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연구원

연구원

2008년 3월 4일 09시 40분 등록
#5 서문 - 엉덩이의 얼얼한 아픔

공무원이 죄인인 세상이다. 특히 정권 교체기의 공무원은 지난 정부의 모든 책임을 안은 체, 죽을 날을 기다리는 커다란 황소처럼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 대통령 당선자가 발표되고, 인수위원회 활동이 끝나는 49일이 그랬다. 공무원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고, 없어지는 부처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었다. 작은 정부 구현과 공무원 감축이라는 대 원칙이 정치권에 가서 탈바꿈을 하였다. 죽은 자가 다시 살아오고, 사라졌던 이름들이 다시 합쳐서 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보건복지부와 여성부가 합쳐져서 보복녀(보건복지여성부)라는 이름도 거론되었다. 정당들의 파벌 싸움과 힘겨루기로 작은 정부가 아니라 이상한 정부가 되었다.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검증 청문회 때에는 더욱 그러했다. 강남 부자로 불리어지는 지체 높으신 분들은 서민들과는 전혀 따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그들끼리 상식으로 통했던 이야기들이 신문지상과 국민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였다. 결국 세 명의 장관후보자가 사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장관과 차관 인선이 끝나고 나면, 거대한 인사 태풍이 휘몰아 칠 것이다. 참여정부가 시작될 당시에도 이러한 큰 혼란과 함께 시작되었고, 또 혼란과 함께 끝을 맺었다. 정권 교체기 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공무원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100대 1의 경쟁률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1,000대 1일이라는 천문학적인 기록도 나오기도 한다. 45만 명의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한 시험공부를 한다고 한다. 한해에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인원은 기껏해야 3만 명 수준이다. 취직자리가 줄어들고 평생직장이 무너져 버리는 사회 현실의 반영된 부분도 있지만, 결국 우리 사회가 편한 것을 중요시 하는 반증이기도 하다. 젊음의 패기와 열정, 그리고 자기에게 주어진 천부적인 달란트를 포기하고 편한 공무원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은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이다. 공무원이 편한 사회, 끝까지 아무런 변화 없이 안정을 구가하는 사회에서는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 실제 밖에서 본 안전빵 공직생활과 실제 공직생활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무원들의 시대적 자화상을 그려보고 싶었다. 공무원이 사회의 죄인인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 되는 시대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체로 네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다. 자기 기준이 아닌 권력의 눈치를 보고 일이 결과나 효과에 관계없이 무조건 지시에 따라 일을 수행한다. 현재만 있고, 과거와 미래가 없다. 두 번째 유형은 군림하는 공무원이다. 공공업무는 늘 통제와 서비스라는 두 가지 상충된 목표가 존재한다. 가령 세관공무원은 밀수를 막아 세금의 탈루를 막는 통제 업무도 있지만, 기업들이 원활하게 수출입 업무를 지원해줘야 하는 업무도 있다. 두 가지 역할이 바뀌게 되면 기업들이 엉뚱한 곤혹을 치른다. 세 번째는 부패한 공무원이다. 청렴하지 않으면 업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 또 한순간에 쌓아온 탑을 무너뜨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무사안일한 공무원이다. 규정을 지키고 정해진 범위 안에서 업무를 처리하지만, 그 이상의 일은 하지 않는다. 책임이 될 만한 일은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미심쩍은 일은 부하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가장 많은 형태이면서 식별이 곤란하다. 이런 공무원이 많은 사회는 당연히 발전이 없을 것이고 혼란한 사회가 될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단지 말 대신 차를 타고 다니고, 붓과 종이 대신에 컴퓨터를 통해서 일을 하지만, 목민하는 기본적은 자세는 변한 것이 없다. 바로 애민정신과 봉사정신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선진국 공무원들의 사례로 나오는 것이 바로 싱가폴 공무원이다. 공장을 짓는데 불과 일주일이면 처리가 되고, 대기업보다 유능한 공무원들이 민간기업보다 더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빠르고 정확한 업무처리, 빠른 의사결정, 규제 없는 지원행정, 그리고 유능한 공무원들이 싱가폴, 두바이, 아일랜드를 바꾸어 놓고 있다. 최근 주식회사 장성군이라는 공공부분의 대표적인 혁신 사례도 있다. 공무원이 변화면 나라가 변하고, 사회가 변한다. 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장성군은 교육을 통하여 혁신의 발판을 마련하였고, 싱가폴과 두바이는 비전을 세우고 역경을 헤쳐 나가는 힘을 가진 걸출한 리더가 있었다.

처음 엉덩이에 매를 맞은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첫 체육시간이었다. 호랑이 별명을 가진 체육선생님의 심기를 건드린 대가는 상상외로 컸다. “이 새끼들 엎드려” 호랑이의 포효를 듣자마자 추풍낙엽 쓰러지듯이 엎드렸고, 엉덩이 위로 사정없이 몽둥이가 쏟아졌다. 이미 매를 맞은 친구들은 엉덩이의 따끔한 아픔에 울상을 지었고, 아직 맞지 않은 친구들은 다가올 아픔에 인상을 찡그린다. 내 옆의 친구 엉덩이에 퍽! 퍽! 퍽! 소리에 가슴을 졸이다가, 내 엉덩이에 사정없이 몽둥이가 내리친다. 맞았다는 안도감과 엉덩이의 아픔이 교차하였다. 그 다음 체육 시간부터는 자동으로 모든 것이 돌아갔다. 아마 체육선생은 엉덩이 얼얼함의 비밀을 직관으로 알고 있었다. 맨 첫 시간부터 군기를 잡아놓으면 일 년이 편했다. 순간의 선택이 한 학년을 편하게 보낼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졸업을 하고, 호랑이 선생을 기억하는 친구들은 많지 않았다. 강압에 의한 엉덩이의 아픔은 그 시기에만 반짝하였을 뿐, 오래 가지 않았다. 또한 나는 잘 했는데, 일부 몇몇 학생들의 잘못으로 모두를 처벌하는 것도 불만이 많았다.

