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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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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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13일 22시 08분 등록
1. 조셉 캠벨, 나는 누구인가 ?

안녕하세요. 조셉캠벨입니다. 여러분 날씨도 좋은 봄날에 제 강의 들으시느라 고생많으셨죠? 힘드셨을 거예요. 저도 평생을 연구한건데 한 달만에 다 배우려니 그게 어디 쉽겠습니까? 오늘은 제가 제 소개를 좀 하겠습니다. 여러분, 제 책 "천의 얼굴을 가지 영웅" 다 읽으셨죠? 그책 315페이지에 보면 이런 그림이 하나 나옵니다. 기억나실거예요.
이게 뭡니까?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삶을 제가 이렇게 공식으로 만들어버린 겁니다. 아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제가 살아온 제 인생도 여기다 집어넣고 돌려보니까 어느 정도 들어맞더라고요. 저도 영웅인가 봅니다. 자 한번 볼까요?
제가 6살 때였지요. 남동생 찰리하고 아버지 손잡고 '버팔로 빌의 와일드 웨스트 쇼'라는 공연을 보러갔어요. 거기 보면 백인들에 맞서 싸우는 아메리카 원주민인 인디언들이 나오는데, 전 어린나이에 그 모습에 완전 빠져버렸죠.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바로 그때 전 저의 소명을 알게 된 거였지요. 신화와 함께하는 평생의 모험. 그것이 저의 소명이었던 겁니다. (챠트 가르킴)
그래서 그랬던지, 전 그때부터 도서관에 들락거리며 인디언과 관련된 책을 전부 읽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글씨도 잘 몰랐는데 말이죠. 11살 때부터는 아예 허락받고 성인서가에 드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상한 책 보고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런 청소년기를 거치고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다. 전 유럽으로 건너갑니다. 그런데 우연히도 유럽으로 가는 배에서 이름도 어려운 그 분, 지두 크리슈나무르티를 만나서 동양철학의 세계에 또 눈을 뜨게 되었죠. 그리고 그 분 뿐만이 아니고, 전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을 알게 되었는데요. 파리대학 시절에는 피카소, 브라크, 예이츠, 엘리엇, 조이스, 그리고 뮌헨 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에는 프로이트, 융, 토마스만, 괴테와 같은 제 인생의 조력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자. 보세요. 맞아들어가고 있죠? 그 다음엔 뭡니까.
저에게도 시련이 옵니다. 여러분 제 뒷조사 다들 하셨으니 잘 아실텐데, 제가 가방끈이 좀 깁니까? 공부를 얼마나 많이 했습니까. 그런데, 그 놈의 대공황 때문에 저도 백수가 됩니다. 그 때 돈 없어서 1년에 20달러니까, 월세 2달러도 안 되는 숲속 오두막에서 살았습니다. 책 살돈도 별로 없어서 읽은 거 읽고 또 읽고, 그러다 보니 다 외웠습니다. 이건 뭐 딴데 가서는 얘기 안하는 건데, 사실 공부를 계속해야 되나, 사실 잠깐 고민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친구를 통해 스타인벡 부부와 만나게 되었죠. 그리고 에드 리켓이라는 생물학자를 만나게 되는데요. 이분 도움으로 내가 공부한 생물학과 신화학이 관계가 있구나 확신을 갖게 되었죠. 그 후 다행이 사정이 좋아져서 제 모교에서 교사하다가, 교수까지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수시절에 제 아내를 만났죠. 여깁니다. 여기..(결혼)..띠동갑이었는데, 제가 주책없이 대쉬했습니다. 그런데 고맙게도 받아주더군요. 바로 결혼했죠.
이 때부터는 인생이 잘 풀렸습니다. 뭐 대단히 유명해 지거나, 명예를 얻은 것은 아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어려움 없이 쉬지 않고 할 수 있었죠. 그때가 되자 제 인생이라는 모험을 슬슬 즐길 수 있었습니다. 더 많은 조력자도 만났고요. 그래서 여러분이 봤던 이 그림이 나오는 책도 낼 수 있었고요. 참 행복하고 신나는 모험이었습니다.
자 근데 여기 보면, 영웅들은 도망가고 귀환합니다. 그런데 전 귀환하지 않았습니다. 귀환하기 싫었거든요. 계속 모험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 이 틀을 깼죠. 그냥. 깨버렸습니다. 그래서 평생 신화랑 손잡고, 와이프랑 손잡고 모험 속에서 놀았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여러분 손잡고 이러고 있죠..ㅎㅎ 전 이렇게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리고 사실 죽었지만, 아직도 이렇게 살아서 이러고 있습나다.
어때요? 여러분도 한번 자신을 삶을 가지고 해보세요. 보아하니, 아직 여기 절반쯤 오신 분도 있고, 웬만큼 많이 오신분도 있는거 같은데. 한번 해보세요. 대충 집어넣고 돌려보면 다 맞아요. 제가 그렇게 만들어놨어요. 그냥 하면 다 됩니다. 왜 그러냐고요? 제가 아까 말했잖아요. 이게 누구의 삶입니까? 영웅의 삶입니다. 여러분도 알고보면 다 영웅이거든요. 그래서 여러분도 여기 집어넣으면, 대충 다 맞게 되있습니다. 여러분 그거 잊지마세요. 난 영웅이다. 그러니깐 소명이 주어지면 그냥 질러요. 여기 보세요. 조력자. 조력자. 다 나타나게 되어 있어요.

