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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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훗날 내가 파파 할머니가 되었을 때,
먼 훗날 어쩌면 백 살이 훌쩍 넘어 더이상 '추억'을 '기억'해 내지 못할 끔찍한 순간이 오기전에,
벌써부터 조금씩 희미해져 가는 기억들을 담아 두기 위한 작업이다.
한창 작가가 되고 싶어 했을 즈음엔 꿈꾸듯 하루하루를 머릿속에 문장으로 담아 내곤 했었다.
하루의 일상이 어쩌면 그렇게 시처럼, 소설처럼 줄줄줄 읽혀 졌을까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특별히 배우지 않았어도
무언가를 상상하고 그것들끼리 뭉뚱그려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일이 내게는 즐겁고도 참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삶은 개인의 꾸밈없는 바램처럼 그렇게 쉽지도 녹록하지도 않아서
어느새 나는 나의 꿈을 현실 속에 아무도 모르게 놓아 주고 말았다.
역경과 시련을 이기고 마침내 자신의 꿈을 이루어 세상 앞에 당당히 서게 된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리는 것 만큼, 보이는 것 만큼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지금에야 인정하게 된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으로 인해(핑계일 수도 있지만...그랬다)
동화같은 희망보다는 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했고
그리하여 나는 지금 어릴 적 꿈과는 멀리 동떨어진 곳에 와 있다.
그렇다고 지금이 불행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이 덜 행복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아직 시작하지도 못한 나의 꿈이 이대로 묻혀지는 게 못내 아쉽고 미련이 남아
마음 한 구석이 짠 하다는 것.
그렇다는 것.
한동안 열심이었던 칼럼 활동도 뚝 끊고 끄적이던 일기장도 덮은 채 오로지 사는 것에만 매달려 있었다.
삼년이 지나고 오년이 지나고 그러다 십년이 지나가 버리면
나는 영영 꿈을 놓은 채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섬뜩한 불안감이 오늘 문득 밀려 들었다.
지금도 사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이렇듯 가슴이 허하고 덜 찬 느낌이 드는 이유가 무언지 분명 알고 있지 않은가.
잠시 놓아 두었던, 잊고 있었던 나의 꿈을 다시 꿀 때가 된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이렇듯 터질 듯 저며온다.
콧등이 시큰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맥박이 조금 전보다 빠르게 뛰는 것 같기도 하다.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심장을 다시 뜨겁게 뛰게 만들기 위해.
다시 글을 쓰려고 한다.
거창하지도 않고 때로는 식상한 표현들로 가득찰 형편없는 글일지라도 상관없다.
단지 나의 심장이 뜨겁게 다시 뛰어 주길 바랄 뿐이다.
그동안 답답하고 안타까웠던 마음의 짐이 오늘 나의 이 결심으로 인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my salad day.
사각사각거리는 양상추의 미각이 지금 막 입 속을 훑고 지나간다.
상쾌한 이 느낌. 신선하고 맛있는 이 느낌
훗날 추억하게 될 나의 샐러드 데이를 기념하며 오늘의 이 느낌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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