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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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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30일 22시 52분 등록
* 덧붙이는 글...
나의 가장 큰 응원군이자 절대적 지지자였던, 여자친구는 지금 내 곁에 없다.
이 부분을 올릴까 말까 잠시 고민을 했었다. 이미 나를 떠난 사람에 대한 글을
올려야 할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긴 고민없이 답이 나왔다. 그녀를 빼놓으
면 내 이야기는 별로 할 말이 없다. 그 친구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늘 고마운 마음 잊지 않는다. 아직도 그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시간은 모든 것을 지우지만, 사랑은 모든 것을 기억나게 한다.
사랑하던 사람이 떠나면 사랑하던 기억이 그 사람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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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변화를 지속시키는 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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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 지지자: 여자친구와 삼 년


아래 글은 절대적 지지자인 여자친구와 만나지 3년이 되는 날 썼던 글이다. 중복되는 내용이 있겠지만, 생생한 묘사를 위해 맞춤법과 띄어쓰기만 수정하고 원본을 올린다.


"내일이면 여자친구와 사귄지 3년이 되는 날입니다. 깜짝 이벤트를 만들어 보려 했는데, 내일 모레가 예비군 훈련이네요. 지방에서 훈련을 받아야 하니, 오늘 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전 아마도 팔불출일 겁니다. 여자친구 자랑을 잘하거든요. 하지만 정작 그 사람에게는 그렇게 못합니다. 3년 전 오늘, 전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날지 꿈에도 몰랐습니다. 좋은 꿈을 꾼 것도 아니고 어떤 의도적인 준비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우연이 맺어준 인연입니다. 우연은 단순히 우연으로 끝나지 않아 삶을 재밌게 합니다. 어떤 경우는 아픔이기도 하지만요.

우연이 필연이 되어 지금까지 싸우고 사랑하고 웃고 울며 같이 오고 있습니다. 3년 전, 저는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경제적인 풍요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정신적 공허함은 더욱 커졌습니다. 바로 그 시기에 우연히 이 사람을 만났고 또 그 시기에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알았습니다. 풍족한 생활이 정말 바람처럼 사라지고 사랑을 만나, 제 일생의 일을 볼 수 있게 된 거죠. 우연은 동시에 여러 개가 터지기도 합니다. 그것도 역시 우연이겠죠.

3년 동안 그녀는 늘 제 곁에 있었습니다. 떠날 이유가 참 많았는데, 저 하나 믿고 있더군요. 재밌는 것은 지금은 제가 그녀를 더 믿고 있었다는 겁니다. 아마 그 믿음이 깨졌다면 전 제 준비를 못했을 겁니다. 3년 전은 차비도 밥값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경험은 처음 해봤습니다. 돈이 없어 사람을 못 만나고 읽고 싶은 책도 못 사고 가고 싶은 곳도 못 가는 신세라니.

그녀는 무척 검소합니다. 자신은 아니라고 하지만 '절약하는 법을 아는 것'하고 실제로 '절약을 실천하는 것'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바보가 저한테는 아낄 줄을 몰라요. 돈 만원 쓰면서 벌벌 떠는 바보가 제가 보고 싶은 책을 사주고(경영서적은 무척 비싸죠.), 신발이며 옷이
며 때가 되면 자기가 준비를 합니다. 제게 그렇게 하려면 자기는 거의 챙기지 못할텐데. 그러면서 월급의 반을 적금 붓고 집세 내고 세금내고 다 합니다.

저는 여자친구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항상 돈이 부족하다'는 말은 잘 하잖아요. 그런데, 제 여자친구를 보면서 꼭 그렇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녀도 어떤 때는 돈 때문에 걱정하고 투덜 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참 잘 살아요. 주변사람들에게도 잘하고 그 모습만 봐도 좋을 정도예요. 전 100만원이 매우 큰돈이라고 생각합니다. 졸부들의 옷 한 벌 값도 안되는 것일지 몰라도, 그렇게 돈을 비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비교하기 시작하면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보통 사람들에게 돈은 '항상 부족한 것'이죠. 어떤 사람이 월 100만원 벌다가 300, 500만원씩 벌게 되면 그 사람은 '이제 풍족하다'고 말할까요? 열에 아홉은 아닐 겁니다.

전 가끔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신문과 뉴스를 보면 '경제가 안좋다'고 말하는데, 우리에게 경제가 좋았던 적이 있었는지. 우리 같은 서민들이 늘 돈이 궁한 것처럼, 우리 스스로 경제가 좋다고 느꼈던 적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저 경제가 어려워지면 '아! 그때가 좋았던 거구나!' 하고 뒤늦게 느낄 뿐이죠. 경제는 과학인 동시에 심리의 영역이기도 한 것 같아요.

여자친구 얘기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네요. 제가 가끔 이러거든요. 오늘 여자친구와 보내기 위해 이틀 동안 밤샘 작업을 했습니다. 프로젝트도 해야 하고 여자친구도 중요합니다. 전 이것 아니면 저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언제나 '그리고'를 추구하려고 합니다. 이것도 저것도 안될 때도 있는데, 이것도 습관이 되면 자연스러워 지더군요. 이제는 '그리고'가 저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로젝트가 중요해서 밤을 새운 것이 아닙니다. 여자친구와의 만남이 소중해서 밤을 새운 겁니다.

오늘은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여자친구와 근사한 데 가서 저녁을 할까 합니다. 이제 씻고 나가봐야겠습니다. 여자친구 회사 앞으로 가야죠. 꽃이라도 사들고 가야 하는데, 꽃 드는 걸 싫어해서. 그래도 오늘은 들어야겠네요.

3년 간 제 눈물을 받아준 제 사랑이니까요."

- 2001년 7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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