2. 내가 좋아하는 신화이야기
1)
요임금이 다스리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열 개의 태양이 한꺼번에 하늘에 나타나서 엄청난 재앙을 가져왔으니, 성군이었던 요는 깊은 근심과 걱정에 빠지게 되었다. 하늘은 온통 태양들이 뒤덮어 땅에는 손바닥만한 그림자도 없었다. 땅은 메마르고, 벼 이삭은 모두 말라죽었으며, 무쇠와 돌덩이마저도 녹아내릴 지경이었다. 대지에는 먹을 것이 사라지고 사람들은 더위와 배고픔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열 개의 태양은 다름 아닌 하늘의 신 제준과 그의 아내 희화의 자식들이었다. 본래 그들은 돌아가면서 하늘에 떠올랐었다. 매일 그의 어머니 희화는 그들 중 하나를 수레에 태워 하늘로 데려다 주었으며, 열 개의 태양들은 엄격하게 정해진 노선과 질서를 따라 순서대로 하늘로 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천만 년 동안 늘 이렇게 순서에 따라 똑같은 여정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들들에게는 너무나 재미가 없게 느껴졌다. 그래서 열 개의 태양들은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수레에 타지 않고 동시에 모두 하늘로 나가기로 결정을 했다. 다음날 새벽이 되자 그들은 큰 소리와 함께 동시에 뛰쳐나갔다. 그들은 끝없는 하늘도 흩어져나갔다. 이런 자유로움을 맛 본 그들은 아무도 말릴 수가 없었다. 이들은 인간들이 자신들을 얼마나 원망하는지도 몰랐다.

인간들은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저 여축이라는 유명한 무당을 불러 비를 내리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비를 내리게 하기 위해 산 위로 올라갔던 여축마저 강렬한 태양빛에 말라 죽어 버렸다. 사람들은 절망속에 빠져 그져 못된 태양들의 횡포를 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요임금 또한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저 매일 하늘에 기도하고 호소할 뿐이었다.

이런 정성어린 요임금의 기도는 하늘의 신 제준의 귀에 들어갔다. 자식들의 심술궂은 장난을 제준 역시 말려보았으나, 대단한 신통력을 지닌데다가 짖궂기까지 한 자식들의 장난을 그만두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계속 그렇게 내버려두기에는 인간들의 고통이 마음에 걸렸다. 제준은 오랜 고민 끝에 더 이상 그대로 놓아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하늘에 있는 신들 중 활을 잘 쏘기로 유명한 예를 불렀다. 그를 인간 세상으로 보내어 버릇없는 어린 자식들을 혼내주고 요임금을 도와 나라 안의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을 모두 해결하도록 지시했다. 예는 활솜씨가 매우 뛰어났다. 그의 이름을 말하면 누구나 그의 활솜씨를 떠올릴 정도였다. 예가 하늘나라를 떠나 인간 세상으로 내려가는 날, 제준은 예에게 붉은색의 활과 하얀 화살 한 통을 주었다. 그리고는 말 했을 것이다. 조용히 손 좀 봐달라고...

