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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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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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7일 22시 59분 등록

1. 저자 소개

1년간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라는 개인대학에서 동문수학한 연구원 하나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기는 하지만 “언니는 무당 같아” 라고 말한다. 또 어떤 이는 나의 어느 글 가운데에 ‘비나리’가 생각나며 질펀하게 ‘씻김굿’을 해댄다고도 평한다.

형제 가운데 가장 나이 차가 적어서 어려서 나와 늘 잘 다투며 자란 막내오빠는 “너는 한다면 하잖아”라고 말해 주었다. 나를 애지중지 키워주신 어머니는 내 이혼을 두고 “독하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으시다. 이를 종합해 보면 ‘한다면 하는 독한 무당 같은 년’쯤 될지 모르겠다.

변.경.연에서는 <써니>로 통한다. 내 인생의 이름은 나의 유년처럼 밝고 환하길 바라며, 중년 한 때 깊은 사랑의 상처로 미숙하게 썩어버리고 만 죽은 살을 도려내고, 새 삶을 쓰는 타고난 본래의 써니가 되기 위해 내가 정한 이름이다.

나 정선이는 진정한 <써니>로 거듭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한다면 하는 아주 칼칼하고 독한 그러나 알고보면 상큼한 여인이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글은 현재의 자기 자신에게 분괴憤愧하는 이들로 하여금 한바탕 ‘씻김굿’과 ‘비나리’가 되어 보다 나은 내일을 아름답게 창조해 나가도록 돕는 원래의 ‘착한(善) 저 사람/니 의(伊) 글’ 이 되도록 하고 싶다.

* 내 이름 한자는 원래 착할 선(善)자에 저 이(伊) 자를 쓴다.


2. 주제 : 나는 왜 이 책을 쓰려고 하나 ?

살기 위해 서다. 한마디로 ‘내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다. 중년 초에 이르러 내 삶은 암운을 드리웠다. 상처는 깊었고 그로인해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는 죽음을 꿈꾸었다. 그 밑바닥까지의 심연을 충분히 적셔보았다. 마지막에 이르러 단지 두 가지가 밟혔다. 하나는 아이들이고 또 하나는 부모님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생명의 뿌리’가 들려주는 울림 이었다. 그 소리를 듣고 다시 떠올랐다.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힘으로 당당히 일어서기 위해 무소의 뿔처럼 무섭게 나아갈 것을 명령했다. 죽으려고 했으니 이미 죽은 셈치고 살아보자 이를 악물었다. 죽었기 때문에 나는 아직 살아있다. 열심히 일했고 열심히 공부했다. 정직한 땀방울은 어느 정도의 보람과 성취를 안겨주었다. 스스로의 다짐에 대해 한 가지 약속은 지킨 샘이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은 여전히 습한 기운을 떨치지 못했다. 그것의 이유를 안다. 내 삶의 불안감이고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음이다.

하여 나는 내 삶에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글을 쓰기로 작정했다. 미숙한 부덕의 한과 허물을 털어놓고는 변명에 머무르고야 마는 신파조가 아니라, 부족한 나를 떨치고 당당히 일어서기 위해 글을 쓰고 ‘쓰면서 이루는 기적’을 만나기 위해 쓴다. 내 글로써 나를 먼저 치유시키고 스스로를 구원하여, 그 힘으로써 부족한 어제를 파기하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려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친구가 되어 서로 돕고 나누기 위해 이 글을 쓰고자 한다. 내 경험과 과정들을 진솔하게 담아 누군가에게 탄탄한 ‘생명의 뿌리’로 이어지는 가운데 참다운 글쓰기와 일상으로 거듭 치환되어 나가길 간절히 희망하면서.


3. 제목 : 후련히 살다가 홀연히 사라지리라 (자서전)

(계륵을 버린 벼룩의 날갯짓)/ 요 모양으로 죽을 수는 없다


4. 목차

1부 애초의 나 / 결혼 이전의 30년

유년 ( ~ 초등학교 시절)

1. 지프차와 맹호부대 용사들
2. 엎어진 세숫대야와 맹모삼천지교
3. 나의 취향 나의 콜랙션
4. ‘붓꽃’과 ‘이별’
5. 백색전화 흑색전화
6. 돌팔이와 금니빨
7. 아빠도 사업을 꿈꾸다
8. 억척 장여사의 외워서 집짓기
9. 나의 춤, 나의 꿈
10. 새마을 운동과 우리 동네 작업장
11. 어느 날의 부고

청년시절(중학교~ 결혼 전)

1. 무시험 감독과 자율
2. 내 끼를 알게 한 음악 선생님
3. 제 각각 5악당
4. 공간사랑에서 만난 사람들
5. 그 시절 빵집 데이트(신문로 덕수제과)
6. 한국을 움직인 두 대머리
7. 서글픈 화면의 빅뉴스
8. 시골에 사시네요
9. 헛바람 윈도우 쇼핑
10. 삼청공원에 따라간 영숙이
11. 기쁨의 소리 대방동 성당
12. 추운 겨울 성가대 연습실에서 (100억에 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환상)
13. 무전유죄 유전무죄
14.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경험과 해보고 싶은 일
15. 자기로부터의 혁명 60세까지의 인생 계획


2부 발칙한 나 / 한 남자와 세 아이를 남겨두고
마음 탐사 내시경 : 결혼에서 이혼 그리고 홀로서기(15년)

1. 사소한 인연의 불씨
2. 죽음의 함 들어오던 날
3. 신혼여행지에서조차
4. 남편 급여 통장을 흘기며 내주던 시누이
5. 인간의 경이로운 신비를 체험케 한 첫 아이
6. 생전 처음 낯선 도시의 서글픔을 안고
7. 세 여자의 밥상머리
8. 신들의 하사품 상처라는 선물
9. 돌아가신 시아버지를 애인삼아
10. 왕자병과 공주병
11. 그의 히든카드론
12. 돌날의 해프닝
13. 병 주고 약주고
14. 굿과 함께 연상의 짧은 반바지
15. 소장님 소장님 우리 소장님
16. 14박 15일의 마지막 이별 여행
17. 조강지처야, 조강지첩할래?
18. 악천후 속 남자의 눈물
19. 아이들 찾아 삼만 리
20. 기도할 수 없는 마음 (다시 자유로운 선택, 종교에 대하여)
21. 대한민국 아줌마 정신의 재무장
22. 홀로 떠나는 유럽여행
23. 교정에서 휴대폰
24. 1인 3역의 코피 터지는 직장생활
25. 그러니까 그렇지... (편견의 빌미를 제공하는 홀로된 여자의 직장 생활)
26. 혼자 타는 겨울 스키
27. 시소
28. 발을 동동 구르며 복도 한 복판에 떨고 서 있는 아이
29. 세상에 외떨어져 꾸어보는 꿈
30. 가질 수 없는 너의 영상을 찾아


3부 다시 나, 죽어서 새로 태어나는 나
변.경.연과의 만남 / 치유의 과정(책읽기와 글쓰기), 다시 혁신

1. 어머나, 저기 금숙이 엄마가 오시네
2. 하루에도 열두 번 흔들리면서
3. 만화영화 요괴인간 베라의 꿈
4. 초야의 초아선생
5. 내게도 꿈이 있었던가
6. 평생의 스승을 ‘미친 녀’로 세우다
7. 더 이상 믿지 않고 움직일 뿐
8. 부적응자들의 일류병
9. 변화야 놀자
10. 솔잎막걸리와 황진이
11. 초원의 영웅 바트르
12. 산지박과 씨과실
13. 배설여행 (일상을 떠난 자유로운 영감과 황홀)
14. 스스로의 모델이 되어 실패로부터 배우기
15. 실패보다 두려운 건 나이 먹음
16. 변화 맞아? (완전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까지)
17. 내가 생각하는 COREANITY
18. 부끄럽지 않은 삶을 위하여
19. 못 다한 사랑 아이들에게
20. 내가 만난 사람들의 꿈 그려가는 모습
21. 나의 작은 유산, 큰 경험일지
22. 지천명의 소임


5. 서문

독자들이시여!

