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연구원

연구원

  • 소은
  • 조회 수 3412
  • 댓글 수 10
  • 추천 수 0
2008년 5월 18일 16시 42분 등록
2008 스승의날기념, 연구원 4기 릴레이편지
재밌니, 재밌지?


(양재우)
그 남자를 만난 건 10년 전 이맘 때 쯤이었다. 꽃이 진 나뭇가지마다 신록이 무성해질 무렵, 5월 어느날이었다. 그는 남색빛이 감도는 다소 투박한 자켓에 밝은 하늘색 셔츠, 그리고 진한 아이보리색 데님 바지를 입고 있었다. 다소 그을린 듯한 얼굴빛과 하얀 치아가 잘 대조를 이룬 그는 건강해 보였다. 전체적으로 편한 인상과 이따금씩 터뜨리는 너털웃음에서 그의 여유가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의 손은 다소 거칠어 보였지만 그의 제스추어는 뭔가 모를 의미를 품은 채 일정한 궤적을 그리며 쉼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따금씩 말을 멈추고 생각을 하는 듯 허공을 바라보는 그의 눈망울은 순한 황소의 눈망울을 닮아 맑고 깊었다. 다소 처진 눈꼬리가 그의 성격을 대변하는 듯 그의 말투는 느리고 은근하였다.

(박중환)
다만 한 가지, 그는 '백수'였다. 그는 20년 동안 자신의 혼과 열정을 쏟아 부은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드넓은 창공을 날아 오르고 싶어하는, 꿈 꾸는 소년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말할 수 없는 현실이 슬펐다. 그가 유일하게 믿고 있는 것은 얼마 전에 출간한 '책' 한 권, '그대, 때밀이를 고용하라!" 였다. 허름한 목욕탕에서 일하는 때밀이의 애환과 고뇌, 그리고 변화의 몸부림을 담은 작품이었다. 주인공 때밀이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기 혁명을 위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하루 2시간씩 이태리 타올을 연구하며 자기가 개발한 이태리 타올로 때밀이 연습을 했다. 욕탕 영웅 때밀이의 출발과 모험, 귀환의 서사구조를 가진 그 책의 대박 만이 그의 미래였다. 그는 끌어당김의 법칙에 따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대박아 터져라~", "백수여~ 안녕!~"

(홍현웅)
그러던 어느날 그는 그렇게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는 일연이 출가했던 진전사에 들렀다고 한다. 얼마 전에 그곳 행자 스님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었다. 하루는 그와 한 20여명 남짓한 무리들이 절 옆 능성이로 올라가더란다. 모두 솔 밭에 앉았는데, 한 명이 서서 뭔가를 이야기 하더란다. 하도 궁금해 그 중 한 사람을 붙잡고 뭔 이야기를 들었는지 물어보았단다.
“네, 우린 저분을 사부님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특별한 날이어서 그분께 ‘가르침을 달라’고 외쳤지요. 그러자 그분은 저희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주셨지요.”

구 :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
본 : 본래 인생은 그리 녹녹한 것이 아니다.
형 : (그러니) 형이 시키는 대로 해라!

(최현)
그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만들고 매년 10여명의 연구원들을 모아 공부를 시킨다. 연구원들에게 댑따 어려운 책을 읽히고 재미난 썰을 풀어보라고 한다. 연구원들은 장거리 달리기 선수마냥 헉헉 거친 숨을 몰아 쉬며 그가 시키는 것을 한다. 그는 빨간 모자를 쓰고, 오른손에는 시뻘겋게 달군 부지깽이를 들고 뛰면서, 연구원들의 궁둥짝을 코~옥 코~옥 찔러 댄다. 그러면서 말한다.
“재밌지? 재미있니~? 우린 재밌어야 돼~~”
아!~ 궁둥짝이 따끈따끈 해지고 열이 나면서 뭐가 타들어가는 냄새가 솔솔 올라온다. 이러다가 부지깽이에 꽂혀 잘 구워진 배둘레햄이 되어버리는 건 아닌가? 그런데 참 믿기 어려운 건 이들의 관계다. 엉덩이가 뜨겁고 타는 냄새가 나면 달아나고 싶기도 하련만, 연구원들은 ‘사부님 사부님 우리 사부님!’ 하면서 그를 따르고 그의 주변을 떠나지 못한다. 힘들어하면서도 서로 만나면 하하, 헤헤, 호호거리며 좋아한다. 이 사람들,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돼서 집단적으로 <꿈>을 꾸고 있는 게 틀림없다. 무슨 바이러스지? 아! 맞다. 바로 전염성 강한 ‘구본형 맹독 바이러스’다.

