21세기 자유국가에서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황소개구리가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 생태계는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최고의 효율을 추구함에도 시스템 전체가 부식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스스로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렇다면 스스로 황소개구리가 아닌지 돌아 보세요. 효율성 제고는 적당히 하시고 그보다는 생태계 자체를 보존하고 나아가 키우는 쪽으로 에너지를 돌리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으세요. 그러려면 우선 보통 개구리들에게 인정을 받는 황소개구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것입니다. 여기에는 효율의 관점에서는 쓸데 없어 보이는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 갑니다만, 절대 쓸데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결국 아시게 겁니다

오늘부터 세네 편에 걸쳐 전략 핵심요소 중 가장 기본적인 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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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하는 전략을 만들기 위한 번째 핵심 요소인 地는 경쟁이 일어나는 공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地는 반드시 물리적인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인 공간, 개념적 공간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공간 내에서 경쟁상대와 대비한 상대적 위치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전략에서 地란 경쟁이 일어나는 공간과 안에서 나의 상대적 위치라고 정의할 있다.  유능한 전략가는 싸움(경쟁) 벌릴 공간과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스스로 선택할 있어야 한다.

손자병법의
地形편에는 적과 전투가 일어나는 공간을 정의하고 각각의 특성에 따라 취해야 기본 원칙을 설명하고 있다. 손자는 통형, 괘형, 지형, 애형, 험형, 원형 등으로 전투가 일어날 주의해야 지형의 종류를 여섯 가지로 나누었다.

번째, 통형(通形) 적이나 아군에게 진퇴 방향의 전환이 편리한 사통팔달의 지형으로 경우에는 먼저 사방을 관찰하기 용이한 고지를 선점하고 자신의 보급로를 확보한 전투를 행하면 유리하다. 번째, 괘형(掛形) 진격하기는 용이하나 후퇴하기는 어려운 지형을 의미한다. 경우에는 적에 대한 기습으로 성과를 얻도록 해야 한다. 만약 기습을 감행하였으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적의 반격을 받게 되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있으니 반드시 기습이 성공할 있도록 해야 한다. 번째로는 지형(支形)인데, 이는 아군이 먼저 진출하면 아군이 불리해지고 적군이 먼저 진출하면 적군이 불리해지는 지형이다. 지형은 이동에 제한을 주는 장애물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공간을 상상하면 된다. 이러한 지형을 만났을 경우에는 설사 적군이 아군을 유인해도 이에 응하지 말고 적이 반쯤 진출해 공격을 하면 유리할 것이다. 번째,애형(隘形) 통과할 수는 있으나 좌우에 장애물이 많은 애로지형이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아군이 먼저 점령해서 병력을 배치시켜 놓고 적을 대비하면 유리하다. 만약 반대로 적이 이곳을 선점하고 있다면 절대 접근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섯 번째, 험형(險形) 굴곡이 많은 지형이다. 산악이 험준한 지형을 말하는데, 여기서도 사방 관측이 용이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적에 의해 주요 고지가 선점되었다면 지형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은 원형(遠形)이다. 양군이 처해 있는 지세가 비슷하고 진영의 중앙에 장애물이 없는 광활한 평탄지대로서 적이나 아군이나 도전하기에는 거리가 지형이다. 이럴 경우에는 먼저 움직여 적을 공격하면 불리하다. 아군은 거리를 횡단하느라 쉽게 지치는 반면, 적은 유리한 진지에서 전투를 있기 때문이다.

손자가
언급하는 地에는 물리적 공간인 전투지역이라는 개념과 지형의 특색이라는 개념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공간으로서 전투지역은 전략가에 의해 선택이 있지만 하나의 공간이 선택이 되면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은 고정적 요소로 받아 들여야 한다. 사람이 지형의 특성마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산이나 강을 마음대로 옮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중동전쟁에서는 개방적인 지형인 통형으로 인하여 특정한 군사전략 이외에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하는 무기의 종류와 부대의 배치 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반면
, 전투지역이라는 개념은 고정적 요소가 아니다. 전략가는 자신이 교전할 지역을 선택할 있다. 만약 교전지가 자신에게 불리할 같으면 그는 싸우지 않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모든 경우에 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경우에.   그러므로 전투지역이라는 개념은 가변요인이며 상당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
베트남 전쟁을 보자. 북베트남군은 미군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 정면 대결을 회피하였다. 대신 밀림 속에 숨어서 게릴라전으로 산발적 전투를 벌렸다. 북베트남군은 자신이 싸우고 싶어하는 전투지역을 주도적으로 선택할 있었고 이로 인하여 절대적 전투력의 열세를 극복할 있었다. 반대로 전투지역 선택에서 주도권을 빼앗긴 미군은 밀림이라는 자신들에게 익숙지 않은 지역에서 북베트남군은 물론 지형적 특성과도 싸워야 했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사용 가능한 무기와 전술이 크게 제한 되었으며 이로 인해 전투력마저 크게 감소하였던 것이다.
 