당신은 지금 영웅들의 전기를 읽고 싶으신가? 그렇다면 얼른 이 책일랑 덮으시라. 이 책은 삶의 한가운데에서 쓰는 한 여자의 자서전이다. 이 시대의 가장 비영웅적인 이야기, 마흔일곱 살 여자의 한심한 이야기로 지면을 채웠을지 모른다. 한 여자가 어떻게 자라 어떤 꿈을 꾸다 어떻게 삶을 시작하면 실패하는 가를 가장 볼품없고 적나라하게 늘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런지 모르겠다.

책을 읽다가 너무 시시하고 장황하여 짜증이 나서 확 덮어버리거나, 신경질이 뻗쳐서 집어던져 본 일이 있는가? 지금 이 책이 위대한 당신에게 바로 그런 책일 런지 모른다. 나는 당신들의 책값을 물어줄 수도 없고, 그 책이 유리창을 깨고 날아가 어느 집 세단에 흠집을 내고 말았다고 해도 전혀 책임질 의사가 없다. 다만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간에 얼마간의 욕을 처먹을 수 있을 것이며, 진정으로 기꺼이 죽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여 알고 있을 뿐임이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믿는가. 성공의 원천은 실패라는 것을 납득할 수 있는 이들만 보라. 나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한 가정의 사무친 실패자 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더 이상 내 인생 전체의 실패로 몰고 가서는 안 되겠다는 자각이 나로 하여금 이 글을 쓰게 만들었다. 그러므로 현명한 당신은 똥인지 된장인지 체험하지 말고 간접 경험을 얻는 지혜로움을 택하시라. 저자보다 나은 독자가 있어 글의 생명력이 있고 읽는 당신은 어제보다 아름다움을 넘어 위대해 질 것이다.

그러한 즉 만약에 읽기 시작하였다면 끝까지 읽으시라. 뒷일 보고 뒤 안 닦을 수야 없는 노릇이고, 내 죽어야 다시 태어날 것이니,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언제까지나 관 뚜껑을 열어둔 채로 헤맬 수야 없지 않겠는가. 허면 내 죽더라도 기필코 당신들의 손때 묻은 나의 책 한권에 담긴 그대들의 진언과 사랑을 가슴 깊이 새기어 다시는 그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후련히 살아보리니.


6. 본문 1 꼭지 ( sample ) : 줄거리


샘플 1. <개미의 딸 벼룩의 부풀어 오르는 간덩이>

마흔 중반을 향해 가는 나이, 직장에 목구멍이 포도청인 것처럼 매달려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성실하고 부지런하다고 칭찬해 주었다. 나도 그렇게 인정하며 더 이상 꿈을 꾸기보다 현실에 발을 딛고 그곳에서 낙마하지 않으려고 시름하고 있었다.

그러다 몽환적 내 안주 속 의도와 달리 답답한 일이 들이닥쳐졌다. 이직을 하거나 보다나은 안정된 기반을 향해 새로이 나아가야만 했다. 그때까지는 늘 안정만 생각하고 있었다. 안정되게 일하고 안정된 돈을 버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인 것처럼 안정되지 못한 내 일상에 대해 허우적거리고만 있었다. 그저 막연히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걸까 저걸까 재고 망설이며 여전히 헤매는 반복적 일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니 당황스러웠다. 아직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떠밀리듯 상황이 벌어져버린 것이다. 분노했고 암담했으며 짜증스러웠다. 물론 아주 꿈을 꾸지 않았거나 전혀 예상 밖의 일만은 아니었다. 추측할 수 있었고 진작부터 변화를 시도해야만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과는 달리, 늘 해오던 궁리와는 전혀 다르게 여전히 주춤거리며 서성이고 있는 것만이 고작이었다. 그렇다. 전략이 아닌 궁리, 그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헛심과도 같은 것이었다.

번지점프지점에서 발아래를 내려다보며 긴장하여 겁먹고 있는 상황과 유사하다고나 할까. 아직 뛰어내릴 호흡을 가다듬지 못했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억지로 밀어뜨리려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점점 더 발에 힘을 주고 난간을 부여잡으며 시간을 필요로 했다. 보란 듯이 더 나은 곳이나 일로 떠나야 한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에 마음이 상처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딱히 무언가를 시도해 보고 싶은 여력도 없이 어딜 가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절망감에 혼돈스러워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내심 허탈하게 웃으며 ‘욕심 없이 살렸더니 나를 제대로 살게 만드시는군.’ 하고 코웃음을 쳐보기도 했다.

그때, 어머니는 내게 촌절살인寸節殺人과도 같은 과감한 말씀으로 일깨워주셨다.

『얘야,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징조이다. 그쪽에서 알아서 길을 터주는 구나. 신이 네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네가 항상 말해왔잖니? 오래 갈 수 없는 거라면, 차라리 지금이 더 나은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네게는 이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장기적 비전을 향해 더 나은 무언가를 찾고 매진해라. 나이가 먹으니 몸이 마음 같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나는 80에 이르렀다. 10년만 젊었더라도 나는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누구의 도움도 없이 실행해 보겠다. 네가 알다시피 나는 이제껏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다 내가 얼마나 살겠다고 힘들게 사나 하는 생각에 체념하였다만, 지나고 보니 미련이 남고 지금도 마음으로는 얼마든지 해내겠다. 그러나 정말 몸이 말을 듣지 않는구나. 힘이 들고, 그 많은 일들을 해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제 일을 시키려해도 나의 말을 따르지 않고 겁을 내지 않으니 아무리 분명한 처사여도 아무것도 해낼 수가 없구나. (어머니는 낡고 오래된 단독 주택이 고장을 일으킬 때마다 일꾼들이 제대로 하지 않고 노인네라고 대충 넘어가거나, 눈가림만 하여 반복적 문제를 일으킬 때 특히 속상해 하시며 푸념을 쏟아내시곤 한다.) 너는 아직 젊다. 나는 네 나이에 처음 집을 지었다. 너는 나보다 무얼 보나 낫다. 많이 배웠고 속이야 쓰리겠지만 힘든 시간도 잘 견뎌냈다. 그러니 너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안 돼는 것이 어디 있느냐? 못할 것이 뭐가 있느냐? 다시 열심히 해보라. 네 스스로가 일생을 안전하게 오래도록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라. 너무 큰 욕심보다 평온함을 지켜갈 수 있도록 모색해 나가라. 너의 미래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거라. 그리고 인생을 즐겨라. 좋은 세상이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지 말고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어울리며 배우고 익혀라.』

