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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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4일 21시 35분 등록
* 일상을 지배하고 모욕하는 악습

그의 몸을 벗어나 몸 밖에서 그를 살펴보았습니다. 안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그의 모습이 밖에서 보니까 그래도 조금은 잘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지금 2008년 입니다. 2008년의 그는 직장생활을 그런대로 잘 하고 있습니다. 자신 스스로는 그럭저럭 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마음이 떠나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이기도 합니다. 당장이라도 마땅한 일이 나타난다면 아마 다른 길을 택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는 왜 다른 길을 찾으려고 하는 걸까요. 밖에서 보니 몇 가지 이유가 있더군요. 그는 우선 현재의 일이 주는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그가 그토록 이 직업을 원했을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지요. 그가 젊은 시절 생각했던 이 일은 지금과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끊임없이 자괴감을 느끼고 있지요. 가끔씩 신이 날 때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제 월급을 받는 다는 것 외에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네요. 물론 그가 대단한 직업관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같은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요. 어쨌거나 그는 지금 그렇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요.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 둘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을 때, 조직 속에서 필요한 정치나 인간관계가 어렵고 피곤할 때, 지금과는 다른 방법으로 살고 싶을 때, 그는 회사를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회사라는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우선 생계라는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래도 아직은 이 일이 좋다는 것인데 이건 참 이율배반적이지만 그래도 사실이 그렇습니다. 또 마땅히 할일을 찾지도 못했지요. 그리고 그런 일을 저지를 용기도 없지요.

밖에서 그를 보니 참 답답합니다. 안도 밖도 아닌 자리에 서 있습니다. 무언가 결정을 해야 할텐데, 그리고 결정이 필요하다면 무언가 실천력을 보여야 할텐데 생각만 그렇지 어영부영 입니다.
원하는 삶의 방법을 그리워만 하면서 실제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의 기질일까요?

일단 이런 이유들을 우유부단, 끈기 없음, 게으름,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네요.

조금만 뒤로 가보지요. 2005년 전후가 되겠네요. 그는 책을 쓰려고 했습니다. 책으로 혹시 삶이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요. 열심히 생각을 정리하고 아이템을 발굴하고 실제 자료조사도 했습니다. 그동안 책은 밀리언셀러에서 제발 출판이나 됐으면 하는 극과 극으로 오갔지요. 그렇게 2년여를 지냈는데 그는 한 줄도 쓰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돌아보니 참 가관입니다. 머리만 굴리다 세월 다 갔습니다. 이런 책이 좋을까. 저런 책이 좋을까. 이런 책을 쓰고 싶은데. 저런 책도 쓰고 싶은데. 이런 책보다 저런 책이 더 잘 팔리지 않을까. 그렇게 대충 폼만 잡다가 시간 다 보내고 주저앉았습니다.
여기에서도 우유부단, 끈기 없음, 게으름이 지배했네요.

이번엔 1995년 입니다. 그는 서울로 직장을 옮깁니다. 그때 생각을 하지요. ‘아마 길게는 못 버틸 것이다. 그 시간에 맞춰서 준비를 하자.’ 비장한 각오를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아무것도 안했습니다. 어느 순간 달력을 보니 시간을 훌쩍 지나쳐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아차 했지만 그 뒤에도 어영부영 입니다.
역시 우유부단, 끈기 없음, 게으름이 같이 했습니다. 삶의 전략이 없이 아무생각 없이 살았다는 것도 있지요.

밖에서 들여다보니 이런 것들이 여전히 일상을 지배하고 모욕하는 악습, 기질적 약점으로 반복되는 패턴입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 그를 이시간까지 끌어온 또 다른 기질은

반면에 이 사람에게 칭찬해줘야 할 만한 것도 있습니다.
성실성 입니다. 밖에서 지켜본 결과 기질 자체가 변칙을 쓰지 못합니다. 변칙을 쓰면 스스로가 불편해서 견디지 못합니다. 가끔씩 안 좋은 성질이 폭발하기도 하고 가끔 뜬금없이 거칠기는 해도 성실합니다. 잔머리에 약하고 투박합니다. 오랜 기간 그렇게 살아왔고 습성이 되었습니다.
아마 성실성은 그의 삶을 지배해 온 대표적인 기질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나이를 더 먹으면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그렇습니다. 한 가지 의문스러운 것은 그게 성실성인지 소심함인지 잘 모르겠다는 거지요.

* 강점과 약점을 조합하는 전략은

그러면 기질적 약점과 강점을 효과적으로 조합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가지를 한번에 보니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에 말한 게으름과 두 번째 말한 성실성은 대비되는 개념인데 두 가지를 모두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으르면서 성실하다? 어폐가 있는데 사실입니다. 한껏 게으르고 한편으로는 성실합니다. 우유부단의 문제도 그렇습니다. 결정이 될 때는 어려운 문제를 쉽게 결정하기도 합니다. 참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밖에서 살펴보니 목표의 문제로 보입니다. 확실한 목표가 정해져 있느냐.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냐 하는 문제가 좌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예로 처음 직장을 옮길 때의 일입니다. 단번에 결정했습니다. 충분히 승부가 가능하다고 보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했습니다. 어영부영이 끼어들 틈이 없었습니다. 끊임없이 알아보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주변상황의 요인도 컸지만 결정했고 시도했고 원하는 대로 이루었습니다.
회사는 문을 닫는다고 했을때도 그랬습니다. 그 위기를 넘어가니 직원의 삼분의 일 이상이 나가야 했습니다. 선택이 눈앞에 있을 때 고민은 했지만 그만두기로 결정을 했었습니다. 나이가 젊은 때여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요. 지금은 그렇게 과감한 결정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약점을 배제하고 강점을 발현시키는 방법은 무엇이 좋을까요.
그렇게 되면 어떤 삶의 변화가 올까요.
약점의 배제와 강점의 발현을 위해서는 현실 가능한 목표를 그리고 진실로 원하는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이 좋아 보입니다. 스스로 이를 악물고 뛰게 만드는 거지요.

그림을 그려보자면 이렇습니다.

이런 식으로 목표를 부여하는 거지요. 책을 쓰면 밀리언셀러가 될 거야. 그러면 생계는 해결이 될 거야. 교외의 마당 딸린 작은 집에서 살수도 있을 거야.
정확한 목표가 생겼네요.
작가가 되고, 생계도 해결이 되고, 조직생활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교외의 작은 집에서 느리게 살 수도 있다. - 이런 목표를 준다면 약점은 사라지고 강점이 빛을 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요.

문제는 확신을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목표가 되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서 스스로 회의하고 주저앉는다는 거지요.
그러한 이유로 우유부단과 끈기 없음, 게으름 이라는 기질이 자꾸 맴돌고는 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
이루어지지 못할지라도 지금은 확신을 갖는 것이 그에게 가장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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