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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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0일 23시 31분 등록
1. 그대 인생 중에서 가장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
한가지만 골라 집중 성토하라. 그대가 마치 남인 것 처럼. (1 페이지)

나는 목표의식이 약하다. 실행력도 부족하다. 학생 때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목표를 설정하고 한동안 열심히 하다가, 잘 안될 것 같으면 바로 방향을 선회해 버리는 우유부단함(의지박약)을 갖고 있다. 그리고 나중에 그렇게 행동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곤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님이 오랜 투병생활 끝에 돌아가시고 나서 나의 장래 희망은 암을 고치는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고3 때 의대진학에 실패하고, 재수 하던 시절에 『DNA 이중나선구조』(제임스 왓슨 & 프랜시스 크리크)란 책을 읽었다. 생화학자들의 연구생활과 그들의 삶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암을 정복하려면 의대보다 생화학을 전공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후로 1차 목표는 의대, 그게 안 되면 생화학을 공부해 보리라 생각했다.

입학원서를 써야 할 시기가 됐다. 의대 가기엔 점수가 부족해서 생화학과를 가기로 결정했다. 입학원서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군에서 말년휴가를 나온 큰형과 형 친구들을 만났다. 근처 중국집으로 저녁식사 겸 술을 한잔 하러 간다며 같이 가자고했다. 그래서 저녁 먹는답시고 형 친구들을 따라 가 한잔 한잔 술을 받아먹다가 그만 만취가 돼버렸고, 그날 사가지고 온 입시원서를 잃어버렸다.(미쳤다. 대학입시 20여일 전에 만취라니.)

다음날 아침에 큰형은 생화학과 진학이 별로 좋은 결정이 아닌 것 같다고 얘기했다. (큰형은 화학과를 다니다 군에 갔는데, 화학 계통의 학과를 나오면 졸업 후 진로가 좁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큰형은 공대를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충고했다. 마침 이공계열로 모집을 하는 학교가 있었는데 커트라인이 생화학과보다 조금 낮아 합격 가능성도 더 높아보였다. 큰형 말이 그럴 듯하게 들렸다. 결국 몇 년 동안 꿈꿔 왔던 암 고치는 의사, 또는 생화학자의 꿈이 그날 아침 몇 시간 만에 공대 졸업 후 취직하는 꿈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나는 모 대학 이공계열로 진학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의대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져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기어이 대학을 중퇴하고 말았다.

또 한 번의 결정적인 우유뷰단은 28살에 두 번째로 대학을 중퇴 한 후에 벌어졌다. 그때는 장사를 배우겠다는 이유로 대학을 그만 두었다. 학생이었던 내가 장사 밑천이 있을 리 만무했다. 주변의 친구나 지인들에게 자본금을 조금 빌려서 뭔가 시작하던지, 그것이 안 되면 리어커를 한 대 사서 동대문 시장에서 리어터 장사라도 시작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었다. 그런데 경험이 전혀 없는 내게 돈을 빌려 줄 사람도 없었고, 누구에게 찾아가서 돈을 빌려 달라는 얘기를 하기엔 나의 쓸데없는 자존심이 너무 컸다.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리어커 장사는 시작할 용기도 없었고 비전도 없어 보였다. 그리고 사회는 생각보다 엄했다. 난 군 제대 후 대학에 들어가 ‘형님’ 대접을 받으며 대학생활을 했다. 주변에서 형님 형님하고 모두 따르니 내가 제법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회에 나오니 아무도 나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결국 내가 장사를 하겠다고 대학을 그만 둔 것은 당장 하기 싫은 공부를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핑계에 불과했고, 리어커 장사 같은 어려움도 능히 극복할 수 있다던 나의 굳은 자신감은 나 혼자 꿈꾸던 상상 속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6개월간 실업자생활을 하다가 전산학과 3학년으로 편입을 하면서 내 백수생활은 끝났다. 난 장사를 해보겠다는 나의 꿈을 한번 시도해 보지도 못하고 접었다. 한마디로 꿈속에서, 꿈으로만 살았던 게다.

2. 그대 인생 중에 가장 멋진 것은 무엇인가? 한가지만 골라 마음껏 칭찬해 줘라.(1페이지)

내가 가장 잘한 일, 멋진 일은 수학과를 다니나 때려치운 일이다. 예전에 난 내가 한 그 행동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성격, 기질 등에 관한 책을 읽다 보니 그 당시 나의 결정은 옳은 면이 많았고 또 아주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 내가 수학을 전공하게 된 것 부터가 나의 기질에 맞지 않는 선택이었다. 그런 면에서 기질에 맞지 않는 전공을, 그래서 잘하려고 해도 잘 할 수 없는 전공을 단지 대학졸업장 따려고 계속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관점에서 보면 나의 결정이 옳았다는 말이다.

군에서 제대하고 다시 대학 시험을 보게 됐다. 그때 내 장래 희망은 돈을 많이 버는 사업가였다. 당연히 경영학과나 경제학과에 진학해야 맞았다. 그런데 나는 고등학교 때 이과였었고 시험공부 할 기간은 7개월 정도 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때 전혀 하지 않았던 문과공부를 짧은 기간에 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경영이나 경제학에서 많이 활용되는 수학을 배우고, 대학원에서 경영이나 경제학을 공부하리란 생각으로 수학과로 진학했다.