엄마와 나는 식구 가운데 가장 많은 기질을 닮았다고 어머니 스스로도 말씀하시고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냉정하고 엄격하며 별로 치우치지 않는다. 가장 신랄하게 비평하고 항상 최 일선에서 가장 실질적 조언과 힘을 써서 서로를 돕는다. 우리는 그래왔고 그것이 내가 어머니께 배운 삶의 철학이며 여태까지 나를 지탱해온 신조인 것 같다. 그리고 각자 최선의 삶을 보이고, 어느 것이 가장 현명하며 합당한가를 조율하여 반성하고는 해왔다. 더러 상대를 숨겨 나름대로의 시도도 해보지만 결국에는 말이 없어도 서로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다 알게 된다. 가장 정확하며 밀도 있고 진지하게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상대를 향해 체념한 부분도 있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그래도 종종 부족한 부분과 잊어버리는 부분에 대해 서로를 향해 상기시킨다. 선택과 결정은 각자의 몫으로 남기지만, 서로가 최선의 진언眞言을 나누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항상 동등한 인격체요, 상당한 수평적 평등관계를 지향해 오게 된 것 같다. 이 점은 상당히 놀라운 사실이다. 왜냐하면 나는 막내딸로서 어머니와 연령차이가 가족 가운데 가장 많고 경험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찍이 이런 수평적 관계를 지속시켜 왔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서로의 심중을 헤아릴 줄 알게 되었고, 나는 바깥 생활에서도 나이차를 별로 느끼지 않으며 두루 많은 사람들과 유연하게 교감을 나누며, 폭넓은 유대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대인관계는 공감대 형성을 비교적 쉽게 하여, 나의 사회생활의 한 강점으로 자리매김을 해나가게 하였다고 여겨진다.

타고나는 천부적 월등한 능력의 소유자들이 많이 있다. 쉽게 표현하면 전교 1,2 등을 놓치지 않고 석권하는 경우로, 보통의 일반적으로 잘 하는 사람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나는 중간치 혹은 그 보다 낮은 범주의 사람들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어 자신들만의 삶에 대해 애착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관심이 간다. 천상 개미군단 아니면 탈피를 발버둥치는 벼룩에 해당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런 동료에게 정이 간다. 그동안의 삶을 반추해 보건데, 평균보다 앞서가는 사람들은 어떠한 경우든 대개의 경우 자기 몫은 철저히 확보하더라는 것이 내 경험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그다지 삶에 불편함이 없고, 어떤 면에서 현명하게 대처하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정당하거나 옳은 방법이거나 모색이었느냐는 접어두고 말이다. 또한 그들은 옳고 그름을 따지려 하기보다 대충 묻어가는 형식을 취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입지나 몫은 먼저 확보해 버리고, 나머지 수습이야 누가 하고 누구에게 불이익이 가건 말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만 편하면 그만으로 처신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저 편하면 되고 잘 살면 그만이며 무리에 적당히 대충 끼었다가 슬쩍 빠져나가는 식의 생각이 팽배하게 뿌리 박혀 있다고나 해야 할까. 일면 나도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그러나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대강 넘어가던 생활의 방편들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어떤 기준하에 어느 길을 향해 남은 인생길을 가야할지 숙고함에 이른다. 남들을 쫓아 함께 공부하며 이런 저런 책들을 읽다보니 간덩이가 커져가면서 나도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들이 싹트고, 어떻게 해야 잘 이루어나갈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찾게 된다. 그동안은 간을 쪼그리고 살면서 오로지 현실에만 발을 묶고 앞뒤좌우 살필 겨를도 없이, 그저 정신없이 동분서주하며 살았다. 그것이 게으름의 한 방편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못하고서 말이다.

장기적 비전보다는 코앞의 문제에 전전긍긍하며 마치 정신을 놓은 사람처럼 멍하니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강박처럼 작은 것에 얽매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적 일상에 갇히고 묻혀 살아가는 것이 고작 이었다. 내가 어디를 향해 가는 누구인지조차 서서히 망각해 가면서, 그냥 그렇게 화석化石이 되어가고 있었나보다. 주저앉아 엉거주춤 우왕좌왕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새 무감각해진 채 질퍽이며 헤매고 있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내게 친구가 되어주셨다. 그리고 당신 일상을 통해 늘 나를 깨우쳐 주신다. 이제 모든 일이 힘이 들고 정신도 없다고 하시면서도 매사에 당신의 생각들을 굽힘이 없으시다. 일을 시켜도 할머니라고 말도 안 듣고 들어주지도 않는다고 속상해 하면서도 기어이 관철시키고야마는, 강력한 추진력과 책임감이 남다른 분이시다. 어떻게 해서든 무슨 일이 있어도 스스로 납득을 하시기 전까지는 절대 그냥 포기하시는 법이 없으며, 기필코 밝혀내고 이루고야마니 고달파 보이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아직까지 대단히 총기가 남아 있는 분이라는 생각에 안도감과 함께 그 의지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웬만한 일들은 다소 힘이 들더라도 당신이 해결하시도록 나는 방관적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요즘은 연세가 있다 보니 자주 움츠러드시고 자신 없어 하시며 두려워하신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버티며 적극적으로 사시려는 의욕은 아직도 대단하시다. 어머니는 그렇게 평생을 나와 오래 같이 하신다.

그러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안했던 것이지만 내 인생이 그렇게 흘러갔고, 그래서 엄마와 나는 오래 같이 붙어 있게 되었다. 더러는 똑같은 성질 때문에 부딪히고, 때로는 깊이 이해하면서 엄마였다가 친구였다가 스승이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엄마처럼 살지 않고 항상 더 잘살아야 하고 당연히 잘 살줄 알았지만, 돌이켜 보면 엄마 반도 안 되는 철딱서니에 애물단지로 어이가 없는 딸인 것이다. 이 노릇을 언제나 극복할 수 있으려는지 송구할 따름이다.

더 나은 삶을 향해 한발을 내 딛는 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큰 걸음으로 뒤를 돌아보게도 한다. 바로 내가 살아온, 나의 책임하의 길들에 대해 반성과 회안悔顔이 저 멀리서부터 성큼성큼 밀려들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찔끔 거리며 겨우 한발 내딛는가 싶으면 어느새 뒤로 물러나고, 또 한발 떼어 크게 벌여보려나 하면 뒤를 잡아끄는 무언가에 발목이 잡히고는 하며 그렇게 겨우겨우 연명해 간다. 이런 나를 내가 들여다 볼 때마다 어디서부턴가 절로 쓴웃음이 히죽히죽 새어나온다. 나 자신에게 애증이 교차하기 때문이리라. 안쓰러운, 한없이 측은한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면 거울을 들여다보듯 나를 쓸어안으며 혼잣말을 되뇌어 본다.
「위인아, 뭐가 되려고 이러니? 어머니처럼 개미 같은 일상으로는 너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없다. 너는 어머니가 아니고 어머니와 같이 살지 못했다. 그러기에 너는 달라야 한다. 많이 달라야 한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하고 더 많이 깨달아야 하며 더 큰 걸음으로 나아가지 않는 한, 지금의 모습에서 나아지거나 별반 변화될 것이 없어 보인다.

너는 개미가 낳은 벼룩 딸인 것이다. 너는 이제까지의 모든 삶을 총망라해 그동안 입버릇처럼 주장해오던 하나의 결정체를 이루어내야만 한다. 모든 역량을 모아 스스로 타오르는 불 꽃 같이 찬란한 꿈 꽃을 피워가야 한다. 그렇게 활활 원 없이 타올라야만 한다. 너는 개미로 남을 수 없는 것이었다. 네 스스로가 탈바꿈을 원했던 것이다. 개미 안에서는 이룰 수 없는 것이었기에 너는 그렇게 살아갈 수 없고, 살아가서는 안 되는 것이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든 팔자든 너는 그럴 수밖에 없고, 그러기에 네 스스로 이 과정과 이곳을 통해 애벌레에서 성충이 되고자 하는 것이리라. 받아들여라. 너를 읽어라. 너를 꺼내라. 그리고 거침없이 힘차게 박차고 나아가라.