(최지환)
그는 정말 인기가 많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참 다양하다. 남자, 여자, 처녀, 총각, 아줌마, 아저씨 할 것 없이 그를 열렬히 사모하고 지지한다. 그의 인기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 잘생겼다고 말하기에는 살짝 부족한 얼굴, 등산으로 다져졌다고는 하지만 조각 같아 보이지는 않는 몸매, 백 만불 까지는 못되고 백 만원쯤 될 것 같은 그 미소? 아니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 재물? 도대체 그 많은 사람들을 잡아 끄는 그의 매력은 무엇이란 말인가.
나 역시 그에게 끌리고 있지만, 이런 내 마음의 정체를 알 수 없다. 나, 그에게 묻고 싶다. 그 나이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인기의 비결은 무엇인지.
그리고 또 하나, “나.. 그대를 사랑해도 될까요?”

(오현정)
물론 그를 찬성하는 무리가 대부분이지만, 그의 인기 비결에 뭔가 석연치 않는 구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무리들도 있었다. 그래서 몇몇은 비밀 그룹을 결성하여 그를 내밀히 조사하기로 했다. 그 비밀 그룹의 이름은 ‘구본형 인기 비결 염탐위원회’. 위원회는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염탐했고, 염탐한 내용을 기록하여 매주 수요일 밤 공유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염탐위원회는 그가 그 만의 특별한 ‘연금술’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 위원회에게는 연금술을 행하는 그만의 비밀 장소에 접근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이들이 위험을 무릅 쓰고 이중 삼중 경비 보안 시스템을 뚫고 들어가 염탐하는 일은 007 영화의 첩보 작전을 방불케 했다. 그렇게 알아낸 최종 사실은 그가 연금술을 통해 얻은 신비한 ‘음료’ 덕분에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한숙)
그 음료는 갖가지 종류의 물질을 혼합해 만들어진다. 음료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가장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과, 그 물질의 순도가 100%여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혼합 비율은 생명이다. 위원회가 밝힌 바에 의하면 재료 자체는 그다지 신비로운 것들이 아니다. 아침 정원에 맺힌 이슬 3방울, 이것은 동이 트기 전에 따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그는 4시에 일어난다. ‘자기 변혁을 위한 글쓰기’는 일종의 포장이다. 그는 이슬을 따고 음료를 만들기 위해 이 시간을 투자한다. 거기에 눈꼽을 제거한 돌구의 눈물 2방울, 이것 역시 밤새 묵히고 새벽에 얻어야 순도 100%가 나온다. 그리고 제대로 된 자신의 방구 가스 0.0005그램! 그가 채식을 권장하는 것은 건강한 생활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 역시 표면적인 이유다. 단식과 보식 프로그램을 책에 끼워 넣어서까지 권장하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고기를 좋아하던 그가 하루 아침에 채식만 한다는 건 한 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음료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가스를 얻기 위해선 채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미밥, 고구마, 무우 된장국 같은 것들은 고 순도의 가스를 얻는데 꼭 필요한 음식들이다. 방구 채집 역시 새벽에 이루어진다. 그가 저녁에 우유 한 잔을 반드시 마시고 자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모든 재료들이 잘 부패하도록 매개가 되는 것이 우유다. 그렇게 채집된 재료들은 파란 청백자 종기에 넣어 100년 묵은 금송 숯가루 1스푼으로 정성껏 개야 한다. 거기에 북한산 약수터에서 길어온 약수 20그램을 넣고 잘 저어서 삼베 보자기에 거르면 10밀리의 황금빛 감도는 무향의 투명한 액체가 나온다. 이것을 특수한 병에 담으면 하루치 신비의음료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음료는 아무데서나 마실 수 없다. 새벽 달이 꼬리를 감추고 금성이 서쪽 하늘로 떠오르는 새벽에 ‘홀딱 벗고’ 자연 속에 나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높이 들고 마셔야 한다. 그래서 그는 채 어둠이 걷히지 않은 미명의 북악산을 새벽마다 오른다. 알 몸에 두툼한 방한복을 걸치고 집을 나선다. 짊어진 작은 배낭에는 생수와 땀을 닦을 수건이 들어있지만 거기에 비밀 음료는 없다. 그 가방은 똥 폼을 위한 것이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귀중한 비밀 음료는 그의 넓적다리 안 쪽에 달린 가죽 주머니에 잘 안착되어 있다. 그 주머니는 어느 현자의 말을 듣고 수소문하여 찾아낸, 동대문 세운상가 지하의 어느 허름한 가죽쟁이가 특수 제작해 준 것이다. 그가 음료를 마시는 장소는 산 중턱, 하늘이 잘 보이는 배롱 나무 아래다. 교교한 새벽 안개 속에 미친 년 치맛자락 날리듯 활짝 입을 벌린 배롱나무 꽃 잔치를 보면 그는 어느새 알몸이 된다. 병을 하늘 높이 쳐들고 신령한 음료를 마시는 동안, 그는 완벽한 신선이 된다. 꽃 향기에 취해 눈을 감으면 우주의 시간은 거기에서 멎는다. 모든 정기가 그에게 몰려든다.

