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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4일 23시 30분 등록
미아리 닭한마리 팔때, 소주 이벤트를 하다. 한 사람당, 소주 1병을 주는 서비스다. 본래, 소주 100원 이벤트를 했는데, 닭한마리 하나를 주문하고(15,000원) 소주를 20병 마신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인당 소주 1병으로 제한했다. 소주 한병을 공짜로 준다고 하면, 어디에 숨어있는지 손님들이 꾸역꾸역 모여든다. 마진은 적지만, 평상시 보다 매출은 좋다.  우리 식당에 손님이 바글바글 하면, 상대적으로 주변 매장은 썰렁하다. 나는 신나서 일하는데, 그 모습을 주변 사장님들은 물끄러미 본다. 참다 참다 못해, '이거 언제까지 할거야?'라고 퉁을 놓는다. 생각 같아서는 오래 하고 싶지만, 주변 상인들의 눈치 때문에 오래할 수 없다.손님이 없는 것이, 내가 가격을 후려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장사를 하면, 손님 보다 중요한 것이 주변 상인들이다. 이들이 특별히 매상을 올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인심을 잃으면 장사하기가 어렵다.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이라고 책에는 써있지만, 실제로는 주변 상인들과 직원들이 오히려 손님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소주 이벤트는 2,3일 정도 더 하고 싶었지만, 앞집 사장님이 그만하라고 해서, 그만할 수 밖에 없었다. 

며칠전, 우리 화장품 매장 옆에 화장품 매장이 또 생겼다. 입지도 우리 보다 유리하고, 면적도 3배가 넓다. 2주 동안 공사하는 기간에 나름 대응책을 강구해 보았으나, 별 뾰족한 수는 없었다. 막상 오픈을 한 모습을 보니, 그 깔끔하고 화려한 인테리어와 규모에 심장이 벌렁거렸다. 조급한 마음에 자체 세일을 하다. 마켓팅에 있어서 강력한 수단은 '세일'이다. 문제는 자주하면 안되는데, 손님이 정가를 믿지 않기 때문이고 특별히 세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쉬울 것은 없다. 화장품 가게는 너무 많다. 세일을 하면, 효과가 있다. 옆집 화장품을 견제하기 위해, 급한 마음에 세일을 했는데, 효과가 있었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프랜차이즈라 본사 정책에 따르지 않고, 맘대로 세일을 한 것이 문제다. 

모매장에서 손님이 영양크림을 구입했다. 그런데, 집에 오는 도중 우리 가게가 세일하는 모습을 보았다. 구입한 매장에 돌아가서 환불을 요구하다. 손님이 환불하면 손님이 없는 것보다, 기분이 더럽다. 화가 난다. 우리가 세일을 했기때문에 손님이 환불을 했다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예의 미아리 닭한마리 처럼, 이번에도 더 하고 싶었으나 주변 눈치 때문에 하지 못하다.

현대, 기아차가 미국에서 활약하는 것은 가격 경쟁력에 있다. 요즘은 너무 혁신 중독에 걸리지 않았나. 혁신은 필요하지만, 소비자는 SF 영화와 같은 기술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것보다 조금 편하면 된다. 어느 정도 기술이 진보하면, 손님은 기술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전화기 쓰는데, HD화면일 필요가 있을까? 전화기로 인터넷이나, 텔레비젼을 보지 않으면 어떤가? 혁신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낮은 가격이다. 

소매 사업을 하면서, 이익율, 즉 마진을 많이 생각한다. 당연히 얼마 버는지 사장이라면 고민할 것이다. 그런데, 이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매출이 높아야 하고,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는 마켓팅 비용이 들어간다. 이 마켓팅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물론 하나같이 돈이 들어간다. 여행사 가이드를 섭외할 수도 있고, 쿠폰을 발행하거나, 요즘은 인터넷을 많이 이용한다. 특히 인터넷 같은 경우에는 6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는데, 그 비용이 몇천만원이다. 차라리 그 돈을 광고하는데 쓰지말고, 손님들이나 직원들에게 직접 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가격을 낮추면 확실히 손님이 모인다. 하지만, 대놓고 가격을 내리면 동종업계 사람들이 반발한다. 혁신을 해서,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같은 상품의 가격을 기술 좋게 낮추는 능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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