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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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7일 11시 46분 등록

명예퇴직과 정리해고, 청년실업 100만, 88만원 세대, 빈부격차 증가

이 중에 어느 하나라도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럴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런 말들이 심장에 닿을 듯 선명하게 느껴지는 시대의 복판에 우리가 살고 있다. IMF라는 공포가 우리 삶 속으로 쳐들어온 지 불과 10년만의 일이다. 대학을 졸업하면 당연히 취직을 하고, 그 직장에서 평생 돈을 벌어 결혼하고 집을 사고 아이를 키워나가는 부모님 세대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믿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직장과 개인은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접점에서만 의미를 가질 뿐이다. 그리고 서로의 요구가 해소되는 순간 다시 다른 형태로의 결합을 찾아 미련 없이 뒤돌아 서게 된 것이다.

이렇게 달라진 세상은 소수의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그들은 IMF의 폭풍 같은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폭락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의 기회를 찾아내고,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는 주식 시장에서도 경기 회복에 대한 가능성을 읽어냈다. 이들에게 위기는 그저 기회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그들은 그 혼란스러움 속에서 역사 이래 최대의 황금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저만치 앞서 달려나가버렸다.

또 그들은 달라진 고용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직장은 사라지고 직업만이 존재하는 조류 속에서 그들은 멋지게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적절한 경력 쌓기와 숙주 옮기기를 통해 몸값을 불려가며 화려한 경력 지도를 그려나갔다. 일부의 사람들은 더욱 다양해진 기회를 딛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기도 했다. 그들은 과감하게 조직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기회의 사각 지대에서 그들은 자신만의 가능성을 발굴해냈다. 그들 역시 힘껏 앞으로 달려나갔다.

사회는 앞서 나간 이들의 이야기에 열광했다. 그리고 그 뒤에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뒤처진 이들은 달려나간 이들의 질주에 시기와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고, 그 간극을 따라잡을 방법은 묘연하다. '나는 현재 몇 등이며 몇 등으로 죽게 될 것인가?' 어떤 이는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등수를 매기는 것이 불쾌하다고 할 것이고, 또 다른 이는 그런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고도 하겠지만 누구도 이런 세속적인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저만치 앞으로 내달리는 사람을 따라잡고 싶은 마음을 초월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없다. 그런 경지는 돈을 벌어 부자가 되는 것보다 훨씬 이루기 어려운 법이다.

더 늦기 전에 역전을 준비해야 한다. 이것은 그저 경제적인 석차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잃어버린 자아의 정신적 주권을 회복하는 것이고, 내가 태어난 이유를 찾아 그 꽃을 한 번쯤 활짝 피워 올리는 것이다.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도약의 기대 대신 도태의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역전은 그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더 이상 역전은 없다. 눈부신 역전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지금까지 해온 대로 대충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다. 남의 강요를 통해 역전을 이루어낸 사람을 우리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처지에 분노하지 않는 사람을 벌떡 일어서게 할 재주를 나는 갖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이 포기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쳐야 미친다.

이 책은 미치는 것에 대한 책이다. 그것도 그냥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미치는 것에 대한 책이다. 가슴 속 깊은 어딘가에 봉인된 열정에 불을 싸질러 그것이 밖으로 뛰쳐나오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책이고 그 불길에 타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앞으로 달음질 치게 하는 것에 대한 책이다. 그리고 그 힘으로 자신을 붙들고 있던 족쇄를 단숨에 끊어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의 중앙에 바로 중독이 있다.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한 터질듯한 분노와 역전에 대한 갈망이야말로 우리가 중독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첫 번째 이유인 것이다.

우리가 중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그 안에 폭발적인 에너지가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독은 멀쩡히 회사를 다니던 가장을 도박에 빠뜨려 단 몇 개월 만에 거리의 노숙자로 전락시키고, 평범한 가정주부를 인터넷 채팅으로 내몰아 한 가정을 완전히 풍비박산 내버리는 놀라운 변화의 힘을 품고 있다. 노숙자가 되어 거리에 나앉도록,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가정이 박살 나도록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중독이 가진 에너지는 마치 미끄럼틀과 같아서 일단 엉덩이를 살짝 대고 올라타면 바닥에 확! 처박힐 때까지 도무지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이 폭풍 같은 에너지에 재갈을 물리는 방법은 없을까? 그리고 재갈물린 중독을 몰아 내가 원하는 곳을 나아갈 수는 없는 걸까? 바로 이 긍정적 중독에 대한 질문이 이 책의 시작이다.