(이은미)
배롱나무 꽃이 폭발하듯 그도 폭발한다. 그의 마음은 붉디 붉은 배롱나무 꽃 기운에 취해 꽃이 된다. 그 꽃은 다시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는 한 여름에 피어나는 주홍빛 능소화가 된다. 그리하여 능소화의 전 생애를 건 사랑, 침묵 속에서도 불타는 사랑을 한다. 또 어느 때는 순백으로 피었다 노랗게 지는 치자 꽃이 된다. 치자 꽃처럼 조용하고 은은한 향기를 낸다. 어떤 이는 이것이 새벽마다 그가 만들어내는 노란 방구 향이라고 한다. 그 음료 탓일까. 그리 젊지 않은 그에게선 아직 청년 같은 기운이 솟는다. 그의 백 만원 짜리 미소는 구김살 없는 햇살 같고, 그의 지적 호기심은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하여, 마침내 그것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난다. 그의 눈빛은 호수에 잠긴 달처럼 그윽하고, 그의 음성은 우리들 가슴 속에 물처럼 흐른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그 음료 때문이 아닐런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것은 그의 마흔 세 번 만큼의, 밑바닥으로 치닫는 절망이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나는 해가 지는 걸 마흔 세 번이나 보았어요, 몹시 슬플 때는 해지는 모습을 좋아하게 되지요’ 라고 말하던 어린 왕자처럼, 마흔 세 번 만큼 의자를 뒤로 옮겨 해지는 걸 보고, 마흔 세 번 고개를 위로 꺾어 시린 하늘을 우러르고, 타인처럼 외면한 자신을 향해 마흔 세 번쯤 맨 주먹으로 가슴을 쿵쿵 쳐 시퍼런 멍이 든 후에야 마침내 먹장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열리듯 그는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세계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비밀음료에 새로운 색깔과 향을 담기 위해 골몰했다. 보름달이 뜨는 밤엔 남몰래 달빛을 훔쳐 비밀 음료에 넣기 위해 이상한 춤을 추고 소리를 냈다.

(손지혜)
그의 비밀 음료에 대한 집착은 결국 과욕이 된 것일까? 산기슭 배롱 나무 아래서 평소처럼 비밀 음료를 마시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현기증을 일으키며 쓰러진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부엉이와 온갖 산 짐승이 포효하는, 해가 저물어도 한참 저물어 버린, 앞뒤 지척 분간조차 어려운 한 밤중이 되어서야 그는 잠에서 깨어난다.
‘헉, 내가 얼마 동안 여기 이러고 있었던 거지’
대충 시간을 헤아리며 일어나 걸으려는 순간,
‘엇, 내 두 손이 왜 땅을 딛고 있는 거지? 이게 어찌된 일이지???’.
자신의 모습을 조심스레 내려다 보던 그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내가 두꺼비가 되어 있다니!’.

