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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9일 20시 13분 등록
삶은 고해苦海다_스캇펙
 
횟집은 아줌마 혼자 운영한다. 가족이 많지않아서, 바쁠 때면 어머니, 아내, 동생, 삼촌, 아버지를 총 동원하는 나를 부러워했다. 여자 혼자 술집을 하면, 험한 꼴을 많이 본다. 유독 아줌마를 만만하게 보는 부류가 있다. 가끔 여취객에게 머리 끄댕이 잡히는 경우도 있다. 혹은 잡아먹을 듯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아저씨도 있다. 아줌마 어깨위로, 고독과 무력감이 천근 만근 내리누른다. '죽지 못해 산다'가 딱 이런 모습일 것이다. 밥장사는 국민사업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압도적으로 많다. 손님 너도 나도가 음식에 있어서는 전문가다. 그래서 고달프다. 
 
운동 경기에서는 선수의 기량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경기룰이다. 룰을 모르면, 아무리 날고 뛰어도 실격이다. 삶은 문제 투성이고, 복잡하고, 난감하고 어렵다. 이것이 삶이라는 경기의 룰이다. 이 규칙을 깊이 숙지하면, 나만 불행하다는 오류에 빠지지 않는다.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을까?'라는 감정낭비로 마음을 헤집지않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이 힘들고, 문제가 있다. 그것이 경기의 룰이다. 이 룰을 만든 것은 누구일까? 그것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석가는 알았다. 그래서 깨달았다. 석가만큼은 아니더라도, 주변을 보자. 쉬운 것이 무엇인가? 없다. 하나같이 시간이 걸리고, 복잡하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는 무엇일까? 선택지가 있다면, 기꺼이 어려운 쪽을 택하는 자세다. 알바나 주방이모의 경력을 보면 일을 얼마나 잘 할 지 알 수 있다. 부페나 한정식집처럼 힘든 곳에 있다온 사람은 아무리 바빠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투덜 대는 사람을 보면, 경력이 없거나 편한 곳에 있다가 온 경우다. 편함이 독이다. 바쁜 사람에게 일을 맡기라고 했다. 일을 많이 해본 사람이 일을 잘한다. 어려움을 겪어야 일상에 감사한다.
 
대체로 사람은 쉽고, 간단한 것을 좋아한다. 사람의 본성이 그렇다. 유투브가 왜 성공했는가? 동영상을 웹상에 쉽게 올릴 수 있다. 그 과정은 복잡할지 몰라도, 간단하고 쉬운 서비스를 제공했기에 성공했다.  세상살이는 이와는 정반대다. 본성대로 살면 망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까?
 
'자기가 남들보다 약간 둔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렇게 둔함에도 불구하고 하려하는 일에 계속 천착하는 사람은 막힌 부분에 구멍을 넓게 뚫게 되고, 막힌 곳이 뚫리게 되면 그 흐름이 성대해지는 것이다. 또 스스로를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답답함을 이겨내기 위하여 꾸준하게 연마하고, 또 연마하기 때문에 그것이 반짝반짝 빛나게 된다.'_소설 다산_한승원
 
하늘은 내게 맞는 일이 아니라, 필요한 일을 준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 내 가족을 먹여살리는 그 일은 무엇인가? 그 일이 천직天職이다. 밥장사는 고달프다. 그래서, 이 일이 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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