너의 사명은 개미의 오장육부를 걷어내고 말갛게 씻겨서 벼룩의 생애와도 같이 탈피를 거쳐, 진정한 한 마리 성충의 준수한 벼룩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너다. 거기에 네 삶의 방향성이 있다. 그렇게 후련히 살아내고 홀연히 살아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그래야 하고 그것이 바로 너다.」


샘플 2.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이>

당신과 헤어져 우리 함께 살 섞어 산 날들보다 더 많은 날 그리움들을 떠올려 보냈습니다.
처음에 당신과 헤어져서는 밥도 못 먹고, 거리를 걷다가도 행여 어느 길목에 당신이 서 있지나 않을까, 지나가는 차속에 운전하는 이가 당신이 아닐까, 하다못해 혼자 밥 먹으러 분식점엘 가면 유난히도 굵은 우동 면발을 좋아하던 당신 모습 내 앞에 앉아있었지요. 내가 좋아하는 커다란 손만두 우리 함께 맛나게 먹던 기억도 봄 아지랑이처럼 아롱져 피어올랐어요. 내 잘 먹는 자연산 도다리회와 겨울 전복도 참 맛있었고요. 아마 그 많은 양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금세 먹어버리는 나를 보며 당신 속마음 다른 누구보다도 뿌듯하고 즐거웠겠지요. 늘 있는 일은 아니어도 기억이 나는 한 당신께서 내 비위를 맞추어 주려던 여러 날들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내게는 불현듯 보고픔이 밀리어 어느 곳에 가면 당신이 있겠다는 그 자리가 없어요.
하기야 남들처럼 살가운 연애도 별반 못해보고 주어진 옷을 억지로 단추 채워 입듯 우리는 그렇게 서둘러 만났고, 그저 살아온 대로 살면 되겠거니 믿어 의심치 않은 채 서로에게 길들고 길들여질 거라 당연지사로 생각하며 어설픈 결혼에 신혼살림을 차렸지요. 늦도록 나보다는 당신이 장가들지 못했고 나 역시도 어영부영하다가 나이가 차서 엉겁결에 떠밀린 결혼을 하였던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미 오래전 너무나 알고 지내온 사이이기에 어쩌면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많은 시간의 역사를 간직한 채, 엄청난 천복이라도 타고난 사람들처럼 데이트 몇 번 하지 않고 서로에 대해 미처 깊이 생각해 보거나 사귀어볼 넉넉한 시간도 없이, 서둘러 식을 치르는 것이 다 사람 사는 모양인 양 그렇게 어설피 우리 함께 살게 되었지요.

오빠 하던 호칭이 아빠로 변했다고 마치 오래 사귀어 온 연인들이기라도 하였다가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 사람들이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도 남들에 못지않은 허영에 찬 자만심 연극처럼 가지고, 얼렁뚱땅 날조된 역사를 진실보다 더 믿고 믿으며 아니 믿고 싶어 하며 시작했던 게지요. 애시에는 우리 그렇게 서로를 믿고 믿으려 노력하며 그저 잘살아보겠다는 일념을 밑천으로 삼아, 언제까지나 오누이처럼 의좋은 남매처럼 살게 될 거라 저마다의 환상 같은 공상을 꿈으로 확신하며, 오래도록 한마음으로 바라보리라 다짐하듯 우리도 남들처럼 굳건한 시작을 했던 것일 테죠.

참 갑갑했어요. 사실은 당신과 도장 찍고 헤어져 돌아선 그 날,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 당신 그리워도 우리만의 추억이 깃든 찾아갈 곳이 없다는 추운 생각 그때도 들었거든요. 그래도 눈물 훔치며 살아가다보면 어느 날엔가 몹시도 당신 그리울 날이 있으리라 행여나 내 자신을 달래도 보았지요. 당신 만나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아보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기어이 난생처음 정의가 어떻고 쓰여 있는 법원이란 곳엘 찾아들어가 우리 헤어짐의 역사적 현장을 밟고 나왔다고 해도 5년간 결혼해서 살 섞어 살았고, 아이를 무려 셋이나 낳았는데 설마하니 그 잘난 장소 하나쯤 떠오르지 않을까 내심 나 자신을 의심해 보았던 것이지요. 그런데 참 참담하게도 없었어요. 우리 추억의 장소가 전혀 떠오르지 않아요. 함께 자주 가던 찻집도 공연 장소도 책방 하나도 하다못해 기억에 나는 술집조차도 없었어요. 결혼 전 한두 번 약속 장소였던 아무의미도 없는 그곳에라도 가보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아무대도 없었어요. 처절하리만큼 우리들의 삶에 우리들의 이야기가 없는 거예요. 이 복잡한 대도시 서울 한복판 휘황찬란한 이 거리에 우리들을 증거 하는 아무것도 없네요.

우리 살던 울산의 그곳에 간다고 해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거예요. 내가 좋아하던 주전앞바다 까만 돌(아마 이것도 당신은 전혀 기억나지 않거나 금시초문今時初聞인 양 모를 테죠.)과 정자의 제법 자주 가던 그 횟집에 들른다 해도 당신 앉아있지 않을 거구요. 아이들 데리고 경주로 향하는 길목에 있던 그 오리집에 간다고 해도 당신 없을 거구요. 행여 기억에 난다고 해도 아이를 셋이나 낳은 여자가 나 혼자가 되어서 거길 어떻게 가겠어요. 나는 요, 가지 않아도 그곳 다 생각나요. 그곳들은 맛보다도 아이들과 함께 가기에 편하고 너른 집이라서 우리 자주 간 곳이니까요. 언덕 위에 있던 오리집 뒤켠에는 아이들 좋아하는 멍멍이와 부화시키는 오리장이 넓게 공터로 되어있고, 주차하기 아주 편리하게 앞마당도 넓었으며 주인 내외는 의좋게 열심히 사는 부부처럼 보였잖아요. 쥔아저씨는 당시에도 그곳에서 암웨이도 함께 운영하였지요.

우리는 음식점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취향은 아니었어요. 내가 그렇다기보다는 당신의 취향이었고 맛보다도 시설보다도 당신을 알아 잘 모셔주는 그런 곳을 당신은 좋아했어요. 하기는 맛도 시설도 주인도 다 보고 정해서 그 곳 한곳에만 가는 편이기는 했지만요. 그러나 우리에게 아이들이 생기고부터는 사실 따지고 고를 형편도 아니었고 넓고 깨끗하고 깔끔하면 맛좋은 곳이라 생각하며 들렀던 것 같아요. 육식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그나마 나 때문에 자주 갔던 것 알아요. 매식은 무조건 다 싫다며 된장찌개에 김치 하나라도 집에서 먹는 밥 좋아했지요. 별반 찬이 없어도 잘 먹어주었고, 또 여러 가지 밑반찬보다는 찌개와 국을 선호하는 내가 같은 반찬을 내놓기 싫어해서 우리는 늘 새로 지은 밥에 식사 때마다 음식을 만들어 먹었지요. 그래서 당신 식사하고 들어오는 날에는 우리 집에 아무 찬도 없었어요. 음식을 만들지 않으니까요.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런 날에는 밥할 의욕이 나지 않았고 음식을 할 필요가 전혀 떠오르지 않아 그냥 대충 때우고 말았죠. 당신 함께 있으면 배고픔도 잊고 늘 배가 부른 사람처럼 그득했지만 당신 없이 나 혼자는 왜 그토록 힘이 없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기껏 반찬을 다 만들고 있었음에도 늦는 다는 전화 한 통화에 더 이상 손이 가지 않았고 딱 멈추어 버리곤 했지요. 나는 나를 전혀 챙길 줄 모르는 사람처럼 삶의 중심에 언제나 당신이 기둥이었고 그 기쁨이 즐거웠고 그래야만 마음이 놓였어요.

