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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16일 17시 03분 등록
'젊어서는 젊음을 모르고.....'

시간이 갈수록, 이상은의 '언젠가는' 이라는 노래가 울린다. 직장생활에 결혼하고, 애까지 놓고 보니, 학생때 시간이 팽팽 남아돌던 때가 생각난다. 난 바보였던가,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술만 먹고 논두렁에서 자다 일어났으니. 세계문학도 읽어야하고, 정치 경제도 알아야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안다. 국사는 연합고사때 8문제중, 2개 맞추었는데 한국사를 제대로 모르니까, 못배운 것이 한이 된다. 아니, 못배운 것이 아니라, 공부 안한 것이 후회가 된다.

하늘은 사람을 세상에 그냥 보내지 않았다. 그에 맞는 소명이 있다. 무엇보다 소명을 찾고, 실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내 몫이다. 보통 한국 남자는 직장생활 3년 하면, 자기 미래를 곰곰히 생각해 본다. 회사원이라면, 이렇게 10년 보내면 내 인생 어떻게 될까?라는 그림을 그리고, 상사나 선배를 통해서 10년후 모습을 미리 보기도 한다. 그때부터 기질과 소명을 찾는 여행을 시작한다. 적성검사, 스트롱 역량 검사, mbti.......

스티븐잡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은 운이 좋았다고 이야기한다. 일찍 저 세상에 간 것에 비한다면, 어차피 쌤쌤인 것 같은데, 짧은 시간 많은 일을 해냈다. 대단한 일을 해낸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부러움과 시기를 느끼는 것이 어울리겠느냐만는 그가 부러운 것은, 많은 재산을 남겨서도 아니고, 많은 작품들을 남겨서도 아니다.

'일을 통해서 충만함을 매일 맛보았다'는 사실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몇년간 나를 찾는 과정을 했다. 별의 별 짓을 다하다. 비싼 돈들여서, 검사를 하고, 모닝페이지라는 것도 수권씩 쓰고, 나와 비슷한 열망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서 나의 기질에 대한 피드백도 엄청 받았다. 언젠가 조깅을 하는데, 너무나도 답답했다. 직장을 전전하고, 나라는 사람은 어디다 써먹어야 할지 통 알수가 없었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라는 말이 뛰는 내내 머리 안에서 폭발했다. 그래도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지금은 내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안다. 질문을 하면, 어떻게든 답은 나온다. 단, 타이밍은 예상할 수 없다. 질문을 던지고, 답이 나오기까지는 몇년이 걸릴 수도 있다. 간절히 물을면, 더 빨리 나오는 것 같기도 하지만, 당장은 아니다. 답이 나왔다고 해서 기쁜 것은 아니다. 암에 걸린 사람이 병을 부정하다가 분노하다가 결국 받아들이는데, 소명을 받아들이는 것도 비슷한 과정인 듯하다.

언젠가, 40이 넘은 사람이 직장을 그만두고 몇십호짜리 캔버스를 가지고 선생님을 찾아온다. '자기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주변에 위와 같은 사람 없는가? 주부중에는 40이 넘어서도 뮤지컬이나 연극 배우를 꿈꾸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고 연극을 해야 한다. 그래야 산다. 소명을 알아도, 40넘는 사람이 일상을 버리거나, 혹은 타협을 해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렵다. 내 소명과 공과금과 아이들 학비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간이 있었겠는가? 소명을 아는 것도 시간이 걸리지만, 그 길로 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확신할 수 있지만, '이 길로 가도 될까?'라는 질문은 수시로 찾아온다.

답답한 마음에, 지인에게 편지를 쓰다. 그는 당신은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고 답해주었다. 그렇게 듣고 또 몇년이 흘렀다. 그동안 논것도 아니고, 어울리지 않는 일을 했지만, 많은 공부와 경험을 했다. 특히 음식장사하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 음식장사는 하다 하다 할것 없으면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것 같다. 주객의 하대를 받고, 주객의 오바이트까지 치우고, 양아치에게 멱살 잡히고, 게다가 돈까지 변변치 않게 벌면, 과연 잘 사는 것이란 무엇일까?라는 관념이 수시로 든다. 음식장사에서 내가 느낀 것은, 내가 직접 음식을 팔면 안된다는 사실뿐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소명을 비즈니스화' 하는 것이다. 이런 시도와 기획은 많이 있어왔고,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이렇게 살아간다. 헌데, 취미로 하면, '이거 돈 받아도 되겠다' 말하다가도, 그 취미를 사업화하면, 연락이 끊긴다. 이것이 두려운 것 아닌가? 이런 두려움때문에, 시도 조차 못하거나, 중간에 그만둔다.여기서 못을 박자. 소명을 따르는 삶은 우리가 가야할 길이기는 하지만, 즐겁지만은 않다. 어떻게 보면, 버티기다. 줄어드는 수입과 외로움과 바보취급과 답답함을 감당해내기다.  기독교에서 영생을 믿듯이, '소명을 따르는 삶은 결국 충만한 인생이 된다'는 사실을 믿기다.

어떻게 살고싶은가? 솔직히 말하겠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싶다. 그렇다면, 그렇게 하자. 당장.

이렇게 나를 설득시키는 공회전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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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2011.10.18 15:54:04 *.217.81.218
맑은 님의 공력과 스트레스가 동시에 늘고 있는 듯 합니다^^
옛날 성련 이라는 사람이 바다의 파도가 일렁이는 것을 보고 거문고를 연주하는 방법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물론 그는 초짜가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시절 수련하고 어느 순간 벽에 부딪혔는데 아마도 파도를 보는 순간 그 벽을 넘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견했겠지요.
재능있는 자는 노력하고 노력하는 자는 깨달아야 하는데 우리는 재능의 확장에서 너무 많이 멈추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취하지 못하면 쉽게 절망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맑은 님의 노력이 맑은 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깨달음의 시간으로 인도하는 듯 합니다.
건강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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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1.10.18 21:11:07 *.111.206.9
지금 서울은 동경의 한겨울 날씨입니다.

그동안 몸을 혹사시켜서, 건강검진 받았답니다. 오늘 결과가 나왔는데, 다행히 아무 이상 없더군요. 

글은 계속 노력해서, 조만간 책을 내고 싶습니다. 또, 그림도 다시 시작하고자 벼르는 중입니다. 
저에게는 '글, 그림, 사업' 이 세계가 동시에 나가야 활력이 생깁니다. 
시간이 갈수록 머리가 복잡해지고, 너무 계산하다보니 그 생각에 빠져서, 아무것도 못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딱 1분만 생각할려고 합니다. 

오늘은 참 오랜만에 기운이 솟는군요.
또 동경 가면 연락드리지요. 이번에는 하라쥬쿠 쪽으로 살펴보고 싶습니다. 일본 바이어가 한명 있는데, 
저보고 일본에서 화장품 팔라고 자꾸 이야기해서...

그럼 다시 뵙는 그날까지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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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1.10.20 10:46:09 *.53.82.33
깊어가는구나.
참 좋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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