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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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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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16일 00시 55분 등록
꿈 그림 일지



01. 저 자 소 개


나이 35. 내년이면 다시 소띠해다. 특별히 가진 재주 없으니 자신이 태어난 해의 띠 동물 ‘소’처럼 우직하게 밀고가야한다는 것을 믿고 사는 평범한 사람이다. 전라북도 순창에서에서 태어나 신태인, 전주, 익산에서 살았고, 자신의 직장의 발령으로 군산, 광주, 유성에서 살다가 현재는 서울에서 살고 있다.

그림을 좋아하지만, 한번도 그림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고, 하는 일 또한 전혀 그림과 관련이 없는 일을 해왔었다. 그녀가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봄부터다.

그녀는 아름다운 것에 쉽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고 말한다. 그래서 오래도록 자신의 꿈에 마음을 빼앗겨 왔다. 어린이들의 성장, 교육, 꿈, 웃음...... 2006년 가을,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와의 인연을 계기로 가슴을 설레하는 것들을 이미지로 간직하기 시작했다. 먼저 자신의 꿈을 그려 간직하고, 그리고 하나씩 자신을 놀라게 하는 것들의 이미지를 소유하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는 것은 모두 다 즐기는 그녀는 식탐많은 사람이 다 먹지 못해도 움켜쥐려는 것처럼 꿈과 이미지를 수집한다. 그녀의 아름다운 것에 대한 욕심은 늘 허기지다.

02. 주제(나는 왜 이것을 쓰려고 하는가?)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왜 하필 화실일기인 거냐구?’ 그러고 나니, 올해 해야할 일들이 나를 와락 덮친다.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되는 것들 말이다. 작년에 내게 가장 두려운 질문은 ‘그림은 많이 그리고 있니?’였다. ‘지금은 이게 더 급한거야.’라고 속으로 변명을 하면서 그림과 멀리 있던 나를 친구들은 다그치기도 했다. 정말 자신의 꿈에 다가가고 싶은거냐고. 내 친구들도 잊지 않고 있는 나의 것, ‘꿈을 그리는 사람’.

이 책은 이런 나의 꿈과의 소통이고 나와의 소통이며, 그리고 타인과의 소통이다. 내게 자신의 꿈한자락을 들려주는 사람들과의 기록이다. 이 모험의 기록은 앞으로 내가 하게 될 일의 첫 번째 징검다리 돌이 될 것이다. 꿈을 그리는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수련의 기록, 실험의 기록. 꿈을 생생하게 꾸도록 도울 것이다.

올해는 그 모험을 신나게 즐길 것이다.

03. 책 제 목 : 꿈 그림 일지

책 제 목 : 꿈 그림 일지

04. 목 차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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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만나는 환희

1부 그림 배움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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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그림, 또 하나의 언어
- 낙서본능
- 선물
- 외로움 너머, 소통
- 생의 찬미
- 그림일기

02. 화실을 찾아서
- 동호회전 ‘여미전’에서
- '졸업작품 전시회'에서
- 홍대앞

03. 수련의 방법과 의미
- 연필 소묘
- 이럴 때 배우기를 포기한다.
- 8절지, 4절지
- 화실 선생님 가라사대
- 화실동료의 조언
- 재료의 선택 : 그려보기 전엔 모른다.
- 화가 베티는 뭐라고 하는 거니?(실기서적 도움받기)
- 초상화를 그리기 까지
- 배움과정 되돌아보기

04. 수련
- 훔치고 싶은 이미지들
- 고전 명화 베끼기
- 정밀화
- 화집, 그리고 질투
- 책거리 : 실기서적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해보기
- 낙서장

05. 이미지 콜라주
- 그림 속 상징들
- 이론 서적 도움받기
- 흥미로운 사진
- 세상에! 이런 것이 실제 존재하다니! : 상상력의 한계
- 플러스 발상, 마이너스 발상