(유인창)
깜짝 놀란 것도 잠시, 어둠에 휩싸인 주변을 보자 그는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더 자자’ 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따뜻한 햇살에 잠을 깨어 보니 아담한 초가집 마당 한가운데다.
마당 한쪽에서 부엌문이 열리자 어린 소녀가 물동이를 들고 걸어 나왔다. 소녀는 한숨을 푹 쉬더니 중얼거렸다. ‘이걸 어쩌나. 새 엄마가 항아리에 물을 채워 놓으라고 했는데 항아리가 깨져서 물을 채울 수가 없네.’ 두꺼비가 된 그는 항아리로 다가가 깨진 구멍에 몸을 들이 밀며 소녀에게 말했다.
‘이제 물을 채우렴. 내가 구멍을 막아 줄테니.’
‘어머, 고마워서 어쩌지, 그럼 잠깐만 그러고 있어 줘.!’
소녀는 항아리에 열심히 물을 채웠다.
두꺼비는 몸이 깨질 듯 아팠지만 꾹 참고 항아리의 구멍을 막고 버텼다. 물을 채운 소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부엌에 들어가 맛있게 빈대떡을 부쳐 먹고는 마루에 누워 잠이 들었다. 한참이 지나자 대문을 열고 다른 소녀가 나타났다.
‘어, 이상하네. 구멍 난 항아리를 어떻게 채웠지!’
소녀는 항아리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았다. 항아리 밑에 있는 두꺼비를 발견한 소녀는 눈이 함지박처럼 커지더니 두꺼비를 꺼내 주었다.
‘이게 뭐여. 이놈이 뭐 하는 놈이여?’
소녀는 빗자루로 두꺼비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으악. 동화책에서는 이렇지 않았는데, 도대체 어찌된 거지!.’
두꺼비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쳤다.

(서지희)
그러나 그는 예사 두꺼비가 아니었다. 우직하게 참고 또 참아 결국 소녀의 총애를 받게 되었다. 소녀 역시 혜안이 있던 지라 그가 몸은 비록 두꺼비지만 그 영혼은 찬연히 빛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런 이유로 소녀는 날이면 날마다 ‘두껍아 두껍아 뭐하니’, ‘쎄쎄쎄’, ‘신화 놀이’ 등을 하며 제우스와 헤라를 불러내 재미있게 놀았다. 너무나 재미있게 놀기만 하여 먹을 것이 다 떨어진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그들은 ‘큰 집 줄게 새 집 다오’ 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연기 속에서 오두막이 궁궐로 바뀌고, 두꺼비 또한 소녀가 그토록 꿈에서 그리던 멋진 남자로 변신을 했다. 소녀는 구름을 타고 다니는 오로라 공주처럼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지진이 올 것이니 몸을 피해’ 하면 지진이 일어나고 ‘곧 전쟁이 일어날 거야’ 하고 말하면 전쟁이 일어나는 그 남자의 예언 능력이 신기한 소녀는 어느날 간곡히 그의 정체를 물었다.
‘사실은, 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야.’
서로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은 드디어 홍지동 34-4번지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테이레시아스가 남자로 혹은 여자로 바뀌는 동안 역할 바꾸기 놀이를 하며 깨가 쏟아지게 살았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마법은 사라졌다. 예지의 능력을 가진 테이레시아스와 평생, 참기를 냄새를 폴폴 풍기며, 매너리즘에 빠지는 일 없이, 길이 아닌 길은 걷지 않으며 일생을 보내게 될 것을 기대했던 소녀는 다시 두꺼비가 된 신랑을 보고 절망에 빠졌다. 아무리 기도를 해도 마법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양재우)
결국 그녀는 그를 떠났다. 이제 두꺼비에게 남은 희망은 다시 사람이 되는 것 뿐이었다. 그는 정한수를 떠놓고 제발 다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밤마다 하늘에게 빌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두꺼비는 신묘한 꿈을 꾸었다. 하늘의 메신저가 꿈에서 나타난 것이다.
“네가 진정 사람이 되길 원하면 지금 바로 북한산 깊숙이 숨겨진 동굴로 가거라. 동굴 안에 쑥과 마늘이 프리미엄 세트로 준비되어 있다. 그걸 밥 대신 먹어라. 열심히 먹다 보면 신물이 날 것이다. 그래도 먹어라. 먹다 보면 구토도 날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먹어라. 그러면 쑥과 마늘이 밥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면 맛있겠지? 재밌겠지? 행복하겠지? 아님 말구… 캬캬~”
꿈을 깬 두꺼비는 황당했다. 이게 하늘의 계시인지 아니면 개꿈인지 헷갈렸다. 그래도 믿어볼 게 이거 한가지 밖에 없어서 꿈에서 말한 북한산 동굴을 찾아 나섰다. 그곳에는 정말 꿈에서말한 동굴이 있었다. 마데인 차이나(made in china)라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쑥과 마늘도 있었다. 두꺼비는 쑥과 마늘을 먹어 보았다.
“이런 제길… 이걸 어찌 먹으라고!”
순간 두꺼비는 그냥 두꺼비로 살까 살짝 고민하다가 롤모델(roll model)인 ‘웅녀’가 생각나서 그냥 한 번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신물이 나고 토하기를 수 십번, 두꺼비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길 99일째, 두꺼비는 생각했다. ‘백일이면 하늘도 감동해 나를 사람으로 변하게 해주지 않을까.’ 그 날밤 그는 사람으로의 변신을 고대하며 쑥과 마늘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100일째 날, 아침이 밝았다. 눈을 뜬 두꺼비는 먼저 자신의 몸을 살폈다. 과연 몸의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우둘투둘하던 피부가 청개구리처럼 맨들맨들 해진 것 뿐이었다. 몸은 그대로 두꺼비였다. 그때 하늘에서 큰 목소리가 들렸다.
“어때, 99일 동안 쑥과 마늘로 채식을 하니 피부가 좋아지고 몸매도 날씬해졌지? 무거웠던 몸이 날아갈 듯이 가벼워졌지? 가벼워지니 좋지? 행복하지? 재밌지? 사람이 안되서 너무 서운하다구? 세상은 말이지, 2종류의 부류가 있는거야. 두꺼비면서 사람보다 잘 살던가, 사람이면서 두꺼비보다 못 살던가. 내가 볼 때 전자가 좋아~!!”
그때 그는 깨달음을 얻었다. 육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두꺼비나 사람이나 하나의 생명체다. 진실로 중요한 건 영혼이다. 영혼의 울림대로 사는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이고, 천복을 쫓는 삶이다. 깨달음을 얻은 그는 드디어 동굴 밖으로 나왔다.
동굴 밖으로 나온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마터면 자빠질 뻔 했다.무려 100 마리나 되는 두꺼비들이 동굴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중에 새끼 두꺼비 4마리를 데리고 나타난 어미 두꺼비가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우리에게는 없는 피부를 가진 두꺼비님~!! 우리의 스승이 되어 주셔서 우리를 당신처럼 되게 하소서~!! 우리는 당신을 닮고 싶습니다. 우리를 당신의 제자로 받아주소서~!!”