비교적 먹성이 좋아서 잘 먹어준 편이었지만 처음엔 잔소리도 무척 심했지요. 말로는 매식이 싫다 하면서도 오래 객지를 떠도는 생활과 매식의 습관으로 그러한 맛에 길들여 있었지요. 어머니나 누이가 해주어야 아무 생각 없고 아무 말이 없었을 테지만 당신은 기억에 나지 않겠으나 전혀 도와주지도 도울 줄조차도 모르면서 잔소리 무척 많았어요. 살면서 보고들은 것이 나보다 풍부했고 늘 나를 앞질러 가르치고 이기려 들었죠. 별것도 아니었으면서(ㅋ). 더군다나 별것도 아닌 것들을 가지고서. 그건 당신 언어의 습관이었고 생활 속에 배어진 환경이 주는 입버릇이었지만 5년간 당신과 또 누이와 잠시 함께 살면서 얻어들은 언어들과 그 충격을 지금 내가 고스란히 써먹고 있다는 것 우습고 아주 놀라운 사실이네요.

당신이야 원래의 내 본성이 들어난 것이라고 언제나처럼 박박 우겨대겠지만 천만에요. 당신 만나기전 꿈에도 생각지도 써보지도 않은 글과 말들이에요. 그런데 당신과 함께한 내 인생의 1/10이 마치 내 인생 전체를 지배하듯 나 당신 안에 많이도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미움과 설움, 복잡한 애증이 뒤섞여서 나와 당신이 아는 나, 내가 모르는 나, 당신도 나도 모르는 나, 아니 어쩌면 당신도 나도 전혀 생각지 않은 서로의 어떤 모습들로 들락날락 엉키어 내 삶을 지배하게 된 것 같아요. 솔직히 지금의 이런 심경들을 나 스스로도 잘 이해할 수 없고 이렇게까지 내가 당신이라는 사람으로 인해 온통 영향받을 수 있는 것인지 정말로 신기하고 납득이 잘 안가요. 사무침의 골이 깊어 병이 들어버린 걸까요?

나 그때 참 많이 아팠는데 그래서 잊어지지 않는 것인지 내 입에서 마구 튀어나오고 내 글에 그대로 옮겨지기도 해요. 물론 내가 국문학을 조금 전공해보았기 때문에 우리말을 대단이 좋아하고 애착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당신 이전에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써먹을 일도 해볼 일도 전혀 없던 일이지요. 착하고 이쁘게 살기에도 인생은 모자라다고 생각했던 것이 나란 말이에요. 아마도 당신도 나의 처음과 생활들을 잘 더듬어 보면 인정하실 거예요. 아무 기억도 못하실 테지만요. 그리고 그건 나의 진정한 내 모습이 아니었다고 핀잔줄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알아요. 내가 이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라는 거. 이렇게 헤매며 둘러쳐보아도 당신과 내가 호젓하게 함께 거닐은 그 흔한 공원 하나 골목길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다는 설명을 이렇게 길게 늘어놓는 거예요. 만약 지금 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면 당신은 듣는 둥 마는 둥 벌써 잠이 들어버렸겠지 만요. 그래요, 이제야 내 본심을 털어놔볼게요. 이렇게까지 비참해지고 싶진 않지만 그게 뭐가 대수겠어요? 어차피 다 망가져버린 인생인데.

당신이 내게 “그 여자들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이”라고 소리치던 그 여자들과 도대체 내가 뭐가 다르냐는 거예요. 난 말이에요. 정말로 화가 나요. 당신을 하루에도 열두 번 처형시켜 버린다고 해도 전혀 용서가 되지 않고 서러울 거예요. 당신은 아니라고 했지만 내가 느끼는 것은 그토록 비참하고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 거예요. 아니 내가 당신들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거예요. 당신들은 한데 얼려 신나게 놀아재끼는 우정인지 지랄인지 뭣이깽인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다섯 살 때부터 당신을 보아왔다는 이유로 엄청난 신뢰 속에서 당신과 결혼한 여자로서 그것도 서른이 다 되도록 어떤 남정네와도 쉽게 놀아보지 않은 순결을 고이 간직하고 오직 당신 하나를 위해 내 모든 것을 다 받쳐서 사랑하겠다는 일념이었던 내 꿈과 의지는, 당신이 짓밟고 짓이겨버린 한갓 무가치한 쓸모없는 것이 되어 진흙의 시장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오가는 어느 누구의 발에 치였는지도 어느 미친 구루마에 딸려 들어가 갈기갈기 찢겨 나자빠졌는지도 모르는 시래기만도 못한 비참함에 지나지 않았고, 그 설움과 울분은 지금도 생각만 하면 바들바들 치가 떨려요.

그 날, 그곳에서라도 나왔어야 해. 아무 말 하고 싶지 않았던 내 심정을 어떻게 그렇게 모른 척 외면하고 그 소굴에서 그렇게 그들에게 휘말려 나를 기다리게 하고 한참을 지나 끄적끄적 나올 수가 있었어? 어떻게 감히 내 앞에서 나를 그렇게 무시하고 당신이, 당신 인생이 편안하길 바랄 수 있어? 세상이 그렇게 우스워? 내가, 나란 여자가 그렇게도 만만해? 웃기지마. 내가 당신 때문에 울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오산이야. 내가 하루에도 골백번 아니 수천 번 당신 만나 엉켜버린 내 인생에 대해 얼마나 기막혀 하는 줄 알아?

솔직히 말해 줄까? 그날 한마디라도 내 앞에서 잎을 뻥긋하는 날에는 죽여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어. 내가 말을 참은 것, 아마도 지금도 기억날 거야. 섬뜩했을 테니까. 그날 나 혼자 다짐했던 것이 뭔 줄 알아? 제발... . 제발... . 아무 말 말아다오, 인간아. 수천 번도 더 불경을 외듯 나를 달랬어. 당신 따위가 문제가 아니야. 당신은 이미 무슨 말도 어떤 행동도 다 필요 없었어. 다만 침묵만이 그나마 유효할 뿐. 내가 속으로 생각했던 건 말이야, 내가 얼마나 참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었어. 나도 모르는 내 심사가 어떻게 뒤집혀 발작처럼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내 처분만 바라보며 눈치를 살피고 있었지. 어떻게 참아야 하는지 어디까지 얼마나 견딜 수 있을 것인지를 가늠하고 있었다구. 그런데 그날, 당신은 아주 가관이었지. 하~