2부 꿈 그림 일지
=====================================
01. 제 몸을 묶는 끈이 되어 주세요(이희석 편)
02. 느린 걸음이 산을 넘어(최영훈 편)
03. 조용한 예술혼(김도윤 편)
04. 언니, 울었던 그자리에서 털고 일어서요.(정선이 편)
05. 꿈꾸는 몸, 춤추는 마음(박소라 편)
06. 내게 말해줘(신종윤 편)
07. 단순한 것에는 힘이 있다(송창용 편)
08. 인생은 아름다워(이은남 편)
09. 감자꽃의 기억을 찾아(최정희 편)
10. 나는 누구니?(김민선 편)
11. 울보의 서툰 인생(박승오 편)
12. 너의 웃음과 눈물은 씨앗이야.(오윤 편)

05. 서문 : 꿈을 만나는 환희


몇 년 전부터 나는 나의 꿈을 드러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야기하는 순간 가슴이 벅찼고 행복했고, 또 눈물이 났다. 어렸을 적에 가졌던 꿈을 지금도 이루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고백에서 오는 아픔과 그것을 떼어 놓고는 나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먹먹함이었다. 나는 일부러 내 꿈에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주위의 사람들에게 꿈을 되풀이 해서 이야기했다.
어느 순간에는 몹시도 행복했다. 꿈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웃을 수 있었다. 꿈을 말하는 이들은 그 순간에 얼굴에서 빛이 난다. 말하고 있는 동안 머리 속에서 그것이 이루어진 장면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내 앞에 있으면서도 그는 그 세계에 있는 것이다.

2006년 가을이 시작될 무렵.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란 것에 참가했을 때였다. 진로 탐색에서 느낌이 단어나 직업을 찾는 것이었다. 많은 것들이 마음에 들었지만 그 중에서 3개를 골랐다. 꿈을 그리는 화가, 경영자, 동양의 것을 서양에 파는 것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세 개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3개가 모두 겹치는 영역에서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이었다. 거기서 찾아낸 것이 바로 꿈을 그리는 화가로 다른 사람이 꿈을 이루어 가는 것을 돕는 것이었다. 그것이 내가 어렸을 적부터 꿈꿔왔던 대안학교로 다가가는 길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에 그림을 배우면서 그리고 꿈을 그리면서 느꼈던 것들을 담았다. 또한 내게 자신의 꿈을 보여준 많은 이들의 행복한 이야기를 담았다. 나는 꿈을 들으며 행복했고, 그리며 행복했다. 그것은 꿈을 가진 이가 꿈을 선명하게 하고, 그것을 이루어가는 것을 돕는다는 나의 꿈의 한 부분을 일상으로 끌어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 내가 꿈꾸던 모습으로 가는 길에 서 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여전히 꿈을 꾸게 만드는 사람이고 싶다.
자신의 꿈을 생생히 꾸고, 그것을 현실로 끌어들이는 것을 돕는 사람으로.

06. 본문 중에서


(1부) ‘화가 베티는 뭐라고 하는 거니?’ 중에서

2007.5.20 연습을 기록해 놓은 글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 그릴 때의 의식에 주목하라



『베티의 미술교실 - 오른쪽 두뇌로 그리기』를 보면서 계속 따라 하고 있다.

베티의 요구사항 - 1) 자신의 왼손을 종이를 보지 않고 그리라.


그릴 때는 절대로 종이를 보아서는 안되고, 그리려고 하는 대상만을 보아야 한다.
왜냐구? 그것은 왼쪽 두뇌를 잠시 막으려는 의도이다.

주의할 점은 눈의 속도와 연필이 종이 위를 달리는 속도를 일치 시켜야 한다. 그리고 절대 끝까지 종이를 보아서는 안된다.

이렇게 하려고 하다 보니, 먼저 외곽선에 치중하게 됐다. 그래서 눈과 연필의 속도를 잘 맞춘 손가락 부분에서는 웬만큼 제대로 된 형태가 나온 것이다. 안쪽에 손의 주름을 그려 넣을 때는 감으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눈이 쫗는 위치와 손의 속도를 일치 시키지 못했으니 어디쯤에 주름을 그려야 하는지 알 수가 없지 않는가?

