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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7일 09시 12분 등록
몇몇 사장님들을 모셨다. 사장님의 힘과 능력은 그와 헤어지고 나서 깨닫는다. 그의 행동과 생각이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다. 나란, 내가 모신 사장님들의 조합이다. 

첫번째 사장님은 작은 여행사에서 아르바이트 할때였다. 그 사장님은 나이가 환갑정도 되셨는데, 불같은 성격이셨다. 환갑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정력적으로 사셨던 분이다. 함께 출장을 나가려고 공항에서 만났다. 손님들과 미팅을 하는데, 손님 한분의 여권을 실수로 빼먹다. 이런 경우에는 눈앞이 깜깜하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더니, 오늘 떠나는 손님인데 엉뚱하게도 그가 가지고 있었다. 모범택시로 달려와서 간신히 여권을 받았다. 출발시간이 10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 물품 검사대도 통과하지 못했다. 죄 지은 사람마냥 사죄를 하며, 검색대, 세관을 새치기해서 통과했다. 세관을 통과하자, 비행기 게이트가 죽어라고 먼 곳에 있었다. 몇분 남았는지는 무서워서, 시계를 볼 엄두도 나지않았다. 정말 죽어라고 달렸다. 내가 먼저 달려가서 비행기를 잡아놓고, 사장님을 기다리자 라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뛰었을까? 거의 비행기 게이트에 다왔을때, 뒤를 돌아보다. 그 60 넘은 노인네가 싱글 웃으면서 나를 따라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참 구두쇠였다. '사장님 배고파요' 혹은 '공항버스비 주세요'라고 묻기 전에는 그가 먼저 말을 꺼내는 법이 없었다. 그저, 내돈으로 때우고, 말하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다. 평상시에는 무심한척 있다가, 돈 이야기 나오면 눈이 반짝 거렸다. 그는 담배도 많이 피우고, 기침도 많이 했으며, 얼핏 보아도 기력이 쇠해보였다. 나이가 든 것이다. 그래도 돈 이야기만 나오면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우연하게 사장님의 아들과 함께 가이드 일을 하다. 그때 처음으로 아들과 아버지 사이가 원수만큼이나 안좋을 수도 있구나 라는 사실을 목격하다. 내가 볼때, 두 사람 성격이 너무 불같다 보니까, 매번 싸웠다. 일 끝내고 술 마실때는, '전 아버지가 존경스러워요'라고 형이 말하고, '그러냐~'라고 사장님이 대답한다. 그런데, 한시간 후에는 서로 죽도록 싸운다. 

아마도 난 그들로부터, 인생이 논리정연한 것은 절대 아니고,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은듯하다. 또, 돈을 추구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돈이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우리 어머니가 외식업을 한다고 이야기하자, 그렇다면 넌 일찍부터 그 장사를 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어머님이 터를 이미 닦아놓았으니, 그 자리에 들어가서 포맷은 유지하되 알맹이만 바꾸면서 우려먹으라는 실질적인 컨설팅을 해주셨다. 그때문인지, 나는 외식업을 할때 나의 적성을 따지지 않았다. 솔직히 적성이라는 것이 꼭 일이 잘 안되면 떠오른다. '이건 내 일이 아니냐'라는 식으로 말이다. 

두번째 사장님도 여행사 사장님이었다. 첫번째 사장님에 비한다면 점잖으셨다. 그의 사회적인 지위가 높았다. 한국 제1의 여행사 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상장된 회사인지라 주주들도 신경을 써야했다. 크게 회사를 굴리는 사장님들을 보면, 힘이 느껴진다. 연출하는 힘은 아니다. 함께 단둘이 에레베이타에 탄 적이 있다. 사장님이 에레베이타에 타니까, 공기 전체가 꽉 차는 느낌이었다. 평상시에는 인자하시다가,아니다 싶으면, 꼬장꼬장 하셨다. 큰 회사의 단점은 사장님을 가까이서 모셔볼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3년 동안 딱 두마디 했던 것 같은데, 그것도 마지막 말은 작별인사였다. '네가 잘 되어야, 나중에 함께 일할 기회도 얻는다'라는 말씀이셨다. 이 회사는 요즘은 주춤하지만, 여전히 안정된 페이스로 순항중이다. 

세번째 사장님은, 사장님이 아니라 대표님 이라고 불렀다. 여행사가 아닌 디자인계열 회사였는데, 그쪽에서는 사장님을 대표님이라고 부르는것 같다. 이분은 하루종일 사장실에 계셨는데, 어쩌다가 내가 사장실에 들어가면 졸고 계셨다. 점심을 먹을때는 어제밤에 보았던 축구이야기를 하셨다. 회사 일 보다도, 자신의 미래와 경력에 더 관심이 있어보였다. 가슴은 따듯하신 분이라, 내 결혼식때도 기꺼이 오셔서 축하해주셨고, 아내와 우연히 만났을때도 전어를 사주셨다. 직원을 잘 대해주고, 큰소리 치지 않는다. 얼마전 이 회사에 찾아가다. 사장님은 만날 수 없었고, 부장님을 뵙다. 회사 다닐때 속써여 드려서 죄송하다고 이야기하다. 내가 사장해보니까, 당시 당신네들이 내 모습에 얼마나 기차했을까? 그러면서도 얼마나 눈감아 주었는가? 죄송하고, 고맙다고 라고 이야기하다. 가슴이 후련했다. 

마지막으로 영향을 많이 받은 사장님은 우리 어머니, 아버지다. 난 군대에서 상병 휴가 나왔을때, 어머니가 나이 50에 날렵하게 마대질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또, 장애인 아버지가 한쪽팔로 뺑글뺑글 후라이팬을 주방에서 설겆이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다면, 젊은 나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어머니는 뱀이 개구리를 물듯이, 사업을 자꾸 벌리신다. 벌써 오래전부터 장사를 그만둔다고 하셨다 .하지만, 요즘은 커피 전문점과 프랜차이즈 빵가게를 눈독 들이고 계시다. 사업은 참 힘이 드는데, 직원들때문에 그렇다. 직원들과 손님들 때문에 힘들어하면서도, 꾸역꾸역 하루하루 장사를 해나가신다. 그리고, 한 분야에 오래 일하면 초능력이 생기는것 같다. 언젠가 부터 어머니는 사람들의 관상이 보인다고....'그이는 얼굴이 흘러버리는 인상이야' 라는 말을 하시면, 정말 그이는 얼굴이 그렇게 생겨먹었고, 행동도 그랬다. 이런 어머니의 능력을 옆에서 보면, 외식업의 비전을 본다. 나도 가슴이 깨지고, 짠할때가 있는데 나중에는 나에게 보탬이 되더라. 

직원들과 상담을 하다. 때때로 얄밉지만, 1년 가깝게 함께 있다보니 정들다. 편하고, 즐겁게 일하며 많이 받아갔으면 좋겠다. 직원들이 원하는 사장은 역시나 능력 있는 사장이다. 내가 만난 사장님들은 성격과 분위기는 모두 달라도 한결같이 '성과'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장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나를 버리고, 회사를 살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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