요약하자면, 전략가는 전투지역 자체는 선택할 있지만, 일단 地에 대한 선택이 이루어지고 나면 그것이 가지는 고유한 지형적 특성에 적응해야 한다. 그러므로 전투지역이 달라짐에 따라 전투의 유리함 혹은 불리함이 달라지며, 특정 전투전략이 다른 전략보다도 효과적일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기업의 경우도 기업이 위치한 물리적/개념적 위치에 따라 특정한 하부구조적 특성에 적응해야만 한다. 이러한 하부구조가 기업의 경쟁전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가령, 괘형과 같은 특성의 시장이라면 진입은 용이하나 철수가 어려운 시장이라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는 속전속결로 성과를 내고 자리를 잡아야 한다. 이런 시장에서 머뭇머뭇 거리다가 경쟁사들의 반격을 받게 되면 철수도 없는 상황에서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손자가
제시한 여섯 가지 지형과 특색에 따른 용병원칙에는 일반적인 원리가 있다. 우선 자신에게 유리한 지형, 감제고지(사방 관측이 용이한 고지), 애로/산악고지 등을 선점하고 적을 기다리는 한편, 자신의 퇴로와 보급로는 철저히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적이 유리한 지형을 선점하고 아군을 유인한다면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전투는 항상 아군이 유리한 지형의 유리한 위치에 있을 시작해야 하므로 유리한 지형을 사전에 판단하여 이를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는
地를 선택할 때는 주도권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베트남전이나 페르시아 전쟁의 테르몰필라이 전투 사례처럼 地의 선택에서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면 아무리 양적으로 우세하더라도 불리함을 면치 못하게 것이다. 개인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분야, 가령 부모님이나 타인의 강요로 특정 직업이나 삶의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다면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하여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행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항상 자신의 주도하에 地를 선택할 있도록 하는 것이 훌륭한 전략의 기본이 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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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3 15:45:26 *.216.25.172
地에 대한 얘기보다는 황소개구리 얘기가 더 확 와 닿네요.^^
내가 처해 있는 경쟁의 구도 하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잘하는 영역으로 경쟁의 地를 옮겨와야 한다는 얘기는 의미있는 화두인 듯 합니다. 

건승하세요.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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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건친구
2010.03.24 18:26:24 *.120.80.243
있잖아요......
어제와 오늘 채홍미대표께서 저희 회사에 오셔서 퍼실리테이팅 교육을 하시게 되어 참석했었습니다
그래서 퍼실리테이팅이란게 어떤 건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고, 어쩌면 작년 꿈벗 여행에서 저에게 툭하고 던지셨던 그 말씀이 맞는건가..하는 생각도 들면서 조금은 가슴이 설렜습니다. 물론 아직은 유사욕망인지 진짜 욕망인지 더 확인을 해야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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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pio
2010.03.25 23:56:55 *.133.96.40
우와, 우리 구구이삼 멤버들이 오랜만에 갗이 모였네...
안그래도 채대표가 동화마루에 가서 강의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최주영 차장님을 찾아 보라고 했는데...
조만간 채대표와 '전략 퍼실리테이팅 workshop'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open하려고 합니다.
관심 있으면 연락 주세요...

두분 다 잘 지내지요. 동건친구는 요즘 홈피에 흔적이 많더라구요.
우리 날돼 동상은  부지런히 재미없는 전략이야기에 댓글 달아 주시니 정말 눈물이 납니다.

4월 중순 이후에 함 만나요.
제가 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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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3.30 20:39:29 *.75.30.226
지면상의 위치,   상대의 신체적인 조건,  기술과 전략패턴
중요경기 또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기,   

이런 지형적인 조건들도  쉽게 바뀌지는 않는 거 같아요,
바꾸려고 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인 조건을 확보해서 미리 선점하는 것이
더 유리하고 가능성이 높은 거 같거든요...

황소개구리.....
싸워서 최강이 되죠,, 하지만 절대강자가  되는 순간에 
상대가 아니라  천하가  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죠

사람은 일대일이 안되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모아서 덤비게 되니까...  
눈에 보이는 적이 되지 않으려면 ..... 
스스로 죽던지, 아니면 칼을 버려야 하는 거죠.

천하가 불러줄 때까지... 

ㅎㅎㅎ  그냥 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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