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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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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顯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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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7일 00시 18분 등록
써니 누나의 첫 책에 솔직히 어떻게 조언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피해가고 싶었다. 여러 사람이 조언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누나가 조언을 달라고 하는데 피하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

우선, 이 말부터 하고 싶다. "모든 슬픔과 상처는 그것을 이야기로 만든다면 견딜만하다." 어느 책에선가 본 문장이다. 누나의 글쓰기는 치유와 구원이 핵심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써야 한다.

몇 가지 내 생각을 메모 형식으로 써볼까 한다. 누나 글은 거침 없음이 매력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래야 한다고 본다. 나도 한 번 그렇게 해보자. 돌려 말하지 않겠다. 조언을 받고 안 받고는 누나가 결정할테니까.

* 목차, 좋다. 목차에 스트레스는 받지 않아도 괜찮겠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끄집어 낸다. 목차는 출판사에 넘기기 전까지 저자 맘대로 바꿀 수 있다. 지금 목차도 매력 있지만 그것에 갇힐 필요는 없다. 특히, 자서전이라면.

* 저자소개는 사부님이 써주신 것을 잘 활용해보자. 우리는 누나를 안다. 허나, 출판사 사람들은 누나를 모른다. 그들은 첫 인상과 짧은 발표로만 누나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거짓말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누나의 진면목을 잘 알 수 있도록 배려하자는 뜻이다. 지금의 저자소개에 사부님 버전을 잘 섞어보자.

* '2. 주제 : 나는 왜 이 책을 쓰려고 하나?', 이 질문은 중요하다. 이 질문의 독자 관점에서도 해보자. '독자는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나?', 이 질문의 답을 찾아서 정리해라. 그리고 그것을 '2. 주제'에 넣는 것이 좋겠다. 3월 8일은 연구원들을 설득하는 자리가 아니라, 출판사 사람들을 설득하는 자리이다. 출판사 사람들은 '이 책의 가치는 무엇인가?'를 속으로 묻고 또 물을 것이다.

누나의 책이 독자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일까? 자서전의 주인공은 누나다. 독자들은 궁금할 것이다. '이 사람이 무엇을 겪었는지, 그리고 거기서 어떻게 그 궁지에서 빠져 나왔는지(빠져나오려고 무엇을 하고 했고 하고 있는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답이 잘 나온다면 다행이지만, 잘 안 나올 수도 있겠다. 주변 사람들, 써니를 도와주라. 써니의 도움을 받은 많은 벗들이여 그녀를 도와주라.

* 서문에서 어찌 느닷없는 변명의 뉘앙스가 풍긴다. 누나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주제 : 나는 왜 이 책을 쓰려고 하나?'를 서문으로 가지고 와라. 그리고 누나의 가장 깊은 상처, 혹은 아름다운 장면 하나를 거기에 더해라. 그 장면은 분명히 누나가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한 후에 반추할 수 있었던 장면일 것이다. 그 장면이 상처라면 글을 쓰면서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게 되었는지 써보자. 아름다운 장면이라면, 그 장면을 쓰면서 내가 어떻게 구원 받았는지 역시 누나답게 써보라.

* 서문과 마무리 글도 반드시 써보자. 그리고 출판사 사람들에게 보여주자. 서문의 명칭을 '시작하는 글'로 바꾸고, 책의 끝에도 마무리 글을 넣자. 마무리글 명칭은 '다시 시작하는 글'이다. 누나는 이 책을 통해 치유되고 구원 받아 다시 태어나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마무리글은 결국 다시 시작하는 글이다.

아니면, 이렇게 해볼까?

프롤로그_죽음
에필로그_재생(부활)

어떤 형태를 취하든, 마무리글은 있어야 한다. 자서전을 고르는 이들은 서문과 마무리글은 꼭 보는 것 같다.

* '사실'이라는 벽에 갇히지 말자. 거짓말을 쓰라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 그것은 쉽게 왜곡될 수 있다. 자서전은 현재의 조명을 받아 과거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감정'과 '의미'가 부여됨으로써 과거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 누나는 겪을 것을 다 겪었다. 거기에 의미를 부여할 권리와 자격이 있다.

* 책으로 나올 양보다 3배는 더 쓰자. 양이 질을 좌우한다. 양적 축적이 질적 변화를 가져온다. 그리고 그 변화가 막힌 곳을 뚫어 줄거야. 뚫리면 그게 작은 혁신이자. 그런 뚫림이 계속 되는 것이 오래가는 혁신이야. 누나라면 할 수 있을 거야.

* 글을 쓸 때는 늘 열려 있으라. 글쓰기가 치유와 구원이 되려면 열려 있어야 한다. 많이 쓰면 자연스럽게 열려 있을 수 있겠지만, 늘 열려 있겠다는 다짐을 가슴에 박고 글을 쓰자.


누나,
써 놓고 보니, 조언이 너절해 보인다.
미안해.

삶이 깊지도 넓지도 않아서 그런가 봐.

아... 마음 만큼 안 된다. 속상하다.
IP *.6.17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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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2008.02.27 00:40:12 *.70.72.121
천만에. 고마워. 이런 글이 좋아.

돌아온 탕자여, 그대 이름은 선배 확실히 맞다. 그래서 승완이라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말씀하시던 사부님 말씀이 생각나네.^^

한 사람이 여러 몫을 해낼 수 있음을 너로 인해 내가 믿고 알게 되었다.

나 죽어야 하는 거 맞다. 네가 날 가차 없이 죽여주는 구나. 친구이자 스승인 작은 스승이 더 무섭다.

차분히 읽어보며 다시 생각할게. 최대한 가능한 대로.

무겁고 복잡하고 얽히는 것들은 쓰면서 나아질 수밖에 없다는 걸 특히 내 경우에 많이 느끼고는 해.

있잖아, 이렇게 생각했다. 쓰면서 생각이 절로 들더라. 그래서 3번 쓰라는 말 이해해.
1판, 샅샅이 고집스럽게
2판, 중년여인처럼
3판, 가뿐하게 날다/ 아주 간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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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2008.02.27 09:02:06 *.47.187.34
누나, 내 조언 중에서 누나가 납득할 수 있고 뭔가 가슴으로 들어오는 것만 잡아. 하나도 취하지 않아도 괜찮아.

조언이 어디 그것이 반영되는 것만이 좋은 것인가, 조언한 사람의 마음과 의미를 이해하면 그것이 좋은 것 같아.

누나, 3번은 써야 해요. 초안도 세 번, 고치는 것도 세 번. 적어도 세 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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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27 16:10:32 *.70.72.121
문자 한 번에 이렇게 애정을 담아 실어주다니 그게 당신이네.

잘 새길께 선배야,

외출하고 돌아왔는데 마음이 동할 때 찬찬히 살펴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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