두꺼비는 행복했다. 100일 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오늘도 그는 제자들과 재미있데 놀면서, 피부 관리와 온 세상 두꺼비들의 피부개선을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항간에는 그가 식이요법이 먹히지 않는 두꺼비들에게는 극단의 처방인 ‘뻬빠(사포)’나 ‘대패’를 쓴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 캬캬~!!


IP *.248.75.5

프로필 이미지
현정
2008.05.18 17:40:06 *.72.227.114
어쩜 이렇게 재밌는 릴레이 소설을 만들었는지(감탄 감탄..)!!!
우리 릴레이 소설 하나 더 만들까 봐요...
프로필 이미지
최지환
2008.05.18 22:20:53 *.34.17.93
이거 올리면 우리 이미지 안 좋아지는거 아니에요?ㅋㅋ
프로필 이미지
소은
2008.05.19 06:13:11 *.248.75.5
지환, 그런 걸 넘어서자고 우리 그런 거 하는 거 아닌가?
조금씩 우리를 이유없이 옥죄던 것들에서 해방되기...
그것을 사부님도 즐기신다는 말씀!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08.05.19 22:56:34 *.36.210.11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라는 시도 있지 않던가.

유치하다는 것은 맑고 밝고 정직하며 순수하다는 것이기에 사부님께서도 모처럼 그리도 흥겹게 즐거워하시지 않았겠는가.

그대들이 즐거우면 사부님도 기쁘시고 우리까지도 흐뭇하다오. 아마도 다른 이들도 무지하게 유치한 우리를 부러워 할 거라 믿네.

아무나 할 수 없고 아무나 따라도 못 한다지요. 음. 음..

4기 만난 이후로 가장 예뻤다!

그대들이여, 어제보다 더 날마다 유치해 지시길. 그러면 아마도 변.경.연 연구원 이전 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워져 있을 것을 확신한다네.

과제하기 전에는 잠 못 이루는 불면증,
꿈에서 사부님 졸졸 따라다니시는 악몽,
무지하게 유치한 수업준비,
게다가 엉뚱한 짓거리만? 딱 골라서하는 굳센 조교 숙!
이 얼마나 아름다운 형국인가.

