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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기 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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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9일 02시 48분 등록

사부님. 다시 풀어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숙제 열심히 풀어 보겠습니다.



사부님은 그날 번개 후에 4기에게 한 번더 숙제를 숙지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하신 듯 하다.

모자란 4기라서? 아님 총명한 4기라서?ㅎㅎㅎ

모월 모일 사부님이 주창하신 순대국집 번개 때, 사부님을 인터뷰했다.

사부님이 어려워 멀리 두고, 바라만 보던 변경연 4기는 그날, ‘님은 먼곳에’ 란 영화를 단체 관람한 후, 더 이상 사부님을 먼 곳에서 바라만 보지 않기로 했다.

계속 그 정도의 거리유지를 하다 5기가 들어오는 시기에 월남쯤의 거리로 내 쫒겨, 고물트럭을 전전하다 5기를 훈련시키는 빨간조교를 그야말로 '님은 먼곳에' 란 노래로 위문공연 할 일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순대국 집을 벗어나 인사동 초입의 ‘가격이 착한 작은 레스토랑’ (사부님의 말씀)에서 사부님의 말씀을 과감히 자르기도 하며, (덕분에 써니 선배에게 은근히 눈치 받음)진행된 이 인터뷰는 모 방송국에서 이슈가 되는 인사들을 인터뷰하는 프로의 이름을 빌려와 단박 인터뷰라고 부르기로 한다.
우리에게는 사부님만큼 영원한 이슈가 없으니까.

그날, 지난 번 오프때의 뵙기가 죄송할 만큼, 수술후의 상태보다는 훨씬 좋아 보이셔서 내내 궁금했던 사부님의 회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또한 금주기간을 잘 지켜내시고, 술을 드신지 얼마 안되어 적당히 기분이 좋으신 상태였다.

그자리의 누구도 인터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자리였지만, 4기의 신화를 쓰고 있는 우리는 그날 짧지 않았던 말씀을 기록으로 남겨 두고 싶어졌다.

더 빨리 정리했어야 했는데, 벌써 어떤 부분은 날아갔고, 어떤 부분은 삭제해 올렸기에 무형식이란 것을 알려둔다.

4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시는 기준은?
사부: 독자가 읽고 나서 이전까지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책이다. 나의 책을 두고, 이러니저러니 바램들이 있다. 나도 그것에 대해 십년쯤 고민한 듯하다. 하지만 이제는 정리가 되었다. 스스로를 작가라고 말하는 것에 십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나의 직업은 작가다. 상업성 보다는 좋은 영향을 주는 책을 쓰는 것에 우선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4기: 첫 책을 내는 이들도 그렇게 해야 할까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 질문은 우문이었다)
사부: 그것은 각자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문제다. 오래 생각하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4기: 지난 번 오프가 참 좋았다. 나를 덜어내는 자리 같았고, 사부님이 정리해주신 것도 그랬다.
사부: 내가 나답지 않은 자리, 무언가 인위적이고, 자신을 감추어야 하는 자리는 편한 자리가 아니다. 나를 나답게 할 수 있는 자리가 결국은 나의 자리인 것이다.
몰입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무의미한 시간이 되고 만다. 한 가지 일을 끝내기도 전에 일을 벌이는 사람이 나는 좋지 않다. 지금 하고 있는 일, 시작한일에 대해 몰입하고 집중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사부님은 은미를 바라보셨다. 최근에 시작한 신규 사업 때문에 은미가 혹여 힘들지나 않은지 걱정이 되셨던 듯)

현웅이는 그런 면에서 대단하다. 환경을 넘어서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현웅인 환경을 넘어 서고 있다. 그리고 책의 아이템도 좋다.

4기: 대상도, 쓸 주제도 확실해서 출발이 좋아 보인다. 4기는 갈수록 대단해 보인다. 재우씨도 정산씨도, 한숙씨도, 거암도,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다들 대단하다. (4기의 자화자찬, 하지만 사실이다.)

현웅; 31일까지 출근하면 되는데 마치 전역을 앞둔 것 같다.
4기: 부럽고 대단하다.
사부: 4기는 성실하게 오래 갈 것 같다.

4기: 3기때는 댓글도 많이 달아주시고 엄청 다정해 보이셨는데, 어린 친구들, 지혜, 지환, 현정, 에게도 댓글을 잘 안달아 주신다. 우린 내 논 자식들 아니신지?
(좌중 웃음)

영화표 때문에 대타로 초대된 써니 선배: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 4기를 많이 사랑하신다.