연습을 많이 하다보면 점차 실제의 모습에 가까워진다고 한다.


2) 베티의 요구사항 - 복잡한 것, 종이를 보지 않고 그려라.
이번에는 좀더 복잡한 것을 보고, 종이를 보지 않고 그리기이다.


화실에 있는 카네이션 화분에서 몇송이를 보고 그린 것인데... 복잡한 꽃잎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줄기들의 겹침의 위치도 틀어졌다.

이렇게 카네이션을 관찰하는 동안 잎의 곡선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눈으로 쫒을 때, 정말 아름답다고 느꼈다. 이래서, 화가들이 말하는... '제대로 보게 되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라는 말을 공감했다. 그린다는 것은 본다는 것이고, 본다는 것은 그것의 아름다움에 빠진다는 말이라고 베티의 책에서 인용한 구절을 보았다.

3)베티의 요구사항 - 가끔만 종이를 보고, 대부분은 손을 보고 그릴 것.



베티의 요구대로 했냐구? 아니다. 자꾸 종이를 보게 되었다. 손을 보는 것에 집중을 덜하고, 자꾸 종이를 보고 수정하고, 수정했다. 그러나, 이 연습 중에 손을 보는 시간이 다른 때보다 많았다.

머리 속에서는 이미 보았다고 이제는 그만보고 그리라고 자꾸 독촉했다. 그래서 선을 눈으로 쫒는 속도로 그리지 않고, 단숨에 휙 그었다. 그래서 손에 쥔 펜의 각도가 맞지 않았나보다. 펜 위쪽을 먼저 그렸고, 차례로 손을 그리면서 펜의 오른쪽 아래도 그리게 되었을 때, 왼쪽과 오른쪽이 서로 맞지가 않았던 것이다.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너무 많이 틀어져 버린 것은 수정해도 안될때가 많다.)

베티는 다 하고 난 후에 자신이 그림을 그리면서 생각났던 것들, 자신이 어려웠던 점을 종이 뒷면에 적어두라고 했다. 그래서, 난 그냥 앞면에 적어뒀다.
(종이에 적어 둔 내용 : 자꾸 손이 움직이고, 지워야 해서 종이가 움직이고, 펜 각도는 잡기 어려웠고, 자꾸 명암을 넣으려고 하고)

4) 베티의 요구사항 - 수정된 윤곽 그리기 기법으로 그릴 것
(종이는 조금만 보고, 그리려고 하는 물체를 열심히 볼 것)

그렇게 했냐구? 역시 아니올시다이다.



머리 속에서는 온통 판단으로 가득했다. 내 머리 속은 이 생각 저 생각으로 특히 베티가 경계한 언어들로 가득했다.

내 생각들을 옮기면 이러하다.
‘머리통은 둥그스름 하군, 음. 털은 짧은 선으로 그려야겠어. 귀는 둥그스름하다. 아니, 내가 그린 귀는 왜 이리 큰 거야. 털이 난 방향을 표현하기 위해 선을 긋는 방향을 주의해야지. 어, 다리는 윤곽을 좀더 뚜렷이 할까? 발은 뭐 둥그스름하군. 흰털과 갈색 털을 어떻게 구분할까? 어! 눈에는 반사광을 넣어야지. 그래야 털과 다른 느낌이 나잖아. 둥근 종이테이프는 이상하다. 왜 왼쪽이 왜곡되어 보이지. 이상하다. 왜 위쪽은 널찍하고 아래쪽은 더 좁아보이는 거냐? 3센치도 안되는 깊이가 그렇게 왜곡되는 거냐? 심하다. 테이프 오른쪽 둥그스름한 것과 왼쪽 둥그스름한 것 맞춰야지. 야야. 제대로 맞춰야지....’

하여간 베티가 하지 말라는 것이 머리 속에는 가득 들어찼다. 오른쪽 두뇌 또, 왼쪽 두뇌에게 주도권을 내어주다.