그런데 수학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게다가 실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나의 기질과도 맞지 않았다.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내게 미적분학, 위상수학 등 이론적인 공부는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했다. 2학년 전공에 들어가면서부터 성적은 엉망이었다. 그래도 2학년 까지는 계속 해볼 생각이 있었는데 3학년 1학기에 들어가자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정말 괴로운 것은 별로 하고 싶지도 않은 걸, 대학졸업장을 따기 위해 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3학년 1학기 미적분학 시간에 ‘르베그적분’이라는 새로운 적분 개념을 배웠다. 교수님이 ‘0과 1 사이에 무한개의 유리수와 무리수가 있는데, 유리수와 유리수 사이에는 반드시 하나의 무리수가 존재한다. 이 유리수와 무리수를 다 연결해서 넓이를 구하면 그 넓이는 1이 된다’는 걸 증명하는 문제를 푸셨다.(이 설명이 정확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비슷하다) 교수님은 너무 재미나다는 표정으로 신바람나서 강의를 하셨다. 그 때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때렸다. “0과 1사이에 무한대의 무리수가 있는 게 나하고 무슨 상관인가? 그 넓이의 합이 1이 되건 100이 되건 그게 내가 앞으로 돈 버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나?” “왜 나는 앞으로 내가 살아갈 일과 아무 관계없는 이런 쓸데없는, 머리 복잡한 걸 배우겠다고 지금 여기 앉아있는 걸까? 이게 잘하는 건가?

학교를 그만두고 장사를 배우는 게 낳다고 생각했다. 자퇴원을 내고 집에 오니 집안에선 난리가 났다. 그 때 내 나이 28살 때다. 가벼이 즉흥적으로 행동할 나이가 절대 아니다. 어머님, 형님들 모두 나서서, 내 생각을 바꾸기 위해 말리셨다. 하지만 내 결정을 바꿀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단지 대학 졸업장을 따기 위해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 춘양으로 해서 수학과를 졸업했으면 난 지금 다른 모습의 인생을 살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어찌 됐건 적성에 안 맞는 공부를 때려치운 건 지금 생각해도 아주 잘한 일이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반대했지만, 굳굳하게 내 생각대로 나아간 건 용감한 행동이었다.


3. 그대에게 신 같은 힘이 있다면, 1번 과 2번의 발견을 통해 나는 내년에 어떻게 나에게 첫 책을 선물할 수 있을까? (1 페이지)

난 목표의식이 약하고 실행력도 부족하다. 그 바탕에는 우유부단과 의지박약이 깔려 있다. 그런데 한 꺼풀 더 들어가 보면 내가 왜 그 목표를 갖게 됐는지, 그 목표가 정말 내가 하고 싶은(되고 싶은) 목표인지, 그 목표가 나의 기질과 성향에 맞는 것인지에 대한 자기분석(내면에 대한 탐색)이 부족했다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다.(나의 약점)

나의 강점을 살펴보면, 내겐 의외로 결단력이 있다. 내가 심사숙고하고 충분히 고민해서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남들이 반대하더라도 밀고나간다. 똥고집이나 뚝심이라고 봐도 좋다. 이런 강점의 바탕에는 <자기확신>, <중요성 : 남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성향>, <성취자 : 새로운 것을 성취하기를 열망함>, <초점> 등의 기질적 테마들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남들이 하는 대로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가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점이다.

자, 이런 약점과 강점을 갖고 어떻게 나는 내년에 나에게 첫 책을 선물할 수 있을까?

우선 내 강점과 약점을 좀 더 확실히 찾아보겠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를 위해 지금‘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읽고 있다. 내가 찾은 이 강점과 약점을 바탕으로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재미있고 보람되게 살아갈 건지를 생각해 보겠다. 그리고 이 내용을 7월 마지막 과제인 50페이지 개인사에서 정리하겠다.(7월 28일 과제) 그리고 8월 말까지 어떤 책을 쓰는 것이 좋을 지를 탐색하겠다.

9월부터는 내가 찾은 강점을 기반으로 내가 정말 쓰고 싶은 책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찾겠다. 여기에는 책을 쓰는 목적, 책의 주제, 대상 독자, 책의 범위, 전개 방식 등에 대한 개략적인 아웃라인이 포함될 것이다. 이 일은 12월 말까지 마무리 돼야 할 것 같다. 이 기간(9-12월) 중에는 속독이나 발췌독 방법으로 현재 생각하고 있는 관심분야의 책을 가능한 한 많이(약 50권) 접할 생각이다. 빠른 책읽기를 통해 연구원 커리큘럼 상 ‘09년 1-2월에 읽게 될 관심영역의 책을 미리 선정하고 개략적인 내용을 파악해 두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만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고 있는 “행복한 노후생활”을 주제로 책을 쓸지 아니면 다른 주제를 선정 할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내년에 첫 책을 쓰기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를 정리하다 보니, 연구원의 정규 커리큘럼을 조금 앞당겨서 잘 해보겠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이 커리큘럼을 내가 수정해서 내 커리큘럼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다르다. 사부님이 짜놓은 계획에 따라 시키는 대로 책 읽고 리뷰 쓰고 컬럼을 쓰는 수동적인 연구원 생활에서 구체적인 책쓰기라는 목표를 갖고 내가 진정으로 고민해서, 그 계획을 조금 변형하여 내 계획으로 만들고 실행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사실 책을 쓰는 데 특별한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실행해 나가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있겠나?

다만, 목표의식이 약하고 실행력이 부족한 나의 약점을 생각할 때, 지금처럼 연구원 과제에 끌려가는 방식으로 허덕이다가는 내년에 책쓰기가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다. 올해 안에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단계적으로 목표달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난 그 목표를 쉽게 포기해 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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