그래... 그런데 좀 더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말이야, 사람이 참 우스워. 사실은 말이지... . 나 너무 떨리고 무서웠어. 어떻게 당신이 내게 그럴 수가 있어? 나는 아무리 당신과 싸워도 당신이란 사람에 대해 그 정도로 신뢰가 없지는 않아. 싸움은 문제에 관한 것이지 인간의 기본권의 말쌀이 아니잖아. 화가 나서 하는 행동과 말에는 전제된 기본이라는 게 있어. 나는 있잖아, 그날 당신에 대해 당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밑바닥을 들여다 본 것 같아. 그게 서툰 사람들의 대화 방식이고 욱하는 성격의 사람들이 일으키는 이중 삼중으로 가중되는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나는 그런 마음의 상태들을 해독할 능력도 뭣도 없었을 때였고 오랜 당신의 가출에 약이 오르다 못해 악이 차올랐을 때야. 그런데 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현장에서의 당신이 여전히 아이들 아빠고 내 남편이더라. 너무 기가 막히게도 내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나 자신도 놀랐고 그래서 나 스스로에 대한 당혹감에 더 놀라고 있었는지도 몰라. 물론 사는 동안에 그토록 내가 당신을 존경하는 언사와 행동만을 하는 순종적인 여자였다는 것은 아니야. 다만 그 광경에서 나도 내가 전혀 모르는 반응이 일어나는 데, 그게 내가 바로 여자라는 그것도 일반 대다수의 여인네들의 생각과 입장과 한 치도 다를 바가 없는, 그저 그냥 보통의 여자가 되더라는 거였어. 어떻게 내가 이럴 수가 있나 의아해 하는 한편, 이래서 어쩔 수 없이 대다수의 여자들이 그냥 사는 구나. 화만 나는 것이 아니더라구.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어떻게 이런 모습으로 내 인생이 치닫고 있는 것인지, 납득이 안가는 것을 넘어 아뜩함의 막막함이랄까. 울 수도 악을 쓰고 싶지도 않았고, 차라리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서글픔이 미움과 동시에 느껴졌어. 아니 어쩌면 가슴 한구석에서 허탈한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나오는 것 같기도 했어. 그러면서 그 혼란의 상황과 장면의 와중에도 그곳에 있는 당신을 보면서 측은지심이 더 먼저 일고 아이들 아빠로서 연민이 더 먼저 찾아들었어.

내가 아는 한 당신은 절대 제 정신으로 그렇게 함부로 그런 곳에 그런 여자와 또 그들 무리와 작당을 해서 공모를 하듯 그럴 사람이 내게는 정말 아니었어. 아니야, 정말로 아니야. 그래서는 안 되고 그럴 수는 도저히 없는 것이지 않겠어?
내가 무시당했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당신을 대할까 마치 내가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더 두렵기도 했고, 그런 모습을 보인 당신이 내게 어떤 반응을 보일까 더 먼저 염려와 걱정이 되어서 나도 내 정신이 아니었어. 떨고 있었던 거지. 티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엿부러 마음을 가다듬고 눈을 똑바로 뜨려고 애쓰며. 처음에 당신이 무심결에 나를 보고 너무 놀라 당황하고 마치 올 것이 오고야 만 것 같은 한편으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허겁지겁 신발을 주워 신고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도 역시 당신이라고 생각했고, 내려가 있으라며 곧 따라 내려가겠다고 말을 했을 때에도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 맞다고 생각했어. 나도 아무 말 덧붙이지 않고 그저 무언으로 대답하며 당신 처사에 따랐지. 20여분 남짓 이었을까? 될 것 같은데 한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겠지만 나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어. 다시 내려와서 후배 따라서 먼저 가 있으라며 곧 뒤따라오겠다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철석같이 액면 그대로 믿고 있었어. 나 역시 아무 말도 하고 싶지도 않았고 당신 스스로가 하는 행동에 맡기고 싶었지. 알아서 처신해 주기를 말이야.

서먹하게 담배를 한 개비 피워 물으며 속절없이 허공에 대고 담배 연기와 함께 한숨도 날려버리듯 하는 채 몇 분도 되지 않는 당신의 짧은 그 한마디를 듣는 동안 나는 당신을 다시 한 번 똑바로 쳐다보았어. 장차 헤어져야 할 것인가 어째야 할 것인가를 눈 깜빡 할 사이에 본능에 입각해서 주마등처럼 살피며 어떤 예감과 현상에 대해 점을 치고 있었는지도 몰라. 내 눈치를 보며 아무 말 않고 있는 내게 일단의 안심이라도 한듯 무언가 설득해 보려는 난감하지만 애써 호의적인 얼굴로 쩔쩔매며 서 있던 모습. 멀쩡한 허우대의 부리부리한 눈과 우뚝선 코, 꽉 다문 입에 딱 바라진 어깨는 여전한 당신이었지만, 우리가 과연 어떻게 될까를 나도 당신 같은 표정을 담고 관찰하며 서 있었을 테지.

그렇게 순간을 모면하고 다시 돌아가 결국에 그들 일당들의 꼬임에 또 다시 빠져들며 그들의 모든 감언이설과 요구조건을 다 들어준 후에 돌아왔을 때만 해도 그 시간 동안 로비에서 차나 한잔 대접하며 나의 심사를 떠보려던 당신의 사업구상에 얽힌 사회 후배로부터 꼬냑 한 병과 과일 안주를 시켜 당신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나를 보면서, 내 행동과 사고의 반경에 대해 역시나 그대 마누라라고 짐짓 야릇하게 스치는 짧은 미소를 머금던 모습도 나는 놓치지 않고 보았지. 나는 그날 그가 왜 그 호텔을 들락거리며 무슨 일을 하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채 당신이 곧 올 거라며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던 기억만 생각날 뿐. 그리고 한 10여 분간 아주 짧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는 대번에 나에 대한 자신의 선입견의 생각을 바꾸는 말을 언뜻 중얼거리며, 자기가 살아온 가정환경을 예로 들어 하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지. 당신말만 들어오던 그가 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더니 마치 그게 아니었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면서 다음날 당신과의 약속을 취소하는 전화를 객실로 걸어왔을 때야 겨우 당신들의 체계적인 음모에 대해 대략 느낄 수가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지. 그리고 아주 나중에서야 그가 그 호텔과 일본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술집을 경영하며 매춘을 연결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지. 잠깐 동안 이었지만 그에게는 인생의 야심과 생활인으로서의 현실 사이에서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비즈니스의 한 방편으로서 그 일을 벌이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지. 어려운 당시의 상황을 헤치고 나와 정도를 걸어가고 있으면 좋으련만.

술 한 잔을 가지고 밤새 로비에 앉아 꼿꼿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날 당신은 결국 밤을 꼴딱 새우고 새벽이 되어서야 돌아왔고, 겉으로는 괘씸함을 의연하게 참으며 내 마음은 어느덧 다시금 그댈 행해 칼날을 세우고 있게 만들어버리고 말았지. 그제서야 돌아와 당신 입김이 뿜어대는 태연자약한 말을 쇠귀에 경을 읽듯 들어 넘기며 나도 참담한 심정을 애써 가라앉히느라 한껏 애를 썼지.
객실로 올라갔을 때, 마치 평온한 어느 날의 어리광처럼 발가벗고 목욕을 시켜달라는 당신을 마지막처럼 처연히 씻기며 한 마리 짐승으로 덤벼들던 그날, 나는 내가 한 모퉁이의 창녀로 아무 저항도 아무 느낌도 없는 당신이란 돼지의 밑에 깔린 시체 같은 암 고양이가 되어 그저 숨죽이고 말았지. 한 마리 암컷의 썩어 뭉그러져 가는 복부 위를 쓰러져 내리자마자 당신은 이내 코를 골아대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지만, 나는 소리도 없는 눈물을 강물처럼 하염없이 흘려보냈지.