5) 베티의 요구사항 - 자신의 발을 그려라.



발 그리기를 하기 위해 양말을 벗고, 운동화를 벗어 밑에 깔고 그리기 시작.

음.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앞에 보이는 무릎은 얼마나 거대한지. 발은 상대적으로 얼마나 작은 지 관찰하라고 했다.
나는 무릎까지는 그리지 않아서 모르겠다.
발 그리면서, 엄지발가락 왜곡을 바로 잡고 싶은 충동에 쌓였고, 그리고, 어두움으로 인해 외곽선이 잘 보이지 않는 발가락들을 어떻게 그릴까 고심했었다.
결국은 발을 다 그리고 난 후에, 발을 전혀 보지 않고, 명암이란 것을 신나게 넣었다.

베티의 말대로 자신의 의식의 흐름을 기록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여전히 우뇌와 좌뇌가 충돌하였다. 이번 연습에서 그 싸움은 언제나 좌뇌의 승리였다. 여전히 자신의 그림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비평이 이어진다.

그림에서는 우뇌가 주도적이 되어야 한다는 하는데.. 아직도 연습이 엄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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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저를 묶는 끈이 되어주세요.“ (이희석 편)

“어머니! 저를 묶는 끈이 되어 주세요.” (이희석 편)

그림과 함께 , 그와 함께

그림을 보여주고는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꺼냈다. 문득 생각나서 그리면서 그를 생각했다고, 그림 찍은 사진을 메일로 보내면서 설명도 썼는데 보았느냐고. 밥을 먹으며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는 물었다. 어떠냐고. 그런데 그는 그냥 웃기만 한다.



희석에게

지난 일요일(2008.2.3)에 교회에서 찬양시간에 그려본 그림이야. 남들은 다 노래 부르고 있는데, 나는 왜 문득 이게 생각났을까.

이 그림은 처음 그린 것은 아니고, 아마 세 번째쯤 될 거야. 너무나 강렬한 인상이었기 때문에 계속 생각났었나봐. 누군가가 내게 손을 내밀어 주었으면 했을 때, 이게 생각이 났어.

이것은 이현세의 만화 『-0.01초(마이너스 0.01초)』라는 부분에서 주요 구도를 따온 거야. 제목은 "어머니! 저를 묶는 끈이 되어주세요."

혹은 어머니 부분에 '하나님'이 들어갈 수도 있겠지. 너에게는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해.

이 그림이 등장하는 만화 이야기를 좀 할게.

이현세 만화에서는 우연히 실험현장에 사고로 들어가게 되어서, 타임머신의 영향으로 저승에 가게 돼. 그리고 절벽 아래에서 힘겹게 절벽 위쪽으로 오르려던 사람이 도와달라는 하는 말을 듣게 돼. 그를 안내하던 선인은 그냥 내버려 두라는 데, 그는 그럴 수 없다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의 손을 잡게 되지. 그런데 그는 손 내민 사람을 끌어 올릴 수가 없었어. 오히려 자신이 점점 끌려가. 절벽 아래에는 지옥인데. 왜 자꾸 끌려가는지 아니? 그 사람이 붙잡은 사람 뒤로 많은 사람이 달려있었던 거야. 절벽을 오르려는 사람이 엄청 많았거든. 앞선 사람의 어디라도 붙잡을 수만 있다면 붙잡고 위로 오르려고 했던 거야. 그 사람들의 무게에 못 이겨서 절벽위의 사람은 점점 끌려가게 돼. 선인은 잡은 손을 놓으라고 하는 데, 그는 그럴 수 없다며 계속 버티는 거야. 곧 떨어질 것 같은데, 잡은 손을 놓지 않으면 자신도 추락하는 데. 그때에 선인이 말하지 힘겨우면 어머니를 부르라고. 어머닌 부르는 소리를 듣고 도와주실 거라고. 그래서 그는 어머니를 부르지. 그의 어머니는 그 소리를 듣지. 아들이 부르는 소리. 어머니는 아들을 구해줘.

