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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2010년 2월 28일 04시 31분 등록

사람을 쓰는 입장이 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며칠전 알바생을 뽑다.  1시간만 일을 시켜보면, 경험이 어느 정도인지 안다. 발걸음과 손짓만 봐도, 어떤 생각하는 지까지 안다.  사람은 말이나 눈빛 보다, 행동으로 정확히 말한다.   '일 = 돈', 이라는 생각만으로 일 한다면,  쓰임 받지 못할 것이다. 누구나 만원 지불하면, 만원 이상의 가치를 원한다. 만원 받는다고, 만원어치만 일하면 정나미가 떨어지고, 다시 찾지 않는다. 일하러 와서 어영부영하면, 화나기 보다 딱한 마음이든다. 저주하는 것이 아니라,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 것이라는 것이 보인다. 
 
한국 사람이 음식점에서 화내는 경우는 두 가지다. 맛이 없어서 화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음식이 늦게 나오거나, 양이 적으면 화낸다. 특히 음식 양이 적으면, 사장 인심이 야박하다고 느끼고, 다시 오지 않는다. 반대로 음식양이 많으면, 맛이 없어도 그 집은 맛있는 집이 된다. 손님을 끌기 위한 좋은 방법은 음식양을 늘리는 것이다. 지불하는 돈 보다, 많이 먹었다는 생각에 흐뭇해한다. 스스로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느낀다.

모든 일은 작은 일에서 시작한다. 큰 회사에 들어가도, 처음에는 별 볼일 없는 일을 한다. 그 일을 잘해내면, 좀 더 큰 일이 주어진다. 작은 일부터 시작하는 것은, 일을 주는 사람의 마음대로가 아니라, 세상의 이치인듯 하다. 내 능력과 욕심만큼만 일이 온다. 지금 하는 일이 별 볼일 없다고 느껴도, 내 능력에 맞는 일임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능력이 월등하다면, 세상이 가만 두지 않는다.  '내가 이런 일 할려고, 비싼 등록금 냈나?'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은 암癌과 같이 커진다. 이런 생각을 품고 있으면 반드시 퇴사한다. 언제가 퇴사하겠지만,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나오면 문제다. '설마 갈 곳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홧김에 사표를 던지는데, 일단 나오면 정말 갈 곳이 없다.

별볼일 없는 일을 하는 것보다, 내키는대로 퇴사하는 것이 더 안좋다. 인사담당자는 구직자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얼마동안' 했는지를 본다. 경력이 심플하고, 일관성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이력서 하나 보는데, 1분도 걸리지 않는데, 근속년수를 먼저 본다. 이력서가 밤 하늘의 별처럼 점점히 이루어졌다면, 바로 쓰레기통이다. 업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성과를 올리는 능력이 스킬이 있어서인가? 그 보다는 성과를 내고자 하는 열정과 욕심이 성과를 만든다.

'감사'는 훈련이 필요하다. 의도적으로 감사하고자 애쓰지 않으면, 불평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만물은 엔트로피의 법칙에 의해서, 모두 쓸모 없는 에너지로 전락한다. 오직 인간만이 엔트로피 법칙에 반한다. 인간의 존재 자체가 기적이다. 그중에서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감사다. 감사하는 능력은 인간만 있다. 애완견이 주인에게 감사할까?눈높이를 낮추자는 것이 아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해서, 안심하자는 의도도 아니다. 감사해야 오래 간다. 오래 가야, 실력이 쌓인다. '이 돈 받고, 이 짓 해야하나'라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 생각을 꺽지 않으면, 어딜가나 '그 짓'밖에 할 것이 없다.

장사할수록 느끼지만, 음식장사는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다. 자존심과 감사를 판다. 아이템과 입지선정에 목숨 건다면, 헛다리 짚은거다. '나는 돈 받고, 음식 내주었을뿐이고'라고 생각한다면 망한다. 음식이 오히려 플러스 알파이고, 메인은 주인과 손님과의 관계다. 손님의 얼굴을 잘 기억한다면, 그래서 손님이 오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음식장사에 소질이 있다. 전혀 엉뚱한 발상이라고 생각하지 모른다. 음식장사는 맛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맛은 같은 음식을 몇년이고 하다보면 깊어지게 마련이다. 맛집은 많다. 손님을 알아보는 집은 적다. 때문에, 가게에서 손님 얼굴 보는 게 일이다. 오래 보아야, 오래 기억한다. 주방장이 경영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요리실력을 너무 믿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손님의 정보를 데이터화할 수 있을까? 고민해왔다. 시간이 지나서, 증강현실이 일반화된다면, 손님의 생김새만으로 손님에 대한 정보가 디스플레이된다. 감사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기억력이 필요하다. 기억하고 알아보면, 반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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