돌아온 당신은 어느덧 개선장군이 되어있었고 그새 훈련이라도 받은 병정처럼 그 허둥대던 모습들은 어디가고 적반하장의 무기를 달고서 안면 몰수 하고 쳐들어오기 시작했지. 또다시 그들과 한패거리가 되어 그 구렁텅이에 빠져서 그들 일당과 무리들의 힘을 믿고 날 되잡으려고 모의라도 한 듯이.......
아주 교묘하고 맹랑하게, 아주 비열하고 저속한 속물적 인간이 되어서, 아니 가증스런 철면피로 둔갑되어 버린 채 인간이 아. 니. 었. 어....... 적어도 인간이라면 양심이 있고 최소한 수긍할 것은 하지. 그톡록 잘못을 알면서도 뒤집어 씌워버리는 추하고 더러운 비열함과 졸렬함을 벌이지는 않아. 그게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는 자포자기 심정의 어깃장이었다고 하기엔 나 아직도 너무 아파.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내 인생 정말이지 너무나 평탈했어.
내 인생이 꿈이었다는 것. 내가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꿈속에서 따사로운 온실의 화초처럼 보살핌을 받으며 종달새처럼 노래하고 나비처럼 자유롭게 나부끼며 살았다는 걸 당신을 통해 알게 됐지....... 당신과 사는 아주 잠. 깐. 동. 안. 에.......

다시 전공을 목구멍의 포도청으로 하여 하루하루를 거미줄처럼 매달려 연명하기 시작했을 때 팔순이 넘은 괴팍하고 경우 밝아 보이는 어느 할머니 한 분께서는 ‘인생이란 일장춘몽一場春夢’ 이라고 덧없이 이야기해 주셨지. 서른여섯, 꽃처럼 한껏 영글어갈 나이에 어느 병원의 치료실 한켠에 휑하니 처박혀서, 나는 그 어르신의 말씀에 내 가슴의 패인 골을 꺽꺽 쓸어내리며 끄덕이고 있었지. 그토록 간결한 의미를 예전엔 미처 이해해본 적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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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동
2008.02.18 01:21:32 *.142.152.25
무관심한 표현 같지만..
주~~욱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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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02.18 08:30:55 *.128.229.163
목차는 좋다.
프롤로그은 없애라. 서문으로 족하다.

나머지는 다시 정리해라. 잘못 되었다. 왜 뛰어난 점을 덮느냐 ?

글을 쓰는 이유는 너를 죽여 묻기 위해서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기 위함이 아니냐 ? 지금 모두 털어내는 이유는 다시는 이 일을 입에 담지 않기 위해서인 것이다. 분노와 치욕과 회한을 네 몸에 담아 너를 죽이고 다시는 울지 않기 위한 것이 아니냐 ?

정선이에 대한 저자 소개는 내가 대략 써 두었다. 스스로 보고 고쳐 쓰도록 해라.

정선이

그녀는 햇빛같다. 천성이 밝다. 웃음도 환하고 울음조차 웃음의 흔적을 담고 있다. 배려가 그녀의 본능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서 그녀의 축하를 받고 격려와 위로를 받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만큼 그녀는 여러 사람을 어루만진다. 그러나 종종 보호하려는 것을 누군가 공격한다고 생각하면 즉시 호전적으로 돌변한다. 사나운 싸움꾼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배려와 전투는 하나의 얼굴 속에 갈무리 되어 있는 두 개의 얼굴이다. 물 위를 어리는 햇살처럼 화려하지만 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은 꼭 해내고 만다.

그녀에게 책을 쓰는 일은 과거를 죽이기 위한 전투다. 활활 싸질러 깊이 땅에 묻기 위함이다. 다시는 지나간 일로 울지 않기 위함이고 분노에 치를 떨지 않기 위함이고 회한에 젖지 않기 위함이다. 다시는 망가진 인생이라는 차원에 머물지 않기 위한 털어냄이다. 첫 번 째 책은 그녀의 장례식이며 동시에 그녀의 새로운 인생의 제단에 바쳐진 성스러운 제물이다.

그녀는 ‘써니’로 살 것이다. ‘써니의 집’을 짓고 주어진 천성처럼 햇빛처럼 살 것이다. 인생의 햇살이 부족한 사람들은 그곳에 갈 것이다. 그곳에는 그녀가 있다.

본문 sample 꼭지는 지금 것을 버리고 아래 2개를 붙이도록 해라.
- 하나는 47 번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이'
- 또 하나는 언젠가 내가 '다시 읽는 칼럼'에 올려 두었던 것을 쓰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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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18 09:02:53 *.70.72.121
네.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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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18 09:34:18 *.70.72.121
우선 사부님 말씀 대로 프롤로그 없애고, 본문은 다시 옮겨서 올렸습니다.

나머지는 더 생각해 보고 다시 올리겠습니다. 시간이 좀 더 걸리겠네요.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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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02.18 09:43:39 *.128.229.163

아, 중요한 당부를 잊었구나.

네 글을 당당하고 거침없어야 한다. 구질구질하게 가지마라.
너는 전투 중이다.
책 제목이 그렇지 않느냐 ?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책의 제목으로
'그년은 무서운 년이다' 라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한 권을 더 읽어라. 김점선의 '10cm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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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18 10:00:15 *.70.72.121
네~ 좋아요. 아주 아주 좋아요~ 베리 굿! 역시 싸부님!! 당케 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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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2.18 12:28:53 *.180.46.11
와우~ 싸부님의 덧글 보니, 싸부님도 무서운 분이시구나. 하하.

언니, 나는 언제가 후련히 다 못쓸까 그게 걱정이야.
언니한데 부탁은 '제발 다 털어내소.' 거든. 사부님께서 지적해 주시네.

난 솔직히 언니의 징징거림 잘 못 다독이잖아. 혼자 우는 사람 옆에서 보는 거 괴로워. 달래지도 못하고 같이 울지도 못하거든. 그래서 이제는 그만 징징거렸음 하거든. 그래서 이번에 다 쏟아냈으면 해.

후련히 다 못쓸까 걱정한다는 것은 이번에 다 쏟지 않으면 내가 그 징징거림 언니하고 인연이 닿는한 계속 들어야 한다는 건데, 나 그거 감당할 자신 없어. 그러니 빨리 끝내자. (언니 내 마음 알지. 애증이라는 거.... 사량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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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18 13:53:51 *.70.72.121
여러분!
급한 대로 전체 수정을 보았습니다. 이 시각 이후의 분들은 조언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특히 1번의 저자 소개와 2번의 주제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바랍니다.

이 참에 제목도 한 번 생각해 봐 주시구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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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뎀뵤
2008.02.19 12:47:28 *.151.244.28
언니 글을 읽고 있으니.
인생이란게 동그랗게 말아져 있는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쪼그마했던 어리시절을 지나 나이 들어서 다시 등이 굽고 작아 지는 것은 원래의 작음으로 돌아 가는것.
나이 드신 어머니와 막내딸 언니가 가장 통하는 것도. 이렇게 씻김굿 하듯이 모든걸 쏟아내고 죽이고 나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도. 모두가 동그랗게 생긴 인생의 증거가 아닐런지요.

한번 죽고 다시 살면 언니 인생은 이중원이겠네여. ^^;
두번째 그리는 원은 더 크고 더 동그랗겠네~ ^^


근데, 저만 그런건가요? 씻김굿이나 비나리, 무당이라는 표현이. 좀 걸려요... 무속신앙적인(!)게 있어 보여서 한보 물러 서게 된다는. ^^;;;
내용은 쏟아내되, 저자소개는 밝은 이름인 써니를 강조 할 수 있는. 환한 내용이면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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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
2008.02.19 13:58:14 *.227.22.57
누나~ 수고했어.