아마도 절벽 아래에서 그를 불렀던 사람도 혼자서 절벽을 올랐다면 쉽게 오를 수 있었을지도 몰라. 뒤에서 자신을 잡아당기는 사람이 없었다면 말이야. 내가 이 그림을 처음으로 그려서 누군가에게 보여주면서 했던 말은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였어. 나는 내가 절벽 위에 있는지, 절벽 아래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데, 내가 절벽 아래에 있다면,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았다면, 나는 그가 내 손을 절대 놓지 않길 바란다고. 이 그림을 처음 그렸을 때, 난 좀 힘들었거든.

그런데 내가 그린 절벽 위의 사람은 이현세의 만화와는 다르게 허리에 끈을 묶고 있어.
이것은 그 사람을 아래로 떨어지지 못하도록 묶고 있는 끈이야. 그는 절대로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거야.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을 끌어올릴 수 있게도 하지. 구조대원들이 구조하러 물 속에 들어갈 때 자신의 허리에 끈을 묶고 가는 것처럼.

끈의 소재는 다른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어. 박흥용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란 만화에서 얻은 거야. 옛날 우리의 어머니들은 아이를 곁에 두고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아이들을 기저귀 천으로 묶어서 다른 한쪽 끝을 나무에 매어두곤 했나봐. 그리고 자신은 밭을 매고, 빨래를 했지. 아이는 기저귀에 묶인 채 엄마를 계속 불러대. 엄마에게 가고 싶어서 울면서 불러대지. 그런데, 말이야 아이는 끈이 묶여 있어서 가고 싶어하는 엄마에게 갈 수가 없어. 엄마는 '오냐, 오냐, 조그만 기다려라.'하면서 계속 빨래를 하지. 만일 엄마가 아이를 묶어 놓지 않으면 엄마는 빨래를 할 수가 없지. 혹시나 아이가 돌아다니다가 물에 빠져 버리기도 하니까.

그래서 아이를 묶어 놓은 끈을 따라가면 엄마를, 엄마의 사랑을 만날 수 있대. 엄마에게서 떼어 놓은 끈인 것 같지만, 결국은 아이의 생명을 구하고 있는 엄마의 더 큰 사랑 말이야.
그러니까, 끈은 엄마의 사랑, 아이의 생명줄이야.



'사랑이 생명이다' 그래서일까, 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이 이미지가 너무 좋아졌어.

2월 수업에서 네가 책 발표하고 나서, 이런 네가 떠오르더라. 네게 지난번 발표한 책의 서문을 들을 때, 이 생각이 가득했어. 넌 절대로 잡은 손을 놓지 않을 사람이기에..... 그렇다면 너를 묶어주는 끈이 필요할 거라고. 너를 안전하게 하면서도,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끈. 너는 이미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끈으로 묶여 있는 것처럼 보여. 아마도 ‘어머니! 저를 묶는 끈이 되어주세요.’에서 ‘어머니’ 부분에, 네 경우에는 ‘하나님’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봐.

그리고, 나도 너에게 무언가 힘을 실어주고 싶었어. 내가 너를 묶어 줄 수 있는 끈은 아주 가늘고 별로 힘도 못 쓰겠지만 말야. 여러 사람이 너를 묶어주면 그땐 큰 힘이 되잖아. 나도 보태고 싶어.

너는 절대 손을 놓지 않을 사람이기에.


Hestory and Mestory

자신의 발표 시간에 벙글벙글 웃어가며 말하는 그놈이 너무 이뻐서 묶어서 집에다 데려다 놓고 싶은 욕심이 또 일었다. 내게 녀석에게 주고 싶은 끈은 묶어서 집에다가 가둬두는 끈이 아닌데, 번지점프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처럼 자유를 주는 끈인데, 아이가 놀다가 마루에서 떨어지게 않게 묶어놓은 기저귀끈 같은 것인데..... 받은 게 많으니 나도 보답이란 것을 하고 싶은데, 웃는 모습이 시원해서 탈이다.

