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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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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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29일 17시 21분 등록
봄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은 저렇게 피고 지랄이야  
이 환한 봄날이 못 견디겠다고
환장하겠다고  
아내에게 아이들에게도 버림받고 홀로 사는  
한 사내가 햇살 속에 주저앉아 중얼거린다.  
십리벚길이라던가 지리산 화개골짜기 쌍계사 가는 길  
벚꽃이 피어 꽃사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아난 꽃들  
먼저 왔으니 먼저 가는가  
이승을 건넌 꽃들이 바람에 나풀 날린다  
꽃길을 걸으며 웅얼거려본다  
뭐야 꽃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대궐이라더니  
사람들과 뽕작거리며 출렁이는 관광버스와  
쩔그럭 짤그락 엿장수와 추억의 뻥튀기와 번데기와  
동동주와 실연처럼 쓰디쓴  
단숨에 병나발의 빈 소주병과  
우리나라 사람들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그래 그래 저렇게 꽃구경을 하겠다고  
간밤을 설랬을 것이다  
새벽차는 달렸을 것이다    

연두빛 왕버드나무 머리 감은 섬진강가 잔물결마저 눈부시구나  
언젠가 이 강가에 나와 하염없던 날이 있었다  
흰빛과 분홍과 붉고 노란 봄날  
잔인하구나  
누가 나를 부르기는 하는 것이냐

 글: 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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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잘
2010.03.29 19:55:02 *.67.223.107
“사람들이 흔히 칭하기를 풀잎 같고 이슬 같고 바람 같고 수선화 같고 처마 끝 빗물 같고 나비 같고 어린 왕자 같고 눈물방울 같은 사람이라고들 합니다. …… 그러니까 오십 넘도록 홀로 스님처럼 지내며 시와 음악과 새소리, 매화를 동거인으로 두고 살고 있습니다. 삶은 정갈하고 성품은 깨끗하고 몸은 아담하고 버릇은 단순하고 행동거지는 품위 있고 눈매는 깊고 손속은 성실한 데다가 시서에 능하고 음주는 탁월하고 가무는 빛나는 가인(佳人)입죠.”(‘박남준 시인 말입니까’ 중)

2003년 9월, 그는 12년 동안 살아온 모악산방을 등지고 경남 하동의 악양면 동매리로 둥지를 옮겼다. 동매리는 하루에 버스가 두 번(원래는 세 번이었는데, 이용객이 적어서 줄었다)만 다니는 외진 곳이다. 그 마을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단 3명일 정도로, 젊은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모악산방을 떠났지만, 다시 지리산의 깊은 산골로 들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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