사부: 빨리 써야 할 사람이 누구지?
현웅, 창, 지환. 손들다.
사부: 일년 연구원 과정 텍스트를 일부 빼고 다른 것으로 채우는 것에 대해 고민은 있다.
이 일년 과정 텍스트를 마치면 어떤 책도 읽을 수 있는 수준은 될텐데,
다 읽으면서 더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유서를 고를 때도 어떤 책이 좋은지, 교보나 이런데 가서 편하게 앉아 관심사의 책을 가져다 놓고, 마음에 드는 책을 찾을 때까지 읽다 보면 그런 책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초아선생님의 책도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

4기: (그렇게 한지 정말 오래 됐는데, 이 대목에서 사부님 다시 한 번 쳐다보며, 반갑습네다. 하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

앤: 부산 갈 때 초아선생님 한 번 뵐까 했는데 혹시 결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부: 아마도 가면 반겨 주실 것이다. 걱정하지 말고 찾아뵈어라.

은미: 개인사를 전에 쓴 것은 놔두고, 사부님의 자서전처럼 챕터를 나눠 쓰고 있다.
현웅: 개인사를 쓰다 보니 구체적이 되어서 50페이지는 훌쩍 넘을 듯 싶다.

사부: 개인사를 정리하면 자서전 형식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 중 잘 못 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작업이다.

4기: 북 리뷰는 70%는 자신이 정리한 것과 동료가 정리한 것을 혼합해 쓰면 되는지?
사부: 자신이 완전히 소화해서 그 정도를 쓰고 베스트를 골라 정리하면 된다. 하지만 자신이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미: 누군가 맡아서 할 사람이 필요한데 앤 언니가 해야 해. (사뭇 명령조다)
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나는 철이 안 들어 못해.
사부: 앤이 철이 들면 재미 없지. 주욱 그냥 철 안들고 살아야 재미있지.
은미: 암튼 언니가 맡아서 해.
앤: 현웅씨가 하면 되겠네.
현웅: 누나가 말하면 제가 할게요.
앤: 은미가 무서버. ㅎㅎㅎ 그럼 창오라버님이 편집 자문. 모르겠다.
창: ?

4기: 자유서가 많은데 제레미와 엘빈 토플러, 등.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피터 드래커는 책의 종류는 많은데 살펴보니 너무 많이 중복되어 있다.
사부: 제레미와 캠벨은 끝까지 자기수준을 고양시켜 간 사람이다. 피터는 너무 오래된 책은 책은 읽지 마라.

4기: 자녀분들에게 편지 쓰신 것을 보았다.
사부: 사람이 태어나서 뭐 남길 것이 있나 생각해 보면 아이들이 제일 큰 자취다. 다행히도 아이들이 잘 따라 와주었다.


이야기는 자유롭게,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그동안 한 번씩 화장실을 다녀왔고, 지환이는 오쇼처럼 조용히, 지혜는 여전히 경청하고, 밤새 야근한 창은 가끔 고개를 끄덕였다.

은미는 사부님의 옆자리에 앉아 사부님의 말씀에 귀기울이며 사부님을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사부님과 마주 앉은 3기 써니 선배는 옆에 앉은 4기가 어디로 튈지 몰라 쬐금 불안한 눈치셨고, 대각선으로 앉은 철없는 4기는 아직도 궁금한 것이 많아, 몇 가지 질문을 더했다.

김지하, 신영복 선생, 이윤기 선생, 앤디 워홀의 이야기까지 나왔을 때, 주인장이 와서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부님은 어떤 환경에서 연구원들이 좀 더 자신안의 이야기들을 끄집어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계신 듯 했다.
배롱꽃을 보러 가잔 말도. 지난번 미팅룸보단 스위트룸을 대여해 밤새워 수업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새로운 도약을 눈앞에 둔, 현웅은 아내와 함께 사부님의 말씀대로 땅 끝에 다다른 것을 느껴 보러 남해 기행을 떠나 보길도를 보고 오겠다고 메모했고. 앤은 현웅이 보면 좋을 영화를 추천했다.

헤어지면서 사부님은 ‘ 너희들과 함께 있는 것이 즐거웠는데 너희는 좋았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우린, 연구원 되고, 처음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사부님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 오프 때도 삼십분을 넘기는 법이 없는 사부님의 말씀.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재우, 거암, 정산, 한숙, 현정, 사부님 모신 번개를 다시 한 번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부님이 돌아서시고, 몇몇은 남고 몇몇은 집으로 돌아갔다.

4기: 연구원이 되길 정말 잘했다. 현웅이 지나온 세계를 지나 도약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 우리는 영광의 목격자들이다. 우리도 곧 조용히 변화 할 것이다. 악습을 버리고, 새로워지는 스스로와 만나게 될 것이다.