작년에 이 녀석을 처음 봤을 때, 키만 겅둥 큰 약간 치기어린 아이처럼 보였었다. 두 번째는 과거에 대한 수업을 했을 때였다.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다가 깡패로 보이는 사람을 때리고 도망쳤다는 얘기를 들었던 날. 지하철에서 껌을 파는 할머니에게 껌을 매번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날. 호주머니 속에 껌을 살 돈이 없어서 껌을 같이 팔아주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던 날. 아, 이놈은 쌀집오빠와 꼭 닮았구나. 우습게보다가 어느 샌가 그의 진심에 중독되어 버리게 되는 사람. 내게 그런 독이 되겠구나 했었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 옆을 절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 사람, 쌀집오빠가 겹쳐 보이는 사람이라니, 내가 중독될 가능성이 아주 농후한 놈이다.

희석 그는 외로운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내색이 없다. 가끔은 그래서 더 외로워 보인다. 울지 않는 아이같다. 아이들은 울어서 의사를 표현한다. 말을 하지 못할 때 그렇다. 말을 해도 그렇긴 하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안다면 아이는 울음을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누군가를 조르기 위한 수단으로 그것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희석의 내색 없음이 그래 보인다. 희석이의 울음을 들을 사람이 없어 보인다는 것.

내가 이렇게 희석을 보는 시각이 반영된 탓일까. 이 녀석, 자신이 어려움을 겪어봐서 그런지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 돕는데 주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강의를 하고 있는 이 녀석. 지난 수업에서 이번 해에 쓰게 될 책의 서문을 발표하면서 자신이 강연을 가는 곳의 이야기를 했었다. 이화여대복지관. ‘새날을 여는 사람들’이란 이름으로 쓰인 서문은 희석의 바램과 비전을 담고 있다. 강의를 통해서 만나게 되었지만 강의가 끝나고도 계속적인 관계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 ‘인생을 바꾸는 세 가지 힘’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 그 책에 실려있다.
IP *.72.1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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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2.16 01:13:46 *.72.153.12
뭔가 글을 쓴다는 것 앞에서는 긴장부터 합니다.
자신을 소개는 것, 그리고, 아는 사람 누구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는 것..... 역시 긴장입니다.

많은 피드백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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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
2008.02.16 05:33:50 *.60.237.51
누나는 참 열심히 하는구나... 재미있는 책이 되겠다! 고맙다는 말도 한번 제대로 못했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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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02.16 07:50:16 *.128.229.249
좋다. 매력이 있다.

화실일기가 충동을 주는 구나.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한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따라하고 픈 울렁거림이 있다. 서툴음이 사람을 이끄는구나. 스스로 시작하게 하는구나. 첫 걸음,뒤뚱거림, 긴장, 흥분이 뒤덮게 해라.

꿈 그림 역시 좋다. 이야기로 가라. 12개의 감동적인 기원이 담기게 해라.

작년에 읽었던 책들 중 너를 적셨던 것들을 음미해라. 아마 대여섯 권 정도는 여러번 읽으면 좋겠다.

생각의 탄생을 반드시 읽어라. 도움을 줄 것이다.

일년 내내 이 책을 끼고 살아라. 너의 인생이 걸린 멋진 탐험이 되겠구나. 너는 도약할 것이다. 다른 차원의 삶으로 올라 타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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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16 08:38:42 *.70.72.121
평소에 하던 말을 제대로 꼼꼼히 적고 충분히 응용했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처음부터 화실일기가 너의 독특함으로 승부 걸 수 있는 것으로 보았으니까.

정화야, 너에게 이렇게 놀라게 하는 힘이 있어. 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내 생각에 자신이 늘 생각하고 느끼는 그것으로부터 출발해서 나가는 것이 가장 힘 있고 정직한 자신의 글이 되지 않나 싶어. 자신에게 충분히 다가갈 수 있을 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잡아 끌 수 있지 않을까? 평소의 노력을 그대로 담아나가면 될 것 같아. 우선 너를 구원할 수 있잖아. 그것이 만 명이나 천 명을 도울 수 있는 원천이 아닐까 해.

