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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5일 17시 11분 등록
몇개월 동안 '사장의 일'에 대해서 고민하다. 음식 장사의 경우, 사장님들이 서빙도 보고, 조리도 한다. 사장이 직접 일을 하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손님에게 신경을 더 수 있다. 나 역시 미아리에서 닭한마리를 팔 때는 1년 365일, 카운터를 지키고 써빙도 보고, 주방장이 퇴근하면, 직접 조리를 했다. 직원이 일하는 모습이 답답하면, 직접 나선다. 남자인 내가 몸도 날쌔고, 보기도 좋다. 또 한국인들은 음식점에서 스트레스를 푼다. 일개 소시민이 그나마 목에 힘줄 수 있는 곳이 음식점이고, 나같은 젊은 사장은 '가학'하기에 안성맞춤.

화장품은 틀리다. 남자인 내가 판매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판매업을 하면서, 많이 배웠는데, 손님들은 상품의 필요성 보다는, 판매원을 보고 구입한다는 것이다. 판매원이 마음에 들면, '잘샀다'고 느낀다. 화장품이 매장면적 대비 고매출을 올리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판매원에 따라 매출이 1만원 오를것, 10만원도 오르고, 그 이상도 가능하다.

우리매장은 일본 여성분들이 주고객이다. 이들을 잘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일본어가 가능해야 하며, 처녀 보다는 아줌마 판매원들이다. 남자가 화장품을 판매하는 것을 보면, 매우 프로페셔널해 보인다. 하지만, 충분한 지식과 판매력이 없으면 매장 전체의 분위기를 떨어뜨린다. 사장은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이 맘에 들리가 없는데, 음식점과는 달리 화장품은 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답답하다. 

몇번 나도 시도를 하다. 일본어를 전공했기에, 일본인들이 물건을 살때는 나의 설명이 아니라, 나의 일본어실력을 보고 믿음을 갖고 구매했다. 사장인 내가 판매를 하면, 직원들이 모두 감동해서 열심히 할 줄 알았다. 중국이라는 민족성 때문인지, 그들은 내가 밖에서 곰탈 쓰고 호객을 하건, 하나라도 더 팔고자 몸부림 치는 모습에 감동 보다는,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모습을 보면 화가 났는데,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너희들은 왜 이 모양이냐?'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대신, 사사건건 짜증을 내고 신경질을 부린다.  이런식으로는 도저히 경영을 할 수가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매장에 웬만하면 가지 않는다. 그저, 내가 출근해 있다라는 사실만 상기시켜준다. 대부분은 와이프에게 맡긴다. 그녀는 나와는 달리 부드럽게 직원들을 대하고, 그들의 요구하는 바를 잘 도출해서 풀어준다. 아무래도 로보캅 같은 나보다는, 내 아내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직원들에게도 편하다. 이렇게 매장을 다 맡겨버리고 나면, 사장인 나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입장이 된다. 하릴없이, 매장을 돌며 수금만 하는 한량같아 보이기도 하고,  마누라 등쳐 먹는 기둥서방 같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날. CCTV를 통해서 매장을 보다. 분위기가 이상하다. 손님이 매장 전체에 삿대질을 하는 것이 아닌가? 번개같이 매장에 갔다.  손님에게 판매원이 중국어로 욕을 했다. 뭐, '제기랄' 정도...공교롭게도 같이 온 딸 둘이 모두 중국 유학생. 그 욕을 알아들었다.

그 자리에서 해고시켰다. 돈은 못벌어도, 욕하는 매장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저급한 매장이 되고싶지는 않다. 우리 매장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했던 판매원이다. 그 다음날 다시 부르다.  현재 한국에서 일하는 중국인들은 조선족과 한족이다. 한족중에는 유학생이 많다. 그들은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배운 사람들이라, 한국어에 서투르다. 손님이 무언가 물어보면, 무슨 말인지 모르기에 대꾸를 안하기도 한다.  그런 연유로 오해가 있었던 듯 하다.

지금까지 만든 매장을 보면, 한결같이 나와 닮았다. 사업은 실력이 아니라, 인품과 격으로 이룬다. 손님 보다, 눈높이가 낮으면 성공할 수가 없다. 사회 생활 초기 여행사에서, 여러나라의고급 서비스를 받아본 것은 행운이다.  사장은 필연적으로 지적, 문화적 수준이 적어도 손님 보다는 높아야 한다.  직원들의 지저분한 유니폼, 손님을 홀대하는 태도를 그냥 넘어가서는 안되고, 이런 것들이 눈에 띄고, 지적하기 위해서는 사장 스스로의 삶도 깐깐해야 한다.

사장의 일은 무엇일까?  사장은 전체 매출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지, 각개 작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또, 전체 그림을 그리고 직원들에게 방향을 제안한다. 마켓팅으로 손님을 끌고 오는 것도 사장의 일이다. 사장의 고객은 직원들이며, 그들이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는 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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