이글을 정리한 4기는 오늘도 동기들과 사부의 말씀이 궁금해 목소리가
커졌다며, 다음엔 더 공주 답게 우아해질 것을 다짐하며, 집으로 돌아 갔습니다.

단박 인터뷰. 끝 -----





IP *.38.10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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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08.07.29 09:08:53 *.161.251.172
참 잘했어요. 누군가 우리의 번개 장면을 소묘처럼 그려주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역시^^*
참 즐거운 시간이었고 감사의 시간이엇습니다.
오랫만에 사부님과 술잔을 편히 나누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사부님 아프지 마세요. 금주도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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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7.29 09:22:34 *.36.210.11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4기를 팔기는 이제보니 완전 앤 공주의 들러리 였군. ㅎㅎㅎ

사부님은 모두에게 눈 맞추시며 말씀 하시지. 함께 자리를 못한 벗들도 항시 염두해 두시며 좋은 말씀을 나누어 주시려 하시고.

네가 함께 하계연수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워 하셨지. 앤 기자야 정리하느라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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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7.29 09:56:52 *.244.220.254
참석하지 못해 무척 죄송했는데........
순대국 번개에 함께 참석하고 있다는 착각이 듭니다.
앤~ 누님!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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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칸양
2008.07.29 10:25:54 *.122.143.151
못한 참석때문에 무척 지송했는디........
순대국 뇌전에 같이 참석하고 있다는 오해를 합니다.
희초리님! 넘 잘 재미있게 읽었어요~ 고생 디따 하셨어여. 쌩유베리캄사함다. ^^

쫌 심한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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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
2008.07.29 10:26:24 *.227.22.57
"한 가지 일을 끝내기도 전에 일을 벌이는 사람이 나는 좋지 않다." <-- 사부님~ 죄송합니다. 벌여놓은 일부터 차근차근 마무리하겠습니다.

그 자리에 저도 앉아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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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웅
2008.07.29 11:38:28 *.117.68.202
제 아내에게 사부님의 위력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더라도 2차까지 이어진 자리를 뜨지못해 혼났습니다..ㅋㅋ
통금시간을 세시간 넘겨 벌금 3만원 내야 합니다.
5만원을 내라고 해도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다.
정말 기분좋은 자리였습니다. 사부님의 취기오른 말씀은 그어느 명사의 강연도 범접할 수 없는 초명품이었습니다. 제가 연구원 되길 정말 잘했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어제는 사무실에 있던 그동안의 다이어리와 플래너 한박스를 집으로 옮겼습니다. 오늘은 팀 막내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난 끝까지 너희들과 함께 할꺼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이제 형이라고 생각하고 언제든지 연락하라고요. 그리고 미안하단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년 봄 책이 나오면 그 때 보자고 다짐했습니다. 팀원들은 그순간도 각자의 다이어리에 제가 하는 말을 적고 있었습니다. 언제고 떠나는 순간 너에 빈자리가 정말 크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느낄수 있을 정도로 열정을 다해 다듬고 또 다듬으라고 미련한 한마디를 던지고 나왔습니다.

애구애구 너무 무게잡아서 죄송합니다.ㅎㅎ

앤기자님 역쉬 이런모습이 전문가의 그것이란 걸 실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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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2008.07.29 13:22:29 *.110.86.68
정말 잡지사 기자 맞는데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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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2008.07.29 17:58:14 *.128.98.93
단박 인터뷰 너무 좋다..

다른 주말에는 맨날 방바닥 긁기만 하다가 간만에 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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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7.30 05:38:27 *.127.99.61
지난 오프 때도 못가고, 이번 번개가 나의 귀국에 맞춰서 잡힌 걸 알고
정말 가고 싶었는데, 사부님과 4기 모두가 나의 부재를 섭섭해했으리라는 것에 송구하면서도, 위안을 얻어 봅니다.
사부님과, 그리고 동지들 간에 서로 진한 사랑을 나누는 그 현장에 저도 항상 함께 하였음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야기가 가장 농밀하게 익는 순간에 함께 하지 못함을 참으로 아쉬워하던 참에 앤이 이렇게 재치있는 인터뷰로 현장을 생생히 전해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제는 한 솥밥을 먹어야 하는 일생의 동지들로 모두가 완전히 엮인 기분입니다. 그 기분 나쁘지 않습니다.

현웅씨의 새 출발에도 따뜻한 박수 보내요.
금요일 여행 때문에 만날 때 다시 한 번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사부님 다시 건강을 되찾아 저희와 술을 기울일 수 있게 되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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