그리고 본문을 꼼꼼히 읽고 연결어미들을 제대로 수정하면 좋겠다. 나도 그렇지만 너도 이 부분에서 늘 어떤 분리 현상이 일어나는 듯한 생각이 들기도 해.
어쩌면 글보다 마음이 먼저 앞서가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훨씬 매끄러워 지고 편안할 것 같아. 바탕인 그림이 있으니 실제의 사실을 응용한 스토리 연결만 스므스하게 엮어나간다면 독자들의 호기심과 가독성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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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2.16 09:17:17 *.72.153.12
사부님, 부지깽이 사부님.
제가 보지 못한 저의 부분을 봐주시고 들쑤석거려서 불을 지속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진보다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어서 기한이 남았음에도 치열하지 못하고 올렸습니다.

모험을 즐기면서 계속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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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2.16 09:23:13 *.72.153.12
도윤, 늘 같이 해주어서 고마워. 자신의 세계를 잔잔히 보여주고 있잖아 넌. 깊어서 소리 없이 흐르는 강. 용사의 울음이 타는 강.
네가 이번 the Imaginary day를 쓰고, 영웅 서사시를 쓸 때까지 계속 같이 하고 싶어.

써니 언니 땡큐. 글을 쓰면 언니에게 보일께. 봐줘.
의식과 글의 속도 맞추는 법 배우고 싶어.
그림에서도 의식과 그리는 속도를 못 맞춰서 지맘대로 날아가기도 해.


언니, 알랜 B. 치넨 책 [인생으로의 두번째 여행] 나 그거 빌려줘. 제본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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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뎀뵤
2008.02.18 00:58:32 *.133.220.186
‘화가 베티는 뭐라고 하는 거니?’ 중에서 -> 요거 무지 잼있어요. ^^
나도 종이 안 보고 따라 그리는 그림 한번 해 보고 싶어졌어요~
앞으로의 글들 쭉쭉 기대할께요!

난 언니가 그림 공부를 많이 한줄 알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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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2.18 07:21:30 *.72.153.12
다뎀뵤 고마워.

헤헤 내가 제대로 사기쳤나봐. '화가 베티'를 알고 있는 정도로 그림관련책을 혼자 보며 몇가지 따라 했지. 아주 오랫동안 그리고 싶어했으니까.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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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
2008.02.19 13:53:51 *.227.22.57
일취월장하는구나. 좋다.

나는 다른 얘기 하나 할께. 2부에 우리 연구원들의 꿈 이야기가 있어서 참 좋은데 조금 걱정되는 것도 있네.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읽어도 그 사람의 꿈이 느껴지도록 쓰는게 중요하면서 또 어려울 거 같아. 그래서 그 사람사람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를 더하는 건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그럼 또 책의 맛이 줄어들 것도 같고... 아무튼 그냥 그 개인에게 쓰는 편지에서 그쳐서는 안될 것 같아. 이건 뭐 문제 제기만 하고 답은 없는 식이네.

그리고 한 가지 더! 카메라를 이용해서 그림을 찍지말고 스캐너를 이용하면 좋겠어. 카메라를 이용하니까 색도 선도 다 잘 안 살아나네. 요즘 저가형 스캐너도 많으니까 그것들중에 한놈을 골라잡길 권해요~ 그럼 화실일기가 한층 밝아질 것 같아. 미리미리 그린 것들을 스캔해놔야 나중에 편하쥐~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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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8.02.19 15:38:56 *.73.2.115
정화언니야... 언니의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콩닥콩닥..
정말 언니로서 밝게 빛나는 한폭의 그림같다.
열심히 그리고 열심히 써요.
정말 멋진 책이 나올거 같아.

