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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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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0일 23시 40분 등록
자주 회상하곤 한다.
대학 재학 시절, 실험실에서 누군가가 컴퓨터를 다루는 것을 보고는 그것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던 순간을. 그때 그 한 순간의 느낌이 그 후 20년 이상 내 삶에 영향을 끼쳤으니 그럴만도 하지 않은가.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면 까만 모니터에 의미도 모르는 영문 글자가 주르륵 올라가고. 거기서 일종의 신비감이라도 느꼈던 것 같다. 사용자의 동작, 그리고 모니터의 메시지. 모두가 궁금했다. 그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활발한 성격이었다면 당장 그 자리에 앉아서 키보드 키 하나하나를 막 눌러봤을 것이다. 그리고 궁금했던 것 모두를 쉴새 없이 물어 봤을 것이다.

3학년에 올라 가면서 실험실 요원으로 뽑혔고 실험실 담당 교수의 논문을 워드프로세서로 정리하는 일이 주어졌다. 그토록 앉아보고 싶었던 모니터 앞에 드디어 앉아볼 기회를 얻은 것이다. 조교에게서 부여받은 타이핑 업무는 물론이고 DOS라는 생소한 이름이 들어간 책도 매일매일 보기 시작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순전히 호기심에 끌려서....

그냥 잘 다뤄보고 싶었다. 무언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그 안에 무궁무진한 세계가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틈만 나면 타이핑 연습을 했고 실험실 내의 모든 일 중 워드프로세서 작업을 가장 우선으로 작업했다.

그 와중에 학과에서 계간지를 발행하게 되었고 그 일이 내게 맡겨졌다. 책에 들어가는 모든 내용을 컴퓨터에 저장했고 그 작업의 대부분을 내가 수행했다.
4학년에 올라가서는 졸업 논문을 작성해야 했고 아직 컴퓨터 사용에 익숙지 않은 몇몇 선배들이 자신들의 논문을 대신 타이핑 해줄 것을 부탁해 왔다.
그때부터 학우들 사이에서 컴퓨터 잘 다루는 사람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사회에 입문하고 한동안 방황의 시간을 보내고 위기의 순간을 맞은 때에도 결과적으로 컴퓨터의 도움을 받았다. 사회에 '나는 이러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했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하면 일단 떠오르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래서 전직을 시도했고 자리도 잡았다.

난 컴퓨터를 직업과 관련해서만 이용하지 않는다.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도 적극 활용한다. 그것은 메일이나 채팅 등을 많이 한다는 뜻이 아니다.
몇 년전부터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 되면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나도 사진을 즐겨 찍는데 가급적 그 장면에 함께 나온 사람들에게 그 사진들을 CD에 담아 준다. 평소에 말을 많이 하지 않아 사람들과 접촉 빈도가 적은 것을 내 방식대로 만회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 것이 이제는 의사소통의 한 방식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여유가 있을 때에는 동영상을 만들어 사람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올 2월, 결혼식 때. 하객들을 위해 신랑, 신부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영상에 담아 객석에서 볼 수 있게 해 놓았는데 반응이 꽤 괜찮았다. 물론 그 영상은 내가 직접 제작한 것이었다.
신혼 여행을 기념한 영상도 만들었고 조카의 돌잔치 때에도 그간 찍은 사진들을 모아서 영상을 하나 만들어 동생에세 선물해 주었다. 그 영상은 돌잔치 때 그곳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영상 제작도 서서히 대중화 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것은 분명 어려운 영역이기에 나에게는 차별화라는 요소를 제공해 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연이 닿다 보니 현재 글을 쓰고 있는 이 사이트를 직접 관리도 하게 되었다.

- 다소 피곤한 일이기도 하지만 - 사이트에 문제가 생길 경우 내게 연락이 오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의 접촉이 잦아지고 어떻게든 그 문제를 해결해 줌으로써, 아니면 해결하려 애쓰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점점 더 긴밀해져 가고 있지 않은가 나름대로 분석해 본다.

좀 더 욕심을 내본다면 이러한 나의 경험, 재질, 노하우등 그것을 필요로 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전수해 주고 싶다. 관련 분야의 책을 출판해보고 싶은 욕구는 그래서 생겨난 것이다. 아직은 욕망과 현실사이의 간격이 잘 좁혀지지 않아서 안타깝지만, 앞으로 절대로 그 욕망이 사라지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설령 그 욕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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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6.12.11 07:53:24 *.70.72.121
아니요, 반드시 이루어 질 것이고 그렇게 하셔야 해요.
요즘 글 올려주셔서 펜이 되고 있거든요.
우리 또박또박 이루어 나가자고요. "따로 또 같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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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6.12.13 01:47:07 *.75.166.98
나는 재동님의 글이 좋습니다. 잘 정렬되어진 프로그래머의 느낌이 나는 글이지만 보태어 도란도란 피어나는 따뜻한 정감이 있어서 편안합니다. 가슴이 넓은 사람의 글은 읽는 사람도 마음이 넓어지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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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6.12.14 00:32:25 *.142.145.9
두분 누님 성님...... 아우가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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