2)
예는 제준의 명령을 받고서 아내인 항아를 데리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갔다. 예는 인간세상으로 내려가 더위와 수심에 휩싸인 요를 만났다. 요는 예가 바로 하늘의 신이 보낸 천신이라는 것을 알게되자 희망에 차서 기뻐하며 예와 항아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백성들의 모습을 살펴보게 했다. 백성들 또한 천신인 예가 자신들을 돕기 위해 내려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광장에 몰려와 환호했다.

예는 백성들이 너무도 가엽게 여겨졌고, 동시에 태양들의 짓거리가 너무도 미웠다. 그는 아이들이 놀라게 겁만 주라는 제준의 부탁은 아랑곳않고, 철부지들을 모두 없애버려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게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능 광장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제준이 선물한 그 활과 화살을 꺼내, 하늘을 붉은 태양을 향해 날렸다. 잠시 후 하늘의 둥그런 불덩이가 소리없이 터지고 불꽃이 사방으로 튀며 금빛 깃털들이 이러저리 흩날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퍽!하는 소리와 함께 붉고 빛나는 무엇인가가 땅위로 떨어졌다. 그것은 화살에 맞은 채 떨어져 있는 거대한 황금빛의 세 발 까마귀(三足烏)였다. 그것은 바로 태양의 정령이었던 것이다. 다시 하늘을 보니 과연 태양은 아홉 개가 남아 있었다.

일은 이미 벌어진 것, 예는 아예 끝장을 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얼른 다시 활 시위를 당겨 어쩔줄 모르며 도망치는 하늘을 태양들을 향해 쏘아대기 시작했다. 하늘을 불덩이들은 차례대로 터져서 하늘은 온통 불꽃투성이었고, 세 발 달린 까마귀들도 한 마리 한 마리씩 떨어져 내렸다. 백성들의 환호성은 대지를 흔들었으며, 그에 흥분한 예는 더 신이 나 있었다. 마지막 하나의 태양이 남았을 때, 요임금은 태양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 급히 사람을 시켜 예의 화살통에 꽂힌 열 개의 화살 중 하나를 몰래 뽑아오게 하였다. 그래서 결국 하늘에는 하나의 태양만이 남게 되었다. 이 하나 남은 태양은 놀라서 얼굴색이 창백해졌고 땅 위의 사람들의 시원해졌다고 야단들이었다.

태양으로 인한 재앙은 사라졌으나, 더위 때문에 세상으로 나와 인간들을 괴롭히는 여러 맹수들로 인한 피해는 여전했다. 이에 예는 백성들을 위해 이 갖가지 짐승과 괴물들을 찾아다니며, 모두 없애 주었다. 이렇게 예가 백성들을 위하여 태양을 없애주고, 일곱 가지의 괴물들을 없애주자 천하의 백성들은 모두가 그의 공덕에 감동하였다. 요임금 역시 예에게 감격해 마지 않았다. 예 자신도 제준의 명령을 모두 수행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흥분하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제준은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제준의 아들들인 열 개의 태양을 쏘아 아홉 개를 떨어뜨린 것은 백성들에게는 공을 세운 것이었지만, 제준에게는 큰 죄를 지은 것이었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제준의 비통함은 예에 대한 원한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결국 그는 예의 신으로서의 자격을 박탈하고, 그와 함께 인간 세상으로 내려간 항아 역시 신들의 족보에서 빼버렸다.

이때부터 예와 그의 아내 항아 사이에는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본래 하늘나라의 여신이었던 항아는 남편 때문에 다시는 하늘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 신에서 인간으로 전락하였으니 그녀의 좁은 가슴으로는 그것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예는 항하로부터 늘 원망과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에 예는 결국 집에서 뛰쳐나와 유랑생활을 하기도 했다.

3)
유랑 생활을 마치고 예가 가정으로 돌아와도, 그들의 갈등의 여전했다. 항아는 하늘도 다시는 올라가지 못한다는 것도 못마땅했지만, 죽은 후에 지옥의 귀신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비참하고 끔찍하게 여겨졌다. 죽은 후에 당하게 될 일은 용감한 예도 두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예는 죽음의 신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만약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만 벗어날 수 있다면 그들의 관계도 개선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그는 곤륜산 서쪽에 서왕모라는 신인이 살고 있고 그가 불사약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먹으면 영원히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예는 그 길이 그 얼마나 멀고 험한 길이든 상관않고 서왕모를 찾아가 불사의 명약을 구해 오리라고 결심했다.