공무원 엉덩이 때리기는 관점의 변화이다. 공무원이 안정적인 신분을 유지하는 근본은 국가와 특별한 권력관계이기 때문이다. 특별권력 관계가 공무원에게 정치나 사회의 일정한 제한을 옭아매는 족쇄인 반면, 평생 동안 안주할 수 있는 하나의 견고한 온실이 된다. 시간이 지나 공무원을 그만두게 되면 다시 냉정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점점 온실의 크기가 줄어들고 있고, 노후를 위한 연금도 금액이 줄고 있다. 수명이 연장되어 퇴직을 하고도 많은 기간동안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도 공무원 퇴직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고 한다. 변화의 기회를 잃어버리면 잃는 것도 많아진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자화상을 그려보았다. 공무원의 자화상은 무엇일까? 공무원의 관점에서 공무원을 보려고 노력했다. 단순한 비판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찾았다. 뾰족한 대안이 없는 문제들도 있었다. 공무원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다. 공무원은 사회와 동 떨어진 독립적인 존재는 아니다.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2부는 나의 공무원 생활을 돌아보았다. 19년 동안 경험하고 보았던 공무원 생활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공무원 생활에 대한 편견을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3부는 공무원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대안을 적어보았다. 역사 속에서도 찾았고, 눈을 돌려 해외에서도 찾아보았다. 공무원이 제대로 일을 하는 사회가 된다면 좀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혼자서 책을 썼다면 십중팔구 중도에 포기하였을 것이다. 그 중심에 구본형 사부님이 계셨다.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을 알려주셨고, 글쓰기의 기쁨을 주신 분이다. 책을 쓸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셨다. 사부님은 서울 파견근무가 시작되면서부터 운명적으로 만났고, 그 분의 연구원으로 1년을 보냈다. 사부님과 함께 한 3년이 내 인생의 가장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3기 연구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1년 동안 같이 공부하면서 정도 많이 들었고 추억도 많았다. 몽골의 드넓은 초원에서 말을 달린 기억은 평생 남을 것이다. 12명의 친구들은 책을 쓰는 내내 힘과 용기를 주었다. 가장 감사해야 할 사람이 있다. 바로 사랑하는 나의 아내다. 정신적 지주이고, 충실한 조언자이며 평생지기 친구이다. 주말부부의 바쁜 주말에 연구원 숙제를 한다고 남편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나의 희망, 원영과 수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IP *.99.242.60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08.03.04 17:57:33 *.70.72.121
비장함으로 쓰는 느낌이 들어. 새정부로 바뀌어서일까? 공무원이 공무원 엉덩이를 함부로 때릴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 기대감 때문일까?

나는 그대가 죽기를 각오하고 마치 시소를 타듯 경계를 잘 넘나들면서 쓰면 우리 가운데 가장 멋진 책이 나올 꺼라는 확신이 드네. 내가 너무 잘 써먹나?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아다리가 잘 맞아야 하는 건데, 어때? 죽기살기로 써보는 거야. 변화와 컨셉이 너무 잘 맞아 떨어지고 마음 가짐이 좋아. 힘껏 달려보시게.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8 행복한 중독, 변화를 부르는 중독의 새로운 패러다임 [16] 香山 신종윤 2008.02.19 3388
407 -->[re]3월 8일 pre-book fair 발표- 8명 [1] 부지깽이 2008.02.19 2627
406 ---->[re]기획력을 실습하는 좋은 기회 명석 2008.02.19 2341
405 -->[re]4. 목차 (세부) [2] 도윤 2008.02.20 2525
404 -->[re](수정) 주제.... 셈플..코멘트 부탁드립니다. [5] 한정화 2008.02.20 2149
403 -->[re]서문, 이렇게 써도 될까요? [3] 香山 신종윤 2008.02.21 2462
402 -->[re]너절하지만 마음으로 쓴 조언 [3] 顯山 2008.02.27 2388
401 -->[re]다시 쓰는 서문 [6] 香山 신종윤 2008.02.27 2221
400 수정기획안 - 내식대로 나이들기 [8] 한명석 2008.02.28 2796
399 -->[re]샘플글추가-세컨드라이프를 위하여 [3] 한명석 2008.02.29 2503
398 3월 8일(토) Pre-Book Fair 공지 [10] 박승오 2008.03.03 2788
397 -->[re]공무원 엉덩이 때리기-저자 및 목차 [1] 素田 최영훈 2008.03.04 2743
» -->[re]공무원 엉덩이 때리기 - 서문 [1] 素田 최영훈 2008.03.04 4496
395 -->[re]공무원 엉덩이 때리기-전봇대 두개 수정분 [1] 素田 최영훈 2008.03.04 2665
394 -->[re]3월 8일(토) Pre-Book Fair 발표준비 [4] 부지깽이 2008.03.07 2670
393 Pre-Book Fair 발표 현장 모습 [9] 신재동 2008.03.10 2873
392 나의 첫 책 : < 킹 핀 > [11] 여해 송창용 2008.03.14 2920
391 제 2 차 pre-book fair 4 월 12일 [2] 구본형 2008.03.14 2785
390 -->[re]Pre-Book Fair 동영상 박승오 2008.03.14 2565
389 2차 pre-book fair [4] 박노진 2008.03.16 2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