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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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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31일 10시 08분 등록
* IDEO의 나이트라인 프로젝트


2000년 미국 ABC 방송국의 '나이트라인'(Nightline) 팀이 세계적인 디자인 기업인 아이디오(IDEO)를 찾아왔다. 나인트라인 팀은 IDEO가 혁신적인 제품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과정을 직접 보고 싶어 했다. 그들은 IDEO에 독특한 제안을 내놓았다. 'IDEO가 허락한다면 IDEO가 제품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 방송에 내보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이트라인은 미국 전역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이 시청하는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이었다. IDEO의 최고경영자인 톰 캘리(Tom Kelly)는 ABC 방송국의 제안을 수락했다.

'나이트라인 프로그램'은 사회자가 '보다 나은 제품을 디자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이어서 사회자는 IDEO의 방법을 테스트하기 위해 까다로운 문제를 꺼냈다. "친근하면서도 오래 된 소재인 쇼핑센터에서 사용하는 카트(cart)를 5일 만에 아주 새롭게 디자인 해주십시오."

IDEO의 '나이트라인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고 ABC 방송의 TV 카메라도 돌아가기 시작했다.

첫 날인 월요일 아침 9시에 IDEO의 피터 스킬맨(Peter Skillman)은 팀을 꾸리고 일을 시작했다. 구성된 팀에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포함됐다. 팀원들의 전공은 엔지니어링부터 산업 디자인, 심리학, 건축학, 경영학, 언어학,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오전 10시, "자, 시작합시다!" 스킬맨이 소리쳤다. 팀원들은 작은 팀으로 나뉘어 쇼핑과 쇼핑 카트 그리고 모든 관련 기술에 탐색하기 시작했다. 사무실에서 나온 한 팀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고, 어떤 팀은 회사 주변의 상점으로 가서 사람들이 어떻게 쇼핑하는지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 팀은 쇼핑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행동을 지켜보았다. 카트로 쇼핑하는데 있어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를 알아보고, 쇼핑 중인 부모가 어린 자녀와 다투는 것을 지켜보았다. 인터넷 쇼핑몰의 전문 바이어가 카트를 사용하는 방식도 관찰했다. 쇼핑객들이 천천히 걷는 사람을 피해 앞으로 가거나 맞은편에서 접근해오는 사람과 카트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카트의 뒷부분을 들어 올려 옆으로 피하는, 일종의 병목현상을 눈여겨보기도 했다. 다른 팀은 동네 자전거 가게를 돌아다니며 최신 디자인과 재료를 관찰했다. 또 한 팀은 10여 가지의 어린이용 카시트와 유모차를 관찰했다. IDEO의 최고경영자인 톰 켈리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그는 대규모 체인점에 공급하기 위해 카트 구입을 대행하는 전문 바이어와 인터뷰했다. 톰은 그 인터뷰에서 빈번한 카트 분실 사고와 잦은 고장에 대해 들었다. 또한 잦은 고장 때문에 플라스틱 카트 대신에 강철 카트가 인기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카트 디자인에 있어 세 가지 목표가 수립되었다. 목표는 '어린이에게 좀 더 친근한 카트를 만들고, 좀 더 효율적인 쇼핑을 가능케 하며,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팀원들은 브레인스토밍을 실시했다. 전날 수립한 세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는 작업이었다. 회의실의 벽에 브레인스토밍의 기본 원칙을 기록하고, 많은 매직펜과 함께 커다란 포스트 잇 메모지를 펼쳤다. 오전 11시가 되자 많은 아이디어들이 벽을 잔뜩 메웠고 팀원들은 멋진 아이디어를 뽑기 위해 투표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너무 파격적이어서는 곤란했는데, 이유는 이틀 안에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디어에 밝은 색의 포스트 잇 메모지를 붙였다.

점심으로 피자를 먹으면서 팀장들은 새로운 카트의 컨셉과 아이디어에 대한 그룹의 투표 상황을 다시 살펴보고, 어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시제품을 만들지 결정했다. 문제는 시간이었고 주저할 틈이 없었다. 팀장들은 의사 결정이 지체되면 아무리 신속한 개발 팀일지라도 시장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점심 식사가 끝나기 전까지 앞으로의 계획이 나와야 했다.

