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나의

일상에서

  • 맑은
  • 조회 수 2042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1년 11월 4일 23시 30분 등록
미아리 닭한마리 팔때, 소주 이벤트를 하다. 한 사람당, 소주 1병을 주는 서비스다. 본래, 소주 100원 이벤트를 했는데, 닭한마리 하나를 주문하고(15,000원) 소주를 20병 마신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인당 소주 1병으로 제한했다. 소주 한병을 공짜로 준다고 하면, 어디에 숨어있는지 손님들이 꾸역꾸역 모여든다. 마진은 적지만, 평상시 보다 매출은 좋다.  우리 식당에 손님이 바글바글 하면, 상대적으로 주변 매장은 썰렁하다. 나는 신나서 일하는데, 그 모습을 주변 사장님들은 물끄러미 본다. 참다 참다 못해, '이거 언제까지 할거야?'라고 퉁을 놓는다. 생각 같아서는 오래 하고 싶지만, 주변 상인들의 눈치 때문에 오래할 수 없다.손님이 없는 것이, 내가 가격을 후려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장사를 하면, 손님 보다 중요한 것이 주변 상인들이다. 이들이 특별히 매상을 올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인심을 잃으면 장사하기가 어렵다.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이라고 책에는 써있지만, 실제로는 주변 상인들과 직원들이 오히려 손님보다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소주 이벤트는 2,3일 정도 더 하고 싶었지만, 앞집 사장님이 그만하라고 해서, 그만할 수 밖에 없었다. 

며칠전, 우리 화장품 매장 옆에 화장품 매장이 또 생겼다. 입지도 우리 보다 유리하고, 면적도 3배가 넓다. 2주 동안 공사하는 기간에 나름 대응책을 강구해 보았으나, 별 뾰족한 수는 없었다. 막상 오픈을 한 모습을 보니, 그 깔끔하고 화려한 인테리어와 규모에 심장이 벌렁거렸다. 조급한 마음에 자체 세일을 하다. 마켓팅에 있어서 강력한 수단은 '세일'이다. 문제는 자주하면 안되는데, 손님이 정가를 믿지 않기 때문이고 특별히 세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쉬울 것은 없다. 화장품 가게는 너무 많다. 세일을 하면, 효과가 있다. 옆집 화장품을 견제하기 위해, 급한 마음에 세일을 했는데, 효과가 있었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프랜차이즈라 본사 정책에 따르지 않고, 맘대로 세일을 한 것이 문제다. 

모매장에서 손님이 영양크림을 구입했다. 그런데, 집에 오는 도중 우리 가게가 세일하는 모습을 보았다. 구입한 매장에 돌아가서 환불을 요구하다. 손님이 환불하면 손님이 없는 것보다, 기분이 더럽다. 화가 난다. 우리가 세일을 했기때문에 손님이 환불을 했다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예의 미아리 닭한마리 처럼, 이번에도 더 하고 싶었으나 주변 눈치 때문에 하지 못하다.

현대, 기아차가 미국에서 활약하는 것은 가격 경쟁력에 있다. 요즘은 너무 혁신 중독에 걸리지 않았나. 혁신은 필요하지만, 소비자는 SF 영화와 같은 기술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것보다 조금 편하면 된다. 어느 정도 기술이 진보하면, 손님은 기술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전화기 쓰는데, HD화면일 필요가 있을까? 전화기로 인터넷이나, 텔레비젼을 보지 않으면 어떤가? 혁신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낮은 가격이다. 

소매 사업을 하면서, 이익율, 즉 마진을 많이 생각한다. 당연히 얼마 버는지 사장이라면 고민할 것이다. 그런데, 이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매출이 높아야 하고,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는 마켓팅 비용이 들어간다. 이 마켓팅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물론 하나같이 돈이 들어간다. 여행사 가이드를 섭외할 수도 있고, 쿠폰을 발행하거나, 요즘은 인터넷을 많이 이용한다. 특히 인터넷 같은 경우에는 6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는데, 그 비용이 몇천만원이다. 차라리 그 돈을 광고하는데 쓰지말고, 손님들이나 직원들에게 직접 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가격을 낮추면 확실히 손님이 모인다. 하지만, 대놓고 가격을 내리면 동종업계 사람들이 반발한다. 혁신을 해서,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같은 상품의 가격을 기술 좋게 낮추는 능력도 필요하다. 
IP *.196.74.104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36 직장에 남을 것인가 ? 떠날 것인가 ? 구본형 2003.10.27 4302
935 훌륭한 직업인의 윤리 경영 구본형 2003.12.07 4651
934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법 구본형 2003.12.17 4555
933 꽃이 되기를 원할 때 향기나라 2003.12.25 3002
932 나를 탄생시키는 프로젝트 구본형 2003.12.26 4494
931 답변을 받고 싶다고 하셔서 [2] 조인선 2004.01.06 3073
930 나를 찾아가는 길 - 주어진 일 속에서 찾는 것 김재현 2004.01.06 3754
929 자신을 찾자 이태용 2004.01.06 3488
928 잘 할 수 있는 일 안인균 2004.01.06 3988
927 저는 제가 하고싶은 일에 미쳐 있습니다. [1] 해피팡팡 2004.01.06 4102
926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Focusing [1] 이미나 2004.01.06 3898
925 맛을 보아야 그 어울림을 알 수 있지요 [1] 박상진 2004.01.06 3259
924 자기일을 찾는 법은 겸손함에 있죠.. [1] 젠틀먼 2004.01.07 3890
923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choice 2004.01.07 3974
922 퍼온글-소리없는 직장혁명 choice 2004.01.08 4112
921 제가 살아온 과정 중 직업과 관련된 부분과 특이하게 능력... [1] 김기원 2004.01.10 3528
920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 강경란 2004.01.10 4190
919 관심과 응시라고 생각합니다. loveislife 2004.01.13 3501
918 포기할 수 있는 용기 [3] 유건재 2004.01.13 5731
917 -->[re]일기에 대하여 구본형 2004.01.13 4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