다만 서왕모가 살고 있던 곳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갈 수가 없는 곳이었다. 사는 곳도 여러 군데로 일정치가 않았으며, 그가 주로 머무르는 곤륜산 꼭대기만 해도 보통 사람들으로서는 도저히 오를 수가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예는 아직 남아 있는 신으로서의 위력과 불굴의 의지로 물과 불의 난관을 뚫고 곤륜산 위에 올라갔다. 그곳에서 그는 결국 서왕모를 만나게 되었다. 예는 자신이 온 뜻을 서왕모에게 말하자 서왕모는 인간들에게 큰 공을 세운 영웅 예의 불행한 처지에 대해 깊은 동정심을 표하고, 불사약이 담긴 호리병을 내어 주었다.

"이 약은 당신 부부가 함께 먹어도 영원히 죽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양입니다. 만일 한 사람이 혼자서 다 먹는다면 하늘로 올라가 신이 될 수 있는 희망이 있지요. 그리고 약은 반드시 잘 보관하도록 하시오. 이것이 마지만 남은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없으니까"

예는 기쁨에 넘쳐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그것을 보관하게 하고는 날을 받아 함께 먹기로 했다. 예는 단지 영원한 생멱을 얻어 지옥에만 가지 않기를 바랬으나, 그의 아내는 달랐다. 다시 하늘로 올라가 여신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그녀는 그것을 혼자 다 마셔버리고 말았다. 약을 먹자 몸이 가벼워지면서 땅 위로 떠올라 저절로 하늘로 날아갔다. 항하는 어디로 가야하나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하늘나라로 가게 되면 다른 신들이 남편을 배반한 아내라고 욕할 것이 두려웠다. 그리고, 또 나중에 남편 예가 다른 방법을 써서 하늘나라로 찾아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달로 가서 잠시 숨어있기로 마음을 먹었다.

달에 도착하고 아니, 갑자기 몸에 변화가 생겼다. 순식간에 아름답던 그녀의 모습은 못생기고 보기 흉한 두꺼비로 변해 버렸다. 달에는 일년 내내 약을 찧는 흰 토끼와 계수나무 한 그루, 죄를 지어 그곳으로 쫓겨운 오강이라는 자가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그제서야 가정의 즐거움과 남편의 소중함을 깨닫고 후회했으나, 때늦은 후회일 뿐이었다.

이 일 이후로 예는 성격이 크게 변화였다. 그는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매일 방랑과 사냥으로 삶의 고통을 잊고 살 뿐이었다. 그런 그의 곁에서 그를 따르는 봉몽이란 자만 있을 뿐이었다. 예는 그의 활 솜씨를 봉몽에게 아낌없이 물려주었다. 하지만 봉몽은 세상에서 자신보다 활을 잘쏘는 사람이 있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래서 결국 자신의 스승인 예를 죽이는 일을 범하고야 만다. 이처럼 한 때 세상을 구했던 영웅 예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다. 하지만, 백성들은 그의 공덕을 기려, 귀신들의 우두머리로 사악한 귀신들이 사람을 해지지 못하게 한다는 <종포신>으로 섬겼다.

3. 내가 좋아하는 이유

글쎄,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이야기는 아니었다. 단지 과제를 하기 위해 자료조사 필요했다. 평소 아는 신화도 좋아하는 신화도 없었다. 그저 이야기를 들으면 어디선가 들어것 같은 그리스 신화나 로마 신화의 이야기를 몇 개 알고 있을 뿐이었다.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나, 이카루스의 이야기 같은 것들 말이다.