프로젝트 팀은 다시 네 팀으로 나뉘어졌고 각 팀에게는 실물 크기의 모형을 만드는 데 세 시간이 주어졌다. 이 네 팀은 쇼핑 편의, 안전, 계산, 물건 찾기 등 네 가지 컨셉에 집중했다. 각 팀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30분 만에 스케치하고, 모형 제작에 필요한 정보와 재료를 찾기 위해 길거리를 달렸다. 오후 3시가 되자 16명의 직원이 작업장에 몰려들었다. 그들은 작업장에서 일하는 10여 명의 기계 제작담당자들과 함께 일했다. 약속한 시간이 되자 여러 개의 조잡한 모형이 만들어 졌고, 그 모형들은 다시 검토됐다. 시제품들 중 어떤 것은 우아하고 도발적인 곡선의 특징을 갖추었다. 또 어떤 것은 손바구니를 쌓을 수 있도록 높이 조절이 가능했다. 하이테크 방식의 모델, 가령 고객과 직원이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크 장치가 달린 것과 계산대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줄여줄 수 있는 스캐너가 달린 카트도 있었다. 브레인스토밍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직원은 옆으로 가는 쇼핑 카트를 제작하기도 했다.

팀원들은 각 시제품의 대표적인 특징을 추려내고 임무를 분산했다. 이제는 조립할 시간이었다. 사람들이 카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카트는 높이 조절이 가능해야 하며, 어린이를 보호해주고 물건을 쉽게 포개서 보관할 수 있어야 했다. 한 사람이 CAD 프로그램으로 카트의 구조를 설계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은 바구니 컨셉을 조사하고 있었다. 작업은 밤을 지나, 다음 날인 수요일에도 계속됐다.

목요일 오후가 되자, 팀원들 사이에서는 혁신적인 카트 제작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목요일에도 종일 작업은 이어졌다. 하지만 카트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금요일 오전 9시 전에는 반드시 카트를 완성해야 했다. 작업장은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과 함께 마감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드디어, 금요일 오전 9시 나이트라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팀원들은 작업장에서 카트를 밀고 나가 스튜디오에 갖다 놓고 포장을 둘렀다. 수백 만 명의 텔레비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포장을 벗기자, 스튜디오에 있던 사람들의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IDEO가 개발한 카트는 기존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랐다. 카트의 주요 뼈대는 각각 비스듬히 곡선을 그리며 내려오다가 다시 주름이 잡힌 것이 마치 스포츠 카의 곡선과 닮았다. 카트는 다섯 개의 바구니를 2단으로 끼워 넣을 수 있도록 개방 구조로 설계되었고, 쇼핑하는 사람은 바구니를 들고 물건을 골라올 수 있었다. 카트의 맨 위의 양쪽 가장 자리에 음료수 잔을 꽂아둘 수 있는 컵 홀더 2개가 있고 그 밑의 넓은 구멍은 쇼핑에 따라간 아이를 앉힐 수 있는 의자가 있다. 어린이 의자는 롤러코스터와 유모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었다. 어린이 의자 옆으로는 물건 값을 미리 계산할 수 있는 스캐너가 달려 있다. 스캐너는 처음의 시제품 중에도 나왔었다. 카트의 바퀴 부분에는 카트를 쉽게 옆으로 밀 수 있는 신기한 뒷바퀴도 있었다. 이 카트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상대방의 카트를 파하기 위해 힘겹게 발버둥 칠 필요가 없어졌다. 나이트라인 제작진들은 IDEO가 제작한 카트에 만족했다. 그리고 카트를 시연한 무대가 된 상점의 종업원과 책임자도 이것을 마음에 들어 했다. 책임자는 사소한 수정만 한다면 이 카트를 자기네 매장에서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완료되고 IDEO의 직원들은 오후에는 휴무를 하면서 스스로를 축하했다. 나이트라인이 방영된 다음 날 아침, IDEO의 사무실로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을 본 전국의 경영자들과 사람들의 전화였다. 그들은 한 결 같이 IDEO의 방식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했다. 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은 IDEO가 '전국 규모의 텔레비전 시청자 앞에서 안전망 없이 멋진 공중 곡예를 멋지게 해냈다'는 증거였다.