누나는 자꾸 피드백을 내놓으라고 하지만... 잘하고 있어서 딱히 해줄 말이 없네. 어제도 말했지만 목차에 들어가 있는 작은 제목 하나하나가 아주 매력적이야. 사부님 말씀대로 구질구질하게 말고 당당하고 힘차게 써요. 그게 누나 스타일이잖아. 누난 그냥 사부님 말씀만 믿고 확! 쓰면 될 거 같아~

내 책이 빨리 나올 거 같다고 했었지? 내 보기엔 누나 책이 훨씬 빨리 나오겠네 그랴~ 힘내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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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20 01:52:24 *.70.72.121
고맙습니다! 감사 드려요. 다른 사람들은 왜 속으로 중얼거릴까? 그냥 속 시원히 말을 하지 않고. 너무 무서운가? ㅋ

다뎀뵤야, 어찌 그리 이뻐지누? 아주 보기 좋으네. 자기에 대해 당당하고 그래서 주위 사람에게까지 전파되는 활력이란... 3/8일 날 만나면 찐하게 포옹하자.

그치? 좀 무당 같네. ㅋ 까이꺼 이 참에 신을 받아봐?
한 번 빠지면 죽기 전에는 도무지 헤어나오지 못하는 강한 중독성의 '변화교'의 '죽음무'라. 신어마이는? 에헤라 디야~ 구구구~~~ ㅎㅎ

종윤아, 재동하고 똑같이 말하네. 재동이 나의 컴 타자실력을 보더니 노동을 했구만. 에궁~ 하더라니까. ㅋ

정화같이 독한 년을 만나야 징징거림이 좀 그칠 텐데... 너도 알지? 애증 이라는 거. ㅎㅎ

어어... 신어마이 말씀이 들린다... 덧글달믄 오래 산다... 올 한 해 운수대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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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08.02.20 08:23:06 *.92.16.25
구체적인 건 이미 이야기했고,
누나는 세 번 써야 돼.
(마음을)닦고, (목차를)조이고, (맛깔스럽게)기름쳐~

그녀는 미친 정비사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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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8.02.20 14:02:08 *.236.47.54
일단은 말이지. 언니.
난 언니가 무엇을 쓰든 지지하고 응원할꺼야.

그러니 누구의 눈치도 보지말고
가장 언니답게 마음껏 언니의 이야기를 쏟아내요.
책한권쓰고 당당하게 새운명창조하는 산증인이 되어줘.
정화언니말대로.. 이걸로 끝나면 좋잖아~~ㅋㅋ

한가지 이야기 하고 싶은것은
언니를 모두다 쏟아낸다는것이 공격적이라는것과는 다른부분인데
언니의 글이 공격적인 성향으로 치우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
그걸 잘 조절하면서 쏟아내었으면 좋겠네.

언니의 목차들이 흥미롭고 눈길이 가.
아주 매력적이라 기대가 되요.
언니의 글을 꼼꼼히 읽으며 늘 응원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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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21 02:41:26 *.70.72.121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도 계속해서 다듬어 나가야 하겠지만 좋은 의견 주심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사랑해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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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23 12:36:18 *.70.72.121
좋은 의견을 많이 주셨는데 아직도 잘 다듬지 못하고 있습니다. ㅠㅠ

1번 저자 소개와 2번 주제의 나는 왜 이 책을 쓰려고 하나? 그리고 5번의 서문을 약간 수정해 보았습니다. 다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번 주제: 나는 왜 이책을 쓰려고 하나가 가장 부족한 것 같습니다만 여러분들 보시기에는 어떠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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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8.02.24 16:35:21 *.131.127.32

써니! 좋군요,

나는 글 귀나 내용도 중요하지만
습관적으로 사람의 마음의 변화를 바라보는 것이 취미라...

'원하면 이루어진다' 말이 생생하게...
써니를 통해서 확신을 얻게 되네.

빨간 신호들이 깜박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드네
이제 곧 불이 바뀌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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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26 02:08:09 *.70.72.121
박사님을 통해 한 수 얻어들으려고 했더니만 뭔소리당가.

내 마음의 변화를 읽었다는 것이여라. 나도 모르는 디? ㅋ

어쨌거나 제발이지 큰 맘 먹고 불쌍한 중생을 위해 신호등께 빌어 주소. 고만 좀 세워두고 제 갈 길로 가뻔지게 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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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2008.02.26 09:11:29 *.244.218.9
잘 읽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자기 이야기, 특히 아픈 이야기가 담긴 남의 이야기를 읽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여자들이 그렇게 자신의 책을 시작하는 것이 슬펐습니다.

그래서 목차를 읽을 때는 시큰둥했는데.

1. 문체와 단어 선택이 젊은 저에게 새롭고, 내공이 느껴집니다.
2. 스토리가, 흡입력 있습니다.잘 읽혀요

넘칠 때 책을 써야 한다고 생각을 해왔어요. 쥐어짜는 거 말고,
넘쳐서 뱉어낼 수 밖에 없는 그런 때. 손가락이 날듯이 타이핑하게 되는 몰입의 상태에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언니가 그런 상태에서 글을 쓸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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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2008.02.27 16:08:55 *.131.5.150

잘 읽었어요. 써니 누나!
일종의 씻김글(?)이라 할 수 있네요.

책을 나올 때쯤이면 써니누님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많이 씻겨내려가서리...

저는 좀 출판을 염두에 두고 몇가지 말씀드리고 싶네요.

1. 연대기적 구성이 아닌 주제별 구성도 고려해보았음 싶네요.
목차를 보니까 너무 직선식으로 삶이 '나열'되어 있는데 익숙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빽빽하고, 식상할 수도 있고 흡입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겠다 싶네요. '엄마와 딸' '사랑' 등 중요한 주제들을 중심으로 시간을 오가며 글을 펼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해봅니다.

2. '자기치유 글쓰기'라는 느낌이 보다 살았으면 좋겠네요.
이는 두가지 의미일 것 같은데 글쓰기 자체가 자기치유의 과정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것과 3부의 내용 즉, '새로 태어남'과 '자기치유'의 이야기들이 보다 핵심적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네요. 현재 구성은 시간순에 따른 구성이라 과거의 삶에 지나치게 많이 할애되어 있다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1) 과거의 이야기가 1/2이 안넘게 덜어내면 어떨까 싶구요.
2) 과거의 상처나 고통에 대해 접근하는 것도 당시 힘들었던 경험만을 쓰기보다는 '현재'라는 조명속에서 그 시간들이 나에게 준 또 다른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들어가 있었음 좋겠네요. 두번째 샘플 글을 읽다보니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3) 미래 이야기도 좀 들어갔으면 좋겠네요. 향후 목표나 꿈에 대한 이야기도 좋구요. 아니면 한 챕터 정도는 5년, 10년뒤에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가정하고 그 미래의 시점에서 두번째 자서전을 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자서전속의 자서전'이 되겠지요. 자기소개도 그렇고 목차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미래라는 시간이 너무 작은것 같아서요.
4) 두 편의 샘플 글이 상당히 다른 느낌이 드네요. 첫번째 글은 너무 물러나있고 두번째 글은 너무 들어가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치유로서의 글쓰기라면 그 중간정도가 좋지 않을까 싶은데 어떠신가요? 관찰자와 주인공의 중간이라면 약간 애매하지만 '참여적 관찰자' 정도가 어떨까 싶네요.

아무튼 액이나 한이나 상처가 잘 씻겨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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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27 16:17:18 *.70.72.121
우째 이런 일이... 동시에 클릭하고 있었네요. 위의 모든 조언 귀중한 말씀들 정말 감사합니다. 조금 쉬었다가 잘 살펴보겠습니다. 모두 너무나 좋은 말씀들 이십니다. 사랑해요. 사랑받으니 좋아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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