그리고 참고로... 나도 종윤오빠 의견에 한표.
2부를 말이쥐.. 좀더 대중적이고 객관적으로 그러면서도 개앤의 향이 울어나오는 맛깔스러운것으로, 끌어낼 방법을 요리조리 생각해봐야 할거같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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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8.02.19 17:38:43 *.73.2.115
근데 언니야. 나 언니 목차 보면서 떠오른건데..
2부의 13명의 이야기 있잖아.
나는 동화로 쓰고 언니가 그림을 그려주면 정말 멋질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옹박의 미래동화처럼. 우리 나중에 공저해볼까?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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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2.19 19:19:45 *.72.153.12
종윤, 소현 그림이 흐린거 인정. 스캐너는 고려해 봐야겠어.

2부 맛뵈기에 나온 건에 대해서는,
어제 예전 직장의 동료들을 만나서 얘기하는 자리에서,
그림을 보여주고서는 얘기하고는 한참을 설명해야 했거든.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은 뭔가 부족하다는 거겠지.
내가 느꼈던 울림을 다시 재생해서 타인에게서도 울리게 하려면, 지금의 것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정보가 더 필요할 거야.
계속 써야할 것 같다. 뭔가 더 필요하니까. ^^*

소현, 동화 같이 하는 것 좋아. 좋아. 좋아.
그런데, 너 왜 책 안올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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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2008.02.26 09:29:52 *.244.218.9
오, 재밌는데요???

저처럼 미술과 아무 관련없는 사람도,
스케치 쉽게 하기..뭐 이런 제목의 책이 있으면 서점에서 한번
뒤적여보고 가거든요.

제 눈에는 신선하고 흥미로운데, 화가분들께는 어떤 느낌이실지 갑자기 궁금해지는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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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2.26 18:16:29 *.72.153.12
소정씨 ^^*
스케치 쉽게 하기는 저도 서점에 서서 한번 후르륵 봤어요.
이미 쉽게 하고 있는 사람들은 뭐라고 그럴지..... 저도 궁금합니다.

두서 없이 올려둔 블로그에 인사말 남겨주신 분 중에, 성인반 취미미술을 가르치시는 분이라고 하면서 '그림을 배우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어려워하는 구나'라고 하신 분이 있었어요. 다른 분들도 그러시는지 궁금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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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08.02.28 09:47:12 *.92.16.25
구체적으로 보니까 지난 번 발표할 때보다 더 생동감있고 잘 나왔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좋은 책이 나올 거 같다.

위에 사람들이 말한 거는 빼고 몇 가지만 이야기하겠다.
서문이 너무 짧다. 책을 쓰는 목적이 분명해서 좋긴 한데 뭐랄까 독자를 잡아끄는 에피소드나 예화 등이 있었으면 좋겠다.

2부 꿈 그림 일지는 샘플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명확해서 좋다. 근데 이 책의 의도 중의 하나가 독자가 한번 따라해보면서 배우고 그런데 있다면 꿈 그림을 어떻게 그려 나가야 하는지, 난 어떻게 그려왔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단락이 있었으면 좋겠다. '꿈을 그려보자'라는 목차를 추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독자들이 비쥬얼하게 꿈을 그려볼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인물에 대해서 꿈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은데, 난 장면에 대해서 한번 그려보고 몇 개의 샘플을 넣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5천만의 꿈에 올라와있는 꿈 풍광을 보면서 범용적이고 생생한 꿈을 몇개 추려서 한번 그려보고 덧글로 올려주는 건 어떨까? 반응도 보고.

나중에 꿈 프로그램할 때 정화의 꿈 그림 전시회를 넣으면 재미있겠다. 복채도 받고.ㅋㅋㅋ

정화야, 피드백이 늦어서 쏘리~.
열나게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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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8.02.29 16:31:05 *.72.153.12
병곤 선배 고마워요.
여러 사람이 얘기해 주니 이것저것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네요.
나 자신이 이해하는 것으로 족했던 짧은 글들... 절차를 거치지 않고 훌쩍 뛰어넘어가 버리는 설명들... 흐흐흐.

꿈그림에 대해서, 1부와 2부가 왜 서로 보완적인지, 1부의 의미와 2부의 의미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실히 하겠습니다. 그러면 모호한 부분들이 드러나겠지요.

열나게 쓸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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