'나이트라인 프로젝트'는 '5가지의 기본 단계로 구성된 IDEO의 혁신(innovation) 방법론'을 압축하여 잘 보여주고 있다.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이해한다.
시장, 고객, 기술, 문제에 얽힌 제약을 이해한다. 프로젝트와 관련된 난관을 만났을 때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이트라인 프로젝트'를 시작한 첫날 팀원들이 쇼핑 카트 관련 기술과 정보를 수집하고, 전문가와 인터뷰를 한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2. 관찰한다.
무엇이 진짜 사람들을 움직이는지 알아내기 위해 실제 상황에서 그들을 관찰한다. 즉,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 그들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현재의 제품과 서비스가 다루지 않는 잠재적 욕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는 일이다. 새로운 형태의 카트를 개발하기 위해 직원들이 상점을 방문하여 쇼핑객들을 관찰한 과정, 그리고 최신 디자인과 재료를 살펴보기 위해 자전거와 유모차 등을 살펴본 과정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관찰을 통해 프로젝트 팀은 쇼핑 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와 병목 현상, 어린이용 좌석의 필요성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3. 시각화한다.
처음 선보이는 컨셉과 그 컨셉을 이용할 고객을 시각 자료로 구성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 단계를 미래를 예측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이 단계는 이노베이션을 위해 집중적으로 브레인스토밍을 벌이는 단계이기도 하다다. IDEO는 다양한 시각화 방식을 갖고 있다. 첫째, 컴퓨터를 바탕으로 한 표현이나 시뮬레이션 형태의 시각화가 있다. 둘째, 신제품 디자인을 하면서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스토리 보드(storyboard)를 이용해 시나리오를 꾸며봄으로써 고객의 경험을 직접 구성하는 방법이 있다. 세 번째로는 다양한 시제품을 만드는 방식이 있고, 어떤 경우에는 개발 중인 제품을 실생활에 사용하는 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해 분석하는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나이트라인 프로젝트에서는 둘째 날 오전에 실시한 브레인스토밍과 오후에 진행된 실물 크기의 모형 제작 과정을 시각화 단계로 볼 수 있다.


4. 평가하고 다듬는다.
IDEO는 한 번에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는 신속하게 시제품을 만들어 평가하고 다듬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 회사는 처음에 나오는 시제품의 수준이나 제작된 시제품의 숫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처음부터 더 개선될 여지가 없는 시제품을 별로 좋게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제품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시제품의 역할은 풍부한 착상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한 실마리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시제품을 통해 계속해서 개선을 하는 것이다. IDEO가 아이디어를 얻는 곳은 내부 팀, 고객 팀, 프로젝트에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아는 것이 많은 사람들, 표적 고객 등이다. IDEO는 이런 사람들을 통해 어떤 것이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효과가 없는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들이 선호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관찰한다. 그리고 이런 관찰이 개선의 밑거름이 된다. 나이트라인 프로젝트에서도 팀원들은 상점의 일반 쇼핑객들, 카트 전문 바이어, 인터넷 쇼핑몰의 전문 바이어, 관련 전문가 등을 관찰하고 인터뷰했다. 또한 네 개의 팀이 각자의 컨셉에 집중하여 3시간 만에 실물 크기의 모형을 만들고, 이것을 바탕으로 다시 검토 작업이 이뤄졌다.

5. 실천한다.
상업성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컨셉을 실천한다. 이 단계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술적으로 도전적인 발전 과정이다. 나이트라인 프로젝트에서도 이 단계(디자인과 설계에 따라 카트를 최종 조립하는 단계)에서 밤샘작업을 했음에도 5일 중 2일 이상이 소요됐다. 쇼핑 카트의 제작 사례가 보여주듯이 IDEO의 실행능력은 매우 뛰어나다. IDEO의 실행능력에 대해 최고경영자인 톰 캘리는 '우리가 가진 뛰어난 실천능력은 실천 단계 이전의 모든 창조적인 일에 신뢰를 부여한다.'고 말한다. 어떤 아이디어든 구현해낼 수 있다는 기본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에 아이디어 탐색과 수집 단계는 더 탄력적이고 활기차게 진행될 수 있다.



● 참고 자료:
* 유쾌한 이노베이션(The art of innovation, 2001), 톰 캘리(Tom Kelly), 조너던 리트맨(Jonathan Littman), 세종서적
IP *.76.2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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