현이 엉아도, 후까시 지환도, 아이 넷 낳은 숙 아줌씨도, 당찬 현정이도, 까칠인지 물렁인지 아리송한 창도, 대형사고 치고잡은 거암도, 나이지리아에 가 있는 홍스도, 공주인지 무술이인지 하는 앤도, 작은 거인 은미도, 의젖한 지혜도, 핵폭탄 들어있는 재우아우도 모두 모두 올 한 해 마음껏 무지하게 원도 한도 없이 더욱 더 유치해 지기를!

유치한 그대들에게 큰 영광있으리니... 두고 보시게 들.
프로필 이미지
바보 사부
2008.05.20 09:37:04 *.160.33.149
에잉, 유치한 넘들.

홍스란 놈은 나이지리아에서 전화를 했어. 잘 들리지도 않아. 바람이 소리를 끊어 먹는 듯 했어. 대략 이런 소리였어.

" 사뿌니-ㅁ, 여기 나지리 핸웅이... 인디요.... (꼴깍) 잘 지내고 ..이 ㅅㅅ느데....요. 제가 .. 서울서 올때 열쩡과 기질을 못 가져 왔어요. 그런데 여기 책방에서 찾으니 그거는 없꼬.... .. 무시기.. ( 무슨 책 이름을 이야기 했는데, 또 바람이 끊어 먹는 듯 했다) 는 있써요. 그 거 부터 쓸꼐요... (그리고 뭔 소리를 중얼 거리길레 .. 내가 빨리 끊으라 했다) "

잘 들리지도 않는 야기를 하려고 아프리카에서 전화를 하다니.. 참 유치한 놈이다.
프로필 이미지
유치 4기?
2008.05.20 10:52:22 *.122.143.151

푸하핫~!!

4기는 왜 다들 이렇게 유치한겨? 그나마 유일한 보루였던 홍스마저 유치한 넘 소리를 들으니..큭큭큭...

가만...

이런 유치찬란한 넘들을 뽑은 사부님은 더 유치하신거 아닌감? 그래서 윗글 아뒤를 '바보 사부'라 하신건감? 큭큭...

이래서 이말이 나온 듯.. '재밌니? 재밌지? 우린 재밋어야해...'
아무럼요, 재밌어야죠.. 크크크...

프로필 이미지
손지혜
2008.05.20 10:52:47 *.110.86.68
^__________________^
사부님의 전화 대화 재현이 너무 리얼합니다아~
프로필 이미지
유치 4기 또 하나
2008.05.20 11:13:54 *.84.240.105
사부님~ 유치한 4기가 좋다는 말씀 이신 거죠?
전 돌려 말하면 못 알아듣는 유치 4기에요..
유치한데가 말귀까지 못 알아들어서 죄송함다..ㅋㅋㅋ
프로필 이미지
이쁜유치4기 정산
2008.05.20 14:40:28 *.97.37.242
ㅋㅋㅋ, ㅎㅎㅎㅎ, ㄲㄲㄲㄲㄲ
행사할 때 읽던거 보다 글로 읽으니 더 재밌네.

누가 뭐래두 써니선배가 이쁘다고 하니 그게 젤 좋다!
담으로 좋은건 우리가 유치할 수 있다는거. 그것도 바보사부와 함께 ㅋㅋ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유치할 수 있는지 열심히 연구해야쥐!
4기, 우린 연구원의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거다.
4기는 유치4기, 5기는 더 유치5기, 더더 유치6기... 그래서 10기는 정신병원10기? ㅎㅎㅎ 감당 안되네...

즐거운 토요일, 덕분에 하루 잘 놀았습니다. 감사. 그리고 재미난 유치 4기 화이띵!!
프로필 이미지
바보 현웅
2008.05.20 19:46:54 *.117.4.35
ㅎㅎㅎ
저 이거 보다 뒤로 넘어갈뻔 했습니다..ㅋㅋ
컴퓨터 화면 보며서 혼자 히쭉대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꽤 애쓰고 있는 제 모습이 참 바보같습니다..

사부님 다 잘 들린다고 하시고서는..ㅎㅎ
감사합니다. 사부님. 이곳에서도 저를 이상한 넘으로 봅니다..ㅋㅋ
책 제목은 엘빈 토플러 미래의 충격입니다.
이책을 보고 무지 기뻐하는 제 모습을 어떤 사람이 봤습니다.
그사람은 저를 정신병자 보듯했습니다..ㅋㅋ 저는 10기에서 왔나요.
위 내용을 칼럼에 상세이 담았습니다..ㅋㅋ

아 정말 하루라도 변경연을 찾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튀어 나옵니다.
입술이 텃습니다..ㅋㅋ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