일단 어린이 서적 코너로 갔다. 아무래도 쉽게 읽을 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아서였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중국신화에 관련된 그림책이 두 권 있었다. 중국신화, 왠지 낯설어서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지만, 다른 선택이 없어 그냥 집어들었다. 생각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활을 잘 쏘는 용맹스런 신 예의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가 왜 내 눈에 들어왔을까? 일단 그림책으로 보니, 오프모임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 같았다. 영웅신화로서 신나는 모험의 스토리도 있었고, 신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인간으로 신분이 바뀐 신의 모습에서 인간적인 면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믿었던 제자에게 죽임을 당하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다. 이것 또한 일반적인 신화의 결말과는 다르다. 캠벨의 공식처럼 출발-입문-귀환에서 귀환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는 신. 원래 신의 태생으로 죽음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는 죽음을 맞이하고, 그것 또한 가까운 사람(인간)으로 부터의 배신이었다. 그는 신이었지만 신으로부터 버림 받았고, 인간이면서도 인간으로부터 버림받았다. 그는 또한 아내에게도 버림받았다. 이렇게 버림받은 그의 인생이 불쌍해서였을까? 그 이야기가 끌렸다. 남다른 이야기라 생각했다. 중국신화라서 그런지 색다른 맛이 있었고 신화가 아무리 인간 무의식의 공통점을 상징하고 있다고는 하나, 내용이나마 좀 색다를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도대체 신이었을까? 인간이었을까? 그가 정말 바랬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신이었다. 하지만 인간으로 살아야했다. 본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로 사는 것. 그는 신의 명령을 받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그 명령을 수행하지만, 실수를 하나 했다. 오버한 것이다. 자신의 감정에 치우쳐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그만 오버를 한 것이다. 영화 '달콤한 인생'의 주인공 선우(이병헌)도 한 순간의 감정적인 행동으로 인해 결국 자신의 목숨을 잃고 만다. 지금생각해 보니, 두 이야기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한 번 실수로 인해 그는 신의 눈 밖에 나고 인간으로 전락한다. 본래의 자신이 아닌 다른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본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 옆에서는 그런 그의 실수를 끊임없이 나무라는 아내가 있다. 그는 결국 그의 모든 것을 걸고 다시 자신의 모습을 찾고자, 모험을 떠난다. 영원한 생명을 살 수 있는 불사의 약을 구하기 위한 모험이다. 보통 인간이라면 결코 구하지 못했을 것은 그는 그리 어렵지 않게 그것을 구해낸다. 인간으로서의 그의 삶에서 만난 유일한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서 말이다. 그는 그것을 구해오지만, 옆에 과거의 영화에 눈이 먼 아내는 자기혼자 살자고 그것을 다 마셔버린다. 그 약은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다시는 만들 수 없는 것인데 그것을 마셔버린다. 신에게 버림받고, 아내에게 버림받았다. 그는 이제 다시는 신이 될 수 없다. 그 대목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신으로 사는 것보다는 인간으로 사는 것이 더 맞는 것일런지도 모르겠다고. 어쩌면 인간으로서 사는 것이 그의 본래의 삶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왕의 명령이라는 우연히 찾아온 그 기회가 그에게는 소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소명을 따르는 일에 그는 충실했건만, 주위로부터 철저히 외면 당했다. 그래서 그는 흔들렸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소명이라는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겠는가? 소명의 수용과 거부, 이 이야기의 핵심은 그것이 아닐까?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것인가? '달콤한 인생'의 선우도 그렇다. 처음으로 사랑이란 걸 느낀 여자, 희수(신민아)에게 사랑의 감정을 갖고 아무도 모르게 그것을 표현한게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10개의 태양 중 9개를 떨어뜨리고, 그는 인간들로부터 대단한 칭송을 받는다. 결국, 그를 신으로부터 쫓겨나게 만든것도 어찌보면 이러한 인간들의 환호성에 취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을 괴롭히는 7가지의 괴물들을 무찌르는 모험에서도 그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인간들을 위한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해 하지 않았던가. 결국 그는 되먹지 못한 한 인간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고 있긴 하지만, 그가 죽은 후에도 그를 신으로 모시는 것은 결국 인간들이었다. 그렇다. 그는 죽음을 통해서 결국 자신이 원했던 신이 된 것이다. 그가 죽음이후에 그가 걱정했던 것처럼 지옥으로 떨어져 귀신들틈에서 고통을 받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만 봐도, 그가 죽음을 통해 다시 신으로 추앙받는 것은 그의 생애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비참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의 삶은 오히려 인간의 삶이 맞았는지도 모른다. 옆에서 현실을 대변하는 아내가 그리 닦달하지 않았다면, 그는 인간세상에서 편안히 진정한 영웅으로서 살다가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과 같은 한 신의 이야기가 가슴속에 깊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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