세 번째로 우리가 중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대단히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을 배우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우린 저절로 그리 된 사람들의 존재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중독은 그저 우리 안 어딘가에 내재된 본능이 발휘된 것일 뿐, 무엇을 어떻게 억지로 해보자는 인위적인 것이 아니다. 이처럼 중독의 코드는 유전자 속 어딘가에 깊이 새겨져 있는 우리의 일부분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이렇게 DNA에 새겨진 중독의 메커니즘을 밝혀내서 그 방향을 우리가 꿈꾸는 목표와 정렬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루게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중독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바로 그것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다. 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적절한 식사 조절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는 식의 충고는 소용 없다. 그것은 그 조언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지켜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단식과 같은 극약 처방이다. 단식은 모든 곡기를 끊어냄으로써 자신을 온갖 해로운 것으로부터 절연시키는 것이다. 밥과 주전부리를 구별하는 노력에서조차 벗어남으로써 자신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몸에 새기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독은 정신적인 단식이다. 단식이 비움으로써 자신을 절연시키는 것이라면 중독은 하나로 가득 채움으로써 다른 불필요한 것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이제 더 이상은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살 수 없노라고, 이제부터는 다르게 살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이다. 과거를 벗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중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대단히 부정적인 것들 뿐이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보자. 지구는 단 한 순간도 평평했던 적이 없지만 과학과 기술에 의해 기회를 얻기 전까지는 자신이 둥그렇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었다. 푸른 곰팡이는 의학의 힘을 통해 페니실린으로 거듭나 수많은 생명을 구하기 전까지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인정받지 못한 채 해로운 그 무엇인가로 매도 당해야만 했다. 중독은 아직 그 뒷모습의 한 언저리만 우리에게 드러냈을 뿐 아직 고개를 돌려 그 환한 웃음을 우리에게 지어줄 순간을 만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과학, 의학 그리고 기술의 조명이 그곳을 비추는 순간 중독의 역사는 새롭게 기록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 책은 중독의 숨겨진 가치를 발굴해내는 가슴 벅찬 탐사인 동시에 기존의 가치에 대한 작은 저항이자 도전이다. 그와 더불어 이 책은 한 개인의 혁명 선언이다. 더 이상은 지금처럼 살지 않겠다는 평범한 한 사람의 변화에 대한 갈망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매일매일 저주처럼 반복되는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겠다는 절박함이 나로 하여금 많은 밤을 지새우게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중독에 대한 책이기에 앞서 변화에 대한 책이다. 지금 서있는 자리가 어디이든 어제와 다른 오늘을 찾아내려는 사람 그리고 눈부신 도약과 역전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중독에 감춰진 긍정적인 열정과 에너지에 주목해야 한다.

밥벌이의 책임에 굴복한 채 매번 물러서기만 했던 사람에게 오늘보다 더 좋은 기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허울만 좋은 내일은 어쩌면 영영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금 바로 시작하라. 당장 하루를 우뚝 세워라. 9회말 역전의 찬스에서 타석으로 향하는 타자의 마음으로 오늘의 자신과 마주하자. 매번 다음 시즌을 기약하면 맥없이 타석에서 물러나올 수는 없다. 변화에 대한 타는 듯한 목마름으로 타석에 나서는 여러분이 재갈 물린 중독을 방망이 삼아 멋진 역전의 홈런을 날리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그 역전을 발판 삼아 힘차게 도약하길 가슴 깊이 응원한다.

여러분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미칠 것 같은 마음에서 출발했으면 좋겠다. 중독을 따라가는 두렵고 가슴 뛰는 여행에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것이 내 삶을 바꾸고 있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여러분을 움직이게 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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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
2008.02.27 11:48:50 *.227.22.57
며칠을 앓듯이 고민하고도 여전히 이 모양입니다. 특히나 마지막 부분은 조금도 나아지지를 않았네요. 계속 고민하고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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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
2008.02.27 15:57:32 *.227.22.57
창용이형~ 고마워요.

근무 시간에 몰래 계단으로 도망가서 거의 한 시간을 형과 통화하고서야 제가 무엇에 갇혀 있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네요. 사실 지난번 서문에 사부님께서 달아 주신 '평이하다'는 조언에 붙잡혀 한발자욱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 날을 고민하고도 평이하다는 뜻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장고 뒤에 악수라고 엉뚱하게 경쟁심을 부추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말았네요.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 말고, 읽어야 한다고 필요를 설명하는 것도 말고, 읽고 싶도록 유혹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네요. 겁주고 윽박지르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닌 거 같네요. 저답지도 못하고요. 다~ 다시 써야겠습니다. 휴~

문제가 무엇인지는 조금 알았는데, 그것을 푸는 것은 여전히 숙제로 고스란히 남았군요. 마감이 기적을 불러줄지 모르겠습니다. 힘내겠습니다. 형도 파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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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2.27 16:38:41 *.70.72.121
종윤이는 글 잘 쓰는 출판사 사장이네. 책도 잘 팔고 글도 잘 쓰고.

너는 그 며칠 동안에 어떻게 이런 글이 나오니? 천상 글쟁이다. 열심히 쓴 흔적이 역력히 들어난다.

근데 이게 무슨 느낌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도 될까?

경쾌한 불타는 갑판 같으면서도 뭐랄까, 사부님이 네 몸 무게에 납작 깔려 있는 듯한 느낌 ... 나는 왜 그게 연상되지? 무엇 때문일까? 순전히 내 시야 일 거야. 아직 변화에 어두운. 나중에 다시 읽어볼께.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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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
2008.02.27 16:54:13 *.227.22.57
누나~

죽는 소리를 잔뜩 써놓으니 바로 밑에 누나의 따뜻한 댓글이 달리네. 고마워요. 근데 '천상 글쟁이'라는 표현은 무지 창피하네. 나름대로 열심히 쓴 건 사실인데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나답지 못하다는 창용형의 말이 귓가에 계속 윙윙 대. 그리고 그 말이 맞는 거 같아.

사부님이 나한테 깔려있는 느낌이 아니라 혹시 그 반대 아니야? 한 줄 쓰고 읽어 보면 어설프게 사부님 흉내를 낸것 같아서 답답해요. 아직 내 안에서 하나로 잘 섞이지를 못하나봐. 에휴~ 또 죽는 소리네. 그치?

다시 또 힘내서 팍팍! 써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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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02.27 17:32:29 *.128.229.55

불광불급 이전 단락이 없으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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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
2008.02.29 10:15:57 *.227.22.57
사부님~

그 앞에 더 매력적인 이야기를 넣을 수 있을 때까지 자리를 비워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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