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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25일 22시 38분 등록
'이 책은 완벽에 대한 열정과 맹렬한 추진력으로 여섯 개 산업 부문에 혁명을 일으킨 창의적인 기업가의 롤러코스터 인생과 그의 불같이 격렬한 성격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_스티브잡스_월터 아이작슨

월요일. 스티브 잡스 전기 발간. 오늘 구입하다. 누군가 트위터에 '생각보다 얇네'라고 썼는데, 1천페이지 가깝다' 서점에 가니, 어느 매대나 책이 놓여져 있었고, 누구나 책을 들쳐보고, 많은 사람이 구입하는 모습이다. 우리 가게 화장품이 이렇게 팔렸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광고도 하지 않고, 잘 보일려고 애쓰지도 않는데, 그가 상품을 출하하면, 줄서구매한다. 그가 죽어도, 아이폰 4s는 애플 상품중 가장 빠르게 팔려나가는 중이다. 이번에 출간된 전기 역시, 한국어판 8만부를 더 찍어내기로 했다.

책을 들쳐보는 사람은 다수가 양복 차림의 30대 회사원들이다. 점심시간 짬을 이용해, 혹은 거래처 가는 틈에 서점에 들리는듯 하다. 이 책을 사면서 쑥쓰러웠다. 마치, '내 인생은 잡스같지 않고, 답답하고 짜증난다. 그래서 이 책 읽고 변하고 싶다'라는 속내가 걸릴 것 같다. 그의 얼굴이 커다랗게 보이는 앞표지를 숨기면서 집까지 들고왔다.  

잡스의 사망과 더불어, 전세계는 잡스 증후군에 걸렸다.잡스가 스탠포드 대학 축사에서 했던 말, '인생은 짧으니, 타인의 도그마에 빠지지 말고,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라'라는 말은,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생명수 같다. 사업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시장상황은 나빠지고, 고객은 까다로워지고, 원가는 높아지고, 단가는 낮아진다. 이런 시대에 아이폰같은 상품은 혜성 같은 존재다.    

무엇보다 잡스가 남긴 것은, '애플'이라는 회사 자체이고, 인간적으로서 그의 인생 자체가 최고의 상품이자, 예술품이다. 우리 모두는 그런 삶을 꿈꾸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나의 존재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삶이기를 원한다. 몇푼 벌자고, 손님에게 이리저리 치이는 삶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런 삶이 될까봐 두려워하지만, 어느순간 그 보다 더 심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이 생긴다. 

오늘 순대국집에 어느 여손님 한명이 오다. 그녀는 순대국을 혼자서 먹었고, 혹시 순대 1인분만 주문할 수 있냐고 물었다. 순대 1인분은 없다. 떡볶이 100원어치 달라는 것처럼, 시장통에서 파는 식으로 순대를 팔지않는다. 특히나 구제역 이후로 돼지고기값이 금값이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맛만 볼려고 5백원, 1천원어치 말하고 싶은데, 차마 그렇게는 말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이라는 생각에, 어머니는 순대를 공짜로 주었다. 그녀는 공짜로 준 순대를 2,3개 남겼다. 우리 입장에서는 생각해서 준 것인데, 가볍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 정나미가 똑 떨어진다. 게다가 순대에서 카레 냄새가 난다는 말을 할때는, 욕이 나올려고 했다. 

내가 음식장사를 하면서 피해의식이 생겼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뿐만이 아니다. 편의점, 빵집, 프랜차이즈 식당, 커피숍에 가면 나도 이런 대접을 받는다. 조금만 매뉴얼에 없는 요구를 하면, '안된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서, 똘아이 취급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볼펜과 메모지를 빌릴 수 있느냐? 영수증을 버렸는데, 리필이 가능하냐? 등. 못해줄 것 없는 ,소소한 일들에 짜증을 내는 것은, 이미 그 일에 열정이 없기 때문이다. 시급 5천원에 자신을 파는 것과 다를바 없다. 

거대 자본은 영향력을 크게 하기 위해서, 사업을 매뉴얼화 한다. 그것이 프랜차이즈다. 프랜차이즈에는 매뉴얼이 있는데,각각의 상황에 따라서 만든 것은 아니다. 취직하지 못한, 2,30대 젊은이들은 이런 프랜차이즈에서 생각없고, 자극과 반응만 있는 무뇌아로 퇴화한다. 잡스는 돌파구이자, 아이콘이다. 고객에게 고개를 조아리지 않는다. 독설과 오만에도 불구하고, 만인이 그를 사랑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많은 직장인들이 잡스의 전기를 읽으며, 퇴사를 결심할 것이다. 한번뿐인 인생, 고작 몇백만원 때문에 간 쓸개 내놓는 것도 짜증나고, 쿨하게 살고 싶고, 안되면 또 어떠하리. 내 인생 회사가 책임지는가? 현실, 전략, 다 집어치우고 꼴리는 대로 살아봤으면 좋겠다. 

좋은 인생은, 머리에 항상 떠오르는 그림이 있어서, 그 그림을 완성하고자 전력투구하는 것이다. 실패해도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그런 그림이 없다면, 남 밑에서 일하는 것이 낫다. 완벽에 대한 집착. '완벽'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우리는 완벽이 어떤 모습인지,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이 얼마나 처절한지는 알지 못한다. 기술에 대한 준비가 아니라, 이런 마음 가짐이 있고, 아무리 험난해도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결심이 서면, 회사문을 나서자. 

난 지금껏 보수적이었다. 회사 예찬로자였다. 애써 사는게 그러니까, 고개 조아리자라고 알아서 꺽어졌다. 그런데, 밑도 끝도 없는 고객의 요구와 높아지는 원가와 치열한 경쟁에 맞딱뜨리다 보니, 손해 볼것이 없더라. 이런 상황에서 몸 사리고 있는 것이 오히려 손해다. 인생을 낭비한 손해. 
IP *.111.2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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