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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님께서 20091220628분에 등록한 글에 댓글을 답니다.
더 보스: 쿨한 동행
구본형 지음, 살림Biz, 296쪽, 1만2000원

어느 취업사이트에서 직장인들에게 물었다. “절대적 인사권을 가진다면 가장 먼저 누굴 자르겠느냐?”고. 응답자의 40.5%가 ‘직속상사’라고 답했단다. 요즘은 구조조정이란 칼바람이 부니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 땅의 대부분 직장인들에게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특히 직속상사와의 관계는 영원한 ‘숙제’라는 증거로도 읽힌다.

변화경영전문가가 쓴 이 책은 그런 직장인들을 위한, 독특한 생존전략서다. 그렇다고 처세술이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아니다. 윗사람과 잘 지내고 나아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는 법을 일러준다. 지은이는 이를 ‘상향적 리더십’ 혹은 상사학(上司學)이라 부른다.

전제가 재미있다. ‘나쁜 상사’는 없단다. 아니 있을 수는 있지만 많은 경우 서로 괜찮은 사람들이 ‘나쁜 관계’를 맺을 따름이라며 해법을 제시한다. 물론 이중에는 월급쟁이라면 이미 체험으로 깨달은 ‘지혜’들도 나온다. 예컨대 ‘상사와 싸우지 마라, 설사 당신이 옳을지라도 회사는 상사편을 든다’라든가 ‘상사에게 건네는 농담은 늘 수위를 조절하라’ 같은 대목이 그렇다. 그런데 이런 일깨움도 심리학·경영학 등 관련 명저를 동원하고, 지은이의 체험을 녹여내 실감나게 읽힌다.

‘상사와 공을 다투지 마라’는 설명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상사를 포함한 우리 모두 ‘베너펙턴스(beneffectance)’현상에 빠지기 쉽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진단다. 이는 beneficence(선행)와 effectance(효능)를 합성한 말인데 인간은 누구나 좋은 결과는 자기 공로가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뜻한다. 그러면서 지은이는 작은 공을 상사에게 돌리고 커다란 지원을 얻어내라고 조언한다.

나쁜 상사에게 배우는 법도 담겼다. “만일 쓰레기 만드는 일을 하면 최고의 쓰레기가 되어라”고 일러준다. 인생은 불공평하며 조직은 늘 공평하고 투명하게만 운영되지는 않는다. 또 운이 나쁠 때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쓰레기 더미 속에 파묻혀 있다고 여겨지면 최고의 쓰레기가 되겠단 마음으로 현실을 받아들이되 최선의 경력을 준비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미 다 아는 진부한 내용이랄 수도 있지만 이 책에 잘 정리된 내용만 실천한다면 “회사 보고 들어와서 상사 보고 떠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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